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지음 | -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허클베리 핀: 쎄인트 피터스버그라는 미시시피 강 유역의 작은 마을에서 더글러스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14세 가량의 소년. 천성적으로 착한 본능을 가진 이 소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작품의 중심 주제가 된다.
짐: 워트슨 부인의 흑인 노예. 무지몽매하지만 다른 한편 약삭빠르고 현실적이면서도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허클베리 핀과 함께 뗏목여행을 한다. 30대 중반 이다.
톰 소여: 허클베리 핀의 둘도 없는 친구지만 중산층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점에서 허클베리핀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소년.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으로 주위 사람들을 자주 놀라게 하는 인물. 이를테면 유아적 상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
왕과 공작: 허클베리 핀과 짐의 뗏목에 동승하면서 강변 마을사람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악당들
잭슨 섬으로 탈출
『톰 소여의 모험』에서 횡재를 한 허클베리 핀은 더글러스 부인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더글러스 부인과 와트슨 부인은 허클베리 핀에게 글을 가르치고 성경공부를 시키는 등 애정을 쏟지만 허클베리 핀은 오히려 자유로운 자연생활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가 없다. 허클베리 핀은 톰 소여의 강도놀이에 참여하지만 예전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러던 사이 허클베리 핀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듣고서 주정뱅이인 허클베리 핀의 아버지가 쎄인트 피터스버그에 나타난다. 그 전에 이미 허클베리 핀은 돈을 모두 새처 판사에게 맡긴 바 있는데 그는 집 근처의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서 아버지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예감을 한 것이다. 부정(父情)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버지는 허클베리 핀에게 찾아가 돈을 요구하며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고, 새처 판사를 협박하는 등 점점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고, 마침내 허클베리 핀을 납치하여 외딴 숲 속의 오두막으로 데리고 간다. 두 달이 지나면서 워트슨 부인과 마을로부터 떨어져 자유를 느끼는 허클베리 핀을 술에 취한 아버지가 그를 ‘죽음의 천사’라고 여기며 죽이려 든다. 허클베리 핀은 더 이상 아버지의 매질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아버지가 마을에 간 사이 돼지를 죽여 피를 뿌려 놓고 자신이 살해된 것으로 위장하고 인근의 잭슨 섬으로 도주한다.
도망 노예인 짐과 만나고 뗏목여행에 나서다
익사했을 거라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시신을 강에서 찾는 것을 숨어보면서 허클베리 핀은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섬에서 누군가 불을 지핀 흔적을 발견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자기 말고 누가 이 섬에 있는가를 알아보려고 탐사에 나섰다가 뜻밖에도 워트슨 부인의 노예인 짐과 마주치게 된다. 짐은 워트슨 부인이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자신을 ‘강 아래’(흑인 노예에 대해 특히 가혹한 착취가 이루어지는 남부 지방)인 뉴 올리언즈로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엿듣고 도망친 것이다. 이로써 미국 문학사상 가장 감동적인 흑백의 다감한 우애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10여 일간을 보내다가 허클베리 핀은 마을 소식이 궁금해져서 여장을 한 채 일리노이 강변의 한 마을에 있는 로프터스(Loftus) 부인의 집으로 간다. 그러나 허클베리 핀은 이내 여장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로프터스 부인을 기지로서 속여넘기면서 그녀로부터 자신과 아버지와 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은 이미 살해된 것으로 되어 있고, 그 살인혐의를 탈출한 짐이 뒤집어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날 저녁 잭슨 섬에 숨어 있으리라고 의심되는 짐을 마을 사람들이 수색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섬으로 돌아와 짐과 함께 잭슨 섬을 떠난다.
자유의 도상에서 좌초
허클베리 핀과 짐은 자유의 북부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카이로(Cairo)로 뗏목의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그 방향은 그와 정반대 방향인 노예주(奴隸州)로 향하는 것임을 두 사람은 모르고 있다. 여행의 둘째날 폭풍우를 동반한 짙은 안개 속에서 뗏목을 떼어 놓으려다 메어놓은 나무가 뽑혀 카누에 탄 허클베리 핀과 뗏목에 탄 짐이 헤어지게 된다. 안개가 걷히자 허클베리 핀은 다시 뗏목을 발견하고 거기서 졸고 있는 짐을 깨워 그에게 장난을 친다. 즉, 허클베리 핀은 그들이 헤어진 적이 없으며 폭풍우와 안개도 짐의 꿈이었을 뿐이라고 놀려댄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장난을 짐이 정말로 믿게 되자 뗏목에 남아있던 폭풍우의 흔적들 ―흩어진 나뭇가지들 ―은 무엇이냐고 야비하게 반문한다. 비로소 허클베리 핀의 거짓말을 눈치 챈 순진한 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게 뭐냐고? 이제부터 말해주지. 내가 폭풍우 속에서 너를 부르는 일로 그만 녹초가 되어 잠이 들고 말았을 때 너가 보이지 않아서 슬퍼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앞으로 나와 뗏목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난 상관하지 않았어. 잠을 깨보니 네가 멀쩡한 모습으로 와 있잖아. 그땐 눈물이 나왔어. 난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 네 발에다 입맞춤까지 했단 말이야. 그만큼 나는 고마웠어. 헌데 허클베리 핀 너는 어떻게 하면 거짓말을 해서 이 늙은 짐을 골려줄까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말이야. 저기 있는 쓰레긴 쓰잘데없는 물건이야. 친구 머리에다 진창을 발라 창피를 주게 하려는 쓰레기란 말이야”.
이런 꾸짖음을 듣고서 백인인 허클베리 핀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반성을 하게 된다. 허클베리 핀은 노예 짐의 이런 꾸짖음을 듣고서 자신의 비열한 근성 ―이를테면 백인의 노예근성―을 반성하면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뗏목이 카이로에 가까워지자 짐은 기뻐서 소리치는데 허클베리 핀은 처음으로 자신이 도망 노예를 도와준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러던 사이에 노예사냥꾼이 다가와 뗏목에 누가 있느냐고 허클베리 핀에게 묻는다. 어쨌든 그는 도망간 노예는 반드시 고발하라는 남부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그대로 노출된 소년이다. 또한 허클베리 핀은 짐의 주인인 워트슨(Watson) 부인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고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로 갈등하면서 짐을 결국 고발하기로 마음먹는 듯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어 노예 사냥꾼들을 속여 따돌린다. 그는 그들에게 뗏목에 탄 짐이 천연두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임을 기지로 재빨리 암시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짐은 허클베리 핀에게 진정한 친구로서 고마워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우애도 잠시, 이들의 뗏목은 증기선과 충돌해 뗏목이 파괴되고 짐을 잃어버린 채 허클베리 핀은 홀로 한 마을에 도착한다.
허클베리 핀의 눈에 비친 남부 문명의 어두움
짐과 헤어진 허클베리 핀은 홀로 뭍으로 올라가 어느 마을에 당도한다. 거기서 그는 그랜저포드(Grangerford) 집안의 일원이 되어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는 그 가족이 마을의 대등한 귀족 가문인 셰퍼드슨(Shepherdson) 가문과 숙적관계로 싸움의 원인마저 잊은 채 오랜 세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해온 사실을 알게 된다. 허클베리 핀은 예의바르고 교양 있는 집안 사람들이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살상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데 어느 날 그 집안의 딸인 소피아(Sophia)가 교회에서 성경책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성경책 속에는 은밀한 만남을 알리는 시간이 적혀있는 바 소피아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숙명처럼 셰퍼드슨가의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밀회의 약속시간을 알아내기 위해 허클베리 핀을 이용한 것이다. 허클베리 핀의 도움으로 그녀는 적대가문의 남자인 하니 셰퍼드슨(Harney Shepherdson)과 도망치는 데 성공하게 되지만 그 때문에 양가는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 동무인 벅(Buck)이 처참하게 살해된 것을 목격하고 인간의 잔인함에 치를 떨면서 그 집을 떠나려고 한다. 그와 거의 동시에 허클베리 핀은 집 근처의 습지에 숨어 있는 짐을 집안의 흑인 노예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다. 양가의 싸움이 한창일 때 이들은 그 곳을 탈출해 다시 뗏목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밤에는 항해를 하고, 낮에는 숨어서 쉬면서 뗏목에서 강가, 기선, 하늘의 별을 살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두 명의 도망자가 뗏목으로 다가와서 폭도들에게 쫓기고 있으니 살려달라고 애걸한다. 한 명은 30대 가량의 약삭빠른 사내고, 다른 이는 70세 정도 된 노인인데 초면인 이들은 서로 유럽의 귀족 가문의 일원임을 사칭하여 허클베리 핀과 짐으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한다.
이들 일행은 포크빌(Pokeville)에 정박한다. 밤에만 뗏목여행을 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두 남자가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챈 허클베리 핀은 그럴듯한 변명을 둘러대 위기를 모면하면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하기로 마음먹는다. 자칭 ‘왕과 공작’은 사기를 칠 계획을 세우는데 인근 마을에서 왕은 한 부흥회에서 개과천선한 해적 행세를 하면서 부흥회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 대목은(트웨인이 말년에 이르면 더욱 격해지는) 기독교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이들은 다음 정박지에서 엉터리 셰익스피어 연극을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대사를 외우며 칼싸움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브릭스빌(Brickville)에 당도하게 되는데 지금까지의 해학적인 분위기는 더욱 반감되면서 음침하고 어두운 남부 사회의 단면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된다. 그 중 하나가 21~22장에 걸쳐 묘사되는 백주대낮의 살인이다.
아칸소의 한 마을에서 셔변(Sherburn) 대령은 마을의 소문난 주정뱅이지만 본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복스(Boggs)가 시비를 걸자 시간을 정해 주고 그 때까지만 참고 그 시간을 넘기면 가차없이 쏴 죽이겠다고 호언한다. 결국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그는 딸 하나를 둔 복스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만다. 이에 흥분한 군중들이 그를 린치하기 위해 몰려가지만 그는 오히려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당하게 훈계한다.
너희들이 나에게 린치를 가한다고? 재미난 생각이야. 너희들에게 한 사나이를 린치할 만 한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가소롭구나. 이 마을에 온, 의지할 곳 없이 불쌍하고 버림받은 여자에게 콜타르를 바른 후 깃털을 꽂아 혼낼 만한 용기가 있다고 해서 사나이에게도 손댈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흥, 너희 같은 놈들 몇 명만 있어도 그 사내는 꿈쩍도 하지 않을 거다. 대낮이고, 또 등뒤에서 얻어걸릴 염려만 없다면 말이다.
내가 너희들을 알고 있느냐고? 손바닥처럼 잘 알고말고. 나는 남부에서 태어나 자랐고, 북부에서 산 일도 있다. 그래서 모든 웬만한 인간쯤은 두루 알고 있단 말이야. 보통 사람들이란 겁쟁이다. 북부에선 짓밟으려는 자에게는 누구나 다 자기를 짓밟게 하고, 그 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그것을 참아낼 만큼 겸허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를 올린단 말이다. …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것은 오합지졸이다. 군대가 바로 그렇지. 오합지졸이란 말이다. 타고난 배짱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집단에서, 그들의 상관에게서 빌려온 가짜 용기로 싸운다는 밀이다. …진짜 린치를 가하려면, 남부식으로 어둠을 타고 하는 거다. 그리고 올 때는 반드시 복면을 가지고 와라.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데리고 오라는 말이다. 이 두 가지다. 자, 모두들 물러가라. 너희들 그 반쪽짜리 사내와 함께 꺼져라.
우중(愚衆)이 판치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히는 셔번 대령의 이같은 일갈이 있은 후에 25장에서 29장까지는 두 사기꾼들이 한 마을의 초상집에서 벌이는 소동이 그려진다. 이들은 망자인 영국에서 온 하비 윌크스(Harvey Wilks)의 동생 행세를 하면서 망자의 딸들과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데 그것은 하비 윌크스의 재산을 우려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가족처럼 데리고 있던 노예를 팔아버리는 등 그들의 비열한 행위를 보다 못한 허클베리 핀은 망자의 장녀인 메리(Mary)에게 사기꾼들의 정체를 털어놓는다. 사기꾼들은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 경매를 서두르는데 그 사이 진짜 동생들이 나타나게 되자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심문하게 되고, 결국 폭풍우가 치는 으스스한 밤에 망자의 무덤을 다시 파게 된다. 그리고 그 사이 허클베리 핀과 사기꾼들은 도망을 쳐 뗏목으로 돌아온다.
이들은 사기를 친 마을에서 멀리 벗어나 또다른 건수를 구상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곤경에 빠진 이들은 파이크빌(Pikeville)에 당도한다. 거기서 허클베리 핀은 술에 취해 마을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 왕을 발견하고, 이것이 이 사기꾼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뗏목으로 돌아오지만 짐은 없어진 상태다. 그는 짐이 싸일러스 펠프스(Silas Phelps) 농장에 잡혀있다는 사실과 그를 팔아버린 사람이 왕과 공작임을 알게 된다. 동시에 허클베리 핀은 도망친 노예를 도와주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다가 짐의 소유주인 워트슨 부인에게 짐을 되돌려주기 위한 편지를 쓰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그런 홀가분한 마음도 잠시, 그는 짐과 자신이 여태껏 강을 따라 여행하면서 얼마나 다정한 우애를 나누었는가를 생각하면서 짐을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좋다, 그렇다면 지옥엘 가겠다.”라고 말하면서 워트슨 부인에게 쓴 편지를 찢어버리는 것이다. 그 이후는 ‘이른바 회피의 장’이라고 불리우는(허클베리 핀이 아닌!) 톰 소여의 모험이 시작된다.
톰 소여, 다시 등장하다
허클베리 핀이 펠프스(Phelps) 농장으로 들어서자 펠프스 부인은 허클베리 핀을 자신의 조카인 톰 소여로 착각하면서 반긴다. 그는 자신이 누구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몰라 당황하다가 펠프스 씨가 돌아와 자신을 톰 소여로 착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동시에 기선이 오는 것을 본 허클베리 핀은 거기에 톰 소여가 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면서 그를 만나러 시내로 간다. 도중에 허클베리 핀은 톰 소여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짐의 구출을 포함한 여러 가지 사정 이야기를 한다. 톰은 이모인 펠프스 부인에게 처음에는 지나가는 손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다가 나중에는 톰 소여의 동생인 시드라고 소개하고 환대를 받는다. 다른 한편 톰과 허클베리 핀은 왕과 공작이 마을 사람들에게 린치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에게 측은한 마음을 갖는다. 다시 농장으로 돌아온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는 짐의 구출작전에 나선다. 톰은 철저하게 유럽 ‘로맨스 문학’에 나오는 공식대로 짐을 탈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짐은 『몽테크리스토 백작』같은 작품의 주인공이 감옥을 탈출했던 방식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톰 소여의 황당한 상상력이 발동된 이 대목은(특히 당대 노예제의 실상에 민감한 독자는) 한편으로는 그야말로 ‘믿기지 않은 마음’을 접어놓고 읽어야 하는 장면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톰 소여의 모험』에 필적하는 아동문학적 재미를 톡톡히 선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쨌든 톰 소여는 다리에 총상을 당하고 짐은 다시 잡히게 되지만 의식을 되찾으면서 짐이 이미 해방된 노예라는 사실을 밝힌다. 돈 때문에 그를 노예로 팔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뉘우친 워트슨 부인이 임종 직전에 그를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그로써 모든 사건은 해결된다.
톰 소여가 주도하는 '로맨스의 논리'가 회피의 장에서 관철되면서『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얼핏 전형적인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목까지 차는 피바다를 헤치는“ 모험을 꿈꾼 톰 소여의 소원은 만족스럽게 이루어졌고, 짐은 짐대로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자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가슴의 털이 가리키는 징조대로 죄수 노릇을 한 댓가로 톰 소여로부터 거금 40달러를 받아 부자가 된 것이다. 허클베리 핀 역시 자신을 저주처럼 따라다니던 양심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그토록 학대한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 6천 달러의 재산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작품의 이런 결말은 각 인물에게 더 이상 바랄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소망충족의 달성인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