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하편-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고전문학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제11장나는 새해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하게 일어났다. 바람은 차갑고 하늘은 맑으며 바다는 반짝였다. 마을로 가는 길을 걸으며, 새해 첫날 처음 만나는 사람이 누가 될지 궁금해졌다. 행운의 아이든,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노인이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그게 누구일지 조바심이 났다.
갑자기 무릎이 풀렸다. 올리브 나무 아래, 마을길을 경쾌하게 걷고 있는 과부가 빨간 옷에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나타났다. 그녀의 유연한 걸음은 마치 검은 표범 같았고, 나는 그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피하고 싶었다. 그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갈 소리가 마치 군대의 행진처럼 들렸다. 그녀가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은 야생의 달콤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스카프를 고쳐 쓰며 나를 바라보았다.
과부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목이 너무 조여 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원을 둘러싼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겨울 햇빛이 황금빛 레몬과 어두운 잎사귀에 떨어졌다. 과부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순간 그녀를 지나쳤다. 그녀는 문을 열어둔 채 사라졌고, 나는 서 있었다. 그 문을 들어가 그녀를 붙잡고 침대로 끌고 가는 것이 진정한 남자다운 행동일 텐데, 나는 그저 망설이며 서 있었다. “다음 생에선 더 잘할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초록빛 길로 들어섰다. 추웠고 떨고 있었다. 과부의 몸짓, 미소, 눈빛, 가슴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돌연 나는 기쁨으로 외쳤다. 한 대담한 아몬드 나무가 한겨울에 꽃을 피워 봄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그 나무 아래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이것이 영원이며 나는 천국의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거친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보스? 찾고 있었어요. 이제 곧 열두 시예요. 어서 가요!” “어디로요?” “어디긴요? 돼지구이 나왔잖아요! 냄새가 정말 좋아요! 어서 가요!”
나는 일어나 아몬드 나무의 단단한 줄기를 쓰다듬었다. 조르바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서갔다. 그는 분홍색 종이에 싸여 금색 끈으로 묶인 평평한 소포를 들고 있었다. “새해 선물인가요?” 나는 웃으며 물었다. 조르바는 웃으며 감정을 숨기려 했다. “오르탕스가 불평하지 않도록… 불쌍한 여자니까요.”
우리는 마을로 갔다. 조르바는 내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 그 사람 교회에 있었어요. 성가대 앞에 서있는데 갑자기 성화들이 빛나기 시작했어요. 돌아보니 과부였어요!” “그만해요, 조르바. 이제 그만.” 하지만 조르바는 나를 쫓아와 말했다. “그녀의 볼에 있는 점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또 다른 신비죠.”
우리는 카페에 들르지 않고 계속 걸었다. 우리를 반겨주는 오르탕스가 돼지구이를 오븐에서 꺼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배불리 먹었고, 조르바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먹고 마셔요, 보스. 그리스도가 태어났어요. 기뻐합시다!”
제12장잠에 빠져들었고, 깨어나니 조르바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날씨가 추워서 일어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머리맡 선반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말라르메의 시집이었다. 천천히, 무작위로 읽다가 덮고 다시 펼쳐 읽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책을 던졌다. 처음으로, 그 시가 무미건조하고, 인간적인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완벽히 정제된 정제수 같지만, 생명력이 없었다. 창조적인 불꽃을 잃은 종교들에서는 신들이 시적 모티프나 장식물로 전락하듯, 이 시도 마찬가지였다. 열정적인 마음의 열망이 지적인 놀이로 변해버렸다. 순수한 시, 순수한 음악, 순수한 사상만 남았다. 마지막 사람은 모든 믿음과 환상을 버리고, 아무것도 기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부처가 마지막 사람이야!” 나는 외쳤다. 부처는 ‘순수한’ 영혼으로, 그 안에 공허함이 있다. 나는 글쓰기로 부처와 싸우고 있었다. 내 영혼의 구원이 이 결투에 달려 있었다. 나는 목표를 발견했고,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알았다. 부처는 마지막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충분히 먹고 마시고 사랑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충분히 살지 않았다. 나는 부처를 가능한 빨리 쫓아내야 했다.
조르바가 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냈어요, 보스!” 그는 외쳤다. “옳은 각도를 찾았어요! 내일 아침 일찍 시내에 가서 도구를 사올게요. 굵은 철사, 도르래, 베어링, 못, 갈고리… 걱정 마세요. 사자마자 곧 돌아올 거예요!”
다음 날 아침, 나는 조르바와 함께 마을까지 걸어갔다. 우리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언덕을 내려가다 조르바가 돌을 차서 굴러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경이로운 듯 멈춰 섰다. “보스, 보셨어요? 언덕에서는 돌들이 다시 살아나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깊은 기쁨을 느꼈다. 이는 위대한 시인들이 세상을 처음 보듯 하는 방식이었다.
조르바가 당도했을 때, 오르탕스 부인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르바가 노새에 올라타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간절히 말했다. “조르바… 잊지 말아요, 조르바.” 조르바는 고개를 돌렸다. “잘 다녀오세요, 조르바!” 내가 외쳤다. “3일이에요, 잊지 마세요!” 조르바는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나는 해변으로 돌아가지 않고 산으로 걸어갔다.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건네주었다. 하나는 아프리카의 카라야니스에게서 온 편지였다. 그가 쓴 편지를 읽으며 나는 다시 여행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또 하나의 편지는 나중에 읽기로 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돌아와서 차를 마시며 편지를 읽었다.
“저는 이곳 남러시아와 카프카스에서 위험에 처한 그리스인들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음식, 약품, 의복이 부족합니다. 저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들을 구한다면, 나도 구원받을 것입니다. 제가 구해야 할 그리스인들은 50만 명입니다. 쿠르드족의 공격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는 민병대를 모아 그들과 함께 남기로 했습니다. 내일 새벽 출격할 때 나는 그들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이 편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진심을 담아, 제자 드림.”
제13장며칠이 지나도 조르바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섯째 날, 칸디아에서 향기로운 분홍색 종이에 쓴 긴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 구석에는 화살에 꿰뚫린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조르바는 펜을 곡괭이처럼 잡고 글을 썼기에 종이에 구멍이 많고 얼룩이 가득했다.
“보스께, 자본가님께, 저는 펜을 들어 당신의 건강이 좋으신지 묻고자 합니다. 저도 신의 가호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한동안 제가 말이나 소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동물들만이 먹기 위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저는 매일 밤낮으로 일거리를 찾습니다. 모두들 자기들이 애국자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국을 믿고 자신 안의 당나귀를 묶어두지만, 저는 자유롭습니다! 저는 지옥이 두렵지 않으며, 천국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무지한 바보이지만, 당신은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보스. 많은 사람들이 허영을 두려워하지만, 저는 그것을 극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터키인들이 아테네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저에게는 똑같습니다. 제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미쳤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게 편지를 써 주세요. 저는 칸디아의 상점에 가서 케이블을 사려고 하면서도 웃습니다. ‘왜 웃는 건가, 형제여?’라고 사람들이 묻지만, 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릅니다. 저는 인간이 무엇인지, 왜 이 땅에 왔는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생각하며 웃습니다. 전혀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자가 있든 없든, 정직하든 아니든, 파샤이든 거리의 짐꾼이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 있느냐 죽어 있느냐입니다. 죽으면 악취가 나고, 사람들은 나를 땅속에 묻어야 할 것입니다.
보스, 저를 괴롭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늙는 것입니다. 하늘이시여, 저를 지켜주소서!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늙는 것은 치욕입니다. 저는 늙어가는 것을 인정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춤추고 마시고, 몸이 아파도 참습니다. 당신은 저를 이해하실 겁니다, 보스. 한 번은 아토스 산에서 한 수사승을 만났습니다. 그는 자신 안에 악마가 있다고 믿었고, 그 악마에게 이름까지 지어주었습니다. 저는 제 안에도 조르바라는 악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면의 조르바는 늙고 있지만, 내면의 조르바는 늙지 않았고 절대 늙지 않을 것입니다.
보스, 저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이 편지를 받는 즉시 답장해 주세요. 저는 당신의 지혜를 믿습니다. 저는 칸디아에서 제 길을 찾고 있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진심을 담아, 알렉시스 조르바.”
조르바의 편지를 읽고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아니면 이 원시적인 남자를 존경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조르바는 인생의 껍질을 단순히 깨뜨려, 논리, 도덕, 정직을 뛰어넘어 삶의 본질로 직행했다. 마치 처음 인간이 원숭이 가죽을 벗어던지고 생의 기본 문제에 지배된 모습 같았다. 나는 서둘러 편지지 한 장을 꺼내 긴급 전보를 보냈다. “즉시 돌아오시오.”
제14장토요일 오후, 3월 1일.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에 기대어 글을 쓰고 있었다. 그날 나는 첫 제비를 보았고 기뻤다. 부처님의 엑소시즘은 막힘없이 종이에 흐르고 있었고, 그와의 싸움은 차분해졌다. 나는 더 이상 절망적인 서두름 없이,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자갈 위로 발소리가 들렸다. 눈을 들어보니 우리의 늙은 세이렌 오르탕스가 해안가를 따라 거대한 배처럼 걷고 있었다. 그녀는 덥고 숨이 가빠 보였다. “편지 왔나요?” 그녀는 불안하게 물었다. “네! 그가 당신을 많이 생각한대요. 밤낮으로 당신 생각만 하느라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한대요” “그게 다인가요?” 불쌍한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가 돌아오면 무릎을 꿇고 눈물로 당신에게 결혼을 애원할 거라고 썼어요.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대요. 당신을 그의 작은 아내로 만들고 싶다고 해요. 그래서 다시는 헤어지지 않게.” 그녀의 눈에서 진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녀가 해변을 돌아 나가자마자, 해안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누가 물에 빠졌어요! 마브란도니의 아들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남자들은 말이 없었고,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부어오른 시신이 해변에 누워 있었다. 마브란도니는 침묵하며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미친 과부 때문에!” 한 여자가 외쳤다. 파블로는 과부에게 구애했지만 거절당했고, 그로 인해 절망하여 자살했던 것이다. 마놀라카스와 마을 사람들은 파블로의 죽음을 과부의 책임으로 여겼다. 나는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게 그 여자의 잘못이야? 운명이었다고!”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놀라카스가 시신을 들어 마을로 향했다. 여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따랐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홀로 남아 집으로 돌아갔다.
깊은 생각에 잠긴 채로 길을 따라 걷다가 해변에 도착해 저녁 차를 끓였다. 피곤하고 배고팠던 나는 탐욕스럽게 먹었다. 갑자기 미미코가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보스, 과부가 보낸 오렌지예요. 마을 사람들한테 좋은 말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과부가? 왜 나한테 보냈지?” “몰라요, 그냥 전하라고 한 말이에요!” 나는 오렌지 향에 취해 잠이 들었다. 밤새 꿈속에서 나는 오렌지 숲 속을 헤맸다.
제15장그날은 아프리카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강한 남풍이 있었다. 고운 모래가 공중에 뒤섞여 목과 폐로 들어왔다. 나는 무더운 날씨에 산책을 나섰다. 봄의 불안이 나를 사로잡았다. 광활하고 단순한 행복을 갈망하며 고대 미노아 도시를 찾아갔다. 폐허가 된 작은 도시는 약 3천 년 만에 다시 빛을 보았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무덤이었고 죽은 자들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폐허 속에서 나는 도로와 좁은 골목길, 원형의 공공장소, 왕의 궁전, 목조 가게, 기름 짜는 곳, 대장간, 목공소 등을 발견했다. 마치 수천 년 전에 사람이 사라진 개미집 같았다. 한 장인이 돌 항아리를 조각하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채 끌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다시 길을 돌아 내려갔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서 따뜻한 바람과 향기를 맡았다. 바다와 하늘이 반짝였다. 걷다가 크레인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겨울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 장면은 나에게 인생의 유일한 기회를 상기시켰다. 혼자 바닷가를 걷는 것은 불안했다. 물결과 새들이 나에게 의무를 상기시켰다. 나는 돌에 누워 눈을 감았다. “영혼이란 무엇인가?”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영혼과 바다, 구름, 향기 사이의 이 비밀스러운 연결은 무엇인가?”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수도원으로 가시는 길인가요?” 뒤돌아보니 튼튼한 노인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그와 그의 가족은 수도원으로 가는 중이었다. “수도원에 가십니까?” 노인이 다시 물었다. “네, 수도원에 가서 성모에게 기도드리려 합니다.” 노인은 축복을 빌며 나를 칭찬했다. 우리는 함께 걸으며 농작물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인은 말했다. “나는 모든 음식을 좋아합니다. 굶주린 사람들이 있는데 음식 타박을 할 수가 없죠.”
수도원에 도착하니 작은 교회가 있었다. 수도원은 흰 벽과 파란 문, 사이프러스 나무와 선인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수도사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하고 있었다. 내가 성모에게 기도드리며 들은 노래는 오랜만이었다. 예전에는 교회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이제는 가끔 종교 축제에 가서 기쁨을 느꼈다. 종교는 나에게 예술로 변했다. 수도사들의 찬송가를 들으며 나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깊은 평화를 느꼈다.
밤이 되어 나는 바닷가로 나가 모래 위에 누웠다. 수도원의 ‘영원’이라는 말에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나는 삶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제16장저녁이 되어 석탄 해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문득 멈춰 섰다. 오두막에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조르바가 돌아왔구나!’ 나는 기뻤지만 서둘러 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 기쁨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를 꾸짖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급한 일로 그를 보냈는데, 그는 내 돈을 다 써버리고 어떤 카바레 여자와 함께 지냈다가 12일 늦게 돌아왔다. 화난 척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화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주먹을 쥐고 얼굴을 찡그리며 화난 척을 했지만, 가까이 갈수록 기쁨이 더 커졌다. 오두막에 살금살금 다가가 작은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봤다. 조르바는 작은 스토브 옆에 무릎을 꿇고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조르바!” 내가 소리쳤다. 조르바는 성급히 문을 열고 맨발로 뛰어나왔다. 그는 어둠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팔을 벌려 나를 껴안으려 했지만, 멈추고 팔을 내렸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스.” 그는 멈칫거리며 말했다. 나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올 생각을 해줘서 다행이군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당신한테서 화장품 냄새가 나니까.” “아, 보스, 얼마나 깨끗하게 씻었는지 아세요? 내 피부를 다 벗겨내다시피 했어요. 하지만 이 지독한 냄새는 곧 사라질 거예요.” “들어가요.” 나는 웃음을 참고 말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은 향수와 비누, 여자의 향기로 가득했다. “이게 다 뭐죠?” 나는 가방, 비누, 스타킹, 작은 빨간 양산, 그리고 향수병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선물이에요…. 부불리나를 위한.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잖아요. 그녀도 인간이니까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안 가져왔군요.” “뭐요?” “결혼 화관이요.” “뭐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그에게 사랑에 빠진 사이렌을 놀린 이야기를 해주었다. 조르바가 잠시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보스, 그런 장난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여자는 약하고 섬세한 존재예요. 그들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