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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Othello)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
오셀로(Othello)

오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등장인물


오셀로 베니스 정부를 위해 일하는 무어인 장군

데스데모나 오셀로의 아내

이아고 오셀로의 기수

로더리고 베니스의 신사

브러벤쇼 베니스의 원로원 의원.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캐시오 오셀로의 부관

에밀리아 이아고의 아내

로도비코 브러벤쇼의 친척



1막

많은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던 데스데모나는 고결하고 용감한 오셀로 장군과 비밀결혼을 한다. 데스데모나가 비밀결혼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 브러벤쇼가 나이 차 나는 무어(Moor, 흑인을 말하는 것으로 8세기 초부터 이베리아 반도에 침입한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교도에 대한 호칭)인, 오셀로와의 결혼을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이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누가 봐도 놀라운 결합이었다. 한편 기수 이아고와 베니스 신사 로더리고는 이들의 비밀결혼을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러벤쇼에게 폭로하려고 한다. 이아고는 오셀로가 캐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 것 때문에, 로더리고는 마음에 둔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와 맺어진 것 때문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

베니스의 거리

로더리고 자네가 그놈을 싫어하는 건 확실한가? 이아고 물론이죠. 장안에서 힘께나 쓰는 분들이 저를 그 놈의 부관으로 천거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저란 놈은 충분히 그만한 재목이 되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 놈이 뭐라했는 줄 아십니까? 알아들을 수 없는 군대용어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더니 글쎄 부관이 결정되었다는 거예요.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녀석이 뽑은 부관은 플로렌스 출신의 마이클 캐시오라는 작자죠. 싸움은커녕 군대사열조차도 모르는 얼간이고요. 그런 형편없는 녀석도 고속승진을 하는데, 사방팔방에서 무공을 세운 이놈은 겨우 그 무어놈의 딱가리 기수 노릇이나 해야 된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로더리고 말이 안 되지! 나 같으면 그 녀석을 물고를 내버렸을 거야. 이아고 뭐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세요. 저도 다 꿍꿍이속이 있어 따라다니는 것이니까요. 밖으로 드러나는 내 행동을 보고 내 마음을 짐작했다간 정말 큰코다치고 말 겁니다. 내 속은 겉과는 다르단 말씀입니다. 로더리고 그 입술 두꺼운 무어놈, 운수 땡이다. 우리 일이 잘만 풀린다면 말이야. 여기가 그 집인가 보군. 어디 한번 큰 소리로 불러봐야지. 여보세요! 브러밴쇼 나리! 여보세요! 이아고 일어나세요, 브러벤쇼 나리! 댁에 도둑이 들었어요. 도둑!

브러벤쇼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이 밤중에 누가 소란을 떠는 건가? 이아고 큰일났습니다. 나리! 도둑이 들었습니다. 민망하니 어서 옷이나 입으시지요. 각하의 염통이 터지고 혼비백산할 판입니다. 지금, 바로 지금 시커먼 늙은 숫양이 댁의 흰 양을 올라타고 있는 중이에요. 일어나십시오. 어서 종을 쳐서 쿨쿨 자고 있는 시민들을 깨우십시오. 안 그러면 그 악마가 나리의 외손자를 만들고 말 것입니다. 자, 어서 일어나시라니까요. 브러벤쇼 고얀 놈, 너는 누구냐? 이아고 저는 지금 당신의 따님과 무어놈이 잔등은 둘이고 몸은 하나인 짐승짓을 하고 있는 것을 알려드리러 온 사람입니다. 브러벤쇼 이 악당 같으니.

로더리고 나리, 제 목소리를 기억하시겠습니까? 브러벤쇼 로더리고! 괘씸하군. 자네는 내 집 근처엔 얼씬도 말라고 했거늘, 그새 간덩이가 부풀어 이리 나타났단 말이냐? 내 자네에게 똑똑히 말했잖은가, 내 딸을 줄 수 없다는 것을. 헌데 이게 뭐야. 미친놈같이 술을 잔뜩 퍼마시고 엉큼스럽게 찾아와 단잠을 깨워놔? 명심해 두게. 원로원 의원인 내 비위를 거스르면 혼이 날줄 알아. 로더리고 브러벤쇼 나리, 고정하십시오. 전 그저 순수한 충정으로 이곳에 온 것뿐입니다. 이아고 저희들이 찾아온 진실을 알게 되신다면, 상을 내려도 시원찮을 텐데 말이죠 …. 로더리고 만일 나리께서 어여쁜 따님을 음탕한 무어놈이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다면 저희가 쓸데없이 나대는 꼴이 되겠지요. 하지만 모르고 계시다면 저희가 버릇없이 나리를 조롱한 게 아닐 겁니다. 지금 당장 조사해 보시지요. 따님께서 나리의 허락도 없이 나가 겉과 속이 다른 시커먼 불한당한테 자신의 의무와 미모, 지혜와 행운을 몽땅 털리고 있지나 않은지 말입니다. 만일 모든 게 거짓이라면 법의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브러벤쇼 오, 이런! 여봐라, 불을 켜라! 식솔들을 모두 깨워라! 어쩐지 꿈자리가 사납더라니. 불을 켜! 불을! (브러벤쇼 퇴장)

이아고 나는 가봐야겠네. 괜히 여기 남아 있다가 그 무어놈과 원수지간이 될 필요는 없거든. 난 정부의 태도를 잘 알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오셀로를 파면시킬 수는 없단 말이야. 지금 사이프러스(터키 남쪽 지중해에 있는 키프러스 섬을 말함)에서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전쟁을 놈이 맡게 되었지. 글쎄, 이 녀석 말고는 이 일을 감당할 만한 인물이 아무도 없으니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나는 놈에게 충성하는 척할 수밖에. (이아고 퇴장)

브러벤쇼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딸 데스데모나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오셀로를 찾아가 데스데모나를 농락한 죄로 체포하려 한다. 오셀로는 브러벤쇼에게 자신의 사랑에 대한 내막을 전하려 하지만 때마침 베니스 공작으로부터 온 급한 보고를 받는다. 원로원 의원인 브러벤쇼 역시 공작으로부터 회의 소집이 있다는 전갈을 받는다.

새지터리 여관 앞

브러벤쇼 이 더러운 도둑놈 같으니! 내 딸을 어디에 숨겼느냐? 네놈은 내 딸에게 사악한 주술을 건 마귀같은 놈이다. 어서 내 딸을 내놔라! 누가 보더라도 네놈이 마법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귀공자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순박하고 아름다운 내 딸애가 아비 눈을 피해 이리로 뛰어들 까닭이 없지. 오셀로 의원님의 비난에 대해 답을 드리겠습니다. 브러벤쇼 그 아인 너처럼 시커먼 놈의 품에 안기기 위해 세상의 비웃음을 살 아이가 아니란 말이다! 네놈이 마법을 걸어 마음을 어지럽히는 묘약을 써서 여린 내 딸의 마음을 농락했을 거다. 그런 내 딸을 꾀어내다니, 네놈을 풍기문란 죄로 체포하겠다. 더불어 사술(邪術)을 행한 죄도 보태서 말이지. 여봐라, 당장 저놈을 잡아라. 반항하면 사정없이 족쳐라. 오셀로 의원님께서 이리 나오신다면, 저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진정하시고, 어디로든 조용한 곳으로 가서 제 말부터 들으시지요. 브러벤쇼 네놈이 갈 곳은 감옥밖에 없다. 법정에서 널 호출할 때까지 넌 거기서 기다려라. 오셀로 유감스럽게도 그러기는 힘들겠군요. 공작님께서 저를 부르기 위해 사람을 보내왔으니 말이죠. 관리 사실입니다. 공작께서 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브러벤쇼 나리께도 연락이 간 줄로 압니다만. 공작은 사이프러스에 터키 함대가 침공하자 오셀로를 보내 토벌작전에 참가시키려 한 것이다. 공작이 원로원 의원 브러벤쇼를 부른 것도 이 전쟁에 관한 의견을 듣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브러벤쇼는 공작 앞에서 회의 소집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며 오셀로가 자신의 딸을 농락한 이야기를 한다. 공작의 의견을 듣고 오셀로에게 벌을 내리고자 한 것이다. 이에 오셀로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사랑과 결혼의 정당함을 밝히며 데스데모나를 불러 증언하게 한다.

회의실

브러벤쇼 제가 이토록 황급히 각하께 달려온 것은 직책이나 나라의 위기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제 사사로운 걱정 때문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 우선 용서를 빌겠습니다. 공작 대체 무슨 일입니까? 브러벤쇼 글쎄, 제 딸이…. 숨은 붙어 있으나 죽은 것이나 진배없죠. 도둑놈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 능욕까지 당했으니까요. 공작 따님의 정조까지 짓밟아 버린 도둑놈이라면, 반드시 국법에 비추어 그대가 엄중하게 처벌하시오. 설령 그 도둑놈이 내 자식이라 해도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중죄라오. 브러밴쇼 각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제 억울함이 조금은 풀리려나 봅니다. 바로 여기 공작님의 특명을 받고 온 이 무어인이 제 딸을 꾀어낸 범인입니다. 공작 이런! 참으로 유감이구려. 의원 1 오셀로 장군, 과연 귀관은 비열한 방법으로 그 여자를 유혹했소? 아니면 진정 마음이 통해 사랑을 얻은 거요? 오셀로 존경하옵는 공작님, 그리고 현명하신 여러 의원님들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어른의 딸을 데려간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결혼도 했고요. … 그녀는 숱한 난관을 이겨낸 저를 사랑해주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녀를 이곳으로 불러 물어보소서. 만일 그녀가 저더러 극악무도한 놈이라고 말하거든 제 지위뿐만 아니라 신임, 목숨을 거두어도 좋습니다. 공작 데스데모나를 이리 불러오라.

브러벤쇼 (데스데모나가 도착한다) 데스데모나, 여기 계신 여러 어른들 앞에서 묻겠다만, 너는 누구에게 먼저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데스데모나 아버지, 저한테는 두 가지의 의무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셨습니다. 그 은혜로 인하여 저는 아버지를 존경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 의무의 주인, 그러니까 저는 아버지의 딸입니다. 하지만 여기 제 남편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외할아버지보다 소중히 생각하셨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딸도 무어님을 주인으로 섬기려 하옵니다. 제가 무어 장군님을 사랑하고 그분과 함께 살기로 한 것은 운명의 험한 물결에 저 자신을 맡기는 일입니다. 그건 제가 이분의 인품과 직책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러벤쇼 잘됐구나, 네 멋대로 잘 살려무나. 자식을 낳느니 차라리 얻어 기르는 편이 나을 뻔했군. 데스데모나, 네 행실을 생각하니 네가 무남독녀인 것이 천만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네 탈선에 놀라, 다른 자식들에게 난폭한 족쇄를 채울지 몰랐으니 말이다. 무어 장군, 이리오시오. 이렇게 된 이상 딸을 주지 않을 수 없구려. 공작님, 회의를 진행시키시지오. 공작 나도 한마디만 하겠소. 이 일을 발판으로 두 사람이 화해를 하기를 바랍니다. 지나간 불행을 슬퍼하는 것은 새 불행을 초래하는 것. 화를 만나 항거할 길이 없을 때는 참으면 그 재앙도 웃어넘길 수 있소. 도둑을 맞아도 미소를 짓는 자는 오히려 도둑한테서 무엇인가를 빼앗는 법이오. 무익한 슬픔에 잠기는 자는 자기 자신을 도둑질하는 셈이오. 오셀로 장군은 터키 함대가 사이프러스를 향해 진격하고 있으니 서둘러 출발하시오.

2막

오셀로는 전장에 나갔으나 때마침 거칠고 사나운 폭풍우가 일어 터키 함대가 전멸한다. 오셀로는 사이프러스로 와서 전승 축하 축제를 연다. 동행한 데스데모나와의 결혼 축하연도 함께 연다. 부관 캐시오에게는 야간 경계를 부탁한다. 이때 오셀로에게 앙심을 품은 이아고는 캐시오를 꾀어 술을 먹인다. 술이 약한 캐시오가 자제력을 잃고 싸움을 벌이는 실수를 하자 오셀로는 이 일로 캐시오를 파직시킨다. 이렇게 해서 이아고의 첫 계략은 완전히 성공한다. 미운 경쟁 상대인 캐시오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그의 관직까지 박탈시킨 것이다. 이 사건을 발판으로 이아고는 더욱더 무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성안의 총독관사 대청

캐시오 싸움을 하긴 했는데, 왜 했는지 통 모르겠어. 아, 사람은 자기에게 해로운 술이라는 것을 일부러 입 속에 처넣어 스스로 정신 나가게 하거든! 기뻐하고, 흥분하고, 떠들고, 노래하고, 그래서 자기 자신을 짐승으로 만들어! … 지금까지 멀쩡했던 인간이 순식간에 바보처럼 짐승이 되어버리는군! 술이란 건 악마다. 이아고 당신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때론 취하기도 하지요. … 이런 일이 생긴 건 정말로 유감이지요. 그렇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이젠 잘 되도록 해결책을 생각하셔야죠.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지금 장군님의 마음을 움직일 사람은 오직 아름다운 그의 부인뿐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부인을 찾아가서 당신의 심정을 솔직히 고백하고, 어떻게든 복직을 사정해 보십시오. 부인은 더없이 고운 마음씨를 가시셨으니, 틀림없이 당신의 복직을 도와 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한 번 금이 가긴 했지만 장군님과의 사이가 전보다 더욱 두터워질 것입니다. 캐시오 그래, 맞아! 좋은 것을 가르쳐 줬네. 날이 새면 데스데모나 부인을 찾아 뵙고 힘이 되어달라고 부탁해 봐야겠어. 이아고 부관님,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이아고 퇴장)

이아고 이래도 나에게 악한이라고 하는 자가 있을까? 지금 말해준 충고는 어느 모로 보나 솔직하고 성의 있고 그럴듯할 뿐만 아니라, 사실 무어놈의 마음을 돌려놓을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하지. 데스데모나는 천성이 고우니까, 캐시오의 진심어린 사정을 거절하지 않을 거야. 더구나 그 여자로 말하면 무어놈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거든. 그러니까 캐시오를 위하여 묘약을 권한 내가 악인일 수 없지. 지옥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극악무도한 대 죄악을 인간에게 시킬 때, 악마는 반드시 천사로 변해 나타나서 유혹한다고 했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수법이지. 그 순진한 바보 녀석 캐시오가 자기 팔자를 고쳐 달라고 데스데모나에게 사정하고, 그리고 그 여자도 열심히 무어놈에게 간청하겠지. 그 사이 나는 무어놈의 귀에다 계책의 독약을 부어넣는단 말씀이야. 부인이 그 녀석을 복직시키려고 하는 것은 실은 자기의 욕정 때문이라고. 그러면 데스데모나가 캐시오를 위해서 애쓰면 애쓸수록 무어놈은 더욱 의심하게 되렸다? 결국 그 여자의 정숙을 독으로 변질시켜 놓고는, 상냥함을 그물 삼아 모두 파멸하게 된다는 말씀이야.

3막

데스데모나를 찾아온 캐시오는 복직을 부탁하고, 데스데모나는 캐시오를 위해 오셀로에게 복직을 간청한다. 그러나 이 일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와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아고의 계략으로 질투심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성앞

이아고 장군님…, 캐시오가 부인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는 것을 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셀로 그야, 우리 둘 사이를 자주 왔다갔다했는걸. 이아고 정말입니까? 오셀로 정말이냐고? 응, 정말이지. 뭐 미심쩍은 점이라도 있는가? 캐시오가 성실하지 않다는 이야기인가? 이아고 그럴지도 모르죠. 오셀로 자넨 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라도 하나?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데, 감히 남에게 말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이아고 장군님, 저는 장군님께 성의를 다 바치고 있습니다. 오셀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자네가 나를 위해 성심 성의껏 봉사하고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자네는 경솔하게 함부로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 그렇기 때문에 자네가 입 속으로 우물우물하는 것을 보니 더욱더 불안하네. 그런 태도는 허위에 찬 불성실한 사람이 남을 속일 때 쓰는 수작이지만, 자네 같은 성실한 사람이 할 경우에는, 어떤 진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하는 행동이지. 자네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것을 터놓고 이야기해봐. 어떤 괴상한 생각일지라도 솔직히 그대로 말해봐. 이아고 장군님, 용서하십시오. 직책상의 일이라면 명령에 복종하겠습니다만, 마음속의 생각을 말할 의무는 노예에게도 없습니다. 또 제 생각이 얼마나 더럽고 그릇된 생각일지도 모르잖습니까…. 아무리 훌륭한 궁궐이라 할지라도 더러운 곳이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숭고한 마음이라도 불결한 잡념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오셀로 친구가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귀띔해주지 않는 것은 친구를 배반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이아고, 내 아무래도 자네의 생각을 들어봐야겠어.

이아고 장군님, 질투심을 경계하십시오! 질투는 파리한 눈빛을 한 괴물인데 사람의 마음을 먹이로 삼고 있어 먹기 전에 마냥 조롱하는 놈입니다. 부정한 아내를 얻어도 그걸 운명이라고 생각하여, 체념하고 아내에게 미련을 갖지 않는 남자는 행복합니다. 그러나 깊이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의심하고, 의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더욱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는 정말 하루하루가 얼마나 저주스럽겠습니까? 오셀로 그야 비참하겠지. 이아고, 나는 의심하려면 잘 생각해보고 의심하지. 그리고 의심한 이상 증거를 잡지. 증거가 잡히면 방법은 하나야. … 즉시 애정을 포기하든가, 또는 질투심을 버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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