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지음 | -
인형의 집(Et Dukkehjem)
헨리크 입센 지음
▣ 등장 인물헬머: 변호사
노라: 헬머의 아내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 노라의 친구
쿠로구스타: 변호사, 크리스티네의 옛 연인
1막 어느 겨울날 오후, 노라는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사치스럽지는 않으나 아늑하고 쾌적하게 꾸며진 거실 안, 노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온 것들을 풀어놓으며 남편과 이야기한다.
헬머: (방안에서) 밖에서 재잘거리는 건 내 종달새인가? 노라: (몇 개의 상자를 바삐 열면서) 네, 그래요! 헬머: 거기서 내 다람쥐가 뛰어다니고 있는 건가? 노라: 그렇다니까요! 헬머: 언제 돌아왔소? 노라: 방금. 이리 와 봐요, 여보. 내가 사온 것 좀 보세요. 헬머: 귀찮은데! (그는 펜을 든 채로 문을 열고 내다본다) 아니, 그걸 전부 사왔단 말야? 또 우리 종달새가 밖에 나가 돈을 뿌리고 오셨군. 노라: 하지만 여보, 올해는 좀 여유 있게 돈을 써도 되잖아요. 인색하게 굴지 않아도 되는 크리스마스는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헬머: 여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가 지금 그럴 처지가 아니잖소. 노라: 하지만 조금인데 어때요? 당신도 이제는 월급이 많아지고, 돈도 많이 모일 텐데. 헬머: 물론 새해부터는 그렇지. 하지만 월급을 타려면 아직 석 달이나 남았어. 노라: 상관없어요. 그때까지는 빌려 쓰면 되잖아요. 헬머: 이봐, 노라:! (노라 곁으로 다가가서 장난삼아 귀를 잡아당긴다) 또 경솔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군! 만일 내가 오늘 1000크로네를 빌려와, 당신이 그것을 크리스마스까지 모조리 다 써 버렸다고 합시다. 그런데 섣달 그믐날 밤 지붕의 기왓장이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노라: (남편의 입을 손으로 막고) 아이, 그런 끔찍한 얘기는 그만 둬요.
헬머: 이런 문제에 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신도 잘 알 거야. 어떠한 경우에도 남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생각이야. 빚을 지며 꾸려 나가는 집에는 반드시 부자유스럽고 유쾌하지 못한 상태가 생겨나지.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대로 지탱해 왔어. 그러니까 앞으로 좀 더 참아 나갑시다. 노라: 네, 네, 그래요. 헬머: (그녀의 뒤를 따라가면서) 아니, 내 작은 종달새가 날개를 그렇게 움츠리고 있어서야 되나. 저런, 다람쥐가 뾰로통해졌군. (지갑을 꺼낸다) 노라:, 여기에 들어 있는 게 뭘까? 노라: (홱 돌아본다) 돈! 헬머: 자! (몇 장의 지폐를 준다) 사실, 크리스마스에 돈이 많이 든다는 건 알고 있어. 노라: (세어 본다) 열, 스물, 서른, 마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정도면 오랫동안 꾸려 나갈 수 있어요. 헬머: 정말 그렇게 해 줘야 해. 노라: 네, 염려 말아요.
헬머: (노라는 헐값으로 산 아이들 선물을 꺼내놓는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이야. 낭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산거야?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봐요. 노라: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헬머: 정말이오? 그래도 이런 걸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을 게 아니오? 노라: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남편의 양복 단추만 만지작거리면서) 저어, 만약 정말로 당신이 저에게 뭔가 해주고 싶으시다면, 그렇다면 말예요. 가장 좋은 것은…. (빠른 말투로) 돈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그 돈으로 제가 갖고 싶은 걸 사겠어요. 헬머: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꼭 닮았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손에 넣는단 말야. 그러면서도 돈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내 손가락 사이로 흘려버리고 말지.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자신도 모른단 말야. 여하튼 당신 같은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어. 혈통이야. 정말 그래. 이건 분명히 유전이야, 노라:.
헬머는 방으로 들어가고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린다. 노라의 소꼽 친구,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이 10여년 만에 방문한 것이다.
노라: 요즘 우리에게 경사가 생겼어. 헬머가 은행장이 되었어. 린데 부인: 노라, 정말 기쁜 일이네. 노라: 변호사란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불안정한 직업이잖아. 더구나 청렴하고 정직하게, 다른 일에 손을 대지 않을 경우엔 더욱 그렇지. 그래서 그런지 이 행운이 더욱더 기뻐. 새해부터는 남편이 은행에 나가게 되어 봉급이 많아져. 거기다 배당도 듬뿍 들어오게 되지. 아아, 크리스티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 우리들이 결혼했을 때는 헬머가 바로 관청을 그만뒀었어. 거기선 승진할 기회도 없고, 돈도 훨씬 많이 벌지 않으면 안 되었지. 그래서 처음 1년 동안 그이는 쉬지 않고 일했어. 그저 닥치는 대로 온갖 부업을 찾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줄곧 일만 했었지. 그러다 건강을 잃어버리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의사 선생님께선 남쪽으로 전지요양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어. 린데 부인: 그랬구나. 1년 동안 두 사람이 이탈리아 쪽에 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도 들었어. 노라: 그래.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 마침 이봐르(노라의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이었거든.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야만 했어. 어쨌든 참으로 멋진 여행이었지. 덕분에 헬머:의 목숨도 건질 수 있었어. 하지만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어. 4800크로네니까 무척 많은 돈이었지. 아버지가 돈을 주셨어.
린데 부인: 남편께선 완전히 건강이 회복되어 돌아온 거야? 노라: 마치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펄 살아서! 어머나, 나 좀 봐! 내 얘기만 늘어놓고 있었잖아. 언짢게 생각 말아줘. 그런데 크리스티네, 너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이야? 그렇다면 왜 결혼했어? 린데 부인: 그 무렵에 몸져 누운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셨어. 나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였지. 게다가 두 동생도 돌봐 주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래서 그 사람의 청혼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어. 남편은 그때만 해도 꽤 부자였지. 그러나 일정한 직업이 없어 불안정한 생활이었어. 그러다가 그이가 3년 전에 죽자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지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아이들도 없고. 노라: 그래서 어떻게 했어? 린데 부인: 그 후에 난 작은 가게를 차려 보기도 하고, 조그마한 학원도 경영해보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서 간신히 지금까지 견뎌 왔지. 지난 3년간이라는 시간은 내게 길고 긴 싸움의 시간이었어. 그런데 그것도 끝났어, 노라. 어머님도, 마침내 내가 필요 없는 몸이 되셨지. 돌아가셨어. 그리고 동생들도 지금은 일자리를 얻어 제각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
노라: 어머, 그래? 이제 한시름 놓았겠구나. 린데 부인: 그런데 그게 아니야.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이 들어.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간다는 그런 보람 같은 게 없어져 버려서 그런가 봐. (불안한 듯이 일어선다) 그러니 이제 그런 시골 생활을 할 수 없게 됐어. 여기서라면 무슨 일이든 적당한 일을 찾아내어 마음 붙일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무직 같은 고정된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어. 노라: 헬머가 너를 위해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어. 걱정 말고 내게 맡겨 둬. 반드시 잘 얘기할게. 린데 부인: 노라, 그토록 네가 나를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더욱이 세상 고생을 조금도 모르는 네가 그런다니 말이야.
노라: 내가? 여기 있는 내가 세상 고생을 모른다고? 너는 나를 얕보고 있구나. 린데 부인: 내가 남을 얕보다니, 나는 절대 그렇지 않아. 노라: 너는 어머님을 위해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구나. 그리고 동생들을 돌봐 주었다는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그런데 나 역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린데 부인: 어떤 일인데? 노라: 조그맣게 얘기해. 헬머가 들으면 큰일 나.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이에겐 알릴 수 없는 일이니까. 사실 나도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는 일이 있어. 내가 헬머의 목숨을 구했으니까. 린데 부인: 목숨을 구했다고? 어떻게 해서? 노라: 이탈리아 여행에 대해 얘기했지? 그때 만일 가지 않았으면 헬머는 회복하지 못했을 거야. 린데 부인: 물론 그랬겠지. 하지만 비용은 네 아버님께서 대주셨다고 했잖아. 노라: (웃는다) 헬머를 비롯해서 모두들 그렇게 믿고 있어. 하지만…. 아버지는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돈을 마련한 사람은 나야. 린데 부인: 어머나! 노라, 그런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지?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노라: 천만에. 린데 부인: 그럼, 대체 어디서 돈을 손에 넣었지? 어디서 돈을 꿀 수는 없었을 텐데. 아내는 남편의 승낙을 얻지 못하면 돈을 꿀 수가 없는걸? 노라: (머리를 뒤로 제치고) 그래? 하지만 만약 그 아내에게 약간의 실권이 있고 영리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수완이 있다면 어떻겠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바로 그 무렵이었는데 나는 처음엔 아버지께 사실을 말하고, 남편 모르게 돈을 빌리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아버지가 워낙 중병으로 앓아누워 계셨기 때문에 도저히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어.
린데 부인: 그래서 남편에겐 그 후로도 말을 안했니? 노라: 그럼, 말할 수 없었어. 그이는 이런 일에 아주 엄하거든! 게다가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강한 헬머가 조금이라도 아내의 덕을 봤다고 생각하게 되면 얼마나 괴롭고 부끄러워하겠어.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우리 사이는 끝장나고 모처럼 이루어진 행복한 가정도 막을 내리고 말겠지. 여하튼 이 일로 나는 무척 신경 쓰고 있어. 기한 내에 꼬박꼬박 채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 이잣돈을 만드는 것이 언제나 힘이 들었어. 그래서 모든 예산을 줄이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절약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 하지만 생활비에서는 조금의 여윳돈도 쓸 수 없었어. 헬머에게 궁색한 생활을 시키거나 아이들을 초라하게 입힐 순 없었으니까. 귀엽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받은 돈은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어. 린데 부인: 그럼 노라, 결국 네 용돈에서 짜내야 했군. 가엾어라. 노라: 헬머가 새 옷이라고 사라고 돈을 주면 언제나 나는 절반밖에 쓸 수가 없었어. 항상 싸구려 옷감을 샀지. 다행스럽게도 나에겐 어떤 것이나 어울렸기 때문에 남편은 전혀 눈치를 못챘어. 그리고 그 외에도 돈을 벌 길은 있었어. 작년 겨울엔 다행히 정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방안에 틀어박혀 매일 밤늦게까지 앉아서 열심히 썼어. 하지만 힘들고 지쳐서, 견딜 수 없게 될 때도 있었지.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어. 마치 내가 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된 것 같아서.
노라는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을 헬머에게 소개하고 일자리를 부탁한다. 린데 부인이 가고 나서 헬머가 잠시 외출한 후 쿠로구스타가 찾아온다. 쿠로구스타는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평판이 좋지 않아 실직의 위기에 몰려 있다. 노라가 돈을 빌린 사람이 바로 쿠로구스타다.
노라: (불안하고 긴장된 얼굴로) 오늘은 초하루가 아니잖아요. 쿠로구스타: 그 일 때문에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부인, 저를 위해서 당신이 힘을 좀 써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노라: 네? 무엇을 해달라는 거죠? 쿠로구스타: 부탁입니다. 은행에서 제가 앉아 있는 말단의 자리마저 잃지 않도록, 배려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부인께서도 아시고 세상도 다 알다시피, 제가 몇 년 전에 분별없는 짓을 저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노라: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요. 쿠로구스타: 사건이 재판에까진 이르지 않았습니다만, 그때부터 저의 앞길은 막히고 말았습니다. 은행의 지위는, 말하자면 제게 있어서 신용 회복을 위한 첫 계단인 셈이죠. 그런데 지금 주인께선 저를 그 계단에서 밀어내려고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또 진창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겠지요. 노라: 하지만 쿠로구스타 씨, 저에게는 당신을 구해드릴 만한 힘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쿠로구스타: 그건 당신에게 그럴 의사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겐 부인께서 그렇게 하시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노라: 설마 제가 당신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을 주인에게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쿠로구스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노라: 정말로 비열하군요.
쿠로구스타: 저는 제가 만든 차용증서와 맞바꾸는 조건으로 돈을 마련해 드리기로 약속했었죠. 노라: 저는 거기에 서명을 했고요. 쿠로구스타: 그렇지만 말이죠. 그 밑에 한두 줄 덧붙여 써넣은 게 있었습니다. 바로 부인의 아버님이 보증인이 되어 주실 것을 요구한 항목이죠. 그리고 거기에 아버님의 서명 날인을 부탁드릴 예정이었습니다. 쿠로구스타: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일이 있어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낸다) 저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만. 노라: 묘한 일이라니 뭐죠? 쿠로구스타: 묘한 일이란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지 사흘이 지난 뒤에 이 서류에 서명하신 걸로 돼 있다는 겁니다. 아버님께선 9월 29일에 돌아가셨죠? 그런데 이걸 보십시오. 서명한 날짜는 10월 2일로 돼 있습니다. 부인, 이상하지 않습니까? 노라: (아무 말이 없다) 쿠로구스타: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노라: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노라: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도전하듯이 상대를 노려보며 말한다) 아버지의 이름은 제가 써 넣었어요. 쿠로구스타: 아니, 부인! 지금 그 말씀은 매우 위험한 고백이라는 걸 아시겠죠? 이런 일이 저를 속이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부인, 당신은 보아하니 자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일인지 조금도 모르시는 것 같군요. 이 종이조각을 법정에 내놓기만 하면 당신은 문서위조로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노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딸이 돼 가지고, 아버지가 병으로 죽어 가고 있는데 아버지의 근심이나 괴로움을 덜어 드릴 권리가 없다니! 아내가 되어 가지고 남편의 목숨을 구할 권리가 없다니! 저는 법률은 잘 모르지만, 그렇지만 틀림없이 어딘가에 그런 일이 허용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 조항이 있다는 걸 당신은 모르시는군요. 변호사이시면서. 쿠로구스타 씨, 당신은 엉터리 변호사가 분명해요. 쿠로구스타: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떠밀려서 추락하게 된다면 부인도 함께 끌고 들어갈 것입니다. (쿠로구스타는 인사를 하고 현관을 지나 밖으로 나간다)
2막 노라는 은행에서 늦게 돌아온 헬머:에게 쿠로구스타:를 해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헬머는 결정된 사실이라며 해고 통지서를 보내고 만다. 해고 통지서를 받은 쿠로구스타는 노라를 비밀리에 방문하여 위협을 가하고 채무 관계에 대한 사실을 쓴 편지를 헬머:의 편지함에 넣고 떠난다.
쿠로구스타: 알고 계시겠지만 해고 통지서를 받았어요. 노라: 제 힘으로는 막을 수 없었어요, 쿠로구스타 씨. 쿠로구스타: 남편께선 부인을 그토록 사랑하지 않았나요? 내가 부인에게 어떤 보복을 가할지 알고 있으면서. 노라: 그이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남편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세요. 저는 남편에게 이 일을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이 일로 제 남편에게 얼마를 요구할 작정인지 그 금액을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돈을 마련할테니까요. 쿠로구스타: 남편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아요. 노라: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에요? 쿠로구스타: 말씀드리죠. 나는 발판을 구축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부인의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성실하게 일해 왔어요. 그동안 내 생활은 아주 고통스러웠지만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전진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이렇게 쫓겨나고 말았어요. 이렇게 되고 보니 이제 나를 동정해서 다시 채용해 주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가 없어요. 나는 출세하고 싶은 겁니다. 알겠어요? 은행에 다시 들어가 이전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겁니다. 부인의 남편이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노라: 그이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쿠로구스타: 일단 은행에서 그분과 함께 일하게 되면 부인, 두고 보세요! 1년이 되기 전에 나는 은행장의 오른팔이 될 테니까요. 그 은행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헬머:가 아니라 쿠로구스타:라가 될겁니다. 나는, 이 차용증서로 부인의 남편을 꽉 잡고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이 이 편지를 받으면 어떻게 할지. 회답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내가 이런 방식으로 나오게 만든 이는 부인의 남편이니까요. 이 점을 기억해 두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부인. (현관으로 나간다. 편지를 함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