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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지음 | 고전문학


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지음





1부 씨뿌리기



제1장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사실, 오직 사실뿐이다.”

밋밋하고 텅 빈, 수도원 지하실 같은 교실 안. 한 남자의 목소리가 독단적으로 울려 퍼진다. 그의 네모난 검지손가락은 매 문장마다 교사의 소매 위를 단호하게 그으며 자신의 말을 강조했다. 그 강조는 마치 성벽처럼 솟은 네모난 이마와, 그 아래 동굴처럼 움푹 파인 두 눈, 그리고 완고하게 닫힌 넓고 얇은 입술에 의해 더욱 힘을 얻었다. 목소리는 딱딱하고 메마르기 그지없었으며, 대머리 언저리에 성긴 소나무 숲처럼 돋아난 머리카락마저 그 안을 가득 채운 딱딱한 사실들을 보관하기에도 비좁다는 듯 곤두서 있었다. 그의 네모난 외투, 네모난 다리, 네모난 어깨, 심지어는 완강한 사실처럼 그의 목을 조이는 넥타이까지, 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실, 오로지 사실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연사와 교사,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또 한 명의 어른은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이제 막 제국 갤런의 사실들을 넘치도록 주입받을 준비가 된 작은 그릇들인 아이들이 앉아 있는 경사면을 훑어보았다.

제2장 무고한 자들의 살해


토마스 그래드그라인드 나리. 그는 현실의 인간, 사실과 계산의 인간이었다. 2 더하기 2는 4이며 그 이상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원칙의 소유자. 저울과 곱셈표를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인간 본성의 모든 꾸러미를 재고 측정하여 정확한 값을 알려줄 준비가 된 사람. 그의 머릿속에 다른 헛된 믿음을 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사실로 꽉 찬 대포처럼, 아이들의 세계에서 유년기라는 영역을 한 방에 날려버릴 기세로 번뜩이며 네모난 손가락을 한 소녀를 향해 가리켰다. “20번 소녀, 저 아이는 누구인가?” “시시 주프입니다. 선생님.”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시시는 이름이 아니다. 세실리아라고 부르도록.” 그래드그라인드 씨가 잘라 말했다. 아버지의 이야기, 서커스단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당했다. 그는 소녀에게 말의 ‘정의’를 요구했다. 공포에 질린 세실리아는 답하지 못했다.

그때, 햇살 한 줄기가 교실 반대편의 다른 아이를 비추었다. 햇빛을 받아 더욱 생기 넘치는 검은 눈의 시시와는 대조적으로, 그 아이는 햇빛에 얼마 없는 색마저 빨아들여져 버린 듯 창백했다. 차가운 눈, 모래색 주근깨, 병적으로 창백한 피부. 그래드그라인드의 교육이 낳은 완벽한 산물, 비처였다.

“비처, 말의 정의를 말해 보아라.” “네발짐승. 초식성. 이빨은 마흔 개….” 비처는 마치 기계처럼, 사실들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그때, 또 다른 신사가 나섰다. 그는 ‘취향’이란 곧 ‘사실’과 같은 이름이라고 선언하며, 아이들에게 꽃무늬 카펫이나 말 그림 벽지를 쓰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사실’에 입각해 설명했다. 사실의 세계에서는 꽃을 밟고 다닐 수 없으니, 카펫 위에서도 꽃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 있는 시시의 모습은, 사실만이 존재하는 이 세계가 얼마나 무미건조한 전망을 제공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제3-1장 허점


그래드그라인드는 자신의 완벽한 ‘사실’ 교육에 만족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의 아이들, 다섯 명의 어린 그래드그라인드들은 모두 그의 모델이었다. 달을 보고 얼굴을 상상하거나, “반짝반짝 작은 별” 같은 어리석은 노래를 흥얼거린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소는 그저 ‘여러 개의 위를 가진 반추하는 네발짐승’일 뿐이었다.

그의 집, ‘스톤 로지(Stone Lodge)’ 역시 모든 것이 계산되고 증명된, 완벽하게 네모반듯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사실의 세계에도 ‘허점’은 존재했다. 집으로 향하던 그래드그라인드는 길모퉁이에서 자신의 ‘금속학적인’ 딸 루이자와 ‘수학적인’ 아들 토마스가 슬레이리 서커스단의 공연을 훔쳐보고 있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경악스럽고, 게으르고, 어리석은 짓을!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분노에 찬 아버지의 질책에, 열여섯 살의 루이자는 지친 기색으로 짧게 대답했다.

“어떤 곳인지 보고 싶었어요.”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과 함께, 기댈 곳 없는 빛, 태울 것 없는 불꽃, 즉 굶주린 상상력이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지쳤어요, 아버지. 오랫동안 지쳐 있었어요.” “뭐에 지쳤다는 말이냐?” “모르겠어요. 모든 것에 지친 것 같아요.” 그래드그라인드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아이들을 집으로 끌고 가며 계속해서 한 이름만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마치 그것이 세상의 모든 판단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운더비 씨가 뭐라고 하시겠느냐?”

제4-1장 바운더비 씨


바운더비 씨는 누구인가? 그는 감정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결여된 두 남자가 맺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형태로 그래드그라인드의 ‘절친한 친구’였다. 그는 은행가이자, 상인이자, 제조업자였다. 크고 시끄러운 목소리, 금속성의 웃음소리, 그리고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외모를 가진 남자. 그는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인물’이라 칭하며 자신의 비참했던 과거를 나팔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떠벌리는 것을 무엇보다 즐겼다.

“제 발에는 신발 한 짝 없었고, 양말이라는 건 이름조차 몰랐습니다. 제 열 번째 생일은 도랑에서 낮을 보내고 돼지우리에서 밤을 보냈죠. 아니, 도랑이 뭐 새로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 도랑에서 태어났으니까요.” 그의 생일날, 스톤 로지의 거실에서 그는 병약하고 무기력한 그래드그라인드 부인에게 자신의 신화적인 어린 시절을 설파했다. 폐렴과 온갖 염증을 달고 태어났으며, 누더기를 걸친 채 늘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고. 그를 버린 어머니와, 술에 절어 살던 사악한 할머니, 달걀 상자가 유일한 요람이었던 시절. 그는 자신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코크타운의 조사이어 바운더비가 되었노라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저는 제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감사할 사람은 저 자신밖에 없다고요.”



제4-2장


아이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한 그래드그라인드는 친구 바운더비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다. 아이들의 마음에 ‘이성’이 아닌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바운더비는 그 원인을 단번에 ‘쓸데없는 상상력’으로 진단하고, 그 근원이 학교에 들어온 서커스단 아이, 시시 주프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그 여자애를 당장 내쫓게. 그러면 끝나.”

바운더비의 단호한 해결책에 그래드그라인드는 동의하고, 두 사람은 시시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섰다. 그래드그라인드가 주소를 가지러 간 사이, 홀로 남은 바운더비는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들어가 루이자에게 다가갔다. “자, 이제 괜찮아졌어, 루이자. 아버지는 이제 다 잊으실 게다. 이 정도면 뽀뽀 한 번 받을 만하지 않나?”

루이자는 잠시 차갑게 멈춰 섰다가,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와서, 얼굴을 돌린 채 마지못해 뺨을 내밀었다. 바운더비가 떠난 후에도, 그녀는 그가 입 맞춘 뺨을 손수건으로 벌겋게 타오를 때까지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얼굴에 구멍 나겠다.” 동생 톰의 핀잔에 그녀가 쏘아붙였다. “네 주머니칼로 이 부분을 도려내도 괜찮아, 톰. 난 울지 않을 테니!”

제5-1장 기조


그래드그라인드와 바운더비가 걷는 코크타운은 ‘사실’의 승리로 가득 찬 도시였다. 붉은 벽돌 건물은 연기와 재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검붉은 색을 띠었고, 굴뚝에서는 끝없는 뱀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운하는 검고, 강물은 악취 나는 보라색이었다. 모든 건물과 거리는 똑같이 생겼고, 그 안의 사람들 역시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복제품 같은 삶을 살았다.

병원에서 묘지까지 모든 것이 ‘사실’이었고, 숫자로 표현하거나 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 ‘사실’의 도시는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교회의 종소리를 외면했고, 금주 협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했으며, 아편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무엇을 해도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다루기 힘든 존재들이었다. 이는 마치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코 조용히 있지 못하는 옛 동화 속 노파와 같았다.

두 사람이 시시의 집 주소를 찾고 있을 때, 겁에 질린 시시가 길모퉁이에서 달려 나왔다. 그녀를 뒤쫓던 것은 바로 비처였다. 비처는 자신이 ‘말의 정의’를 알려주려 했을 뿐인데 시시가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의 잔인한 표정에 겁을 먹었다는 시시의 말에도, 바운더비는 그녀의 ‘서커스단 출신’이 문제라고 단정했다.

두 신사는 시시가 ‘나인 오일(19세기 영국에서 쓰이던 타박상·근육통용 만능 기름 에센스)’이라 불리는 약병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또다시 그녀의 세계를 비웃었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포드의 끝’이라 불리는 허름한 동네의, 술에 취해 쓰러져가는 듯한 낡은 선술집이었다. “메리레그스(슬레이리 서커스의 광대 시뇨르 주프가 데리고 다니던 작은 흰색 재주견)와 나인 오일이라! 자수성가한 사람에겐 꽤나 근사한 구경거리로군!” 바운더비는 금속성의 웃음을 터뜨리며 선술집으로 들어섰다.

제6-1장 슬레이리의 승마술


‘페가수스의 팔’이라는 이름의 선술집. 그래드그라인드와 바운더비는 그곳의 음침한 계단을 올라 시시의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방에는 시시의 아버지, 시뇨르 주프가 보이지 않았다. 벽에는 그가 공연 때 쓰던 공작 깃털 달린 흰색 취침용 모자만 덩그러니 걸려 있을 뿐이었다. 시시가 아버지를 찾아 위층을 헤매는 사이, 방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겁에 질린 얼굴로 돌아온 시시는 낡은 트렁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버지가 공연장에 있을 것이라며 황급히 뛰어나갔다.

그때, 자신을 ‘E. W. B. 차일더스’라고 소개한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섰다. 그는 마구간과 극장의 냄새가 뒤섞인, 마치 켄타우로스 같은 기묘한 인상의 서커스 단원이었다. 그는 주프 씨가 최근 들어 팁을 놓치는 등 계속 실수를 연발했으며 이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엔, 그는 떠났어요.” 차일더스는 주프 씨가 딸에게 자신의 실패를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해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딸을 너무 사랑해서 오히려 딸에게서 도망쳤다는 이 기묘한 논리에, 바운더비는 특유의 경멸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할머니 이야기를 또다시 늘어놓았다.

제6-2장


서커스 단원들이 하나둘씩 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남루한 옷차림과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서로를 돕고 아끼는 모습에는 꾸밈없는 다정함과 순수함이 배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단장인 슬레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천식이 심해 ‘s’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술에 취하지도, 그렇다고 맨정신도 아닌 듯한 흐릿한 인상의 남자였다. “나으리! 제 광대랑 개가 도망쳤다는 얘기 들으셨습니까?”

바로 그때, 시시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무너져 내리며 오열하고, 서커스 단원들은 그녀를 감싸안고 함께 슬퍼했다. 이 광경을 참을성 없이 지켜보던 바운더비가 나서서 “네 아버지는 도망쳤다”는 잔인한 ‘사실’을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단원들은 그의 무정함에 분노하고, 슬레이리는 그에게 창문 밖으로 내던져지기 싫으면 입을 다물라고 경고했다.

상황을 정리하며 그래드그라인드가 시시에게 제안을 건넸다. 자신이 그녀를 맡아 교육하고 보살펴 주겠다는 것이었다. 단, 조건은 지금 당장 자신을 따라갈지, 이곳에 남을지 결정하고, 떠난다면 이곳의 친구들과는 다시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슬레이리 단장은 자신의 방식으로 시시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 “테틸리아, 만약 네가 남는다면 엠마는 네 어머니가, 조세핀은 네 자매가 되어줄 거야. 물론 내가 가끔 거칠게 굴고 욕을 할 때도 있겠지. 하지만 말에게 상처 입히는 짓은 안 해. 이 나이에 사람에게 그런 짓을 시작할 리도 없고.”

제6-3장


“아버지에게 돌려드려야 해요, 제발….” 시시는 아버지가 돌아오면 필요할 것이라며 ‘나인 오일’이 든 병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 간절함에 슬레이리 단장도 더는 만류하지 못했다. 서커스 단원들은 슬픔 속에서도 시시의 옷을 챙겨주고, 머리를 빗겨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그녀를 따뜻하게 배웅했다. 그들의 서투르지만 진심 어린 애정 표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서사였다.

마지막으로 슬레이리 단장은 시시의 두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잘 가, 내 딸. 행운을 빌게.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이 널 귀찮게 할 일은 없을 거야. 아빠가 개를 데려간 건 좀 아쉽구먼. 청구서에서 빼야 하니 번거롭게 됐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주인이 없으면 그놈도 공연을 못 할 테니, 결국 그게 그거지!” 그는 시시를 그래드그라인드에게 넘겨주며, 마치 말을 다루듯 전문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자, 여기 있습니다. 나으리. 당신에게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잘 가라, 테틸리아!”

모두의 작별 인사를 뒤로하고 세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슬레이리는 자신의 철학을 마지막으로 설파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즐거워야 합니다. 나으리. 늘 일만 할 수도, 늘 공부만 할 수도 없는 법이죠. 우리의 최선을 봐주세요. 최악이 아니라! 이것이 내 인생의 철학입니다.”

제7-1장 스파싯 부인


바운더비의 집에는 스파싯 부인이라는 나이 든 여인이 살림을 맡고 있었다. 그녀는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가문의 후예로, ‘파울러’라는 고귀한 혈통과 ‘스캐저스’라는 명문가의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남편이 죽고 친척과도 의절한 뒤, 그녀는 생계를 위해 바운더비의 집안일을 봐주게 된 것이다. 한편 바운더비에게 스파싯 부인은 마치 전리품과도 같았다. 그는 자신의 비천한 출신을 과장하는 만큼이나 그녀의 화려했던 과거를 부풀려 떠벌렸다. 그녀의 고귀한 혈통은 그의 ‘자수성가’ 신화를 더욱 빛내주는 완벽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이것 보시오,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이분은 지금 코크타운의 조사이어 바운더비 집에서 연봉 100파운드를 받으며 일하고 있단 말입니다!”

어느 날 아침, 스파싯 부인은 바운더비에게 그래드그라인드가 데려온 ‘곡예단 소녀’의 거취를 물었다. 바운더비는 그래드그라인드의 딸 루이자와 그 소녀가 어울리는 것이 탐탁지 않다고 말하며, 그녀를 잠시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다고 생색을 냈다. “참으로 사려 깊으시군요, 바운더비 씨.” 스파싯 부인은 고전적인 비극의 주인공 같은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오만한 콧대와 짙은 눈썹은 마치 지옥의 신들을 부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운더비는 시시에게 스파싯 부인의 고귀한 신분을 거듭 강조하며, 그녀 앞에서는 한 치의 소홀함도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제7-2장


마침내 그래드그라인드와 그의 딸 루이자가 도착하고, 시시가 불려나왔을 때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스파싯 부인에게 미처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바운더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 “이봐, 스파싯 부인은 이 집의 안주인 역할을 하시는 분이고, 대단히 높은 가문 출신이시다. 그러니 다시 이 집에 발을 들일 때는, 저 분께 최대한의 존경심을 표하지 않으면 안 될 줄 알아.”

그래드그라인드는 시시에게 자신의 집에서 지내며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시시의 과거는 이제 모두 끝났으며, 다시는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너는 지금부터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무지하다는 것을 나도 안다.” “네, 나으리. 아주 많이요.” 시시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대답했다. 그래드그라인드가 시시에게 아버지와 함께 무엇을 읽었는지 묻자, 시시는 눈물을 흘리며 “요정과 난쟁이, 곱사등이와 거인 이야기요….”라고 말하고는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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