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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등장인물


테세우스 아테네의 공작

히폴리타 아마존의 여왕, 테세우스의 약혼녀

이지어스 허미아의 아버지

허미아 라이샌더를 사랑하는 아테네의 귀족 처녀

라이샌더 허미아를 사랑하는 아테네 귀족 청년

드미트리어스 처음에는 허미아를 사랑하지만, 나중에는 헬레나와 사랑에 빠지는 아테네 귀족 청년헬레나 드미트리어스를 사랑하는 아테네의 귀족 처녀

오베론 요정의 왕

퍽 오베론의 장난꾸러기 요정



1막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는 아마존을 정복하고 얻은 여왕, 히폴리타와의 결혼을 기다린다. 나흘 후로 다가온 이 결혼은 성대하고도 화려하면서 유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그런 테세우스 앞에 이지어스가 와서 자신의 딸, 허미아의 이야기를 꺼낸다. 허미아는 아버지가 결혼 상대로 허락한 드미트리어스 대신 라이샌더와 결혼하겠다고 맞선 것이다. 이에 테세우스는 허미아에게 자신의 결혼식 전까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신중히 결정하라고 명한다. 허미아는 세 가지 갈림길에 선다. 교수형을 당하든가, 드미트리어스와 결혼을 하든가, 아니면 독신의 맹세를 하는 것이다.

아테네, 테세우스의 궁전

테세우스 (테세우스, 이지어스, 허미아 등장) 이지어스 공, 무슨 일이오? 이지어스 공작님, 제 딸 허미아가, 하도 속을 썩여서 하소연을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드미트리어스는 제가 결혼 승낙을 한 청년입니다. 그리고 라이샌더는 제 딸의 마음을 온통 홀려버린 놈이지요. 라이샌더는 마음이 여린 제 딸에게 갖은 엉큼한 수작을 부려 배은망덕한 불효자식을 만들었습니다. 자비로우신 공작님, 제 딸 허미아가 공작님 앞에서 드미트리어스와의 결혼을 거부한다면, 아테네에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비의 특권을 허락해 주십시오. 딸년은 제 소유이오니 제가 제 마음대로 처리하도록 말입니다. 허미아가 드미트리어스와 결혼하든가 아니면 죽음을 택하든가 양자택일하도록 도와주십시오. 테세우스 허미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에게 아버지는 하느님과 같은 분이지. 너의 아름다운 육체를 만들었으니까. 아버지 앞에서 너는 밀랍 인형과 다를 바가 없단다.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하는 힘도, 부숴버릴 수 있는 힘도 바로 네 아버지에게 달려 있다. 게다가 드미트리어스는 훌륭한 신사가 아니냐?

허미아 라이샌더도 그러하옵니다. 테세우스 물론 그렇겠지.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반대한 사람이고 드미트리어스는 아버지가 승낙한 사람이니 남편감으론 더 훌륭하잖아. 허미아 아버지가 제 입장을 고려해 주셨으면, 하고 바랄 따름입니다. 테세우스 아니다. 너야말로 분별력을 갖춰야 할 것 같구나. 허미아 공작님, 용서를 바랄 뿐입니다. 어떤 힘이 저를 이리도 대담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전하 앞에서 감히 제 생각을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저의 정숙함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부탁하건데 공작님, 제가 만일 드미트리어스와의 결혼을 거절한다면, 제가 받게 될 최악의 형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테세우스 죽음을 당하든지, 아니면 영원히 독신녀로 살든가 둘 중 하나이다. 그러니 신중하게 판단하거라. 네가 아버지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너는 평생 수녀로 살아가면서 수녀의 의복을 견뎌내야 할 것인지를 너의 욕망에게 물어보아라. 물론 그 길을 가는 게 훨씬 더 축복받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순결한 가시 위에서 독신의 행복을 누리며 살다 시들어 죽어가는 장미꽃보다는 농축되어 향수가 된 장미꽃이 더 큰 지상의 행복을 맛보는 게 아닐까 싶다.

허미아 공작님, 제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 순결과 영혼을 바치며 평생을 사느니 차라리 가시로 보호받으며 향기를 뿌리다가 도도히 홀로 시드는 장미로 살다 가겠습니다. 테세우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라. 초승달이 뜨면 나는 사랑하는 히폴리타와 영원한 동반자가 되는 백년가약을 맺을 것이다. 그때까지 너도 불효의 죄로 교수형을 당하든가, 아니면 아버지의 명을 따라 드미트리어스와 결혼하든가, 그도 아니면 여신 다이아나(달의 여신, 정조와 처녀성을 상징)의 제단에서 영원히 금욕과 독신의 맹세를 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테세우스, 이지어스 퇴장)

허미아는 결국 사랑하는 연인 라이샌더와 함께 아테네의 법이 쫓아오지 않는 곳으로 도망친다. 한편 허미아의 친구인 헬레나는 드미트리어스를 열렬히 사랑한다. 자신과 약혼한 드미트리어스가 허미아에게 빠져 자신을 거부하자 고뇌한다.

라이샌더 (라이샌더 등장) 허미아, 내 말 좀 잘 들어봐요. 홀로 사시는 고모님이 한 분 계시는데, 물려받은 재산은 많지만 자식이 없어요. 아테네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시고 나를 마치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있다오. 그리로 가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거요. 그곳까지는 이 무서운 아테네의 법이 우리를 쫓아오지 못할 테니까. 허미아, 나를 사랑한다면 내일 밤 당신 아버지 집을 몰래 빠져나와 마을에서 좀 떨어져 있는 숲속, 전에 오월제 아침을 보려고 헬레나와 함께 당신을 만났던 바로 그 숲으로 와요. 그곳에서 기다릴 테니까. 허미아 나의 라이샌더, 큐피드(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사랑의 신. 화살을 쏘아 사랑을 일으키기도 하고 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의 가장 센 활에 걸고 맹세하지요. 당신이 말한 바대로 그곳에서 내일 틀림없이 만나기로 해요. 라이샌더 틀림없이 약속을 지켜 주시오, 내 사랑. 아, 저기 헬레나가 오고 있네. (헬레나 등장)

허미아 어여쁜 헬레나, 어디 가는 길이니? 헬레나 내가 예쁘다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드미트리어스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네 눈은 북극성 같고, 네 혀는 목동의 귀에 속삭이는 종달새보다 더 아름다운 달콤한 노래 같아. 병은 옮는다는데, 아름다움도 옮을 수 있다면! 너처럼 될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이 네 것이 된다 해도 드미트리어스만 빼고 다 네게 줄 수도 있으련만. 허미아 헬레나, 걱정마. 그인 이제 내 얼굴을 볼 수 없을 테니까. 라이샌더와 난 이곳을 떠나기로 했어. 우린 너와 내가 종종 만나서 가녀린 달맞이 꽃밭에 누워 재미있는 속생각들을 털어놓고 하던 바로 그 숲속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리고 아테네를 등지고 새로운 친구들, 낯선 이웃을 찾아 떠나려고 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렴. 그리고 드미트리어스의 마음을 얻는 행운이 함께하기를! 라이샌더 헬레나, 당신만큼 드미트리어스도 당신을 원하게 되길 바라오. (라이샌더, 허미아 퇴장)

헬레나 나도 허미아 못지않게 예쁘다는 걸 아테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걸 드미트리어스만 모르고 있는 데. 드미트리어스가 허미아에게 넋을 빼앗겼듯이 나 또한 그의 장점에 끌려 빠져 있나봐. 사랑은 아무리 쓸모없고 비천한 것이라 해도 그것들을 단번에 가치 있고 귀한 것으로 바꿔놓지.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니까.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드 신도 장님으로 그려져 있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분별심이라곤 없으니 말야. 날개만 있고 눈이 없는 형상 또한 물불 안 가리고 덤비는 모습이잖아. 그래서 사랑의 신 큐피드를 다들 어린아이로 생각하나봐. 선택을 했다 하면 번번이 속아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니까. 장난꾸러기 어린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함부로 맹세를 하듯이 사랑의 신 큐피트도 늘상 도처에서 거짓 맹세를 하잖아. 드미트리어스도 사랑의 맹세를 내개 우박처럼 퍼부어댔어. 하지만 허미아를 보고 난 뒤에는 그 우박과 함께 맹세도 하릴없이 녹아버렸지. 드미트리어스에게 가서 허미아가 도망친다는 얘기를 해줘야겠다. 그러면 내일 밤 허미아를 쫓아 숲으로 가겠지. 오, 아냐. 이 일을 알려주면 그는 내게 감사할지 몰라도 나는 상처를 받아.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이 되지.

2막

헬레나는 허미아의 사랑의 도피를 드미트리어스에게 말하고 드미트리어스는 분개하여 허미아를 찾아 아테네 근교의 숲으로 떠난다. 마침 이 숲에는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의 대화를 엿들은 이가 있었다. 요정의 왕, 오베론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헬레나를 가엾게 여기고 돕기로 한다. 요정 퍽을 시켜 잠자는 드미트리어스의 눈꺼풀에 사랑의 묘약인 꽃즙을 바르도록 명한 것이다. 이 꽃즙을 바른 사람은 잠에서 깬 후 처음 본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아테네 근교의 숲

드미트리어스 제발 날 따라다니지 마시오.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러지 않았소? 그런데 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어디 있는 거요? 난 라이샌더 그 놈을 죽일 생각이지만, 허미아는 날 말려죽이고 있소. 헬레나, 당신은 이 둘이 숲속으로 도망쳤다고 말했지. 여기까지 따라오긴 했는데 나의 허미아를 찾을 수 없으니 미칠 것만 같군. 어쨌든 당신은 가시오. 더 이상 나를 따라다니지 말고. 헬레나 당신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어요. 차가운 자석 같은 당신께서 말이죠. 당신이 끌어당기는 것은 쇠가 아니라 강철같이 진실한 제 마음이에요. 당신이 그 자력을 거둬보세요. 그러면 제가 당신을 쫓아다닐 힘도 사라지고 말 거예요. 드미트리어스 내가 당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말이오? 나는 당신에게 분명히 말했소.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사랑할 수도 없다고 말이오. 헬레나 저는 당신의 애완견 스파니엘과 다름없어서, 당신이 저를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당신을 따를 거예요. 저를 당신의 스파니엘로 취급해주세요.

드미트리어스 당신은 자신의 정숙함을 의심받게 만들고 있어. 감히 마을을 떠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내 손에 자신을 맡기거나, 야밤을 틈타든가 인적이 드문 곳을 이용하려는 음흉한 의도에 귀하고 소중한 자신의 정조를 맡기고 있으니 말이야. 헬레나 당신은 그럴 분이 아니니까 안심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으면, 그건 밤이 아니에요. 그렇기에 전 지금이 야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다가 이 숲에 아무도 없이 저 혼자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요, 당신은 제게 온 세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의 온 세상이 이곳에서 절 보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혼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드미트리어스 일일이 대꾸하고 있을 순 없어. 난 가겠어. 기어코 쫓아오겠다면 맘대로 해. 그렇지만 숲속에서 당신에게 못된 짓을 하지 않으리라 장담은 못해. 헬레나 그래도 난 당신을 따라갈 테야. 내가 이리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는다면 그건 지옥이 아니라 천국일 거야. (드미트리어스, 헬레나 퇴장. 요정의 왕 오베론과 장난꾸러기 요정 퍽 등장)

오베론 잘 가라 어여쁜 아가씨야. 그 청년이 이 숲을 떠나기 전 그가 네 사랑을 애걸하게 되고, 넌 달아나는 쪽이 될 거다. 퍽, 꽃즙은 가지고 왔느냐? 퍽 여기 있습니다. 오베론 사랑스런 아테네 아가씨가 못된 청년을 좋아하고 있다. 그 녀석의 눈에 발라라. 조심할 것은 그 녀석이 눈을 떠 처음 보게 될 사람이 바로 그 처녀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녀석은 아테네인 옷을 입고 있으니 단박에 알아볼 수 있을 게다. 그 처녀가 그 녀석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 녀석이 그 처녀를 좋아하게 되도록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퍽 임금님, 걱정 마세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도망친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약속 장소인 숲에서 만나 헤메이다 지쳐 잠들었다. 오베론의 명을 받은 퍽은 아테네 복장의 청년을 찾던 중 숲에 잠들어 있는 라이샌더에게 꽃즙을 바른다.

허미아 (허미아, 라이샌더 등장) 라이샌더, 누울 곳을 찾아봐요. 난 이쪽 언덕을 베게 삼아 누울 테니까요. 라이샌더 허미아, 내가 당신 마음과 맺어져 있으니 우리는 한마음 한뜻이오. 하나의 맹세 아래 두 가슴이 묶여 있으니 가슴은 둘이지만 진실은 하나 아니겠소. 그러니 내가 당신 곁에 눕는 걸 싫어 말아요. 허미아, 내가 당신 곁에 누우려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오. 허미아 안 돼요, 라이샌더. 점잖으신 분답게 사랑과 예의로 제발 참고 떨어져 누워요. 그렇게 떨어져 눕는 게 정숙한 처녀 총각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어요. 잘 자요, 내 사랑. 당신의 고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이 변치 않기를! (라이샌더, 허미아 떨어져 잠든다. 퍽 등장) 퍽 이리저리 숲속을 헤집고 다녀도 사랑의 효험이 있는 이 꽃즙을 두 눈에 발라 볼 그 아테네 녀석은 보이질 않아. 아니 이게 누구야? 아테네인 복장을 하고 있네? 오베론 임금님께서 말씀하신 바로 그 녀석이군. 아테네 처녀를 멸시한다던 그 녀석 말야. 그 처녀도 여기 습하고 더러운 땅바닥에 곤히 잠들어 있구나. 가엾기도 해라. 이 무정하고 무례한 놈 곁에 감히 가까이 눕지도 못하다니. 이 못된 놈, 네 눈에 이 마법의 힘을 잔뜩 부어놓겠다.

그런데 잠든 라이샌더 곁에 헬레나가 다가온다. 드미트리어스를 따라다니다가 그가 가버리고 난 후 땅바닥에 잠든 라이샌더를 발견한 것이다. 잠에서 깬 라이샌더가 처음 본 사람은 안타깝게도 가까이에 잠들어 있는 허미아가 아닌 헬레나였다. 라이샌더는 헬레나를 보자마자 딴 사람이 된 듯 헬레나에게 구애한다. 헬레나는 라이샌더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고 믿는다.

헬레나 아니 이게 누구야? 라이샌더네. (곁에 있는 허미아는 보지 못하고) 죽었나, 살았나? 피를 흘린 흔적도 상처도 없어. 라이샌더, 살아 있다면 일어나봐요. 라이샌더 (일어나며) 그댈 위해서 불길 속에라도 뛰어들겠소. 밝고 투명한 헬레나. 당신의 가슴을 통해 당신의 마음이 훤히 비춰 보이니 자연의 솜씨는 정말 위대하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허미아가 아니라 헬레나 당신이오. 남자의 욕망은 이성의 지배를 받기 마련인데 그 이성이 말하기를 당신이 훨씬 낫다는 군요. 헬레나 제가 당신께 조롱받을 만한 짓을 한 적이라도 있나요? 지금까지 드미트리어스로부터 따스한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것 아니 그럴 자격조차 없었던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요? 이봐요?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당신마저 모욕을 더하는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전 당신이 드미트리어스보다 더 젊잖은 분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한심한 내 신세, 한 남자에게는 차이고 다른 남자에게는 조롱이나 받아야 하다니. (헬레나 퇴장, 라이샌더는 누워있는 허미아를 본다.)

라이샌더 허미아, 아무리 달콤한 것이라도 너무 포식을 하게 되면 결국 위장은 진저리 치고 말지. 그렇게 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질리게 된 거야. 특히 나한테 말이야. 이제 나의 모든 것들이여, 그 사랑과 온 힘을 헬레나를 경배하고 그녀의 기사가 되는 데 쏟도록 하라! (라이센더 퇴장, 허미아 잠에서 깬다) 허미아 도와줘요. 라이샌더. 제발 제 가슴에 스멀거리는 이 독사를 떼어주세요! 제발, 제발요! 무슨 꿈이 이렇담! 이것 봐요, 라이샌더. 무서워 떨고 있잖아요. 독사가 제 심장을 뜯어먹는 것 같았어요 헌데 당신은 독사 먹이가 되는 제 모습을 보며 마냥 웃고만 있었어요. 라이샌더, 아니 어딜 갔지? 나의 님, 라이샌더!

3막

오베론은 요정 퍽이 꽃즙을 엉뚱한 사람에게 바르는 실수를 했음을 알고 상황을 바로잡고자 해독제를 다시 드미트리어스에게 발라놓는다.

숲속의 다른 언덕

오베론 (오베론, 퍽 등장)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느냐?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러서 진실한 연인의 눈에 사랑의 묘약을 발라주다니. 네 녀석의 실수로 인해 거짓된 연인의 마음이 참되게 바뀐 게 아니라, 참된 연인의 마음만 변했구나. 퍽 이제 운명의 여신에게 맡길 수밖에요. 진실한 연인은 백만 명 중 한 명밖에 없으며, 맹세란 깨어지게 마련이 아닙니까? 오베론 이 숲속을 바람보다 빨리 달려 다니며 아테네의 처녀 헬레나를 찾아내도록 하라. 그 처녀는 상사병에 걸린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져 있다. 싱싱해야 할 젊은이의 피가 사랑의 슬픔으로 말라버린 탓이니라. 환상을 일으켜서라도 그 처녀를 이곳에 데려 오너라. 그 처녀가 올 때까지 난 이 청년의 눈에 마법을 걸어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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