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현대문학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현대문학 / 2007년 11월 / 576쪽 / 13,500원
1부
주인공 마리암과 그녀의 엄마 나나 둘만이 살고 있는 굴 다만의 개간지 오두막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등신같은 하라미 년아." 나나에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리암은 다섯 살이었다. 그 말의 부당함을 이해하고, 죄가 있는 건 하라미(후레자식)를 만든 사람들이지 태어난 죄밖에 없는 하라미가 아니라는 걸 알기엔 너무 어렸다. 말투로 보아, 하라미는 나나가 늘 욕을 하며 오두막 밖으로 쓸어내는 벌레처럼 추하고 역겨운 것인 모양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마리암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 가족, 가정, 애정 등 다른 사람들이 갖는 것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는 불법적인 존재라는 뜻임을.
그러나 아버지 잘릴은 그런 식으로 마리암을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잘릴은 그녀가 자신의 어여쁜 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무릎에 앉히고 얘기해주는 걸 좋아했다. 그는 마리암이 1959년 태어난 곳인 헤라트 시가 한때는 페르시아 문화의 요람이었고 시인과 화가와 수피교도들의 고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을 기울여 마리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거기에 피스타치오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밑에 위대한 시인인 자미가 묻혀 있단다. 자미는 5백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시인이란다. 언젠가 너를 바로 그 나무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지. 너는 그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안 날 거다."
그건 사실이었다. 마리암은 그 일이 기억에 없었다. 그녀는 헤라트까지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15년이나 살았지만 그 유명한 나무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잘릴이 이렇게 얘기해줄 때마다 황홀경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많은 잘릴을 흠모했다. 그러한 것들을 알고 있는 아버지를 뒀다는 자부심에 몸이 떨렸다. 그러나 잘릴이 떠난 후, 나나는 말했다. "그건 허풍이다! 부자는 허풍을 떠는 법이지. 그는 너를 어떤 나무에든 데려간 적이 없다. 그가 하는 말에 현혹되지 마라. 네가 사랑하는 아비는 우리를 배반했다. 그는 우리를 내쳤어. 그는 우리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화려한 저택 밖으로 내쳤다."
마리암은 그 말을 공손하게 듣기만 했다. 그녀는 감히 나나가 잘릴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자신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얘기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마리암은 잘릴과 있으면서 자신이 하라미라고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매주 목요일, 잘릴이 만면에 다정한 미소를 띠고 선물을 사들고 한두 시간씩 그녀를 보러 올 때, 마리암은 자신도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마리암은 잘릴을 사랑했다. 아버지를 다른 이들과 공유해야 했을지라도. 잘릴에게는 세 아내와 아홉 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적법하게 태어난 아홉 명의 아이들 모두가 마리암에게는 남이었다. 잘릴은 헤라트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리암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영화관을 가지고 있었다.
나나는 손님이 오는 걸 싫어했다. 사실, 그녀는 사람들을 대체로 싫어했다. 하지만 예외인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 중 마리암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잘릴을 예외로 치면, 마을의 코란 선생인 늙은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마리암에게 일일기도와 코란을 가르쳐주었다. 읽기를 가르쳐준 사람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보통 그는 혼자서 왔으나 이따금 아들 함자를 데리고 오기도 했다. 때때로 그들은 개울을 따라 산 쪽으로 걸어 갈색 낙엽과 오리나무 숲 사이에서 산책을 했다. 파이줄라 선생은 자신도 코란에 쓰여 있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때가 더러 있다고 마리암에게 실토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혀가 구르면서 만들어내는 아랍어의 매혹적인 소리가 좋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위안이 되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마리암, 그게 네 마음도 편하게 해줄 거다. 필요할 때 불러내면 어김없이 네게 찾아올 거야. 신의 말씀은 너를 저버리지 않을 거다."
파이줄라 선생은 얘기도 잘 했지만 남의 얘기도 잘 들어줬다. 마리암이 얘기할 때 그는 한눈을 판 적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갈망하던 특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고마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마리암은 나나에게 감히 할 수 없는 얘기들도 파이줄라 선생에게는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마리암은 산책을 하다가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진짜 학교 말이에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싶어요. 우리 아빠의 다른 자식들처럼요." 파이줄라 선생은 걸음을 멈추고 부드럽고 물기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엄마한테 허락해줄 것인지 물어봐주랴?" 하지만 나중에 그가 그 문제를 꺼냈을 때, 나나는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너 같은 계집애를 학교에 보내 어디다 쓰려고? 너나 나 같은 여자한테 필요한 기술은 학교에선 가르치지 않는다. 타하물(참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부다. 알겠느냐?"
1974년 봄, 마리암이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생일이었다. 세 사람이 오두막 밖의 버드나무가 드리운 개울가에 앉아 있었다.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알았어요." 잘릴은 어서 말을 해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마리암은 잘릴에게 만화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2주 전 잘릴은 자신의 영화관에서 미국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다고 했다. "아빠, 저를 영화관에 데려다주세요. 장난감 인형 소년이 사람이 되고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그 만화영화 말이에요." 잘릴은 쓸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일 정오에 이곳에서 만나요. 됐죠? 내일이에요." 그러나 잘릴은 마리암을 아주 오랫동안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나나는 이죽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년이구나!" 그리고 이번에는 마리암의 죄의식에 호소했다. "제발 나를 떠나지 마라. 네가 가면 나는 죽을 거야." 마리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리암, 너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잖아."
다음날 아침, 마리암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크림색 드레스와 면바지를 입고 머리에 녹색 히잡을 썼다. 그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나가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밖으로 나가 찾아볼까 생각해봤지만 그녀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대하기가 겁났다. 나나는 자기를 배반했다고 몰아치면서, 마리암이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빈정거릴 것이었다. 마리암은 그들이 전날 약속했던 개울가로 가서 기다렸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마리암은 다리가 뻣뻣해질 때까지 서있었다. 이번에는 오두막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무릎까지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개울을 건너 난생처음으로 헤라트를 향해 언덕을 내려갔다. 그녀는 마차를 몰고 가는 노인에게 영화관 주인인 잘릴이 어디에 사는지 물어 집 앞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밤새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잘릴은 집에 없다고 했다. 그녀는 잘릴의 집밖에서 밤을 새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마리암의 어깨를 흔든 건 잘릴의 벤츠 운전사였다. 오두막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틈을 박차고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정원에 있던 몇 초 안 되는 순간, 그녀의 눈길은 연못 너머의 위층 창문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 멎었다. 그것은 잠깐이었지만, 그 사람의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잘릴의 얼굴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고 커튼이 쳐졌다. 그때, 두 손이 마리암의 겨드랑이 속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몸이 위로 들렸다. 마리암은 발버둥을 쳤지만 운전사는 강제로 그녀를 차에 태웠다. 그녀는 뒷자리에서 몸을 들썩거리며 울었다. 그것은 슬픔과 분노와 환멸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깊고 깊은 치욕의 눈물이었다.
얼마 후, 그들은 헤라트와 굴 다만 사이에 있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잘못을 빌어야 할지, 어떻게 나나의 얼굴을 대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운전사가 앞을 가로막고 마리암의 눈을 가리려 했다. "돌아서! 안 돼! 보지 마! 돌아서!" 하지만 마리암은 보고 말았다. 한줄기 돌풍이 불면서 버드나무의 늘어진 가지를 갈라놓았다. 마리암의 눈에 나무 밑에 있던 의자가 뒤집혀져 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높은 가지에 늘어진 로프, 그 끝에 매달려 있는 나나.
장례를 치르던 날, 파이줄라 선생의 홀쭉하고 구부정한 모습이 오두막의 문간에 나타났을 때, 마리암은 그날 처음으로 울었다. "오, 마리암." 그는 곁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그래, 마리암, 어서 울어라. 창피할 것 없다. 하지만 '그 손에 왕국이 있고, 모든 걸 관장하시며, 죽음과 삶을 만드시는 그분이 너를 시험하실 수 있다'는 코란의 말씀을 기억하거라. 얘야, 코란은 진실을 말한다. 그분이 우리에게 주는 모든 시련과 슬픔에는 뜻이 있는 거란다." 하지만 마리암은 신의 말에서 위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날은 아니었다. 그때는 아니었다. "네가 가면 나는 죽을 거야. 나는 그냥 죽을 거다." 그녀의 귀에 들리는 건 나나가 했던 말뿐이었다. 마리암이 할 수 있는 건 울고 또 울면서, 파이줄라 선생의 앙상한 손에 눈물을 떨구는 것뿐이었다.
결국 부모 두 사람 모두에게 버려진 마리암은 열다섯 나이에 먼 도시 카불에 사는 구두장이 라시드라는 남자와 강제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잘릴은 마리암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인들의 뜻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리고 만다. 마흔 다섯 살의 라시드는 부인과 아들을 잃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따라간 카불에서의 생활은 낯설고 외로웠지만 점차 적응이 되어 갔고, 그의 아기까지 가졌을 때는 다정하게 보살펴주는 라시드의 품에서 행복감 비슷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기가 유산되고 이후로도 임신과 유산이 반복되면서 기다리는 아기를 얻지 못하자 라시드는 점점 야비하고 포악해져 갔다. 남편의 폭력이 심해지면서 마리암의 삶은 또다시 비참해졌다. 이웃 누구와도 사귀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파묻혀 지내던 마리암은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견뎌내며 라시드의 몸종으로 살아간다.
2부
새로운 주인공 라일라의 이야기. 1987년 봄, 카불. 아홉 살이 된 라일라는 아침이 되면 늘 그랬듯이, 타리크를 그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래층에서는 그녀의 부모가 싸우고 있었다. 늘 되풀이되는 싸움, 고분고분하게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아빠, 아빠는 또 하루를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오빠 아마드와 누르가 소련군과의 전쟁에 나가기 전에는, 그러니까 아빠가 그들이 전쟁에 나가도록 허용하기 전에는, 엄마 파리바도 책을 좋아하는 아빠의 습관을 좋아하고, 건망증과 맹한 성격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아빠 바비는 카불에 있는 빵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들한테 해고를 당하기 전에는 고등학교 선생이었다. 바비는 라일라가 어렸을 때부터, 라일라의 안전 다음으로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그녀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너는 아주 예쁘고 영리한 아이야. 원한다면 뭐든지 될 수 있어. 나는 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쟁이 끝나면 아프가니스탄은 남자들만큼이나 여자를 필요로 할 거야. 어쩌면 더 필요로 할지도 모르지. 여자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사회는 성공할 수가 없는 거다. 암, 그럴 수가 없지." 그날 아침도 바비는 라일라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우고 학교까지 데려다 주었다. 라일라는 그 같은 아빠를 뒀다는 게 너무 좋고, 아빠가 자기를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지난 2년 동안 해마다 최우수학생에게 주어지는 우등상을 받은 라일라는 대학까지 교육을 계속 받기로 결심한다.
학교가 끝났지만 데리러 오기로 한 엄마는 또 나타나지 않았다. 먼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녀가 사는 동네로 들어섰을 때, 아침에 학교 갈 때 보았던 청색 벤츠가 아직도 라시드와 마리암의 집밖에 주차되어 있는 게 보였다. 양복을 입은 나이 든 남자는 이제 지팡이를 짚고 자동차 옆에 서서 그 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라일라는 전쟁에 나가 전사한 오빠들만 생각하며 자기에게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엄마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자라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고, 가잘(시)과 수학, 과학을 가르쳐 주며, 그녀와 타리크를 데리고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유산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아빠가 있기에, 그리고 소련군의 폭격 때 다리 하나를 잃고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그녀 옆에서 헌신적으로 그녀를 지켜주는 타리크가 있었기에 구김살 없이 예쁘게 자란다.
라일라가 열네 살이 되던 1992년, 마침내 소련군은 모두 물러가고 그토록 고대하던 무자히딘의 저항군이 10년간의 산악 생활을 끝내고 카불로 들어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내분에 휩싸여 다시 한 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라일라는 파쉬툰 군인들이 하자라 족의 집안으로 들어가 처형을 하듯이 모든 가족을 사살하고 있으며, 하자라 군인들도 파쉬툰 족 남자들을 납치하고 여자들을 강간하며 무분별하게 살인을 일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매일 나무에 묶여 있는 시체들이 발견되었다. 때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시체였다. 종종 머리에 총을 맞고 눈알이 빠지고 혀가 뽑힌 상태였다.
바비는 카불을 떠나자고 설득하려 했지만 엄마는 듣지 않았다. "그들이 해결책을 찾을 거야. 이 싸움은 일시적인 거라고." "파리바, 이 사람들이 아는 것은 전쟁밖에 없어. 그들은 한 손에 우유병을 들고 다른 손에 총을 잡고 걸음마를 했던 자들이야." 그러자 엄마가 쏘아붙였다. "당신이 대체 뭐길래 그런 소리를 해? 지하드에 참여해 목숨을 걸어봤어? 무자히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소련군의 종일 거야. 그걸 기억해야지. 당신은 지금, 그들을 배반하자고 말하고 있어." "파리바, 배반을 하는 쪽은 우리가 아니야." "갈 테면 당신이나 가. 당신 딸을 데리고 도망치라고. 평화가 오고 있어. 나는 그걸 기다릴 거야." 그러나 엄마가 기다리는 평화는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거리가 너무 위험해지자 바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그는 라일라를 학교에서 자퇴시켜 버렸다.
그 즈음 타리크는 어느새 라일라보다 30센티미터쯤 더 커졌고 어깨는 벌어져 있었다. 라일라는 로켓탄이 발사될 때마다 기도를 하며 거리로 달려나갔다. 이번에는, 분명히 이번에는, 타리크가 부서진 벽돌 밑에 깔려 있을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라일라는 타리크를 생각할 때면 마음이 산란했다. 머릿속에는 타리크의 도톰한 입술, 그녀의 입술에 와 닿던 그의 뜨거운 숨결, 그의 담갈색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 나무 밑에서 입을 맞춘 이래 두 번 더 그와 입을 맞췄다. 타리크가 담배를 피우던 침침한 골목에서였다.
1992년 8월, 후덥지근한 오후였다. 그들은 라일라의 집 거실에 있었다. 타리크는 떠난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데?" "우선 파키스탄으로 가나봐. 그 다음에는 나도 몰라." "얼마나 오래?" "모르겠어." "언제 가는데?" "내일" "내일이라구?" "우리 아버지 때문이야. 싸우고 죽이고 하는 걸 더 이상 못 견디시겠대." 라일라는 얼굴을 손에 묻었다. 두려움의 물결이 밀려왔다. 이런 걸 예상했어야 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짐을 챙겨 떠났으니까. "나한테 미리 얘기했어야지." 라일라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버린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타리크는 그녀의 일부가 아니었던가. 모든 기억 속에서 그의 그림자는 그녀의 그림자 옆에 있었다. 어떻게 그런 그가 그녀를 버릴 수 있는가? 그녀는 타리크의 뺨을 때렸다. 그가 그녀의 팔을 잡을 때까지 때리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