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과 분노 2
윌리엄 포크너 지음 | 고전문학
음향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지음
제3부: 1928년 4월 6일 - 제이슨“한번 암캐는 영원한 암캐지.” 나는 내뱉었다. “학교 좀 빼먹는 게 걱정의 전부라면 운이 좋은 거예요.” 어머니는 학교 당국이 자신의 무능을 탓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나는 차라리 어머니가 손을 떼면 내가 그 버릇을 고쳐놓겠노라 쏘아붙였다. 어머니는 나를 유일한 위안이라 치켜세우면서도, 죽은 아버지와 하버드에 갔던 형 퀜틴을 들먹였다. 나는 그들처럼 술독에 빠지거나 대학에 갈 시간 따위 없이 일만 해야 했던 내 처지를 한탄했다. 결국 어머니는 내게 전권을 맡기면서도 그 애가 우리의 피붙이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물론이죠. 피붙이, 바로 살덩어리라는 점을 생각하고 있어요. 내 식대로라면 피도 좀 보겠지만.”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서는 조카 퀜틴이 딜시에게 커피를 더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기모노(기모노 스타일의 로브)가 어깨 밑으로 흘러내린 채, 그 계집애는 학교에 늦고도 태연했다. 내가 컵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하자 반항했고, 내가 그 팔을 거칠게 낚아채다가 컵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계집애가 나를 때리려 들기에 나는 그 손목을 잡아채 살쾡이 다루듯 식당으로 질질 끌고 가 문을 걷어찼다. 딜시가 절뚝거리며 따라왔다.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이 옷자락이 풀어 헤쳐진 채 퀜틴은 나를 노려보았다. 학교를 빼먹고 어디서 어떤 기생오라비 같은 놈들과 숲속에 숨어 있었느냐고 추궁하자, 그년은 “이 늙어빠진 빌어먹을 자식!”이라며 악을 썼다. 나는 허리춤에서 벨트를 풀어 들었다. 공포에 질려 눈이 커진 아이 앞에서 벨트를 치켜들자 늙은 딜시가 내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날 때리세요, 차라리 날 때려요.” 나는 늙은 흑인 여자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위협했으나, 계단에서 어머니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쥐고 있던 퀜틴을 놓아주었다. 그 애는 기모노를 여미며 벽 쪽으로 비틀거렸다. 나는 마지막 독설을 내뱉었다. “좋아, 잠시 미뤄두지. 하지만 날 만만하게 보지 마라. 난 노파도 아니고 반쯤 죽은 흑인도 아니니까. 이 빌어먹을, 헤픈 계집애 같으니.”
딜시는 겁에 질린 퀜틴을 감싸안았다. 어머니가 계단을 내려와 무기력하게 이름을 불렀지만, 퀜틴은 딜시의 보호를 뿌리치고는 밖으로 달아났다. 딜시가 퀜틴을 학교에 데려다주겠다고 나섰으나, 나는 내가 직접 데려가 기필코 학교에 밀어 넣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곧장 차고로 향한 나는 타이어가 교체되지 않은 것을 보고 러스터에게 화를 냈다. 벤지를 돌보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에 나는 집안의 흑인들을 먹여 살리는 내 처지를 한탄했다. 나는 벤지가 골프장을 따라 뛰어다니며 울부짖는 꼴을 보며, 이러다간 정신병원인 잭슨으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투덜거렸다.
차를 몰고 나온 나는 길가에 서 있던 퀜틴을 태웠다. 난 퀜틴에게 학교 교재와 돈의 출처를 캐물으며 자극했다. 퀜틴이 “내 몸에 외삼촌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어머니(캐디)가 보내준 돈임을 강조하자, 나는 그 사실을 비틀며 비아냥거렸다. 격분한 퀜틴은 내 돈으로 산 옷이라면 차라리 찢어버리겠다며 드레스의 멱살을 잡고 뜯어내려 했다. 나는 차를 세우고 다시금 폭력을 휘두르겠다고 위협했고, 퀜틴은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절망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학교 앞에 도착하자 나는 수업을 빼먹고 남자들과 어울려 다니지 말라고 경고했다. 퀜틴은 “난 나쁜 아이니 지옥에 갈 것”이라며, “외삼촌이 있는 곳보다는 지옥이 낫다”고 대꾸하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가게에 늦게 도착한 나는 얼의 눈치를 보며 뒷마당으로 갔다. 나는 사무실에서 몰래 퀜틴 앞으로 온 편지를 뜯었다. 예상대로 엿새나 늦은 수표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서 캐디는 퀜틴의 부활절 드레스에 대한 답장이 왜 없는지, 자신이 보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의심하며, 당장 답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오겠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열 시 무렵, 나는 외판원 한 명을 데리고 거리로 나가 코카콜라를 마시며 농작물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목화란 결국 투기꾼들의 작물이며, 동부의 유대인들이 농부들의 등골을 빼 먹기 위해 만든 판이라고 비꼬았다.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오. 하지만 그들은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안 하면서 개척자들을 따라다니며 옷이나 팔아먹지 않소.” 외판원은 자신도 미국인이라며 내 말에 소심하게 맞장구쳤다.
나는 뉴욕에 앉아 도박판의 호구들을 털어먹는 놈들을 비난하며, 주식 시장이란 내부 정보 없이는 승산 없는 게임이라고 못 박았다. 전신국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주식 시세표를 확인했다. 시장은 요동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마치 사는 것 외에는 법으로 금지된 양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나님이 주신 제 나라에서도 먹고살지 못해 기어들어 온 이방인들이 미국인의 주머니를 터는 꼴이라니. 나는 짐짓 여유를 부리며 캐디에게 보낼 거짓 전보를 쳤다. “모두 안녕함. 퀜틴이 오늘 편지 쓸 것임.”
가게로 돌아온 나는 책상에서 로레인의 편지를 읽었다. “사랑하는 아빠, 아빠가 보고 싶어요.” 지난번 멤피스에서 40달러를 쥐여주며, 전화질 따위는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기억이 났다. 여자를 다루는 법은 늘 헷갈리게 만들거나, 정 안 되면 턱을 한 방 날려주는 것뿐이다. 나는 편지를 찢어 타구 위에서 태워버렸다. 돈이란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것이다. 평생을 아끼다 죽어서 천국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얼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퀜틴의 편지를 꺼내려다 가족들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하버드니 스와니니 하는 대학 교육 대신 내게 남은 건 백치 벤지와 누이의 사생아 퀜틴뿐이다. 어머니는 내가 콤슨 가문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울먹였고, 나는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그 애나 돌보겠다며 빈정거렸다. “벤지를 서커스단에나 파시죠.” 과거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는 베일을 내리며 울었고, 무능한 모리 삼촌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치며 “불쌍한 내 누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위로의 이면에는 은밀한 기만이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조차 술 냄새를 감추려 드는 그 꼴이라니. 아버지가 형 퀜틴을 하버드에 보내느라 가산을 탕진했다면, 외삼촌은 제 몫을 술로 마셔 없앤 셈이었다.
검은 장갑을 낀 채 어머니를 위로하는 그들의 모습은, 한 달 전 아버지가 누나의 핏줄인 어린 퀜틴을 집으로 데려왔던 날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머니는 그 아이를 “죄의 유산”이라 부르며, 자신의 방이 오염될까 두려워했다. 딜시가 나서서 “내가 키운 자식들처럼 이 아이도 내가 거두겠다”며 요람을 챙기지 않았다면, 아이는 정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 밤, 아이가 제 어미의 이름조차 모르게 자라야 한다고,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달래면서도 결국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쇠락해가는 가문의 비극을 견뎌내야 했다.
다시 묘지, 인부들이 삽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며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덩이를 메우고 있었다. 외삼촌은 묘비 뒤에 숨어 또다시 술병을 기울였고,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너만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내가 콤슨 가문의 피를 닮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울먹였다. 흙이 관을 거의 덮자 외삼촌은 어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그들은 나를 빗속에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나는 질척이는 진흙을 피해 흑인 묘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삼나무 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모두 떠나기를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빗물에 젖은 풀밭 너머로 검은 망토를 두른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무덤가의 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베일을 걷어 올리기도 전, 나는 단번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캐디였다. “안녕, 제이슨.”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 둥 마는 둥 하며, 왜 약속을 어기고 다시 돌아왔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무덤과 그 옆 퀜틴의 무덤에 놓인 꽃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죽은 줄도 몰랐다고, 그저 우연히 신문에서 부고를 보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빗속에서 무덤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나는 그녀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틈을 타 기어들어 왔다고 비난하며, 이 집에서 그녀의 이름은 금기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그녀는 내 비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딸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내게 오십 달러를 제안했고, 내가 믿지 않자 외투 속에서 꼬깃꼬깃한 지폐 뭉치를 꺼내 보였다. 나는 그녀가 백 달러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야 비로소 거래에 응했다. 나는 돈을 주머니에 챙기며, 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천 달러를 줘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녀는 빗속에서 내 말을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마차를 빌려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모리 삼촌이 위층에 있는 틈을 타 부엌에서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밍크가 모는 마차에 올라탄 나는 역으로 가는 뒷길을 택했다. 가로등 아래, 비에 젖은 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마차가 그녀에게 가까워지자 나는 밍크에게 소리쳤다. “달려, 밍크! 채찍을 갈겨!” 밍크가 말들에게 채찍질을 가하자 마차는 소방차처럼 그녀 앞을 맹렬히 지나쳐 갔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아기를 안고 창가에 바짝 들어 올렸다. “약속대로 기차나 타러 가!” 내가 소리쳤을 때, 그녀는 빗속을 뚫고 마차를 뒤쫓아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코너를 돌았고, 그녀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백 달러를 세어보며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내 일자리를 뺏으려 했던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베일을 쓰고 가게로 들이닥쳐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다. 나는 뻔뻔하게 대꾸했다. “보게 해준다고 했지, 멈춘다고는 안 했어. 난 약속을 지켰다.” 분노로 몸을 떨며 주먹을 쥐는 그녀에게, 나는 만약 17번 열차가 떠난 후에도 마을에 남아있다면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녀는 나를 저주하며 떠났다.
나는 그녀가 흑인 하인 딜시나 멍청한 모리 삼촌을 매수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딜시에게 그녀가 문둥병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살점이 썩어 문드러지는 병이니 아이들에게 접근시키면 다 옮을 것이라고 겁을 준 것이다. 모든 게 정리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집에 돌아왔을 때 벤지가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딜시가 그들을 만나게 했음을 알았다. 나는 벤지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슬리퍼를 가져왔고, 소동이 가라앉은 뒤 딜시에게 흑인 하인 특유의 오만함을 꺾어놓을 만큼 호통을 쳤다. 그들은 오래 데리고 있으면 자신들이 가족을 좌지우지한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니까. 딜시는 제 어미가 제 새끼 한 번 보는 게 무슨 해가 된다고 그러냐며 기어이 한마디를 보탰다. 나는 어머니까지 무덤으로 보낼 작정이냐고 쏘아붙이며, 이 집 밀가루 통을 채워주는 게 누구인지 상기시켰다. 밥줄을 끊겠다는 위협만이 딜시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다음 날 캐디는 아이 양육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은행 내역을 보고 싶어 했지만, 나는 “네가 어머니를 횡령범 취급한다고 말해줄까?”라고 대꾸하며 단칼에 잘랐다. 그녀는 “저주받을 자식”이라 속삭이다가도, 다시 천 달러를 줄 테니 아이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네가 그 돈을 어떻게 벌어올지 뻔하다며 그녀의 치부를 찔렀다. 순간 그녀는 태엽이 너무 감겨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장난감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이내 미친 듯이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뜨리며 내 팔을 움켜잡았다. 열병에 걸린 듯 뜨거운 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쳤음을 시인하며, 제발 핏줄인 아이를 돌봐달라고, 돈은 내게 보낼 테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라고 빌었다. 나는 그녀가 얌전히 군다면 그러겠노라 약속했다.
다시 현재, 가게에서 얼은 시내에 들어온 유랑극단 쇼 때문에 손님들이 몰릴 테니 점심을 서두르자고 했지만, 나는 내 위장까지 그놈의 사업에 저당 잡히진 않았다고 비꼬았다. 잠시 가게 뒤로 가서 몰래 뜯어본 편지봉투에는 수표가 아닌 우편환 오십 달러가 들어 있었다. 내가 어머니를 속여 가며 감수하는 위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괘씸한 액수였다. 나는 이 돈을 아이에게 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때 퀜틴이 뒷문으로 들어왔다. “편지 왔어?” 조카는 애타게 물었다. 나는 어머니가 편지를 받았다고 둘러대며 아이를 놀렸다. “제발, 삼촌.” 아이가 애원했다. 내가 잠시 손님을 응대하러 간 사이, 퀜틴이 책상 뒤로 숨어들어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 아이의 손을 낚아채고, 편지를 놓을 때까지 그 작은 주먹을 책상 모서리에 짓이겼다. “내 거야! 엄마가 돈 보내준다고 했어! 내놓으란 말이야!” 아이가 울부짖으며 달려들었지만, 나는 가죽 끈으로 다스려주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돈이 왜 필요하냐?” 내가 묻자 퀜틴은 제발 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태연하게 그 돈이 고작 “십 달러”라고 거짓말을 했다. “십 달러라고?” 퀜틴은 몽유병자처럼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그 아이는 그것이 거짓임을 직감하고 “도둑놈!”이라 소리치며 내게 달려들었다. 퀜틴은 친구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며, 제발 액수만이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어머니가 분명 더 많은 돈을 보냈을 것이라며 절규했다. 하지만 나는 얌전히 서명하지 않으면 그 십 달러마저 어머니에게 가져가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퀜틴은 자기 어머니 캐디처럼 고개를 떨구고 “오, 하느님”이라 탄식하며, 떨리는 손으로 내용을 보지 못한 우편환 뒷면에 서명했다. 나는 진짜 우편환을 주머니에 챙겨 넣고, 구겨진 십 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넝마처럼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가게에서 얼이 매처럼 감시하는 눈길을 뒤로하고, 나는 점심시간을 틈타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한 연극에 쓸 가짜 수표 용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캐디가 보낸 돈을 내가 태워버린다고 믿는 어머니를 위해, 나는 가짜 수표를 위조하고 편지를 다시 풀로 봉했다. 눈이 멀어가는 어머니와 그 핏줄인 ‘작은 창녀’를 부양해야 하는 내 처지를 비관하면서.
전신국에 들르니 면화 시장은 12포인트나 폭락해 있었다. 나는 짜증을 억누르며 광장을 돌아 집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직행해 딜시에게 저녁밥이나 빨리 내오라고 재촉했지만, 퀜틴은 아직도 귀가 전이었다. 집안 꼴이 늘 이 모양이다.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난장판 속에서, 나는 어머니의 방으로 올라가 캐디가 보낸 편지를 건넸다. 어머니는 손을 떨며 수표를 꺼내 들고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에는 습관적인 비탄과 허영심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나는 성냥갑을 쥐여주며, 매달 반복되는 그 지겨운 연극을 빨리 끝내라고 다그쳤다. “어서 해치우세요. 곧 울음이라도 터뜨릴 기세네.” 어머니는 수표를 내려다보며 “죄악의 대가”라느니 “배스컴 가문의 자존심”이라느니 하는 진부한 대사를 읊조리며 주저했다. 그녀는 딸이 보낸 돈을 타락한 여자의 적선이라 부르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이나 이 짓을 반복해왔다. 내가 그 돈이 아깝지 않냐고 비꼬아도, 그녀는 퀜틴을 위해서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녀가 비장한 표정으로 태우려는 그 수표가 실은 내가 미리 바꿔치기한 가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진짜 수표는 이미 내 주머니 깊숙한 곳에 안전하게 갈무리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성냥을 그어 가짜 수표와 봉투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종이를 삼키며 타오르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 ‘죄악의 대가’인 현금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종이가 재가 되어 벽난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저 여자들이 울고 짜는 소리 없이 밥이나 편히 먹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식탁에 앉았지만 퀜틴은 여전히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고, 부엌에서는 러스터가 벤지에게 밥을 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처럼 쩝쩝거리며 흘리는 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벤지의 신음 소리는 내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나는 입 하나라도 줄일 겸, 서른 살이나 먹어서 소처럼 울어대며 뛰어다니는 저 백치 녀석을 잭슨의 정신병동으로 보내버리자고 다시금 제안했다. “저 녀석 하나만 없어도 집안이 훨씬 조용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