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 -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댈러웨이 부인
꽃은 자신이 직접 사겠노라고 클러리서 댈러웨이 부인이 말했다. 루시에게는 따로 시킨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에서 더트넬의 화물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약간 몸을 곧추세웠다. 그녀에게는 새 같은 느낌, 푸른빛을 띤 초록색 새, 경쾌하고 생기가 넘치는 어치 새 같은 느낌이 있었다. 비록 그녀가 오십이 넘었고, 아픈 뒤로 흰머리가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때는 유월의 중순이었다. 전쟁은 끝이 났다. 국회의 크리켓 경기장, 애스콧에 있는 경마장, 래닐러 폴로 클럽 그리고 나머지 모든 곳을 회색빛이 도는 푸른 아침 대기가 부드러운 장막으로 싸안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 건물을 등지고 누군가 오고 있었다. 왕실 문장(紋章)이 찍힌 속달 상자를 가장 어울리게 든 휴 휘트브레드.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오래된 친구 휴, 칭찬할 만한 휴! “어디 가는 길이에요?” 휴가 물었다.
“나는 런던 걷기를 좋아해요.”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정말 시골에서 걷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그들은 방금 올라왔다. 휘트브레드 부부는 “의사의 진찰을 받으러” 왔다. 셀 수 없이 여러 번 클러리서는 요양원에 있는 애버린 휘트브레드를 방문했다. "애버린이 또 아픈가요?" 애버린은 상당히 기분이 언짢다고 휴는 말했다. 그는 아내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무슨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넌지시 비쳤다. 그녀는 부어톤에서의 장면 장면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 피터가 성이 나서 날뛰었고, 물론 휴는 어느 면에서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터가 입증하려 했던 것처럼 완전한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사심이 없었다. 정도 없고 두뇌도 모자라고 단지 영국 신사의 교양과 예절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의 사랑스런 피터가 최악의 상태에서 한 말에 불과했다.
수백 년은 헤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와 피터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지금 나와 함께 있으면 뭐라고 할까? 어떤 날들, 어떤 광경들이 조용히 그에게 되살아났다. 예전의 쓰라림은 없었다. 그것이 아마도 사람들을 사랑한 대가이리라. 그녀가 그와 결혼하지 않은 것- 또한 그래야 했다 - 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결혼 생활에서 매일매일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권리, 다소 독립된 부분이 있어야만 했다. 그것을 리처드는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 또한 그에게 주었다(예를 들면 오늘 아침에 그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위원회리라. 그녀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피터와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했다. 모든 것을 자세히 의논해야 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인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했다고. 콘서트에서 누가 얘기해주었던 그 순간의 심한 불쾌감을 잊지는 못하겠지만 그녀는 쓸데없이 그를 동정했다.
그녀는 공원 출입구에 이르렀다. 그녀는 한 순간 서서 피카딜리 거리에 있는 버스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는 이 세상 누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아주 젊게 느껴졌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늙은 것 같았다. 그녀는 칼처럼 모든 것을 관통하여 베었다. 동시에 그녀는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밖에 있었다. 그녀가 택시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밖으로 밖으로, 저 멀리 바다로 혼자 나가는 느낌이 쉴새없이 들었다. 그녀는 피터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으리라. 나는 이거다, 저거다 하고 말이다. 그녀의 유일한 재능은 거의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계속 걸으며 생각했다. 런던의 거리에서, 사물이 밀리고 미는 흐름 속, 여기, 저기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는 살아남고, 피터도 살아남아, 서로서로의 존재 속에서 살리라.
클러리서는 생각하며 길을 돌아 본드 거리를 향해 걸어갔다. 애가 탔다. 일을 하는데 다른 이유를 필요로 하는 것은 어리석었다. 차라리 일 그 자체 때문에 일을 하는 리처드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기를 그녀는 훨씬 더 원했다. 그런데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며 생각했다. 그녀는 반쯤은 일들을 단순히 그 자체를 위해서 하지는 않았다. 이제 경찰관이 손을 들어올렸다. 본드 거리는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 계절에 이른 아침의 본드 거리는 그랬다. 그녀가 파티를 열 때마다 꽃을 준비해주는 상점을 향해 본드 거리를 올라갔다. 경쾌하게, 큰 키의 몸을 아주 꼿꼿이 세우며 그녀는 다가갔다. 핌 양이 그녀를 반겼다. 꽃들이 참 많았다. '아, 좋군.' 그녀는 핌과 얘기하면서 정원의 달콤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아! 바깥 거리에서 한 방의 총소리! 그 격렬한 폭음은 인도 가장자리에 정차한 자동차에서 났다. 본드 거리부터 옥스퍼드 거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몰렸다. 한쪽 팔에 연필 덮개를 둘러 낀 에드가 제이 위트키스가 남이 들을 수 있게, 물론 익살맞게 말했다 “수상의 차야.”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는 그냥 지나쳐가기 힘들던 차에 그의 말을 들었다. 셉티머스는 서른 살쯤 되었고, 창백한 얼굴, 매부리코에 갈색 신발을 신었고, 낡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의 엷은 갈색 눈은 불안한 눈초리를 띠어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이들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채찍을 들었다. 어디에 그 채찍을 내리칠까? 모든 것이 정지되어 갔다. 모든 이들이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셉티머스도 쳐다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블라인드를 내린 채로 자동차가 서 있었다. 셉티머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눈앞에서 한 중심으로 이렇게 서서히 모이는 것은 그를 공포에 떨게 했다.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나로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조롱당하고 손가락질 받고 있지 않은가.
“자, 어서 가요. 셉티머스.”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은 여자였다. 그러나 루크레지아 자신도 자동차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안에 있는 사람은 여왕 - 쇼핑하러 나온 - 일까? “어서요.” 루크레지아가 재촉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하긴 그들이 결혼한 지도 사 년, 이제 오 년째이니, 움찔하고 놀라며, “알았어!” 하고 험악하게 말했다. 마치 그녀가 방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이란 사물을 분간해야만 한다. 자동차를 쳐다보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사람들, 영국 사람들, 그들을 그녀는 나름대로 숭배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는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셉티머스가 “난 자살할 거야.” 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그녀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 우리 길을 건널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를 어느 공원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자동차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피카딜리 거리 쪽으로 나아갔다. 여왕인지, 황태자인지, 수상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를 숭배하는 똑같은 검은 입김으로 여전히 길 양쪽 인도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어지럽혔다. 저명한 사람이 본드 거리에서, 평범한 이들에게서 단지 한 치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마도 여왕이리라. 아니면 수상일지도 몰랐다. 꽃을 들고 멀베리네 가게에서 나오며 댈러웨이 부인은 생각했다.
갑자기 비행기 한 대의 소리가 불길하게 들려왔다. 비행기는 아래로 떨어지다간 곧 똑바로 위로 솟아올랐다. 비행기에서 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글자들을 그렸다. A자, C자인가? E자 그리고 L자인가? 아주 잠시 동안 그 글자들은 가만히 머물렀다. 비행기는 다시 하늘의 새로운 공간에 K자 하나와 E자 하나, Y자 하나를 쓰기 시작했다. 얼마 후 구름 속으로 사라졌던 비행기가 다시 나타났다. 그 소리는 맬 산책길에, 그린 파크에, 피카딜리에, 레전트 거리에, 레전트 공원에 있는 모든 이들의 귓속으로 전해져 들어왔다. 한데 어떤 낱말을 쓰는 거지?
루크레지아 워렌 스미스는 브로드 워크에 있는 레전트 공원에서 남편 옆 자리에 앉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세요, 보세요, 셉티머스!” 그녀는 소리 질렀다. 왜냐하면 남편이 바깥 사물들에 관심을 갖게 하라고 홈즈 의사가 그녀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올려다보면서, ‘그래, 저들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군.’ 하고 셉티머스는 생각했다. 정말로 실제적인 말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그 언어를 읽을 수가 없었다. “셉티머스!” 레지아가 말했다. 그는 굉장히 놀랐다. 사람이란 주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분수 있는 데까지 걸어갔다가 올래요.”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 문제도 없다고 홈즈 의사는 말할는지 모른다. 아주 차라리 그가 죽었으면 하고 그녀는 바랐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서 그녀를 보지는 않고 모든 것을 끔찍하게 만들면 그의 곁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자살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셉티머스는 그 동안 너무 열심히 일해 왔어요.” 그것이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부였다.
뒤를 돌아보니 낡은 코트를 입고 혼자 앉아 구부린 채로 빤히 응시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게다가 남자가 자살하겠다고 말하다니 비겁했다. 하지만 셉티머스는 전쟁터에서 싸웠고 용감했다. 지금의 그는 셉티머스가 아니었다. 홈즈 의사가 그에게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다. 그녀는 몹시 말라가고 있었다. 고통을 당하는 것은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보세요.” 크리켓 게임의 기둥을 들고 가는 한 무리의 작은 소년들을 가리키면서 그녀는 그에게 간청했다. 홈즈 의사가 실제 사물들을 인식하게 만들라고 그녀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볼 게 뭐가 있담? 몇 마리의 양뿐이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레전트 공원 전철역으로 가는 길을 메이지 존슨은 알고 싶었다. 그녀는 단지 이틀 전에 에딘버러에서 올라왔다. “이 길이 아니에요. 저쪽이에요!” 레지아가 소리쳐 말했다. 셉티머스를 못 보게 하려고 손짓으로 그녀를 한쪽 옆으로 비켰다. 둘 다 이상해 보인다고 메이지 존슨은 생각했다. 모든 것이 아주 이상해보였다. 의자에 앉아 있는 이 부부는 그녀를 질겁하게 했다. 젊은 여인은 이국인인 것 같았고, 남자는 이상해보였다. 메이지 존슨이 조심스럽게 지친 듯 걸으며 망연하게 쳐다보았을 때 그녀는 울어야한다고 확실히 느꼈다(왜냐하면 의자에 앉아 있던 그 젊은 남자가 그녀를 질겁하게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공포! 공포! 그녀는 외치고 싶었다.
“저들은 뭘 쳐다보고 있지?”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문을 열어주는 하녀에게 물었다. 집의 홀은 납골당처럼 싸늘했다. 댈러웨이 부인은 손을 눈가로 올렸다. 그리고 하녀가 문을 닫았을 때, 루시의 치마 스치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속세를 떠난 수녀처럼 느껴졌고, 익숙한 베일과 오랜 기도에 대한 응답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요리사는 부엌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는 타자기가 딸깍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단 한 순간도 그녀는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사람은 매일의 삶 속에서 하인들에게, 개들과 카나리아들과 무엇보다도 남편인 리처드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님, 댈러웨이 씨는 브루톤 부인과 점심을 함께하신다고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하고 클러리서는 말했고, 루시는 클러리서가 의도한 대로 실망감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아픔은 아니었다.
속세를 떠나는 수녀처럼, 탑을 탐색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녀는 이층으로 올라가, 창문가에 멈추었다가 목욕탕으로 갔다. 초록빛 리놀륨이 깔려있고 수도꼭지가 새고 있었다. 자신의 코트를 치우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사랑문제, 샐리 시튼의 예를 들어보자. 옛적에 자신과 샐리 시튼과의 관계말이다. 결국 그게 사랑 아니었던가? 샐리의 힘, 그녀의 재능, 그녀의 사람됨은 놀라웠다. 되돌아보면서 이상한 일은 샐리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순수하고 진실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남자에 대해서 갖는 감정과는 달랐다. 그것은 전적으로 사심이 없었고 게다가 단지 여인들, 막 어른이 된 여인들 사이에서만 있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녀 쪽에서 보면 보호하는 마음이었다. 함께 동맹을 맺고 있다는 인식에서, 그들을 헤어지게 만들고야 말 어떤 것에 대한 예감에서 솟아난 마음이었고(그들은 언제나 결혼을 재난으로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이런 기사도 정신, 샐리 편보다는 그녀에게 더 강했던 이렇게 보호하고픈 느낌으로 이끌려갔다.
아픈 뒤로 그녀의 머리는 거의 하얘졌다. 브로치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그녀는 갑작스러운 경련을 느꼈다. 마치 그녀가 상념에 잠긴 동안 얼음 같이 찬 발톱이 안으로 고착되는 기회를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아직 늙지 않았다. 이제 막 쉰둘이 되었고 아직 쉰둘의 많은 나날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녀는 화장품 병들을 새롭게 보며 그녀의 전 존재를 한 점에 모았다. 거울 속에는 바로 그날 밤 파티를 여는 여인의 가냘파 보이는 핑크빛 도는 얼굴이 보였다. 클러리서 댈러웨이,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정문 벨소리가 났다. 홀에서 나이든 남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댈러웨이 부인은 나를 만날 거요. 인도에서 5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클러리서는 나를 만날 거야.” 그는 아주 자애롭게 루시를 밀치고 2층으로 달려 올라오며 중얼거렸다. 예상치 않게 이 아침에 피터 월쉬가 그녀에게 온 것이 너무나도 반갑고, 너무나도 수줍고, 정말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양손을 잡으며 그녀가 늙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커다란 주머니칼을 꺼내어 칼날을 반쯤 폈다. ‘여전하군.’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똑같은 기묘한 표정. 똑같은 체크무늬 양복, 얼굴이 약간 비틀어지고, 약간 더 마르고, 더 퉁명스러워 보이는 것 같기는 하지만 몹시 좋아보였고 전과 다름이 없었다. 어제서야 시내에 도착했다고 그는 말했다. “왜 저를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지요?” 하고 그는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야 물론 해야죠.” ‘그는 매혹적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너무나도 황홀하군! 이제야 왜 마음을 정할 수 없었는지 기억나네. 그리고 왜 마음을 정했는지도 - 결혼하지 않기로?’ 그녀는 의아스러웠다. ‘그 끔찍한 여름이었나?’ “당신 호수 기억해요?” 감정에 압도되어, 갑작스러운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부모님들 사이에서 오리들에게 빵을 던지고 있는 어린아이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동시에 팔 안에 삶을 부여안고, 호숫가에 서 있는 그녀의 부모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다 자란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이상한 버릇인가?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언제나 칼을 갖고 장난하다니. 그것은 언제나 사람을 어리석고,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래, 당신에겐 어떤 일이 있었나요?” 그녀가 말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불러낸 어떤 여인에게 말했다. “그는 나보다 육 개월이나 나이가 더 먹었는데!” “한데 어떤 여인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불행히도 결혼한 여자예요. 인도 육군 소령의 아내죠. 그녀는 어린아이가 둘 있어요. 이혼 때문에 변호사를 만나려고 왔어요.” 얼마나 어리석은가! 얼마나 낭비인가! 처음에는 옥스퍼드에서 쫓겨나고 다음에는 인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소녀와 결혼하고. 이제는 인도 육군 소령의 아내라니! 그녀의 옛 친구, 그녀의 사랑스런 피터, 그가 사랑에 빠져있다. 변호사인 후퍼와 그레이트리 씨가 다 알아서 할 거라며 그는 주머니칼을 가지고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제발, 당신 칼 좀 내버려둬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그가 그를 괴롭혔다. 그녀를 언제나 괴롭혔다. 지금 그의 나이에. 얼마나 어리석은지!
갑자기 그가 흐느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흐느꼈다. 클러리서는 앞으로 몸을 구부려 그의 손을 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키스했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무릎을 토닥이며, 뒤로 기대어 앉아 그와 있는 것이 이상하게 편하고 아무 근심이 없다고 느껴지게 하였다. 갑자기 모든 것이 그녀에게 몰려왔다. 만약에 내가 그와 결혼했더라면 이 들뜬 기분은 하루 내내 나의 것이었을 텐데! 갑자기 리처드, 브루톤 부인과 오찬을 하고 있는 남편 리처드가 생각났다. ‘그는 나를 떠났어. 나는 영원히 혼자야.’ 피터 월쉬는 창문으로 가로질러 가 코를 심하게 풀었다. ‘나를 당신과 함께 데려가줘요.’ 클러리서는 충동적으로 생각했다. 마치 그가 곧장 어떤 위대한 항해를 떠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곤 매우 아슬아슬하고 감동적이었던 5막짜리 연극이 이제 끝났고 그 속에서 한 인생을 살고는 도망쳐 나온 것 같았다. 피터와 살았고, 이제는 끝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