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 지음 | -
톰 소여의 모험(The Advantures of Tom Sawyer)

마크 트웨인 지음




전략적 행동, 순진한 아이들을 놀려 먹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여름철의 세상은 밝고 싱싱하며 생동감으로 흘러넘쳤다. 사람들은 저마다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젊은이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노랫가락이 새어나왔다. 사람들 얼굴마다 광채가 빛났고, 발걸음에는 탄력이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에는 꽃이 만발하여 그 향기가 주변에 그윽했다. 마을 저쪽에 솟아 있는 카디프 언덕에는 풀과 나무가 푸릇푸릇 돋아났고, 그 너머에는 자욱한 아지랑이가 마치 꿈나라인 양 보는 사람의 마음을 노곤하게 했다.

톰은 흰색 페인트 통과 손잡이가 길게 달린 솔을 들고 보도 위에 나타났다. 울타리를 쳐다보자 조금 전의 즐거웠던 마음은 싹 가시고, 엄청난 근심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울타리는 높이 9피트에 길이가 30야드는 족히 되는 것이었다. 산다는 게 왜 이리도 허망한 것일까? 톰에게는 살아 있다는 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톰은 한숨을 내쉬며 페인트 통에 솔을 담그고, 제일 높은 데부터 칠하기 시작했다. 칠하고 또 칠했지만 결코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건성으로 대충 칠한 부분을 아직 칠을 안 한, 대륙과도 같이 널따란 부분과 비교를 해보자 기운이 쑥 빠졌다. 톰은 실망하여 나무상사 위에 철썩 주저앉고 말았다.

톰은 오늘 하기로 했던 놀이를 생각하자 더욱 처량하기만 했다. '얼마 안 있으면 자유의 몸인 친구들이 놀러가다가 이 앞을 지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 신세를 보고 실컷 놀릴 게 분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톰은 자기 재산을 조사해보았다. 장난감, 공깃돌, 그리고 몇 개의 잡동사니가 전부였다. 일과 바꾸기에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단 30분 정도의 완전한 자유를 사는 데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보잘것없는 재산들을 다시 호주머니 속에 처넣고, 다른 아이를 매수할 생각은 아예 단념하고 말았다. 이처럼 암담하고 다른 수가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 어떤 영감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이야말로 어마어마하고 굉장한 묘안이 아닐 수 없었다.

톰은 다시 침착하게 일을 해나갔다. 얼마 후 벤 로저스가 나타났다. 톰은 평소 이 녀석에게 놀림을 당하는 게 제일 두려웠다. 벤의 걸음걸이는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마음이 가볍고 몹시 기대에 차 있는 게 분명했다. 사과를 깨물어 먹으면서 간간히 아름다운 곡조의 멜로디를 길게 외치는가 하면, 곧이어 딩동딩동 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었다. 증기선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오자 속도를 늦추고는 길 한폭판에서 우측으로 휙 기울어지면서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아마도 자신을 '대 미주리 호(號)'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벤은 자신이 배이자 선장이며, 기관실의 종이었기에 제일 높은 갑판위에 서서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몸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 "기관 정지! 땡, 땡, 땡!" 배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면서, 벤이 길 한쪽으로 천천히 걸어 다가왔다.

톰은 증기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울타리를 칠하는 데만 몰두했다. 벤은 잠시 톰을 쳐다보고서 소리를 질렀다. "힘든가 보구나, 맞지?" 대답이 없다. 톰은 방금 전에 끝마친 곳을 화가와 같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정성을 들여 칠하고는 다시 아까처럼 바라보았다. 벤이 그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톰은 사과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지만 꾹 참고 일에 매달렸다. 벤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톰. 일하나 보구나?" 톰이 고개를 돌려 아는 체했다. "응! 너였구나, 벤. 난 또 누구라고." "헤엄치러 가는 길이야. 같이 안 갈래? 넌 일이 있어서 못 가겠구나, 안 그래?" 톰은 잠깐 상대를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일이라고? 무슨 일?" "지금 하는 거 말이야." 톰은 다시 칠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안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냐. 나한테는 딱 맞는 일이지." "정말? 정말 좋아서 하는 건 아니겠지?" 톰은 그 사이에도 계속 솔질을 했다. "좋아하냐고? 왜? 이걸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니? 너 울타리 칠하는 일이 매일 있는 일인 줄 아니?"

이 말 한마디에 사태는 급변하였다. 벤은 사과 씹는 것을 중단하였다. 톰은 솔을 앞뒤로 쓱 바르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 결과를 보고는 다시 여기저기 덧칠을 하고 또 뒤로 물러서서 보았다. 벤은 톰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 그러다가 점점 그 일에 흥미를 갖는 눈치였다. 마침내 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했다. "이봐, 톰. 나도 한 번 해보자." 톰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더니, 응할까 하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안 돼, 안 돼.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냐, 벤. 폴리 이모(톰의 이모)가 이 울타리를 얼마나 중하게 생각한다구. 바깥쪽 울타리니까 더 그럴 거야. 안쪽이었다면 별로 상관을 안 할 텐데 말이야. 그래서 이 울타리는 정성을 들여서 해야 해. 아마 이걸 칠할 수 있는 애는 천 명에 하나, 아니 이천 명에 하나도 있을까 말까 할걸."

"안 돼? 이봐, 톰. 한 번만 해볼게. 딱 한 번만 말이야." "짐(폴리 이모의 흑인 심부름꾼)도 하고 싶어 했는데 이모가 안 된다고 그랬어. 시드(톰의 동생)는 또 얼마나 떼를 썼는데 그래. 하지만 그 애한테도 안 맡겼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하는 거야. 만일 너한테 시켰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걱정 마. 조심해서 하면 되잖아. 자, 한 번만 해볼게. 이 사과 속을 줄게 응?" "글쎄, 정 그렇다면…. 아니, 역시 안 되겠어. 벤, 도저히 걱정이 돼서…." "그럼 이 사과 다 줄게!" 톰은 못 이기는 척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얼씨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해서 조금 전까지 '대 미주리 호' 증기선이었던 벤이 따가운 햇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 동안, 은퇴한 화가는 근처 나무 그늘에 놓인 통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며 사과를 씹어 먹었다. 다음 희생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면서…. 희생자의 수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소년들은 그 옆을 지나가며 모두들 한마디씩 놀려대다가 결국에는 전부 다 손에 솔을 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톰은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실컷 보낼 수 있었고, 그 사이 울타리는 세 겹씩이나 덧칠을 해서 마무리되었다. 톰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은 그리 살기 힘든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행위의 커다란 법칙을 발견한 것인데, 그것은 어른이고 아이고 무엇인가를 탐하도록 하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조숙한 실습 참을 수 없을 만큼 졸음이 쏟아지는 날씨였다. 톰은 책에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머릿속에 온갖 잡생각이 떠올랐다. 드디어 길게 하품을 하고는 책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포기해버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톰은 베키 대처(대처 판사의 딸이며 톰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은 소녀)에게 뛰어가 귓속말을 했다. "모자를 쓰고 집에 가는 척해. 그리고 모퉁이 있는 데까지 갔다가 다른 애들을 따돌리고 골목으로 되돌아와. 나도 다른 길로 가다가 돌아올테니까." 그래서 베키는 몇 명의 친구들과, 그리고 톰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교문을 나섰다. 얼마 후 두 사람은 골목길에서 만나 아무도 없는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둘은 석판을 앞에다 놓고 나란히 앉았다. 톰이 베키에게 연필을 쥐어 주고, 자기 손으로 겹쳐 쥐고서 멋진 집 한 채를 그렸다. 그림에 대한 흥미가 식어가자 둘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톰은 즐거워서 어쩔 줄 몰랐다. 톰이 말했다. "너, 혹시 쥐 좋아하니?" "아니, 쥐라면 끔찍해!" "나도 그래. 산 놈은 싫어. 내 말은 죽은 놈 말이야. 실로 잡아매 빙빙 돌리는 거 말이야." "어쨌든 쥐라면 싫어. 내가 좋아하는 건 껌이야." "나도 그래! 껌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 나한테 있어. 잠깐 씹어도 좋아. 하지만 바로 돌려줘야 해." 둘은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대롱대롱 흔들면서 교대로 껌을 씹으며 흐뭇한 기분에 잠겼다.

"너 서커스 본 적 있니?" 톰이 물었다. "응, 내가 말 잘 들으면, 아빠가 또 언젠가 데려가 주신다고 했어." "나는 서너 번…. 여러 번 가봤어. 이담에 커서 나는 서커스 광대가 될 거야." "어머, 그래? 참 좋겠다. 알록달록한 점박이 옷을 입고, 정말 멋지겠다." "물론이지! 그리고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버는데. 하루에 일 달러씩 받는다고 벤 로저스가 그러더라. 그런데 베키, 너 약혼한 적 있니?" "그게 뭔데?" "결혼 약속 말이야." "아니." "해보고 싶지 않니?" "글쎄, 어떻게 하는 건데?" "어떻게 하다니? 별거 아냐. 그러니까 어떤 사내애에게 영원히 그 애 하고만 지내겠다고 말하고, 키스를 하면 되는 거야. 누구든지 다할 수 있지." "키스? 뭣 땜에 키스를 해?" "그건 말이야 …, 다들 그렇게 하는 거야." "다?" "그래, 서로 사랑하면 다들 그렇게 해." "내가 해볼까?" "응, 하지만 이 다음에." "아니, 지금." "싫어, 지금은 싫어…. 내일." "아냐, 지금 해야 돼,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할게. 조용히 말할게." 베키는 망설였다. 톰은 그 침묵을 동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베키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귀에 입을 바싹 갖다 댄 다음, 아주 부드럽게 뭐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이번에는 네 차례야. 똑같이 말해봐." 베키는 잠시 망설이다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얼굴을 저쪽으로 돌리고 못 본 체하면 하겠어.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절대 말하지 않기다." "그래, 절대로 안 할게. 자, 해봐."

톰은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베키는 잔뜩 수줍어하면서 허리를 굽혔다. 입김이 톰의 고수머리를 흔들정도로 바짝 다가왔다. "너를 사랑해!" 그러자 베키는 얼른 일어서서 도망을 쳤다. 톰이 그 뒤를 쫓자 책상과 걸상 사이를 이리저리 달아나다가 마침내 구석에 몰려 조그마한 앞치마로 얼굴을 가렸다. 톰은 베키의 목을 껴안으며 달랬다. "자, 이제 다 끝났어, 베키. 키스만 남았다. 겁낼 것 없어. 별거 아냐. 어서." 톰은 앞치마와 손을 끌어내렸다. 베키는 체념한 듯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 저항하느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 받아들였다. 톰은 그 붉은 입술에 키스를 한 뒤 말했다. "다 끝났어, 베키. 이제부터는 나 말고 누구하고도 사랑해서는 안 돼. 나 말고는 절대로 결혼해서는 안 되는 거야. 절대로. 알았지?" "응, 너 말고는 아무하고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 말고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고. 너도 나 이외의 누구하고도 결혼해서는 안 돼." "그거야 물론이지, 앞으로는 학교 갈 때나 집에 갈 때도 언제나 나하고 같이 가는 거야. 아무도 안 보면 말이야. 그리고 파티가 있을 때에는 너는 나를 택하고 나는 너를 택하는 거야. 약혼한 사이는 다들 그렇게 하는 거니까." "야, 근사하다! 왜 이런 걸 몰랐을까." "정말 좋지? 여태까지는 에이미 로렌스하고…."

베키가 눈을 부릅뜨는 것을 보고서 톰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달았다. 톰은 당황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머, 톰! 너 그럼 약혼한 게 내가 처음이 아니었구나." 소녀는 울기 시작했다. 톰이 허겁지겁 말했다. "울지마, 베키. 이제 그 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무슨 소리! 지금도 생각하고 있으면서." 톰은 베키의 어깨에다 손을 얹으려고 했지만, 베키가 그것을 밀어내고 벽 쪽으로 돌아서서 엉엉 울었다. 톰은 이런저런 말로 달래며 접근하려 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톰도 자존심이 상해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베키가 후회를 하고 뒤쫓아오지나 않을까 하고 문 쪽을 바라보았지만 베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톰은 기분이 언짢아졌다. 자기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편에서 먼저 굽히고 돌아가는 것은 쑥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베키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구석에 서서 흐느끼고 있었다. 톰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베키 옆으로 다가갔으나 무슨 말부터 꺼내야 좋을지 몰라 쭈뼛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더듬더듬 간신히 입을 열었다. "베키, 난 너 말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겠어." 대답이 없었다. 상대방은 여전히 흐느꼈다. 톰은 가장 아끼는 보물인, 난로 장작받침쇠 꼭대기에서 뽑은 놋쇠 손잡이를 꺼내 베키 앞에다 내밀려 말했다. "너, 이거 안 가질래?" 베키는 그것을 탁 쳐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톰은 교실을 나와 오늘은 더 이상 학교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언덕을 넘어갔다.

무법자들, 항해를 떠나다 세인트 피터즈버그로부터 한 3마일쯤 떨어진 하류로 내려가면 미시시피 강폭이 1마일 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숲이 우거진 기다란 섬이 있었다. 그 섬 앞머리에는 얕은 모래사장이 있어서 해적의 근거지치고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고, 그 맞은편 쪽의 강변도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서 평소 인적이 드물었다. 톰과 그의 단짝 친구인 조 하퍼는 이 잭슨 섬을 해적이 되어 놀 근거지로 골랐다. 그리고는 마을의 부랑자 허클베리 핀을 찾아나섰다.

허크는 주정뱅이 아들로 마을의 아낙네들로부터 지독한 미움을 받는 한편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것은 허크가 게으름벵이에다 무법자이고, 천한 데다 불량한 아이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고, 심지어 자신도 허크 같은 신세가 되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는 아이들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톰은 다른 점잖은 집 애들과 마찬가지로 매인 데 없는 허크의 처지를 부러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놀면 안 된다는 엄명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톰은 기회 있을 때마다 허크과 어울려 함께 놀았다. 허크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날씨가 좋으면 계단 위에서도 자고, 비가 오면 커다란 빈 통 속에서 잤다. 학교나 교회에도 갈 필요가 없고, 어느 누구의 명령에도 복종할 일이 없었다. 낚시질이건 멱감기건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하고 싫어지면 당장 때려치웠다. 싸움 하지 말라는 사람도 없었다. 얼마든지 밤늦게까지 앉아 있을 수도 있다. 봄이 되면 맨 먼저 맨발로 걷는 것도 허크였고, 가을이 되어 맨 나중에 구두를 신는 것도 허크였다. 세수할 필요도 없고 깨끗한 옷을 입을 필요도 없었다. 욕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인생을 귀중한 것으로 만드는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셈이었다. 구속과 속박에 허덕이는 세인트 피터즈버그의 착한 소년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허크에게 해적이 되자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는 동의했다. 어떠한 생활이든 그에게는 마찬가지였으므로 이것저것 잴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세 소년은 적당한 시간, 즉 밤 열두 시에 마을에서 2마일 떨어진 상류의 한적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거기에는 조그마한 뗏목이 있었는데 그것을 훔쳐 탈 작정이었다. 그들은 각자 악당답게 가장 어둡고 은밀한 방법으로 낚싯바늘과 낚싯줄, 식량 등을 최대한 훔쳐 가지고 오기로 했다.

얼마 후에 뗏목이 강위에 떴다. 톰이 지휘를 하고, 허크와 조는 각기 앞뒤의 노를 잡았다. 새벽 두 시경, 그들은 섬 앞머리에서 약 2백 야드쯤 떨어진 모래사장에 뗏목을 대고는 몇 번 씩이나 얕은 물을 왕복하면서 짐을 날랐다. 그리고 뗏목에 달려있던 헌 돗을 이용해 구석진 숲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식량을 모아두었다. 그들 자신은 비가 오지 않는 한 무법자답게 자기로 했다. 셋은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20~30보 더 들어가서 커다란 나무 옆에 자리를 잡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프라이팬으로 베이컨을 굽고, 옥수수빵을 절반쯤 썰어 식사를 했다. 이처럼 인적이 없는 무인도의 원시림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하는 식사야말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는 문명사회로 돌아가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바삭바삭한 베이컨과 옥수수빵 마지막 한 조각을 먹어치우자 소년들은 지극히 만족한 가운데 풀 위에 드러누웠다. 더 시원한 장소를 찾으려면 찾았겠지만, 야영의 모닥불이 주는 낭만적인 정취를 버리기가 싫었다. "기분 좋지?" 조가 말했다. "멋진데, 다른 애들이 우리를 보면 뭐라고 할까?" 톰이 맞장구를 쳤다. "뻔한 얘기 아니겠어. 모두들 부러워 죽겠다고 할 거야. 안 그래, 허크?" "맞아, 어쨌든 나에겐 꼭 맞는다. 이보다 더 좋은 데가 어디 있겠어." 허클베리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학교에 간다, 세수를 한다, 또 온갖 쓸데없는 일은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야…." 톰이 말했다. 잠시 후 허크가 물었다. "해적이 할 일은 뭐야?" 톰이 대답했다. "어마어마한 일들이지. 배를 습격하여 불 지르고 돈을 빼앗아 자기들만이 아는 섬에다 묻는 거야. 예를 들어 유령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장소에 말이야. 배에 탄 사람들은 모조리 죽이거나 눈을 가려서 뱃전에 내민 널빤지 위를 걸어가게 해 바다로 떨어뜨리는 거야."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