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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 고전문학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등장인물 소개


리오폴드 블룸: 1866년생. 신문사 광고 모집인. 아버지가 1886년에 자살했다. 1888년에 마리언과 결혼하여 딸 밀리와 아들 루디가 있었으나 아들은 어릴 때 사망했다.

스티븐 데덜러스: 1882년생. 가톨릭학교와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더블린 외곽의 초등학교 선생으로 문학가를 꿈꾼다.

마리언 블룸: 1870년생. 트위디 소령의 딸로 어머니는 스페인계 유대인. 소프라노 가수로 애칭은 몰리이다. 수많은 남성들과 관계를 가진다.

휴 블레이지스 보일런: 마리언의 현재 애인으로, 멋만 부리는 비열한 인물.



마사 클리퍼드: 타이피스트. 블룸의 펜팔 상대이다.





제1부 텔레마키아드



제1-1장 텔레마코스


동 틀 녘, 마텔로 탑 꼭대기에 선 벅 멀리건의 모습은 장엄한 사제의 패러디 그 자체였다. 그는 면도 그릇을 미사 제기처럼 받쳐 들고 라틴어 미사 첫 구절을 읊조리며, 아래층의 스티븐 데덜러스를 향해 소리쳤다. “이 겁쟁이 예수회 신도야!” 그의 유쾌함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예리한 칼날을 품고 있었다.

계단 그늘 속에 서 있던 스티븐은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쾌활함과 잔인함이 뒤섞인 멀리건의 얼굴에서 스티븐은 자신을 조롱하는 세상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이 탑의 세입자였지만, 어느새 손님인 멀리건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찬탈’의 희생자였다.

멀리건은 스티븐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렸다. 그는 스티븐의 윗주머니에서 더러운 손수건을 꺼내 ‘콧물 녹색’이라 부르며 아일랜드 예술의 새로운 색깔이라 떠들었다. 바다를 보면서도 “위대하고 다정한 어머니”라는 앨지의 시구를 인용하는가 싶더니, 이내 “불알이 쪼그라드는 바다”라며 조롱조로 말을 바꿨다. 이는 스티븐의 섬세한 예술적 감수성을 비웃는 교묘한 공격이었다.

대화의 정점은 멀리건이 스티븐의 가장 깊은 상처를 찔렀을 때 찾아왔다. “이모는 자네가 자네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더군.” 그의 말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다. 임종 직전, 어머니는 스티븐에게 무릎 꿇고 기도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으로 남아 스티븐을 괴롭히고 있었다. 멀리건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무릎 꿇고 기도해달라고 애원하는데. 자네는 거절했어.”

스티븐의 가슴에 날카로운 말이 박혔다. 그는 이것이 어머니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즐기는 멀리건의 잔인함, 즉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 차갑게 응수했다. 그들의 아슬아슬한 관계 뒤에 숨겨진, 용서받지 못한 죄책감과 그것을 이용하는 잔인한 우정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제1-2장


멀리건의 경박한 노랫소리를 뒤로하고, 스티븐은 그의 면도 그릇을 바라보며 과거 클롱고우즈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지금의 자신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는가. 그는 탑 아래 거실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멀리건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찬탈자’, 영국인 헤인스가 있었다. 헤인스는 아일랜드 문화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의 존재 자체는 스티븐에게 정복자의 그림자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그때 우유를 배달하는 노파가 들어섰다. 스티븐에게 그녀는 단순한 노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외부 권력(영국과 교회)에 순종하고, 진정한 예술가의 목소리(스티븐 자신)는 알아보지 못하는 아일랜드 자체의 상징처럼 보였다. 헤인스가 서툰 아일랜드어로 말을 걸었을 때,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자신은 모국어를 모른다고 답했다. 정복자는 모국어를 말하고, 정작 아일랜드인인 그녀는 그 말을 잃어버린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스티븐의 경멸과 소외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아침 식사 중, 헤인스는 스티븐의 재치 있는 말을 칭찬하며 책으로 낼 것을 제안했다. 특히 “하녀의 깨진 거울이 아일랜드 예술의 상징”이라는 스티븐의 냉소적인 정의에 흥미를 보였다. 스티븐이 곧바로 “그걸로 돈을 좀 벌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헤인스는 당황하며 웃었다. 스티븐의 질문은 예술에 대한 순수한 논의를 기대했던 헤인스의 위선을 꿰뚫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헤인스가 자리를 피하자, 멀리건은 스티븐이 기회를 망쳤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내 태도를 바꿔, 그깟 놈들은 무시하고 자신처럼 이용하라고 충고했다. 멀리건의 실용주의적인 처세술과 스티븐의 타협 없는 예술가적 자존심 사이의 깊은 간극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멀리건은 이 모든 갈등을 뒤로하고 해변으로 가자며 스티븐을 이끌었다.

제1-3장


탑을 나와 해변으로 향하는 길, 멀리건과 헤인스의 대화는 스티븐에게 또 다른 굴레로 다가왔다. 헤인스는 스티븐의 햄릿 이론에 관심을 보였지만, 멀리건은 진지한 논의를 술자리 농담거리로 취급하며 스티븐의 지성을 경박하게 포장했다. 스티븐은 자신의 검은 상복과 그들의 가벼운 태도 사이의 깊은 괴리를 느끼며, 자신을 얽매는 두 주인을 떠올렸다.

하나는 막강한 권력의 대영제국(헤인스)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양심을 억누르는 로마 가톨릭 교회였다. 그리고 이제, 그의 일상을 지배하는 세 번째 주인, 벅 멀리건이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스티븐의 의식은 교회의 교리와 이단자들의 역사, 그리고 자신의 예술적 신념 사이를 오갔다. 멀리건의 조롱 섞인 말들은 이 거대한 사상적 투쟁 앞에서 공허하게만 들렸다.

마침내 도착한 해변에서 멀리건은 망설임 없이 물로 뛰어들었다. 그는 스티븐에게 셔츠를 구기지 않게 평평하게 놓아달라며 탑 열쇠와 동전을 요구했다. 스티븐은 순순히 열쇠와 돈을 건넸다. 이 순간, 멀리건의 ‘찬탈’은 완성되었다. 스티븐은 이제 자신의 공간이었던 탑의 열쇠마저 빼앗기고, 그들의 세계에서 완전히 밀려난 이방인이 되었다.

멀리건과 헤인스를 뒤로 한 채, 스티븐은 홀로 길을 걸으며 결심했다. ‘오늘 밤 여기서 자지 않으리라.’ 집에도 돌아갈 수 없는 그는, 이제 갈 곳 없는 유랑의 길을 떠나야만 했다.

제2-1장 네스토르


마텔로 탑을 떠난 스티븐 데덜러스는 달키의 한 초등학교 교단에 서 있었다. 그에게 역사는 ‘내가 벗어나려고 애쓰는 악몽’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필로스 왕 네스토르의 전투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공허한 눈빛과 딴청은 자꾸만 그의 의식을 과거의 파편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의 머릿속에서 역사는 승자의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되고, 무수한 패배와 파괴는 유리 조각처럼 흩어졌다.

수업은 지루한 문답과 의미 없는 웃음으로 채워졌다. 스티븐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이곳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이었다. 밀턴의 시 ‘리키다스’를 낭송하는 동안에도, 그의 영혼은 파리의 도서관, 즉 죄로부터 달아나 숨었던 고독한 지성의 공간을 떠돌고 있었다. 현실의 교실은 그의 예술적 영혼을 옥죄는 감옥과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운동장으로 달려 나갈 때, 오직 한 소년, 시릴 사전트만이 교실에 남았다. 헝클어진 머리, 겁먹은 눈, 볼품없는 행색의 소년은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들고 스티븐에게 다가왔다. 그 나약한 모습에서 스티븐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보았다. 그리고 그를 보호해주었던 어머니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한때 자신을 세상의 모든 멸시로부터 지켜주었으나, 이제는 재와 기억으로만 남은 어머니. 스티븐은 사전트의 문제집을 들여다보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했다. 그의 마음속 어두운 궁전에 갇힌 폐위된 폭군처럼, 죄책감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교장인 디지 씨의 서재는 퀴퀴한 가죽 냄새와 낡은 편견으로 가득했다. 그는 스티븐에게 월급을 건네며 돈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가 보기에 세상은 빚과 거래로 이루어진 장부와 같았다. 그는 영국인의 가장 큰 자부심이 “나는 내 빚을 다 갚았다”라는 말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돈으로 모든 것을 측정하는 그의 실용주의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티븐의 세계와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대립을 상징했다. 스티븐은 그가 내뱉는 진부한 격언들 속에서, 자신이 벗어나고자 하는 역사의 악몽이 눈앞에 현현하는 것을 보았다.

제2-2장


디지 씨의 설교는 계속되었다. 그는 빚 없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자랑하며, 스티븐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음을 교묘하게 상기시켰다. 그의 세계에서 가치는 돈으로 측정되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만 존재했다. 스티븐은 그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벗어나고자 하는 ‘거창한 단어들’?정의, 관대함, 애국심?이 어떻게 한 인간을 과거의 안개 속에 가두는지 목격했다.

디지 씨는 구제역에 대한 자신의 글을 신문에 실어달라며, 온갖 음모에 맞서 싸우는 자신을 고독한 투사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그의 투쟁은 곧 편협한 반유대주의로 이어졌다. 그는 영국이 유대인의 손에 망해가고 있다며, 그들이 “빛을 거역한 죄” 때문에 영원히 지상을 떠도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스티븐의 의식은 파리의 증권거래소에서 보았던 유대인들의 얼굴 위로 흘러갔다. 그는 디지 씨의 저주 속에서 신의 징벌이 아닌, 모든 인간이 짊어진 유랑과 불명예의 운명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은 곧 자신의 고통이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스티븐이 나지막이 되물었다.

바로 그 순간, 교실 밖 운동장에서 소년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외침 속에서 스티븐은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에게 신은 디지 씨가 말하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거리의 함성’, 즉 살아있는 현실 그 자체였다. 이 깨달음 속에서 그는 마침내 디지 씨의 세계관에 정면으로 맞선다.

“역사는,” 스티븐이 말했다. “내가 깨어나려고 애쓰는 악몽입니다.” 디지 씨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세상의 모든 죄악을 여자 탓으로 돌리며 대화를 끝맺었다. 그는 스티븐을 쫓아 나와, 아일랜드가 유대인을 박해하지 않은 이유는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끔찍한 농담을 던졌다. 목에 걸린 가래를 뱉어내듯 터져 나오는 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스티븐은 확신했다. 이곳은 자신이 머물 곳이 아니었다. 그는 디지 씨의 낡은 원고를 챙겨 들고, 이빨 빠진 사자상이 지키는 학교 문을 나섰다. 역사의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한 그의 긴 하루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제3장 프로테우스


학교를 떠나 샌디마운트 해변에 선 스티븐 데덜러스는 비로소 온전한 자신과 마주했다. 이곳에서 그는 세상의 모든 ‘표식’을 읽어내는 예술가였다. 그는 눈을 통해, 귀를 통해, 발밑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통해 현실의 조각들을 수집했다. 밀려오는 조수, 썩어가는 개의 시체, 집시 남녀의 모습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해독해야 할 기호이자 예술적 창조의 재료였다.

그의 의식은 자유롭게 시간을 넘나들었다. 해변의 조산원을 보며 그는 자신을 잉태한 부모와 ‘만들어졌으나 낳아지지 않은’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사유하고, 이는 곧 신학적 이단자인 아리우스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파리에서 만났던 아일랜드 독립운동가 케빈 이건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조국에서 추방당한 자의 운명과 정치적 투쟁의 헛됨을 생각했다. 이 모든 과거의 기억과 철학적 사유는 현재 그가 걷고 있는 해변의 모래알처럼, 그의 의식 속에서 뒤섞이고 재구성되었다.

이 혼돈 속에서 그는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에피파니(순간적 깨달음)’를 기록하여 세상의 모든 도서관에 남기는 상상을 했다. 현실은 추하고 혼란스러웠지만, 예술가는 바로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영원을 포착하는 존재였다. 그의 발걸음은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주변의 모든 것은 그의 창조적 의지 아래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마침내 영감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는 바위에 몸을 구부리고, 아침에 받았던 디지 씨의 낡은 편지 뒷면에 떠오르는 시 구절을 휘갈겨 썼다. 역사의 악몽과 편견으로 가득찬 종이 위에,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그의 그림자가 바위 위로 길게 드리워졌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말들이 태어났다.

시를 완성한 그는 지친 몸을 눕혔다. 멀리건과의 갈등, 가족에 대한 죄책감, 미래에 대한 불안이 파도 소리에 씻겨나가는 듯했다. 그가 떠나온 세계는 저 멀리 있었고, 그는 이제 막 창조를 마친 예술가의 고독한 평온 속에 잠겼다. 그때, 그의 시야에 삼돛대 범선 한 척이 집을 향해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돌아갈 집이 없는 자신과 대조적인 그 풍경은, 앞으로 계속될 그의 고독한 예술적 항해를 암시하는 마지막 표식처럼 보였다. 그는 주머니에 없는 손수건을 떠올리며, 잃어버린 것과 새로 얻은 것을 가슴에 품고 다시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제2부 율리시스의 방랑



제4-1장 칼립소


또 다른 아침이, 더블린의 광고 외판원 리오폴드 블룸의 감각 속에서 깨어났다. 그의 세계는 스티븐의 형이상학적 고뇌와는 사뭇 달랐다. 생각은 아침 식사로 먹을 양의 콩팥과 그 미묘한 오줌 향에 대한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채워졌고, 짐승의 내장 요리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 뒤를 이었다. 그는 아내 몰리 블룸의 아침을 위해 조용히 부엌을 오갔지만, 그들의 공간은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나뉘어 있었다. 침실 문밖에서 나지막이 말을 건네는 그와, 잠결에 나른한 신음으로 답하는 아내. 지브롤터에서부터 실려 온 낡은 침대의 삐걱임이 그들 사이의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위태로운 균열을 함께 들려주는 듯했다.

집을 나선 그의 의식은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오갔다. 터번을 쓴 사람들이 사는 신비로운 동방의 꿈. 그 달콤한 환상은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더블린의 팍팍한 현실과 권태로운 일상에서 비롯된 그만의 도피처였다. 그러나 몽상은 길지 않았다. 그의 발은 곧 현실의 정치 풍자나 선술집의 돈벌이에 대한 냉소적인 생각으로 돌아와, 단단히 땅을 딛고 섰다.

정육점에서 그의 내면은 더욱 복잡한 결을 드러냈다. 그는 콩팥을 주문하며 옆에 선 하녀의 풍만한 몸매를 훔쳐보았다. 그녀의 건강한 육체를 향한 억압된 욕망과, 손에 쥔 ‘키네레트 시범 농장’ 광고지 속 황무지를 보며 느끼는 정착에의 막연한 꿈. 그의 시선은 하녀의 흔들리는 엉덩이와 소 떼의 흐릿한 사진 사이를 오가며,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실현 불가능한 꿈의 경계 위를 부유했다.

하녀가 가게를 떠나자 짧은 실망과 체념이 찾아왔다.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해.’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욕망의 세계를 관조하며, 그는 그 속에서 미묘한 무시를 당하는 짜릿함과 소외감을 동시에 맛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부드럽고 축축한 콩팥은 곧 시작될 길고 외로운 하루를 위한 작은 위안이었다.

제4-2장


집으로 돌아온 블룸의 평온한 아침에, 두 통의 편지가 미묘한 균열을 가져왔다. 침대 위, 아내 몰리가 ‘메템사이코시스’라는 낯선 단어의 뜻을 물었다. 그의 과학적 설명과 아내의 감각적인 반응은 결코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그들 각자의 세계처럼 맴돌았다. 영혼이 다른 몸으로 옮겨간다는 ‘윤회’의 이야기는, 어쩌면 앞으로 그들 앞에 놓인 ‘변화’의 서곡이었을까.

타는 콩팥 냄새에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간 그는, 식사를 하며 딸 밀리의 편지를 읽었다. 사진사 조수로 일하는 딸의 밝은 소식 속, 두 개의 이름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딸에게 추파를 던지는 듯한 젊은 학생 ‘배넌’, 그리고 그가 부른 노래의 작곡가 ‘블레이지스 보일런’. 막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인 딸에 대한 애정 어린 불안감과 함께, 태어난 지 열하루 만에 죽은 아들 루디의 기억이 그의 가슴을 할퀴었다. 가족의 행복 아래, 상실의 그림자는 그렇게 깊었다.

뒷마당 변소의 익숙한 어둠 속, 그는 낡은 잡지를 읽으며 작가가 되는 상상을 품었다. 아내의 말을 받아 적어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광고 문안을 쓰는 그의 현실 너머, 스티븐의 고뇌와는 다른 방식의 소박한 창작욕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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