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닉 소프 지음 | 어언무미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닉 소프 지음
어언무미 / 2015년 11월 / 300쪽 / 13,800원
하루 단식 - 24시간 넘쳐나는 음식 과잉의 시대
단식이라는 개념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어떤 이유로도 단식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내가 먹지 않고 제일 오래 버틴 때는 사랑니 발취 후 서너 시간 정도였는데 당시 입이 너무 부어올라 입술 사이로 아무것도 집어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대식가라는 말은 아니고 이 발달한 세상에 사는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듯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다. 온종일 즐길 수 있는 커피숍, 길목마다 널린 샌드위치 전문점, 사무실에 놓인 스낵 자판기, 유명 맛집, 심야 케밥집 덕에 음식을 향한 갈망을 쉽게 충족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누군가 단식을 제안해왔을 때 흥미가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5:2 다이어트(간헐적 단식. 일주일에 이틀은 단식이나 저칼로리식, 나머지 5일은 일반식을 하는 다이어트-옮긴이)나 다른 여러 다이어트가 유행하기 전이었기에 당시에는 단식이 주로 종교와 이슬람교 전통의식인 라마단과 관련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내게는 매년 단식 월을 지켜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먹고 마시고 흡연하고 성관계를 갖는 일을 삼가는 친구들이 있으며 나는 그런 그들의 신념과 결의를 존중하고 있다.
나는 주말 동안 단식을 할 요양으로 수백만 명이 하는 일을 나라고 못할까 하는 생각에 라마단을 모델로 삼아보기로 했다. 결국 내가 여태껏 해본 일들 중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어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시작 며칠 전부터, 아니 몇 시간 전이라도 잘 챙겨 먹었어야 했는데 제대로 된 영양소조차 부족한 패스트푸드만 주야장천 먹어치우며 준비에 완전 실패해버렸다. 그 때문에 주말이 끝나갈 무렵엔 현기증이 일고 몸이 축 처지고 정신적으로 고갈 상태가 되어버렸다. 900그램 정도 살이 빠지고 집 상태가 그 어느 때보다 청결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했다. 첫날부터 나는 일기를 썼다. 여기 핵심만 좀 옮겨보겠다.
6:10 a.m - 알람이 울린다. 좀 더 자고 싶어서 스누즈 버튼을 눌렀다. 참, 오늘 단식하기로 했었지. 그러니까 해 뜨기 전이랑 해 진 후에만 뭘 먹을 수 있단 말이군. 그래 봤자 뭐 얼마나 힘들겠어?6:35 a.m - 토스트, 익힌 콩, 치즈, 물 1.5리터를 주섬주섬 긁어모으자 대충 그럴듯한 아침식사가 마련되었다. 순식간에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었을 때쯤엔 벌써 해가 떠올라 있었다.8:14 a.m - 주방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가 물을 한잔 따랐다. 아무것도 마셔선 안 된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기 직전 하마터면 한 모금 마실 뻔했다. 처음으로 갈증의 고통이 인다. 그 생각을 잊어보려 만화를 좀 보기로 했다. 아직 열한 시간 하고도 41분이 더 남았다.11:00 a.m - 엄마가 나랑 했던 점심 약속을 재차 확인하려고 전화했다. 단식 중이라 아무것도 먹거나 마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와서 엄마가 식사하는 걸 지켜보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12:30 p.m - 터무니없이 비싼 프랑스식 베이커리 체인점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내 가련한 처지는 잊은 채 메뉴판에서 조금이라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주문하는 듯했다. 엄마가 나한테도 ‘뭔가’를 주문하라고 하자 나는 웨이터에게 마시지도 않을 작은 탄산수 한 병을 시켰다.12:41 p.m - 웨이터가 탄산수를 들고 와 레몬과 얼음이 가득한 얇은 유리잔에 붓는다. 나는 참을 수 있다. 그래 봤자 물일 뿐이다.12:43 p.m - 유리잔 표면에 차가운 물방울이 응결되면서 반짝인다. 내 메마른 입에 침이 고이고 온통 유혹하듯 반짝이는 물체만 눈에 들어온다.12:53 p.m - BBC의 지루한 운영 문제에 관한 엄마의 이야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졌다. 물을 한 모금 마셔버렸다. 망했다.2:30 p.m - 30분째 집에 있는데 살짝 현기증이 난다. 내가 매일 얼마나 간식을 틈틈이 먹어댔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매 시간 나는 먹거나 마실 것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순간적인 충동을 채워왔다. 그게 바로 내가 호리호리한 국제 경기 출전 선수가 될 수 없는 이유이리라. 또한 이렇게 냉장고를 열어 3일된 후무스(병아리콩 으깬 것과 오일, 마늘을 섞은 중동 지방 음식) 냄비를 어루만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3:05 p.m - 네 시간 50분 남았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으로 한순간도 어딘가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3:30 p.m - 브랜든 리의 <크로우>를 시청한 지 25분째. 영화 속 두 인물이 핫도그를 먹고 있다. 나는 텔레비전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그들을 따라 먹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음식 포르노다.3:32 p.m - 아. 폭발 장면이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들이 지금 핫도그 밴에서 달아나고 있다.3:35 p.m - 이제 그 녀석들이 달걀 프라이를 만들고 있다! 나는 영화를 꺼버렸다.
3:40 p.m - 달리자. 달리면 이 허기진 느낌을 떨칠 수 있을 거다. 런던 남부를 질주하자.3:45 p.m - 나는 a)음식이 부족하면 에너지를 얻지 못한다는 점 b)물이 부족하면 탈수된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어야 했다. 도로 끝에서 방향을 틀어 집으로 향했다. 이웃집 여자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 눈빛을 마주할 상태도 못 된다.5:35 p.m - 바보같이 오늘 밤에 뭘 먹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테이크아웃 메뉴 광고지를 모조리 꺼내 바닥 위에 늘어놓았다. 기대감으로 아찔할 지경이다. 그러고 나니 허기로 속이 메스껍다.5:58 p.m - 그 메뉴들을 동그라미, 엑스, 세모로 나눠놓았다. 그러고는 각 카테고리별로 관련 요리를 세분화시키고 각 음식에 맞는 랭킹을 적용해봤다.6:10 p.m - 중국음식점에 전화해 엄청 주문했다. 점원 여자가 묻지도 않았으면서 내 주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6:35 p.m - 중국음식점에 다시 전화해 국수류를 좀 더 추가 주문했다.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나을 듯하고 진짜, 정말, 진짜로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6:55 p.m - 한 시간이나 남았다. 굶주림은 이제 최고조에 달해 고통이 일고 목구멍이 바짝바짝 타오른다. 잔뜩 흥분해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가 단식 규정상 그것도 먹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퉤 뱉어내고 보니 그 손톱쪼가리가 꼭 나를 조롱하듯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7:51 p.m - 왔다! 나는 배달원 손에 돈을 찔러 넣고 다시 볼 새도 없이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마 나 때문에 겁먹었을 거다. 음식을 모조리 식탁 위에 꺼내서 지금 당장 먹을 수 없는 그것들을 예열해둔 오븐에 집어넣었다. 이제 4분 남았다.7:55 p.m - 바짝 마른 입안에 첫 숟갈을 집어넣는 순간 전화기 알람이 울린다. 나는 차가운 맥주로 음식을 쓸어내렸다. 내 생전에 이렇게 달콤한 맛은 처음이다. 음식이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내 품격 있는 위장으로 털썩 떨어지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안도감이 손에 잡힐 듯 밀려오고 나는 미친 듯이 먹어치우며 진짜 탄성을 내질렀다.
다 그렇진 않다 해도 항상 인터넷을 접할 수 있는 과잉 접속시대, 테이크아웃 음식을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이제는 치즈조차 튜브에 담겨 짜먹을 수 있는 이런 세상에서 어쩌면 단식이 자제력을 키우는 유용한 훈련이 될지도 모르겠다. 과한 간식만 줄여도 음식이라는 마법에 새삼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조금씩 자주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사악한 중국음식으로 배를 채워 모든 것을 망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춤 배우기 - ‘나’를 내려놓는 행복
나는 춤에 전혀 일가견이 없다. 그냥 살짝 서툴다는 뜻이 아니라 완전히 진저리 칠 정도로 못 춘다는 말이다. 나는 리듬 감각이 없고 전체적인 협응력 자체가 부족하며 공간지각력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팔을 마구잡이로 휘젓고 입술을 희한하게 뿌루퉁히 내밀면서 한쪽 발, 또 한쪽 발을 차례대로 어기적어기적거리며, 마법사 주문이라도 걸듯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는 양쪽 팔을 기묘하게 허우적거린다. 꼭 전당대회 현장에서 얼큰하게 취한 정치인들 사이에 낀 이방인 같기도 하고, 간질병 발작을 아주 파격적으로 하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영국에 사는 거의 모든 남자들처럼 술에 취해서야 정말로 춤을 춘다는 점이다. 올드 스펙클드 헨(영국산 에일 맥주)을 2.5리터 정도 마시고 나면 유연한 라티노 살사 킹이라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술주정 댄스를 추는 경우는 보통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결혼식장에서 친척 어르신과 함께 춤을 출 때나, 자신이 바지춤에 뱀을 두른 쿠바 남자들처럼 춤출 수 있다고 믿는 경우, 혹은 그렇게 쿠바식 뱀 춤을 추면 여자들이 키스라도 퍼붓고 싶어질 거라 믿는 경우. 안타깝게도 이 세 가지 다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여기엔 의심의 여지없이 상당히 절제하는 영국인들의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어쩌면 마카레나를 추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에게 뿌리박힌 자존감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일의 아이러니는 남자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일이 뭐가 됐든 전 세계 여자들은 거의 대부분 멋들어진 최신 유행 댄스로 어떤 무대든 빛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리듬 감각은 어디서 왔을까? 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춤을 잘 추는가? 이 짜증나는 유전적 특징 때문에 나는 핀스베리 공원에 있는 지역 문화센터에서 150명의 에너지 넘치는 아프리카 여인들에 둘러싸여 생애 처음으로 아프리카 댄스 수업을 들으며 맨발을 바닥에 쿵쿵거리고 큰소리로 화음을 맞춰 노래하게 되었다.
그것은 섹시댄스로 무대를 빛낼 수 있는 여자들 중의 하나인 내 오랜 대학동창 저스가 제안한 일이었다. 북 런던에 위치한 그곳에서 격주로 댄스 수업을 듣고 있었던 저스가 한 주간 함께 들어보겠냐고 제안했던 것이다. 나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사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전율했다.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낯선 음악에 맞춰 춤추며 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부족해 실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 짓을 해야 한다니. 그것도 그 영광을 위해 돈까지 지불해가면서 말이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비웃고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불안감과 울렁거림이 뒤섞인 상태로 수업기간 동안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뒤에 슬쩍 숨을 수 있기만을 바라며 북 런던으로 건너갔다. 우리는 다행히 늦게 도착했고 그나마 열기가 한창인 가운데 그 휑뎅그렁한 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를 주시하는 이는 없었다. 대신에 강사인 비키의 따뜻한 환대와 손가락이라도 하나 까딱했다간 부서져버릴 듯 뼈에 가죽만 입혀놓은 녀석 하나만 빼면 모두 여자들인 수강생 열다섯 명에게서 어정쩡한 눈길만 받았을 뿐이었다. 모두 다양한 색채의 전통의상과 쓰개를 써 화려해 보였는데 나만 낡은 회색 운동복 바지에 바로 직전 프라이마크에서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한 맞지도 않는 티셔츠 차림이었다.
꼭 기네스 맥주에 잔뜩 취한 것 같은 유한 인상의 두 친구가 드럼으로 박자를 맞춰주고 있었다. 펄펄 날 듯 드럼을 치더니 눈빛이 점점 거칠어지고 박자도 거의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나는 이상하리만치 빠져들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내 몸이 절로 움직였고 몇 분 지나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우중충한 교외 나이트클럽에서 보던 일반적인 발놀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온전히 전통 댄스에서 온 것이었다. 우리는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걸었고 가슴이 쿵쾅거릴 만큼 쿵쿵거리며 나아갔고 팔을 휘두르며 온몸의 근육이란 근육은 다 쓸 것처럼 깡충깡충 뛰었다. 우리는 구호를 외치고 화음을 이루고 떼로 춤추고 거울 앞에서 움직이는 법을 연습했다. 그 모든 것을 다 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은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오로지 리듬을 제대로 타고(흐느적거리는 백인 남성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움직임을 배우는 데만 집중했다. 근래 몇 년간 내가 해왔던 활동 중에서 가장 신체를 많이 쓰는 일이었다.
그러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정말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커다란 동그라미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모든 이의 시선이 나를 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장이 쿵 떨어지면서 맥박이 빨라졌다. 비키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모두가 다 그랬다. 진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독무 차례가 된 것이다.
드러머들이 계속해서 사람을 홀리는 리드미컬한 비트를 만들어 내고 우리가 즉흥 댄스를 추기 위해 동그라미의 가운데로 걸어 나왔을 때였다. 만약 나한테 일곱 번째 지옥 원(단테의 《신곡》에 등장 하는 아홉 개의 원 중에 일곱 번째를 말함)을 묘사하는 활동을 꼽으라면 그것은 여자들 앞에서 즉흥댄스를 추라고 강요받는 일이 될 것이다. 옆에 있던 수강생들이 차례대로 시간상으로나 시각적으로 감동을 주는 멋진 동작들을 선보였다. 비키가 내 앞에서 춤을 추다 나를 동그라미 안으로 끌어당겼을 때 나는 진즉에 도망갔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려움은 무서움으로 변했다가 공포로 바뀌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이례적으로 제정신이 번쩍 들면서 나는 그것이 52가지 새로운 일이 추구하는 정신의 집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 삶을 편하게 하거나 익숙한 삶에 머물도록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추진하는 일이었다. 비록 그 일이 용맹한 여성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서투른 백인 남성의 춤을 선보이는 것 같은 상황으로 내몰리는 일일지라도.
나는 이전에 결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냈다. 즉흥 댄스를 췄다. 그 춤은 그날 저녁 일찌감치 배웠던 동작들을 팔다리를 마구 흔들어대며 엉망으로 재연하고 무릎 꿇고 재즈핸드(관객을 향해 손가락과 쫙 펼친 양쪽 손바닥을 내보이는 춤동작)를 펼쳐 보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특이한 혼합 동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동그라미 안의 자리로 돌아오는 사이 가슴이 벅차오르고 우쭐해지면서 무엇보다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다시 아프리카 댄스 수업에 참석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경험은 진짜 신의 계시였다. 그 경험으로 나는 마음속 깊이 내재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직면했고 내 모든 오만함과 자기불신 같은 감정을 버릴 수 있었다. 낯선 이들 앞에서 즐거움을 위해 춤추는 행위는 자신을 놓아버리는 일이며 정상적인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일의 철학에 관한 모든 것을 깔끔하게 요약하는 것으로 기이한 일을 시도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완전 창피한 일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힘에 그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텃밭 채소 기르기 - 나의 식탁에 올라오는 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것은 새로운 일 중에 좀 더 하기 쉬운 축에 속한다. 당신이 장세척을 받고 싶지 않다면 없던 일로 해줄 수도 있고 호버크래프트(아래로 분출하는 압축공기를 이용하여 수면이나 지면 바로 위를 나는 탈 것)를 타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내가 먹을 채소를 키우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게다가 씨앗을 뿌리고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돌보는 일은 엄청나게 보람 있는 일이다. 우리 대부분이 도시에 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간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창가 화단에라도 허브를 풍성하게 키울 수만 있다면 슈퍼마켓에서 형편없는 모양새의 바질 몇 가닥을 돈 주고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슈퍼마켓에서 내놓은 ‘1+1’ 판매 전략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우리는 어마어마하게 게으른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한 장소에서 엄청 많은 물건을 팔고 그 물건들은 이미 손질이 다 된 상태로 포장되어 나오므로 우리는 그 음식이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를 잊어버렸다. 믿거나 말거나 이 일을 하다 보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땅콩은 실제로 나무 위가 아니라 땅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무는 풀숲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 흙 속에서 자란다. 진짜로 나는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다. 땅콩과 무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어 늘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것 사왔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저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슈퍼마켓이 생기기 전, 사람들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개인 상점에서 식재료를 사던 시절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