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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 1

필립 마이어 지음 | 올
더 선 1

필립 마이어 지음

올 / 2013년 8월 / 448쪽 / 14,800원





지니 매컬로



1942년

고등학교를 마친 지 1주일 후에 피니어스가 그녀를 오스틴으로 불렀다. 5월이었지만 벌써 날이 뜨거웠다. 오스틴의 바톤스프링 수영장에 놀러 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 잔디밭에 누워 헤엄치는 사람들과 서로 희롱하는 연인들과 풋볼 놀이를 하는 젊은 남자들을 구경하며 아무도 그녀를 모르는 장소에서 혼자 하루를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기차가 오스틴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차 창문이 열려 있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은 시원했지만, 옷 속은 땀에 젖어 있었다. 벌써 더위가 본색을 드러내는 시기였다. 찻간 반대편에 앉은 세 명의 군인이 힐끔거리고 있었다. 한 명은 훨씬 나이가 많았고 나머지 둘은 기껏해야 그녀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는 멕시코인이었는데 감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의 오빠들처럼 자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징병위원회는 아직 백인들까지 소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쏜살같이 지나쳐 가는 차창 밖의 건조한 풍경에 겹쳐 창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예쁘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더 예쁜 여자도 있지만 그녀는 평균 이상이었다. 피니어스 삼촌이 일자리를 제안할 거야. 속말도 나눌 수 있는 일종의 특별 고문 같은 자리. 하지만 가당치 않았다. 그녀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잘하는 일이 없었고 뭐든 금방 싫증을 냈다. 티끌 같은 존재. 그녀가 지금 당장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누구 하나 털끝만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피니어스 삼촌은 세력가였다. 철도위원회 수장으로 주지사보다 힘이 세다고들 했다. 사실은 삼촌이 아니라 종조할아버지(할아버지의 남자 형제)였다. 그는 텍사스 전역의 석유 채굴량을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식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목축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가뭄 때는 모든 사람이 빨리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값이 내려가고 쇠고기가 귀해지면 가격이 다시 올라갔다. 다만 지금은 육류 포장업체들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며 재정 상황이 힘든 목장주들에게서 싸게 사들인 다음 도시 구매자들에게는 가뭄 때문에 공급이 딸린다며 가격을 올렸다. 돈이 모이는 곳은 포장업체였다. 이제 돈은 목초지가 아니라 시멘트 건물에서 생겨났다. 아머앤스위프트사(社). 아버지는 그들을 혐오했다. 그러는 동안 텍사스는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지가 되었다. 석유 부족을 불평하는 소리가 사라졌다.피니어스는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그가 누리는 권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철도위원회는 훗날의 OPEC처럼 세계 전역의 석유 가격을 통제하고 있었다. 피니어스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는 텍사스 주의 모든 석유업자와 정치가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유정을 파는 것은 자유였지만 그의 동의 없이는 한 방울도 퍼낼 수 없었다.

위원회 사무실은 우중충한 주 청사 건물 내에 위치했다. 피니어스의 사무실은 건물 한쪽 구석에 있었고, 수많은 기념물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녀의 증조할아버지인 엘리 대령의 옐로우보이 윈체스터와 콜트 피스메이커, 그리고 남서부 목축업자 모임과 카우보이 협회에서 보내온 화환들이었다. 코끼리와 사자, 사슴 등과 함께 찍은 사진들 아래에는 모두 설명이 붙어 있었다. 쿠바에서 테디 루스벨트와 찍은 사진에서 피니어스는 활짝 웃고 있었는데, 루스벨트보다 더욱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일흔여섯이었지만, 아직도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 권력자의 인상이 풍겨 나왔다. 아버지인 대령과 닮은 구석은 없었다. 큰 키에 백발이 성성했고 값비싼 정장 차림에 아름다운 비서들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고 있었다. 다리는 퉁퉁 부었고 심장이 위태로웠다. 피니어스는 지니의 오빠인 폴과 클린트의 소식을 묻더니 그녀가 고등학교를 마친 일을 축하해주었다. 계획은 있는 거냐? 아뇨. 그녀는 의자에 깊숙이 앉아 주의회 의사당과 오스틴의 시내를 내다보았다. 목장에서 겨우 5시간 떨어진 곳이었지만 전혀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었다. 비서가 문을 닫고 나자 피니어스의 태도가 달라지며 진지하게 사업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

“확실히 목장이 계속 손해를 보고 있는 건 맞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확실한지는 몰랐다.

“난 목장이 생기기도 전부터 그 땅에서 살았지.”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와 형을 그 땅에 묻었어. 그런데 지금 네 아비가 그곳을 처박아 썩히려 하고 있어. 그 애는 봄에 새싹이 돋듯 어디서 새 돈이 금방 나올 것처럼 돈을 낭비하고 있어. 노인네가 왜 걔한테 목장을 물려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그는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었다. “장부들은 본 적 있어?”“아뇨.” 그녀가 말했다.

“물론 없겠지.” 그는 책상 옆을 보라는 몸짓을 해보였다. 부기 대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숫자 하나를 가리켰다. 40만 달러가 약간 넘었다. “작년 매출액이다. 큰 액수로 보이고 실제로도 그래. 네 아비가 소를 많이 팔았으니까. 하지만 다음 37페이지는 모두 차변이야.” 그는 쓱쓱 페이지를 넘기더니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서는 또 다른 숫자를 가리켰다. 80만 달러에 살짝 못 미치는 액수였다. “목장의 지출이 수입의 거의 두 배가 되고 있어.”뭔가 잘못 적은 게 있을 거야. 그녀는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이런 상태가 얼마나 됐나요?”“적어도 20년은 됐지. 그래도 우리가 흑자를 유지하는 건 오직 석유와 가스 덕분이야. 한데 유정들이 낡고 얕은 데다 대령은 겨우 몇천 에이커만 임대해주었어. 현명한 처사였지. 나머지는 더 비싼 값에 빌려줄 수 있다고 여긴 거니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우리 주엔 목축업이나 하려는 부자 아이들의 모임이 있다는 거야. 지금도 그런 게 통용되나 모르겠다. 밥 클레버그는 좋은 소를 들여온 다음 범프게이트 몇 개만 잘 설치하면 소를 팔아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네 아비 귀에 대고 속삭였을 거야. 그런데 클레버그 그 작자도 자기 땅에서는 그러지 못했어. 네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만, 수백만 에이커에 이르는 킹 목장은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가 험블 오일에서 3백만 달러를 빌려줘서 가까스로 살아났어.”그는 지니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가 잠자코 있자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아비는 내 돈을 가져가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돈을 갖다 썼는데도 목장은 여전히 파산 직전인데, 네 아비는 이 점을 깨닫지 못해, 아니 아예 신경을 쓰질 않아. 이제는 파산할 때까지 네 아비가 수백만 달러를 허공에 날릴 일만 남은 거지.”그제야 그녀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왜 불렀는지 알았다. 그는 그녀가 아버지를 배신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응당 느껴야 할 반감이 생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겉으로 풍기는 거칠고 투박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본색은 멋쟁이였다. 돈 벌기는 아버지의 마음에서 가장 동떨어진 일이었다. 그는 대령처럼 잡지의 커버 사진에 나오고 싶어 했을 뿐이다. “점심 먹으러 갈까? 아니면 일 얘기 좀 더 해도 되겠어?”

“전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좋아. 감모상각공제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말해보거라.”

“아는 게 전혀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당연해. 네 아비도 딱 그만큼 알지. 감모상각공제라는 것은 석유 사업과 목축업을 북극과 남극만큼이나 다르게 해주는 거야. 지금 네가 석유 시추를 한다고 하자, 그러면 수익의 27.5퍼센트를 손실로 처리할 수 있어.”“유정을 파는 데 돈을 쓰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언론에는 바로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대체로 비용의 60퍼센트를 이미 무형 손실로 처리하고 난 다음이지만. 감모상각공제는 전혀 다른 거야. 매년 유정에서 석유를 생산하면 우리 주머니에 돈은 돈대로 들어오게 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줄여주는 제도지.”“돈을 벌면서 그것을 손실이라고 부르는 거군요.”

그녀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속이는 짓이잖아요.” 그녀가 덧붙였다.

“그 반대지. 그리고 엄연히 미국의 법인걸.”

“그래도요.”

“그래도가 아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법이 생긴 거니까. 돈을 잃으면서도 소를 키우려는 사람들은 많아. 그러니까 목축업은 장려할 이유가 없는 거지. 반대로 석유는 찾는 것도 비싸지만 땅에서 퍼내는 것은 더 비싼 일이야. 막대한 위험이 따르는 사업이지. 사람들이 석유를 찾아 나서게 하려면 정부가 유인책을 써야 하는 거란다.”“우리보고 시추를 하라고 그러는 거죠.”

“물론 시추를 하라고 그러는 거지. 네 아비가 왜 여태껏 소만 생각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옛날에 우리가 돈을 번 것은 소를 왕창 키우거나 1천 년 동안 자란 목초를 불과 10년 만에 없애버렸기 때문이야. 우리는 목초지를 소 떼로 가득 채웠지. 그래서 목초를 무슨 석탄처럼 다 캐내버린 거야. 석유로 백만장자가 된 자들이 처음에 하나같이 한 일이 뭔지 알아? 그럴듯한 목장을 하나 사고 소 떼로 목장을 가득 채우는 일이었어. 패커드를 사거나 미인 아내를 얻는 것과 똑같은 짓이야. 하지만 그런 걸로 돈벌이가 될 거라고 생각한 녀석은 하나도 없어. 그러는 동안 나머지 우리는 속절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거야. 방금 전에 해군 장관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그 사람 하는 말이 한 군데에서 석유 통제를 도맡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야. 그는 오직 시추, 시추, 더 많은 시추만을 바라고 있어. 우리가 독일보다 유일하게 사정이 나은 게 석유거든. 여기서 뉴저지까지 파이프라인이 건설되고 있어. 모든 정유소가 다 그곳에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퍼내는 석유는 단 한 방울까지 모조리 가져가려 한다고.”그가 세금 얘기로 다시 말을 이었지만 그녀는 말의 끈을 놓쳤고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는 할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당연히 그랬다. 이 전쟁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아. 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했다. 모든 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야. 물론 최근에는 사람들이 아버지를 두둔하며 그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분명 지상에서 사라지는 족속의 일원이었다. 예전의 목장주 집안은 대부분 파산했다. 이제 그들은 거의 다 도시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 문제만큼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척의 시대는 벌써 오래전에 끝난 것이었지만,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는 마침내 지나간 시절의 표상이자 잃어버린 시대의 사절 같은 인물이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기자들을 축사로 데려가서 말을 올가미로 잡고 거세하는 장면을 보여주곤 했다. 그는 방문객들을 위해 늙고 얌전한 말들을 따로 추려내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말은 곧 돈이었고 놀이가 아니라 노동에 쓰이는 동물이었다.거리의 자동차 경적이 그녀를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했다. 피니어스가 계속 말하고 있었다. “……힐 컨트리 지역 대부분이 아직 전기도 안 들어오고 거기서는 이따금 당나귀를 타고 가는 뻐드렁니 소년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번 전쟁은 나머지 세계 전역을 현대로 끌어들였어. 번지르르한 기병대는 독일 전차 부대에 돌격했다가 처참하게 박살이 났고, 남태평양의 식인종들도 이제는 모두 현대전을 목격했지. 전에는 말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못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논란거리조차 안 돼.”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도 명백한 일이었다.

“지니야.” 그가 말했다. “지금 이 시대를 되돌아보면서 석유를 쓰지 않았던 일을 후회할 날이 얼마 안 남았어. 그러니 한시바삐 그 땅에 유정을 파야 하는 거란다. 네 아비에게 돈을 꿔주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난다.”

다음 날 그녀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샌안토니오에서 오랫동안 정차했는데, 바람은 잠잠했고 햇빛이 객차에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다. 주위 곳곳에 군인들이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땀범벅이 된 채 어서 기차가 움직이기만을 바라면서 군복 틈새로 땀을 쏟아내는 멕시코인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포트워스로 실려가는 수송아지처럼 보였다. 일본군에게 잡혀 칼로 머리가 베인 군인도 수천 명이나 되었다.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호르헤가 카리조 역에서 그녀를 차에 태웠다. 그들이 탄 차가 진입로로 들어서자 언덕 꼭대기에 집이 나타났다. 눈부신 햇빛이 석회 벽에 새하얗게 쏟아졌고 떡갈나무와 느릅나무들은 짙푸르게 우거졌고 하늘은 뜨겁고 푸르렀다. 집에서는 뜨겁게 달궈진 돌덩이 냄새가 났다. 그녀는 2층으로 올라가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식당으로 내려왔다. 아버지가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지니는 할머니에게 인사하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여행은 어땠니?”

“뜨거웠어요.” 그녀가 말했다.

“피니어스 할아버지는 어떠시던?”

“잘 지내세요.”

“음, 그렇구나.”

“할아버지가 저한테 장부를 보여주셨어요.”

아버지는 다른 말을 꺼내려 하다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녀는 아버지를 빤히 노려보며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대신 접시에 대고 말했다. “사실은 목장이 침몰하고 있던데요. 완전히 반대더라고요.”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목축 일로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걸 알아요.”

“으음, 피니어스 할아버지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선 안 돼.” 아버지가 말했다.

지니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기차에서 열병에 걸렸을지 몰랐다.

“……이런 목장은 너처럼 재능이 많은 젊은 아가씨가 있을 만한 곳이 못 돼.” 아버지가 말하고 있었다. “넌 여름이 끝나면 대학에 들어갈 거야. 나도 못 해본 대학생이 되는 거지.”“아버지의 인생이 제 인생보다 더 힘든 것은 아니에요. 아버진 2만 달러짜리 말을 타면서도 우리가 지독한 가난뱅이인 것처럼 행동해요. 우리는 목축 일로 1년에 40만 달러를 잃고 있어요. 피니어스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돈을 꿔주는 일에 지쳤다고 하셨어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해요.”바로 이것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 선언. “매일매일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는 척하지만, 사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가족의 돈을 낭비하는 것뿐이라고요.”“내 돈이다. 네 돈이 아냐. 넌 이 문제에 끼어들 자격이 없어. 넌 아직 어린애야.”

“대령의 돈이에요. 아버지가 번 건 한 푼도 없어요.”

“그만해라.”

“우리는 2주 동안 저녁을 함께 먹은 적이 없어요. 왜인지 아세요? 아버지가 늘 말들하고 어울리고 있어서예요. 아버지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오직 석유 덕분이라고요.”그녀는 뺨을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침착해 보였다. “얘야, 석유는 땅을 개선하는 비용을 대주고 있어. 덕분에 소몰이 때 진흙탕에서 자는 대신 차를 타고 집으로 와 진짜 침대에서 잘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저 비행기는 말을 타고 저 넓은 목초지를 관리할 일꾼을 다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들인 거야.”“그렇다면 소몰이 자체를 아예 그만둬도 되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어요.”이윽고 아버지가 일어섰다. 그는 어깨를 똑바로 펴고 그녀에게 다가왔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식당에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집이 아직 자기 소유임을 되새기며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는 아버지의 발소리를 들었다. “아주 한심하구나.” 할머니가 말했다.

지니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이 중요한 무언가를 무너뜨린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곧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기분을 느꼈다. 전날만 해도, 아니 한 시간 전만 해도 아버지에게, 아니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네 아버지가 너한테 목장 운영을 맡길 리는 없어.”

“목장 같은 건 없어요. 우리는 석유와 빌린 돈으로 살고 있어요.”

“피니어스 할아버지가 써준 연설문이니? 그 양반의 구상에 여자가 낄 틈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네 오산이다.” 할머니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두 가지 오산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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