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1
올더스 헉슬리 지음 | 고전문학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1부
제1장 <중앙 런던 부화(배양) 및 조건 형성 센터>라는 글자가 정문 위에 새겨진 T자형 34층짜리 회색 건물. 방패 모양의 부조 안에는 세계국의 표어인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지하 1층의 거대한 방은 북쪽을 향해 있었다. 밖의 여름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차가운 빛이 창문을 통해 사납게 쏟아져 들어왔지만, 실험실의 유리와 니켈, 창백하게 빛나는 도자기 외에는 그 빛을 받아들일 만한 것이 없었다. 작업자들은 흰 작업복 차림에 창백한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빛은 얼어붙은 듯 죽어 있었고, 현미경의 노란 통에서만 그 빛은 생명력 있는 황금빛으로 변해 버터처럼 작업대 위로 흘러내렸다.
“여기가 수정실이다.” 센터장(D.H.C.: Director of Hatcheries and Conditioning)이 문을 열자, 300명의 수정 기술자들이 기계에 몰두해 있었다. 새로 도착한 학생들은 긴장한 채 센터장을 따라다니며 그의 말을 필사적으로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개요만 알려주겠다. 사회의 행복한 구성원이 되려면 지식은 최소한으로 충분해.” 그는 위협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센터장은 키가 크고 턱이 길었으며, 나이는 알 수 없었다. A.F.(After Ford) 632년, 안정의 시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부화기를 열고 번호가 매겨진 시험관들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난자를 혈액 온도로 보관하고, 정자는 35도로 유지한다. 37도면 정자가 죽지.” 그는 현대적 수정 과정을 설명했다. 난소 적출술, 최적의 온도와 점도, 난자 검사, 정자 용액에 담그는 과정 모두 ‘사회를 위한 희생’이었다.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난자가 96개의 배아로 증식한다. 진보지.” 그의 설명에 학생들 중 한 명이 이 과정의 이점을 물었다. 센터장은 엄숙하게 답했다. “보카노프스키 과정은 사회 안정의 핵심이다. 표준화된 인간, 동일한 집단?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통제 가능한 사회를 만든 것이다.” 그는 헨리 포스터를 불러 기록을 설명하게 했다. “우리 센터에서는 한 난소에서 16,012명을 생산했습니다. 싱가포르는 16,500명, 몸바사는 17,000명이죠. 하지만 우리가 이길 겁니다.”
설명을 마친 포스터는 학생들을 병입실로 안내했다. 신선한 돼지 복막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며 병에 깔렸다. 각 배아는 명확하게 라벨링되어 사회적 예정실로 이동했다. “88세제곱미터의 카드 인덱스가 모든 정보를 관리합니다. 매일 업데이트되죠.”
그들은 배아 저장고로 내려갔다. 붉은빛이 비추는 어둠 속에서 병들이 반짝였다. 포스터는 설명을 이어갔다. “267일 동안 배아는 이동하며 성장합니다. 그 사이 우리는 호르몬, 혈액 대체액, 운동 훈련으로 그들을 완벽하게 조정하죠.” 센터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훌륭해! 이제 우리 사회의 기반을 보여주게.”
포스터는 첫 번째 랙의 200미터 구역에서 실시된 성별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남성은 T, 여성은 원, 프리마틴(불임 여성)으로 지정될 태아는 흰 바탕에 검은 물음표로 표시하는 라벨링 시스템을 보세요. 물론 대부분의 경우 생식 능력은 단지 귀찮은 요소일 뿐입니다. 1,200개 난소 중 하나만 생식 가능해도 우리의 목적엔 충분하지만,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여성 태아의 30%를 정상적으로 발육시킵니다. 나머지는 24미터마다 남성 호르몬을 투여해 프리마틴으로 탄생시킵니다. 이들은 구조적으로는 정상입니다. 수염이 약간 자란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죠. 하지만 완벽히 불임입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창조적 발명 영역으로 들어선 거예요.”
단순히 태아를 부화시키는 건 소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운명을 예정하고 조건화합니다. 알파나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하수 처리 작업자 등 ‘태어날 때부터 사회화된 인간’으로 디캔팅하는 것이죠.” 센터장(D.H.C.)은 미소로 답했다.
11번 랙의 320미터 지점을 지나자, 한 베타 마이너스 청년이 혈액 대용액 펌프를 조이고 있었다. 나사를 조이자 모터 소리가 낮아졌다. “분당 회전수를 줄여 태아에 공급되는 산소를 감소시킵니다.” 포스터가 설명했다. “산소 부족은 태아를 저성능으로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왜 태아를 저성능으로 만드나요?” 한 학생이 순진하게 묻자, 센터장이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소리쳤다. “엡실론 태아는 엡실론 유전자뿐 아니라 엡실론 환경도 필요하다는 걸 모르겠나?” 학생은 당황했다. 그러자 포스터가 말했다. “계급이 낮을수록 산소 공급을 줄입니다. 그러면 뇌가 먼저 영향을 받고, 골격이 뒤따르죠. 정상의 70% 산소에선 왜소증, 그 이하에선 눈 없는 괴물이 탄생합니다. 쓸모없는 존재들이지요.”
”반면, 성숙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물, 특히 말을 생각해 보세요.” 그가 열정적으로 말했다. 말은 6세, 코끼리는 10세에 성숙하지만 인간은 20세가 되어야 완전히 자란다. 이 지연된 발달이 인간 지능의 토대인 것이다. “하지만 엡실론에선 지능이 필요 없지요.” 그렇다. 필요도 없고, 얻지도 못한다. 그래서 엡실론의 정신은 10세면 성숙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신체는 18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없다. 낭비적인 미성숙 기간인 것이다. “그러니 소처럼 신체 발육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이득일까요!”
학생들은 감탄했다. 몸바사의 필킹턴은 4세에 성적 성숙, 6세 반에 완전히 성장한 개체를 만들어냈지만, 사회적으로 무용했다. 6세의 지능으로는 엡실론 작업도 할 수 없었다. 포스터는 한숨을 쉬었다.
9번 랙 170미터 지점에선 열 조건화가 진행 중이었다. 뜨거운 터널과 차가운 터널이 번갈아 나타났다. 냉기와 함께 X선이 가해져 태아들은 추위를 공포로 여기게 되었다. 포스터가 말했다. “열대에서 일할 광부와 공장 노동자들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육체의 판단을 마음이 따르도록 조건화하면 됩니다.” “행복과 미덕의 비결은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센터장이 덧붙였다. “모든 조건화의 목표지.”
두 터널 사이에서 베타 계급의 한 간호사가 주사기로 병 속의 내용물을 조작하고 있었다. “레니나.” 그녀가 돌아섰다. 보랏빛 눈과 창백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다. “헨리!” 그녀는 산호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무슨 주사를 넣는 거지?” 포스터가 물었다. “티푸스와 수면병 백신이에요.” 그러자 그는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150미터부터 열대 노동자들에게 접종합니다. 미래의 질병에 대한 면역을 넣어주는 거죠.”
10번 랙에서는 화학 물질 내성을, 3번 랙 1,100미터 지점에서는 로켓 정비공의 평형감각을 훈련시켰다. 컨테이너 벨트를 회전시켜 정상 위치에선 산소를 줄이고, 거꾸로 있을 땐 대용액 공급을 늘렸다. “그들은 거꾸로 있는 게 편안함을 의미한다는 걸 학습합니다.” 포스터가 설명했다. 그는 알파 플러스 지성인들의 조건화를 보여주려 했지만, 센터장은 시간이 없다며 어린이들이 깨기 전에 영아양육실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제2장 포스터만 남고 센터장과 학생들은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영아양육실. 신 파블로프식 조건 형성실>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센터장이 문을 열자, 그들은 밝고 햇빛이 가득한 넓은 빈 방에 들어섰다. 남쪽 벽 전체가 창문으로 되어 있었고, 규정에 따라 흰 비스코스 린넨 제복에 머리를 흰 모자로 가린 여섯 명의 간호사들이 바닥에 장미를 담은 대형 그릇들을 줄지어 놓고 있었다.
센터장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들은 카키색 옷을 입은 8개월 된 델타 계급 아기들을 데려왔다. 아기들은 화려한 장미와 책을 보자 흥분하며 기어갔지만,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전기 충격을 주자 공포에 질렸다.
“이제 책과 꽃을 혐오하게 될 것이다.” 센터장은 만족스럽게 설명했다. 학생들이 궁금해하자, 그는 경제적 이유를 덧붙였다. 과거에는 하위 계급이 자연을 좋아하도록 훈련되었지만, 이제는 자연을 혐오하되 교통 소비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는 그들에게 복잡한 장비가 필요한 야외 스포츠를 좋아하도록 조건을 형성했다. 이렇게 해서 제조품과 교통을 동시에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어서 센터장은 수면 학습의 역사를 언급했다. 학생들은 감탄하며 메모했다. “옛날, 포드가 살아계실 때 폴란드어를 쓰는 가정에 루벤 라비노비치라는 소년이 있었다.” 그의 부모(학생들은 이 단어에 당황했다)가 실수로 라디오를 켜둔 채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그는 버나드 쇼의 강연을 완벽히 복창했다. 의사는 이를 ‘수면 학습(최면교육)’의 발견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초기 실험자들은 잘못된 길을 걸었다. 그들은 최면교육으로 지식을 주입하려 했지만 아이들은 맥락 없이 암기만 할 뿐 이해하지 못했다. 센터장은 강조했다. “도덕 교육에 적용했어야 했지. 도덕은 결코 이성적인 것이 되어선 안 된다.”
14층에 도착하자 확성기가 “정숙 정숙”을 반복했다. 알파 계급인 그들도 자동으로 발끝으로 걸었다. 침실에 들어가자 80명의 아이들이 베개 아래서 속삭이는 수면 교육을 받고 있었다. 간호사는 “오후 수업은 기본 계급의식입니다”라고 보고했다. 센터장은 스피커를 켜서 반복되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베타는 델타보다 우월하다….”라는 내용이 아이들의 무의식에 새겨지고 있었다. 센터장은 설명했다. “120회씩 주 3회, 30개월 동안 반복해서, 조건 형성의 보다 정교한 구분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그의 말을 열심히 기록했다.
센터장은 스위치를 다시 눌렀다. “나는 베타라서 정말 다행이야….”라는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그는 외쳤다. “물방울이 화강암을 뚫듯, 이 제안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루게 될 것이고, 어른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제안이 그들의 판단과 욕망이 되는 것이다!” 그의 큰소리에 갑자기 아이들이 깨어나자 그는 중얼거렸다. “포드님 맙소사! 깨워버렸군.”
제3장 정원에서는 6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 벌거벗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장미가 만개한 가운데, 센터장과 학생들은 ‘원심력 벌레놀이’를 구경했다. “포드 시대조차도 게임이 단순했는데.” 센터장이 중얼거렸다. “오늘날은 복잡한 장비 없이는 게임이 승인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헤더 덤불 속에서 성적 놀이를 하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 “아름답군.” 그는 감탄했다. 학생들이 경멸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소년이 놀이를 거부하자 간호사가 그를 데려갔다.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이때, 센터장이 학생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렸다. “포드 시대 이전에는 아이들의 성적 놀이가 금지되었고, 청소년기까지도 엄격히 통제되었지.”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때 서유럽 주재 세계통제관 무스타파 몬드가 나타났다. “역사는 쓰레기다.” 그는 선언하며 과거의 가족 제도를 비판했다. “집이란 좁고 불결한 공간이었고, 가족은 감정의 폭발을 초래했다.” 학생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또한 과거의 불안정한 사회는 감정의 격변으로 가득했다. 우리는 안정을 위해 모든 욕구를 즉시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세계통제관으로서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안정성이 최우선이니까. 안정성. 모든 미덕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야.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과학도 희생해야 해.”
“과학이라는 진실도 말인가요?” 한 학생이 감히 물었다.
“진실?” 무스타파 몬드가 반복했다. “진실, 진실이라… 너희들은 과학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했어. 너희는 ‘하나님은 진리다’라는 말을 들어봤나? 아니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말은?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하나님도 필요 없고, 자유도 원치 않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안정성이야. 진리? 그건 위험하지.”
그는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계는 돌아가고, 돌아가고, 영원히 계속 돌아가야 한다. 멈추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지. 10억 명이 지구의 껍질을 긁어댔다. 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150년 만에 20억 명이 되었다. 모든 바퀴를 멈추자, 150주 만에 다시 10억 명만 남는다. 10억 명의 남녀가 굶어 죽은 거지. 바퀴는 꾸준히 돌아가야 하고, 그것들을 관리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바퀴의 축처럼 꾸준한 사람들,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 순종적인 사람들, 만족 속에서 안정적인 사람들. ‘내 아기, 내 어머니, 내 유일한, 유일한 사랑’이라고 외치고, ‘내 죄, 내 끔찍한 신이여’라고 신음하고,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열병으로 중얼거리고, 노년과 가난을 한탄하는 그들이 어떻게 바퀴를 돌볼 수 있겠는가? 그들이 바퀴를 관리할 수 없다면… 10억 명의 시체를 묻거나 태우기도 어려울 것이다.”
센터장이 이어서 말했다. “60세에도 우리는 17세와 같다. 옛날의 노인들은 생각에 잠겼지만, 이제는 산만함과 소마가 그들을 지배한다.” 옆에서 듣던 버나드는 혼잣말로 비웃었다. “달콤한 소마로 진실을 피하는 그들… 정말 바보들이다.”
한편 레니나 크라운은 패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헨리 포스터만 4개월 동안 만나는 건 위험해.” 패니가 경고했다. “다른 남자도 만나야 해.” 레니나는 버나드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지만, 패니는 그의 평판을 의심했다. 레니나는 패니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우린 모두가 모두에게 속해 있잖아.” 그녀는 중얼거렸다. 버나드는 레니나를 잡아먹을 ‘양고기’처럼 취급하는 동료들을 증오하며 복도를 걸었다.
제4장 엘리베이터는 북적였고, 레니나가 들어서자 친근한 인사가 쏟아졌다. 그녀는 대부분의 남성들과 밤을 보낸 적이 있는 인기 많은 여자였다. 그들에게 화답하던 중, 한구석에서 초췌한 버나드 마르크스를 발견했다. “버나드! 7월에 뉴멕시코 같이 가자고 했잖아.” 주변 시선이 집중되자 그녀는 더욱 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직도 날 원한다면….” 버나드의 창백한 얼굴이 붉어졌다. “여기서 말하긴 좀….” 그의 혼란스러운 반응에 레니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재밌어! 가기 일주일 전에 알려줘.”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옥상의 따스한 햇살이 비쳤다. 버나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름답지 않아?” 레니나는 미소를 지으며 “장애물 골프하기 딱이네!”라며 달려갔다. 버나드는 베니토 후버의 소마 권유를 뿌리치고 서둘러 떠났다. “저 녀석 머리가 이상한가 보군.” 베니토는 중얼거렸다.
버나드는 자신의 작은 키와 신체적 열등감 때문에 늘 고립감을 느꼈다. 하위 계급과 눈높이를 마주칠 때마다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는 부하들에게 날카롭게 명령한 뒤 프리트 스트리트로 향했다. 감정공학 대학에서 문예창작 강의를 하는 헬름홀츠 왓슨을 만나기 위해 그는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다. 헬름홀츠는 알파 플러스답게 건장했지만, ‘지나치게 유능함’으로 인해 외톨이였다. 두 사람은 사적 ‘개인’이라는 의식을 공유했다.
헬름홀츠는 최근 스포츠와 섹스, 공동체 활동이 차선책임을 깨달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다른 무언가였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 고민 중이었다. 버나드가 레니나와의 계획을 자랑하자 그는 무관심하게 반응했다. “난 지난 1~2주간 모든 데이트를 취소했어. 내 안에 뭔가가 숨어 있는 느낌이 들어. 기회만 주면 튀어나올 것 같은… 중요한 말을 할 에너지가 있는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 그는 자신의 글쓰기의 한계를 토로했다. “문장은 좋은데, 주제가 하찮아. 더 격렬한 걸 쓰고 싶은데….”
갑자기 버나드가 “쉿!” 하며 경고했다. 문 앞에 누군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내가 신경을 너무 곤두세우는 모양이야.” 그는 한숨을 쉬며 자기연민에 빠졌다. 헬름홀츠는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불쌍한 작은 버나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조금 더 자존심을 갖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