수전노
몰리에르 지음 | -
수전노(L'Avare)
몰리에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아르파공: 자식보다 돈이 더 중요하며 돈을 곧 자신으로 착각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는 지독한 수전노. 돈 때문에 노인에게 딸을, 과부에게 아들을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폭군 아버지다.
클레앙트: 아르파공의 아들로 한 여인을 두고 아버지와 사랑 경쟁을 한다. 열정적이며 냉소적이고 쉽게 분노하는 성격이 아버지와 꼭 닮았다.
발레르: 물에 빠진 엘리즈(아르파공의 딸)를 구해준 은인이자 연인. 귀족의 신분이지만 사랑을 얻기 위해 하인으로 가장하고 아르파공의 집에 들어온다.
라플레쉬: 클레앙트의 하인으로 주인에게 충실하다. 한편으론 아르파공의 금고 탈취를 계획할 만큼 교활하고 무례하기도 하다.
아버지가 바로 사랑의 경쟁자라니!
엘리즈와 결혼하기로 한 날, 발레르는 수심에 잠겨 있는 약혼녀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엘리즈는 아버지가 발레르와 몰래 결혼한 것을 알면 크게 화를 낼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쑥덕거릴까 봐 몹시 두렵다고 고백한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지만 발레르가 자신을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두려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한편으론 이런 불안함이 그를 향한 사랑과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은혜에 비할 바 못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기 곁에 있으려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신분을 감추고 하인으로 들어온 발레르의 용기에도 내심 감탄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엘리즈는 언제 들통날지 모르는 그 신분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발레르는 그녀의 아버지 아르파공이 인색하고 가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리고 잃어버린 부모를 찾기만 하면 자신의 진정한 신분을 밝히고 당당하게 결혼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를 안심시킨다. 엘리즈는 발레르에게 아버지와 진심으로 사이 좋게 지내기를 간곡히 부탁하지만, 그는 아르파공의 신뢰를 얻어내는 최상의 방법은 아첨뿐이라면서 청을 거절한다. 이런 그를 보면서 엘리즈는 사실이 발각될 날을 대비해 오빠 클레앙트의 도움을 얻어보자고 제안하고, 발레르는 그 전에 먼저 클레앙트의 신뢰를 확인해볼 것을 부탁한다.
그때 마침 클레앙트가 나타나 엘리즈를 보고 자신이 마리안느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엘리즈 역시 사랑에 빠졌다는 간접적인 고백에 용기를 얻은 그는 마리안느가 훌륭한 성품을 갖추었고, 병든 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피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몰인정하고 인색한 아버지 때문에 그녀를 금전적으로 도울 수 없어서 분노하던 클레앙트는 만일 아버지가 자신의 사랑을 반대하면 집을 나가버리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때를 맞춰 급작스레 나타난 아르파공은 클레앙트를 기다리며 집안에서 서성대는 라플레쉬를 보고는 당장 집 밖으로 사라지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라플레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아르파공이 인색하다고 투덜댄다. 이러한 그를 보고 아르파공은 그가 무언가를 훔쳤거나 그럴 계획이라고 의심하고는 손과 양말, 주머니를 차례차례 조사해보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아르파공은 마침 1만 에퀴의 금화를 정원에 막 묻어둔 참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안전할지 안심할 수 없었고, 자기 집안에서조차 돈을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불만스러워 투덜대기 시작한다. 그때 마침 클레앙트와 엘리즈가 나타나자 아이들이 자기 말을 들은 줄 알고 재빨리 말을 돌려버린다. 그래서 옷치장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괜스리 아들을 나무라는데, 이러한 잔소리에 짜증이 난 클레앙트는 카드놀이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말대꾸를 한다. 아르파공은 더 이상 아들과 논쟁하기를 포기하고 마리안느가 곧 집에 올 것이라는 얘기를 꺼내면서 넌지시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본다. 마리안느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버지를 보고 그 본심도 파악하지 못한 아들 클레앙트는 기쁨에 들떠서 온갖 칭찬을 쏟아놓는다. 그러자 이러한 찬사에 흐믓해진 아르파공은 자기는 마리안느와 결혼할 생각이며, 아들 클레앙트는 늙은 과부와, 딸 엘리즈는 알셀므라는 늙은 영감과 결혼시키겠다고 선언한다.
이 얘기를 듣고 당연히 자식들은 펄펄 뛰는데, 이렇게 아버지와 딸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기자, 아르파공은 이에 대한 조정자로 발레르를 지목한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발레르는 딸은 무조건 아버지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충고하다가, 자기 연인이 늙은 영감과 강제 결혼하게 된 상황을 알게 되고는 태도를 바꾼다. 그는 아르파공에게 결혼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며, 아버지라면 젊은 여인의 감정과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등등을 언급하면서 결심을 돌려보려고 애쓴다. 그러나 엘리즈의 결혼 대상이 지참금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는 아르파공의 말에는 발레르도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잠시 아르파공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엘리즈는 발레르의 태도에 분노를 터뜨린다. 그러자 발레르는 자신이 그렇게 한 것은 아르파공의 의견에 찬성하는 척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병이 난 체하여 시간을 벌었다가 최악의 경우 도망치면 되는, 일종의 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아르파공이 돌아오자 발레르는 다시 그의 입장에서 엘리즈에게 잔뜩 훈계를 늘어놓기 시작하고, 아르파공은 이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서 발레르를 더욱더 신뢰하게 된다.
이 세상의 중심은 돈?
하인 라플레쉬를 동반한 클레앙트는 아르파공의 결혼 선언 때문에 충격을 받고 매우 흥분한 상태다. 거기에다 시몽 영감이라는 고리 대금업 중계인이 밝힌 차용 조건을 듣고서는 더 이상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차용 조건이라는 것이 악랄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1만 5천 리브르를 빌리는데 무려 5부 5리의 이자에, 1만 2천 리브르는 돈으로, 3천 리브르는 가구와 중고 물건들로 대신한다는 내용이었다. 클레앙트는 이 날도둑 같은 요구에 폭발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지경이지만, 그러면서도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충실한 하인 라플레쉬는 그에게 부채의 위험성을 누누이 경계시키느라 바쁘다.
그러던 중 라플레쉬와 클레앙트는 고리 대금업자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다다랐다. 그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시몽 영감과 아르파공이 함께 나타난다. 중계인 시몽 영감이 고리 대금업자와 차용인으로서 아르파공과 클레앙트를 서로 소개시키자, 마침내 두 사람은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의 악랄한 사업에 대해, 아버지는 빚까지 지고 사는 아들의 낭비벽에 대해 격렬하게 비난하기 시작한다. 화가 난 클레앙트가 물러간 자리에 대신 중매쟁이 프로진느가 나타난다. 아르파공은 잠시 기다릴 것을 부탁하고 자리를 뜨고, 라플레쉬와 단 둘이 남게 된 중매쟁이 프로진느는 그에게 아르파공과 함께 추진중인 결혼 계획을 털어놓는다. 이 말을 들은 라플레쉬는 아르파공이 얼마나 인색한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아첨만 잘하면 아르파공에게 충분히 돈을 얻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아르파공이 나타나자 프로진느는 정말 본격적으로 아첨을 떨기 시작한다. 아르파공 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진하는 일이 차질없이 진행중인 데다가 혈색도 좋고 건강해보여 오래오래 장수할 것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자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순간, 마리안느와의 결혼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고 불안해하는 기색을 띠자 프로진느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마리안느의 어머니가 이 결혼에 동의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수전노 아르파공은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그는 지참금 얘기를 꺼내고, 이에 프로진느는 소박한 생활이 몸에 밴 마리안느를 데려가는 남편은 1만 2천 리브르나 벌어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돈이 실제로 손에 쥐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르파공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고, 그러자 프로진느는 다른 나라에 있다는 부동산이면 지참금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그를 위로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걱정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바로 아르파공과 마리안느의 상당한 나이 차이였다. 그러나 프로진느는 마리안느가 오히려 나이 많은 늙은이를 더 좋아한다고 둘러대면서 아르파공을 안심시켜놓고,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아르파공에게 돈을 좀 내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아르파공은 급한 일을 핑계로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이에 프로진느는 단단히 화가 나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돈을 받아낼 것을 결심한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마리안느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아르파공은 하인들을 모아놓고는 절대로 낭비하지 말고 절약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인들은 저마다 낡아빠진 옷차림을 감추려 애쓰고, 클레앙트와 엘리즈는 미래의 새어머니에게 최대한 친절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야 했다. 메트르 자크는 최소한의 메뉴로 검소한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지만 아르파공이 제시한 조건으로는 훌륭한 식사준비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해서 아르파공의 편에 서서 잔소리를 해대는 발레르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다. 결국 발레르가 직접 간소하면서도 훌륭한 저녁을 준비하겠다고 나선다. 그러고 나자 메트르 자크는 마리안느와 엘리즈를 장터까지 마차로 모셔다주는 일을 지시받는데, 며칠째 굶긴 말은 이제 더 이상 거동할 수조차 없게 된 상태였으므로 그 일마저 할 수가 없다. 주인의 인색함을 헐뜯는 이웃들의 태도에 신경이 쓰인 메트르 자크는 아르파공에게 이러한 소문을 전해주지만 오히려 몰매만 맞을 뿐이다.
사람들이 물러가고 둘만 남게 되자 발레르는 솔직하게 말하다 오히려 몽둥이질만 당하게 된 메트르 자크를 실컷 놀려먹는다. 메트르 자크는 화가 잔뜩 나서 몽둥이로 발레르를 위협하고, 잠깐 동안 두려운 기색을 보이며 주춤하던 발레르는 다시 위엄을 되찾고 오히려 메트르 자크에게 몽둥이질을 하려 한다. 내심 위협을 느낀 메트르 자크는 겉으로는 그에게 순종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언젠가 그에게 보복해줄 것을 단단히 다짐한다.
발레르가 자리를 뜬 뒤, 프로진느가 마리안느와 함께 나타나서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아르파공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르파공을 기다리면서 프로진느는 마리안느와 대화를 나눈다. 마리안느는 결혼할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이 매우 두려우며, 사실 며칠 전부터 자신을 찾아왔던 미지의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프로진느는 늙은 남자와 결혼했을 때의 이점, 즉 석달 후에 그 늙은 남편이 죽으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많은 재산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늘어놓으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할 것을 충고한다. 이때 아르파공이 등장하고 그의 흉칙한 모습을 본 마리안느는 두려움에 떨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마리안느의 마음도 모른 채 아르파공은 온갖 찬사를 다 바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에 금세 불안해진다. 프로진느가 또 끼여들어 뜻밖의 칭찬에 너무 놀라 할말을 잊은 것뿐이라면서 아르파공을 안심시킨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리안느는 더욱 침울해져갈 뿐이다.
잠시 마리안느는 엘리즈와 공손하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작은 소리로 프로진느에게 아르파공이 혐오스럽다는 느낌을 털어놓는다. 그때 클레앙트가 등장하고, 마리안느는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지의 청년이 바로 클레앙트였음을 알고 몹시 놀란다.
클레앙트는 곧장 마리안느에게 다가와 그녀가 아르파공과 결혼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으며 자신은 이 계획을 반대한다는 걸 공개적으로 표현한다. 마리안느는 이러한 클레앙트의 말이 반갑다. 그녀 역시 아르파공과 결혼하여 클레앙트를 의붓아들로 삼는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몹시 괴로운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전후 사정을 알 리 없는 아르파공은 아들을 크게 나무라며 애정을 갖고 정중하게 대하라고 하자 클레앙트는 아버지를 대신한다는 명목으로 마리안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아버지 손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선사해버린다. 마리안느는 받지 않겠다고 거절하지만 간곡하기 이를 데 없는 클레앙트의 권유와 프로진느의 조언을 듣고 반지를 받아두기로 한다. 한편 눈 깜짝할 사이에 반지를 잃게 된 아르파공의 분노는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때 하녀가 들어와서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리는데 아르파공은 되돌려보내라고 한다. 그러나 손님이 돈을 가져왔다고 하니 금세 태도가 달라져서는 잠시 손님을 만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하인 라메를뤼쉬가 말 편자가 떨어졌음을 알리려 들어오다 아르파공과 부딪히는데, 아르파공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고 침입한 것으로 알고 두려움에 떤다. 상황을 파악한 아르파공은 말 편자를 박기 위해 말들을 대장간에 가져갈 것을 지시하고 클레앙트는 말을 기다리는 동안 마리안느에게 집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아르파공은 발레르에게 모든 걸 잘 감시하고 저녁 식사 때는 음식을 아끼라며 다시 한 번 주의를 준 다음 아들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수전노, 도둑맞다
클레앙트는 자신의 주변에 엘리즈나 프로진느같이 믿음직스럽고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에 큰 위안을 얻는다. 특히 엘리즈가 클레앙트와 마리안느의 사랑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며 호의를 보이자 마리안느 역시 안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만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두 연인은 여전히 절망적인 상황이다. 특히 마리안느는 아르파공과의 결혼을 추진중인 어머니의 뜻을 저버릴 수 없으므로 클레앙트가 적당한 방법을 찾아서 잘 처리해주길 바랄 뿐이다. 클레앙트는 이런 미적지근한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 결국 클레앙트도 마리안느의 어머니에게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고 그녀의 마음을 얻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하여 다시 프로진느에게 도움을 청한다. 프로진느는 젊은이들의 간절한 사랑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그들을 돕기로 하고 계략을 짜낸다.
즉 마리안느의 어머니는 잘 설득시키고, 아르파공에게는 자신의 친구를 돈 많은 과부 후작부인으로 변장시켜 접근시킨다는 계략.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돈이 최우선인 아르파공은 분명 마리안느를 포기하고 가짜 후작부인과 결혼하려 할 것이라는 게 프로진느의 생각이었다. 클레앙트는 그 제안에 동감하고는 일이 잘 성사될 경우 후하게 보상해줄 것을 약속하는 한편, 마리안느에게는 어머니가 아르파공과의 결혼을 취소하게끔 최선을 다해 설득해보라고 독려한다. 희망에 들뜬 클레앙트는 마리안느의 손에 키스를 하는데, 다시 들어오던 아르파공이 이 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뭔지 모르지만 아들에게 분명 무슨 꿍꿍이속이 있을 거라고 의심을 품는다. 때마침 마차가 준비되었다는 하인의 전갈에 아르파공은 마리안느와 엘리즈더러 장터에 다녀오라고 제안한다. 옆에 있던 클레앙트가 그녀들과 동행하겠다고 말하니 아르파공은 집에 남아 있으라고 지시한다.
두 여인이 떠나자마자 아르파공은 미래의 새어머니에 관한 클레앙트의 견해를 듣고 싶다면서 마리안느 얘기를 꺼낸다. 클레앙트는 마리안느가 평범하고 재치도 없다면서 새어머니감으로는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의 시큰둥한 반응에 슬쩍 아들의 마음을 떠보고 싶어진 아르파공은 아무래도 자기는 마리안느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 결혼을 포기하고 대신 클레앙트와 결혼시키면 어떨까 생각중이라는 말을 건넨다. 이 말에 클레앙트는 금세 태도를 바꿔 아버지의 말엔 무조건 복종하겠다고 말하는데, 아르파공은 굳이 아들에게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고 뜸을 들인다. 이렇게 되자 순진한 클레앙트는 아버지에게 마리안느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솔직히 고백해버리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시시콜콜한 사건들까지 모두 얘기해버린다. 이제 아르파공은 지금까지와의 상냥했던 태도를 싹 바꿔, 당장 마리안느를 단념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가 점찍어둔 과부와 즉각 결혼할 것을 명령한다. 아버지의 술수에 말려든 것을 뒤늦게 깨달은 클레앙트도 화를 내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해둔다. 그러자 아르파공은 몽둥이를 찾으며 아들을 위협한다.
아르파공이 클레앙트를 때리려는 순간 메트르 자크가 나타나서 둘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는데, 아르파공은 메트르 자크에게 둘 중 누가 잘못한 것인지 판단해달라고 부탁한다. 부자 사이가 벌어질 것을 걱정한 메트르 자크는 중재 역할을 받아들여 둘 사이를 오가며 차례차례 그간의 사정과 각자의 입장을 전해 듣는다. 메트르 자크는 우선 아버지의 편을 들었다가, 아들에게로 가서는 다시 아들이 옳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둘 사이의 흥분과 갈등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는 그들 모두 마리안느와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을 내려주자, 아르파공과 클레앙트는 각자 자신이 이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고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