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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메리 셀리 지음 |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셀리 지음



편지

수신 잉글랜드의 사빌 부인 내가 있는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런던보다 한참 북쪽에 자리 잡은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사랑하는 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나의 안부와 함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커져간다는 말을 전한다. 사랑하는 마거릿, 이제 2, 3주만 있으면 최북단 도시 아르항겔스크로 떠나게 된다. 언제 돌아 오냐고? 사랑하는 누이야, 그 물음에 내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만약 성공한다면, 우리는 아주 여러 달, 어쩌면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만나게 되겠지. 광대한 바다를 횡단하고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최남단을 돌아가서 너를 만나는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 반대의 경우를 상상하는 것도 견딜 수 없구나. 당분간은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편지를 보내주렴. 가장 필요할 때 네 편지를 읽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오빠는 너를 정말로 사랑한다. 사랑하는 오빠 로버트 월튼. 17xx, 12, 11



사랑하는 누이에게

무사하다는 말을 전하려고 급히 몇 자 적는다. 이 편지는 아르항겔스크를 출발해 고향으로 가게 될 한 영국 상인에 의해 도착할 것이다. 우리는 아주 고위도까지 접근했다. 지난 월요일(7월 31일) 우리는 완전히 얼음에 갇힌 처지였다. 더욱이 짙은 안개가 우리를 에워싸면서부터 상황이 꽤나 위험해졌다. 따라서 우리는 배를 멈추고 날씨가 변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나지막한 탈 것이었는데 개가 끄는 썰매 같은 것이 반 마일쯤 떨어진 곳에서 북쪽을 향해 가고 있었고 거대한 체구의 사람 형체가 그 썰매를 몰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망원경으로 그 나그네가 빠른 속도로 들쭉날쭉한 빙산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우리 배는 그 어떤 육지에서도 수백 마일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출현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갑판에 선원들이 왁자하게 모여서 바다에 대고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전날 보았던 썰매 같은 것이 얼음조각에 실려 우리 배 쪽으로 다가와 있었던 것이었다. 썰매 위에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어제 보았던 나그네의 모습과는 달리, 어느 알 수 없는 섬의 미개한 원주민이 아니라 유럽인이었다. 우리는 그를 구원하고자 했는데 그 낯선 사람은 배에 오르기 전에 우리의 행선지를 묻는 게 아니겠니? 금방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다니. 게다가 그에게 우리 배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을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생명줄이나 다름없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배가 탐사차 북극으로 가는 중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배에 올랐는데 사람의 몰골이 아니게 피로와 고생으로 몹시 야위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처참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선원들이 정성껏 간호한 결과 이틀이 지나자 그는 기력을 회복했다. 그의 눈은 보통 야성을, 어떤 때는 광기마저 띠었지만, 어쩌다가 누가 그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사소한 호의라도 보일 때는 표정 전체가 말 그대로 환해지며 다른 데서는 본 적이 없는 온화하고 상냥한 빛을 발했다. 그러나 그는 대체로 우울하고 절망에 빠진 모습이고, 가끔은 그를 짓누르는 비탄의 무게가 버거운 듯 이를 갈기도 했다.

며칠 후 무슨 일로 이상한 썰매를 타고 이처럼 먼 곳까지 오게 됐는지 이유를 묻자 그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달아난 자를 찾으러 왔다고 설명했다. 그 전날 썰매를 타고 간 그자가 그가 쫓는 사람이었고 우리가 보았다고 말하자 그는 그 악마 - 그는 그렇게 불렀다 - 가 지나간 길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퍼부었다. 이것이 이 낯선 사람에 대한 내 기록이다. 이방인은 말이 많지 않으며 온화하고 매우 정중해서 선원뿐 아니라 나도 그가 친형처럼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의 깊은 시름에 나도 덩달아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 그는 고귀한 사람이었음이 틀림없다. 만신창이가 된 지금도 저렇게 매력적이고 상냥하니 말이다.

어제 이방인이 이런 말을 했다. “월튼 선장,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행을 겪어왔네. 자네는 한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식과 지혜를 추구하지. 하지만 내 경우처럼, 그 소망의 대가가 도리어 자네를 무는 독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네. 내가 겪었던 재앙을 말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야. 누가 들어도 놀라운 이야기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변화무쌍한 자연의 능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웃고 넘겨버릴 많은 사건들도 이 야성의 신비가 감도는 곳에서는 가능한 일로 여겨질 것이네. 그리고 그 많은 사건들이 진실임을 말해주는 증거는 내 이야기에서도 찾을 수 있을 걸로 믿어 의심치 않네.” 그리고는 내가 한가할 때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가 들려줄 이야기는 틀림없이 이상하고 충격적이겠지. 자기 앞에 당당히 버티고 있는 배를 싸안고 난파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폭풍우처럼!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

나는 제네바 공화국의 유명한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는 영예와 명성을 누리면서 몇 개 공직을 거치기도 했다. 자기 일에 성실하고 지칠 줄 모르는 관심을 쏟았던 아버지는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우리 부모님은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이 났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이것이 두 분을 헌신적인 애정의 끈으로 더욱 가깝게 묶어준 것 같았다. 심성이 곧은 아버지에겐 어떤 정의감 같은 것이 있었고 따라서 헌신적인 사랑을 높이 평가했다. 아버지는 결혼 2년 전부터 공무를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결혼하는 즉시 두 분은 기후가 온화한 이탈리아로 떠났고, 여행하면서 즐기는 새로운 풍물과 아름다운 자연은 어머니의 쇠약해진 몸에 영양제가 되었다.

두 분은 이탈리아를 떠나 독일과 프랑스를 여행했다. 이들의 첫째 아이인 나는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그 정처 없는 유랑생활을 같이 했다. 나는 이들의 장난감이자 인형이었고 때로는 그 이상의 존재였다. 오랫동안 두 분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내가 다섯 살 되던 해, 우리는 이탈리아 국경 너머로 짧은 여행을 나섰다가 코모 호수 근처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두 분은 성품이 너그러워 종종 가난한 사람들의 오두막에도 들어가곤 했다. 한 번은 두 분이 산책을 나섰다가 어느 골짜기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에서 가난한 다섯 아이들을 보았는데 그 가운데 한 소녀가 특히 부모님의 눈길을 끌었다. 그 소녀는 다른 네 명의 아이들과는 핏줄이 달라 보였다. 추측대로 그 소녀는 가난한 농부의 딸이 아니라 밀라노의 한 귀족 딸이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소녀를 낳으면서 세상을 떴고 아버지는 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결국 나약한 조국의 희생양이 된 사람이었다. 그의 재산은 몰수되었고 아이는 거지 고아가 되어 가난한 농부에게서 양육되기에 이르렀다. 사정을 알게 된 부모님은 노력을 기울여 가엾은 그 아이, 즉 엘리자베스 라벤차의 양육권을 넘겨받게 되었고 내게는 누이 이상의, 내 모든 생활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아름답고 훌륭한 동료가 되었다. 우리의 나이는 채 한 살도 차이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사촌이란 이름으로 친근하게 불렀으며 어떤 단어, 어떤 표현으로도 우리 관계, 나에게서 그녀의 위치를 구체화할 수 없었다. 죽을 때까지 오직 나만의 것이어야 했던 그녀는 내게 누이 이상이었다.

나보다 일곱 살 어린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님은 유랑생활을 완전히 접고 고향에 정착했다. 나는 대체로 학교 친구들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앙리 클레르발과는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지냈다. 그는 보기 드문 재능과 취미를 가진 소년으로 모험과 역경, 심지어는 짜릿한 위험까지도 좋아했다. 나는 때때로 격하게 끓어오르고 거센 욕정을 지녔는데 그러한 내 격정은 유치한 오락거리를 추구하는 대신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올랐다. 한편, 클레르발은 인간사의 도덕적 관계에 심취했다. 바쁜 삶의 무대, 영웅의 자질, 인간들의 행위가 그의 주제였다. 화려한 위업으로 인류에게 이바지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대열에 끼는 것이 그의 꿈이자 소원이었다.

자연철학은 내 운명을 조종해왔던 거대한 힘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철학이라는 학문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열세 살 되던 해, 우연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의 책을 발견했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던 나는 그가 펼치는 이론과 놀라운 사실들에 곧 열광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리자 “아!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빅터, 이런 것에 시간 낭비 말아라. 그건 어설픈 쓰레기란다.” 만약에 아버지가 그의 이론은 완전히 파기되었으며, 현대과학 체계가 도입한 이론들이 고대의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난 아그리파의 책을 던져버리고 내 생각의 사슬들은 치명적인 충격을 받아 결국 나 자신을 망치게 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나는 탐욕스럽게 그 책을 읽어나갔다.

나는 혼자서 분별력 없이 어린아이처럼 끙끙대면서 지식에 대한 갈증을 채우고자 했다. 곧 내 모든 관심은 생명의 영약에 집중되었다. 부(富)란 저급한 목표지만 만약 내가 인체에서 병을 몰아낼 수 있다면, 가혹한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면 얼마나 큰 영광이겠는가! 그것만이 내 꿈은 아니었다. 유령이나 악마를 깨우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너그럽게 제시한 약속이자 내가 가장 열심히 얻고자 했던 결과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나는 폐기된 과학체계에 빠진 채, 맹렬한 상상력과 유치한 추론에 이끌려서 어설픈 과학자처럼 상반되는 수많은 이론을 결합시키면서 잡다한 지식의 찌꺼기 속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던 중 내 생각의 흐름을 바꿔놓은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열다섯 때쯤, 무섭도록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닥쳤다. 그 때 아름다운 오크 고목이 갑자기 섬광을 내뿜는 것을 보았다. 눈부신 그 빛은 순식간에 꺼져버렸고, 오크 나무는 저주받은 그루터기만 남긴 채 온데 간데 없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그 자리에 가서 확인해보니 나무는 이상하게 부러져 있었다. 충격으로 산산 조각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축소된 것처럼, 가느다란 줄기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어떤 것이 그렇게 완전히 파괴된 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해오던 공부들을 당장 팽개치고 자연사 및 그 산물들을 학문의 기형아나 조산아로 여겼으며, 참된 지식의 문턱 안으로는 절대 발을 들이지 못할 사이비 과학이라고 경멸하게 되었다. 이런 심정에서 나는 든든한 기초 위에 세워진 과학으로서, 또 연구할 가치가 많게 보였던 수학 및 수학의 여러 분과에 빠져들었다.

내 나이 열일곱이 되자 부모님은 나를 잉골슈타트 대학교로 보내기로 하셨다. 그래서 일찍 출발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그날이 오기도 전에 내 인생의 첫 번째 불행이 일어났다. 성홍열에 걸린 엘리자베스를 간호하던 어머니가 고열로 임종을 맞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엘리자베스와 내가 결혼하는 것을 못 보게 된 것을 서운해했고 당신을 대신해서 동생들을 돌보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멀고 지루한 여행을 마치고 잉겔슈타트에 도착한 나는 소개장을 지니고 요직에 있는 몇몇 교수들을 방문했다. 우연 - 아니, 사악한 힘, 파멸의 천사와도 같은 그것은 내가 아버지의 품에서 내키지 않는 걸음을 뗀 순간부터 나에게 전능한 힘을 과시했다 - 은 우선 나를 자연철학 교수인 크렘프 교수에게 이끌었다. 그동안 내가 공부한 책의 주요 저자들과 내 연금술사의 이름들을 말하자 그는 경멸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로, 그런 엉터리들을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나?” 그는 동료 교수인 발트만 교수가 자기와 번갈아 화학을 강의할 것이라고 말하며 나에게 필요한 자연철학 책들의 제목을 적어주었다. 나는 실의에 빠지지 않았다. 그 교수가 비난했던 그 저자들이 무익하다는 사실은 나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앙골슈타트에서 며칠을 보낸 후에야 발트만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날 그가 한 말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고대의 과학 교사들은 불가능을 기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의 거장들도 기대하는 바가 거의 없죠. 그들은 금속의 성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생명의 영약은 헛된 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러운 오물을 만지작거리고, 현미경과 쇳물 도가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이는 이들은 실로 기적을 행해왔습니다. 이들은 자연의 후미진 곳을 관찰하고 자연이 거기 숨어서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줍니다. 이들은 신의 영역에도 접근합니다. 혈액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우리가 숨쉬는 공기의 성질은 무엇인지 밝혀냈고, 이들은 새롭고도 거의 무한한 능력을 획득해왔습니다. 천둥을 명령하고 지진을 흉내내며 그늘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방하기까지 합니다.” 바로 교수의 그 말 - 차라리 운명의 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이 나를 파멸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의 말이 계속되는 동안 내 존재의 체계를 이루는 많은 열쇠들이 하나씩 만져지는 것 같았다. 암호들이 하나씩 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머릿속이 한 가지 생각, 한 가지 구상, 하나의 목적으로 채워졌다. 프랑켄슈타인의 영혼이 외쳤다. 그렇게 많은 업적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내가 더 많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리라. 이미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미지의 힘을 탐사할 것이며. 창조의 가장 은밀한 신비를 세상에 펼쳐보이리라. 그렇게 해서 내게는 잊지 못할 하루가 지났다. 그날이 내 운명을 정해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자연철학, 특히 화학에만 몰두했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실험실에 있으면서 밤을 꼬박 새워 아침을 맞은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게 공부에 파고들다 보니, 빠른 속도로 실력이 향상되는 게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나의 열의에 학생들은 경악했고 나의 진보에 교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크렘프 교수는 종종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는 어떻게 지내시나?” 하고 묻곤 했지만 발트만 교수는 나의 진보를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내며 제네바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몰두해야했다. 이즈음 나는 잉골슈타트 교수들이 강의하는 모든 자연철학 이론과 실제를 꿰뚫고 있었다.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현상 중 하나가 인간, 아니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의 신체구조였다. 어디에서 생명의 원리가 비롯된 것일까? 나는 곧 해부학과 생리학에 몰두했다. 곧 통달하였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나는 부패의 원인과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납골소와 시체 안치소에서 밤낮을 보내야 했다. 나는 아름다운 육체가 어떻게 추하게 훼손되어 없어지는지를 보며 연구에 매달렸다. 마침내 나는 발생과 생명의 원인을 밝혀내었다. 너무 환하고 신비한 빛이었다. 생명이 없는 것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능력, 나는 그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세계가 창조된 이래 가장 현명했던 자들이 연구하고 꿈꾸어왔던 것이 이제 내 손안에 있었다. 나는 시체들과 묻혀 있다가 대수롭지 않은 한 줄기 희미한 빛을 따라 나섰다가 살아날 출구를 찾은 아라비아인 같았다.

나는 인간처럼 복잡하고 훌륭한 동물에게 생명을 부여하기로 결심하고 실패에 대비했다. 미세한 신체부분들이 작업 속도를 늦추는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거대한 존재를 만들기로 했다. 즉 키를 2미터 50센티 정도로 잡고, 나머지는 거기에 비례를 맞추는 식으로 했다. 삶과 죽음은 이상적인 영역이었지만, 나는 맨 먼저 그곳을 뚫고 들어가 우리의 암흑세계에 환한 빛을 쏟아부어야 했다. 새로운 종(種)들이 나를 창조자로, 그들의 기원으로 축복할 것이었다. 행복하고 우수한 수많은 생명들이 나로 인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아버지도 나만큼 자식으로부터 완벽하게 감사받을 자격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계속하다 보니, 생명이 없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나중에 가서는 죽어서 부패하게 된 시체도 부활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끊임없는 열정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과중한 연구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두문불출하는 생활로 얼굴이 야위어갔다. 나는 한 가지 목표만 남기고 이성과 감각을 상실했다. 그것은 실로 일시적인 최면상태였다. 해부학실과 도살장은 많은 재료를 대주는 창고였다. 인간적인 본능 때문에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작업하다 고개를 돌린 적도 종종 있었지만 커져만 가는 열망은 나를 다그쳤고 결국 작업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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