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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앤드류스

헨리 필딩 지음 | -
조셉 앤드류스(Joseph Andrews)

헨리 필딩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조셉 앤드류스: 파멜라의 오빠. 레이디 부비의 하인. 잘 생긴 외모에 건장한 체격, 거기다 노래까지 잘해서 주인 마님을 포함해 어떤 여자든 그를 한 번 보면 반하고 마는 것이 그의 본의 아닌 골칫거리다.

에이브러햄 애덤스: 교구 목사. ‘자선’을 기독교인의 최고의 덕목으로 믿는 그는 세상물정에는 갓난 아기 만큼 어두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조셉과 고락을 같이 한다.

패니 굳윌: 부비 가의 하녀로 가난하지만 착하고 아름답고 건강한 아가씨. 조셉을 사랑한다.

레이디 부비: 교구민들은 돌보지 않고 일년 내내 런던에서 향락을 즐기는 귀부인. 남편이 죽자 젊은 하인 조셉을 노골적으로 유혹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슬립슬롭: 레이디 부비의 시중을 드는 ‘아줌마’. 레이디 부비 못지않게 조셉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늘 조금씩 틀린다.

윌슨: 신사 가문의 자제로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부인을 만나 시골에 정착해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다이대퍼: 멋부리기에만 관심이 있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젊은 귀족. 패니에게 추근대다 조셉과 슬립슬롭에게 각각 봉변을 당한다.



조셉, 유혹을 뿌리치다

곤봉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상을 둔 앤드류스 부부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조셉은, 오로지 순결의 미덕을 지켜 하녀의 신분이지만 주인 도련님과 결혼해 세간에 유명해진 파멜라의 오빠다. 열 살 때 토머스 부비 집안에 도제로 들어간 조셉은 새 쫓는 일과 사냥개 모는 일을 거쳐 마굿간에서 일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남달리 기운 세고 날렵해진 그는 하도 말을 잘 타서 경마 때가 되면 모두가 탐내는 기수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경기에 져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유혹도 받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 일로 조셉을 기특하게 여긴 주인 마님 레이디 부비는 그를 마부 겸 시종으로 삼는다.

한편, 부비 가의 식솔 중 교구 목사 에이브러햄 애덤스는 더없이 선량하고 학식도 풍부하지만 세상물정에 너무 어두워 재주만큼 출세도 못하고 교구 목사의 박봉으로 부인과 여섯 명의 자식들을 겨우 먹여 살리는 무골선인이다. 때때로 레이디 부비의 가정부 격인 슬립슬롭 덕에 부엌에서 술 몇 잔 얻어먹는 게 낙이다. 슬립슬롭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비록 레이디 부비의 시중을 들 망정 원래 목사의 딸인 자신은 보통 하녀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자부심에 애덤스 목사와 신학적 문제를 놓고 토론하기를 즐긴다. 늘 길고 어려운 단어만 골라 쓰지만 항상 조금씩 틀려서 제아무리 애덤스 목사라도 그녀가 하는 말은 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도 중년 아줌마다운 연륜과 직감으로 레이디 부비가 조셉에게 딴 마음을 먹고 있음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건 슬립슬롭이다.

레이디 부비를 따라 생전 처음 런던에 올라간 순진한 조셉은 처음 보는 구경거리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런던의 사교계 부인들이 레이디 부비가 조셉을 너무 가까이하는 게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고 있을 무렵, 갑자기 토머스 부비가 죽고 레이디 부비는 과부가 된다. 남들 앞에선 슬픈 척하면서 실은 친구들과 카드놀이로 6일을 보낸 레이디 부비는 7일째 되는 날 조셉을 내실로 불러들인다. 일단 1차 시도는 무산되고, 레이디 부비의 방에서 간신히 빠져나오는 조셉을, 이번에는 슬립슬롭이 마치 커다란 암호랑이가 먹잇감을 덮치듯이 덮치려 든다. 이때 그녀를 찾는 레이디 부비의 벨소리에 슬립슬롭은 아쉽게도 조셉을 포기하고 마님의 방으로 간다. 조셉을 마음에 둔 두 여자들간에 속마음을 감춘 대화가 오가고, 사랑한다면 신분 따위가 대수냐는 슬립슬롭의 말에 레이디 부비는 다시 조셉을 불러들여 은근히 묻는다. “조셉아, 내가 키스를 허락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키스로 만족하겠느냐, 아니면 그 이상을 원하겠느냐?” “마님,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되지만 행여 일어난다 해도 저는 제 순결을......”

조셉의 입에서 ‘순결’이란 두 글자가 떨어지자마자 레이디 부비는 하도 기가 차서 동상처럼 굳어버린다. 2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뭐시라, 순결? 이 뻔뻔한 놈, 네 상전이 너 같은 놈 때문에 체면을 내던진 마당에 네 놈이 순결을 들먹인단 말이냐?” “마님께 순결이 대단치 않다고 저도 그러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요? 제가 남자라서, 아니면 제가 가난한 종놈이라고 해서 제 순결을 마님 마음대로 하신단 말입니까?” (이 부분은 리차드슨의 『파멜라』에서 파멜라가 주인 도련님에게 항변하는 대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레이디 부비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치를 떨며 그 길로 조셉을 내쫓는다. 그날 밤 조셉은 사랑하는 패니가 있는 고향으로 길을 떠난다. 그러나 곧 강도를 만나 죽도록 얻어맞고 돈과 옷가지까지 몽땅 뺏기고 만다. 알몸으로 길가에 의식을 잃고 버려져 있던 조셉을 지나가던 역마차 승객들이 발견한다. 그들은 강도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니 그냥 빨리 가자느니, 벌거벗은 남자와 한 마차를 타고 갈 수 없다느니 하면서 조셉을 그냥 버려두고 가려 한다. 이때 마부가 나서서 조셉을 태워주고, 마차는 어떤 여관에 닿는다.

여관 주인 타우와우즈 부부의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조셉은 하녀 베티의 친절한 대접을 받는다(사실 베티는 그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이것이 나중에 엉뚱한 문제를 일으킨다). 한편, 조셉을 진찰하러 온 동네 의사보다도 의학 상식이 풍부한 한 낯선 손님이 의사와 논쟁을 벌이고 있던 차에 강도들 중 한 명이 붙잡혀 오고 그로부터 조셉은 잃었던 돈과 옷가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아까의 그 낯선 손님은 다름아닌 애덤스 목사가 아닌가? 애덤스 목사는 자신이 쓴 아홉 권의 설교집을 출판하러 런던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 사실을 안 동네 목사 바나바스는 애덤스 목사에게 한 출판업자를 소개하고, 세 사람 사이에 종교적 논쟁이 벌어진다. 여기서 애덤스 목사는 기독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심 자체보다 신앙의 실천, 즉 ‘자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쟁은 밖에서 갑작스런 소란이 벌어져 중단되는데, 소란의 원인은 타우와우즈 부인이 남편과 하녀 베티가 한 침대에 있는 현장을 잡은 것. 조셉에게 거절당한 베티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그만 타우와우즈 씨와 일을 벌인 것이다. 조셉을 보는 여자들마다 나이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그에게 반하니 앞으로 그는 어떻게 그 많은 유혹을 다 이겨낼 수 있을까?



패니를 만나다

조셉과 애덤스 목사가 각각 고향과 런던으로 다시 길을 떠나려는 찰나 애덤스 목사는 출판하려는 설교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발견한다. 그렇게 됐으니 애덤스 목사도 할 수 없이 조셉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사람은 둘인데 말은 한 마리밖에 없어서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먼저 걸어서 떠나고 다른 한 사람이 나중에 말을 타고 따라가기를 번갈아 하는 식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마음 착한 애덤스 목사는 조셉이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다며 극구 말을 타고 오라고 이르고 먼저 출발한다. 그러나 아차, 애덤스 목사가 깜박 잊고 말 여물값을 치르지 않아서 타우와우즈 부부는 조셉을 붙잡아두고 보내지 않는다. 애덤스 목사는 조셉이 뒤따라오기를 기다리러 어느 선술집에 들렀다가 나중에 온 손님들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그때 선술집에 역마차 한 대가 들어오는데 그 손님들 중에 뜻밖에도 슬립슬롭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녀는 우연히 첫번째 여관에서 조셉을 만나 밀린 셈을 치러주고 오는 길이다. (아직도 조셉을 좋아하는) 슬립슬롭 덕에 풀려난 조셉이 뒤늦게 당도하고, 이제 세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난다. 조셉은 말을 타고, 애덤스 목사는 슬립슬롭과 함께 마차를 타고서. 마차가 어느 저택 앞을 지날 때 한 승객이 “저 곳에 불행한 레오노라가 살고 있답니다”라며 애덤스와 슬립슬롭에게 레오노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사 집안의 규수인 레오노라는 호레이쇼와 악혼한 사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그녀는 여섯 마리 말이 끄는 화려한 마차가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저런 마차를 가진 사람과 사랑해봤으면’하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 마차의 주인을 무도회장에서 만난다. 최신유행의 화려한 프랑스제 옷으로 맵시를 낸 벨라마인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를 보는 순간, 레오노라의 마음은 더욱 더 흔들린다. 그가 다른 여자들을 다 제쳐두고 레오노라에게만 청해왔을 때 레오노라의 허영심은 극에 달한다. 두 사람은 밤새도록 함께 춤을 추고, 다음날 벨라마인은 사랑을 고백한다. 화려한 마차와 프랑스제 옷, 능숙한 언변과 매너에 완전히 넘어간 레오노라는 호레이쇼와 다투게 되고, 호레이쇼는 벨라마인에게 결투를 청한다. 그리고 결코 결투 체질은 아닌 맵시꾼 벨라마인은 호레이쇼에게 부상을 당한다. 이 소식을 들은 레오노라, “오 벨라마인, 이 모든 게 나 때문이에요. 호레이쇼 따윈 이제 상관없어. 난 당신 곁에 가겠어요”라며 그에게 달려간다. 약혼자가 있는 몸으로서의 평판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리고 두 사람은, 잠깐만, 레오노라의 이야기가 한창일 때 마차는 두 번째 여관에 도착한다. 조셉은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여관 주인의 아내가 조셉의 다친 다리에 약을 발라주었는데, 이를 안 여관 주인이 아내를 마구 욕한다.

“아니, 어서 손님들 시중들어서 돈벌 생각은 안하고, 저런 놈 다리가 잘라져나가든 말든 뭐하는 짓이야?” 듣다 못한 애덤스 목사가 끼여들어 옥신각신 끝에 남편에게 한방을 날린다. 이를 본 부인, 그런 무지막지한 남편도 남편이라고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거나 집어들어 냅다 애덤스 목사에게 집어던진다. 오, 불행히도 그녀 손에 잡힌 것은 돼지 피가 가득 든 솥이었으니, 애덤스 목사가 그걸 뒤집어쓰고 머리에서부터 시뻘건 돼지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 그 자체. 이때 슬립슬롭이 등장한다. 피범벅이 된 애덤스 목사의 몰골을 본 그녀는, 웬만한 장정도 부럽지 않은 괴력으로 안주인을 마구 두들겨 팬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말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슬립슬롭 손에 온전하지 못했으리라. 이리하여 이 엄청난 남녀 이인일조 태그매치 대‘혈’전은 애덤스와 슬립슬롭 조의 완승으로 끝나고 세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선다.

마차 안에서는 다시 레오노라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결국 그녀는 벨라마인의 정부로 함께 살게 된다. 벨라마인은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찾아가 지참금을 얼마나 주겠냐고 묻지만 레오노라의 아버지는 한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길로 그는 프랑스로 떠나버린다. 사실 그는 겉만 번지르르했지 가진 것 하나도 없이 여자의 지참금을 노린 건달이었던 것이다. 벨라마인에게 버림받고 망가진 평판 때문에 누구와도 결혼할 수 없게 된 레오노라는 그 이후 아까 지나온 바로 그 집에서 평생 혼자 쓸쓸히 살고 있다고 한다.

한편, 마차에 타지 않고 앞서서 걸어가던 애덤스 목사는 새사냥을 하는 어떤 남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있던 교구에서, 조카한테 압력을 가해 선거에 유리하도록 표를 던지게 하라는 영주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그만 교구 부목사직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이 시절에는 교구 내 성직자 임명권은 영주에게 있었다). 그 후 부비 영주의 교구에서 겨우 부목사가 됐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레이디 부비의 눈밖에 나서 평생 승진도 못하고 살고 있다. 사냥꾼은 애덤스 목사를 자기 집에서 묵고 가라고 초대하고, 그에게 애국심과 용기에 대해서 계속 열변을 토한다.

바로 그때, 살려달라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여태 용기에 대해 기염을 토하던 ‘용감한 사나이’는 재빨리 도망쳐버리지만, 애덤스 목사는 즉시 소리나는 곳으로 달려간다. 달려가보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치한이 한 아가씨를 겁탈하려는 참이다. 애덤스 목사는 치한을 때려눕히고 아가씨를 구한다. 아가씨의 사연을 듣고 있는 사이 한떼의 젊은이들이 다가오고, 이때 마침 애덤스에게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치한이 깨어난다. 그는 오히려 그들에게 애덤스와 여자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살인미수범을 신고해 보상금을 타겠다면서 애덤스와 아가씨를 끌고 간다.

이들에게 끌려가는 도중에 애덤스는 혼잣말로 한탄하다가 무심코 조셉의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을 들은 아가씨는 깜짝 놀라며 “이 목소리는, 혹시 애덤스 목사님이셔요?”라고 묻고 애덤스도 같이 놀란다. 눈앞에 있는 사람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한 숲길에서 애덤스가 구해준 아가씨는 바로 조셉의 사랑하는 패니였던 것이다. 조셉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 길로 조셉을 만나러 런던으로 올라오는 중이던 바로 그 패니였다. 애덤스 목사와 패니는 판사 앞에 끌려온다. 그런데 이 판사라는 양반, 대뜸 두 사람을 죄인으로 단정해버리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네 이놈,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목사 옷을 훔쳐 입고 강도질이냐? 서기, 어서 기소장을 써라.” “이보시오, 판사 양반, 내 얘긴 들어보지도 않고 이러는 법이 어딨소?” (서기 왈) “판사님, 이 자 소지품 중에 매우 수상한 게 있습니다. 무슨 책 같은데요, 암호로 씌어 있습니다.” “암호라고? 그렇다면 이 자는 보통 강도가 아니로구나. 분명 역적모의에 가담한 놈이렷다. 어디, 그 책을 가져오너라.” (의심스럽게 책을 이리저리 살핀다.) “암호라니, 그건 아에스퀼로스요.” “아에스퀼로스? 해괴한 이름이로고. 이 자의 암호명이 틀림없다. 당장 이놈을 잡아 가둬라.”

이 판사는 그리스 비극작가 아에스퀼로스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무식한 판사인지라 황당하게도 애덤스가 늘 갖고 다니며 애독하는 아에스퀼로스 희곡집을 역적모의가 적힌 암호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희한한 재판을 구경하던 사람들 중에 우연히 애덤스 목사를 알아본 사람이 증언해주지 않았던들, 애덤스 목사는 꼼짝없이 암호명 아에스퀼로스의 스파이로 몰려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애덤스 목사와 패니는 무식한 판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나 곧 갑작스런 돌풍을 만나 길가 여관으로 피한다. 두 사람이 난롯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귀에 익은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패니는 노래를 듣자마자 기절해버린다. 놀란 애덤스 목사의 법석에 이쪽으로 건너온 노래 소리의 주인공은 기절한 패니를 보자마자 더욱 기절할 듯이 놀라며 달려든다. 그는 슬립슬롭과 함께 도착해 있던 조셉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정다운 모습에 질투가 난 슬립슬롭은 마차를 타고 혼자 떠나버리고, 오랜만에 만난 두 연인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눈다. 둘은 옆에서 잠들어버린 애덤스 목사를 흔들어 깨운다. 그 자리에서 당장 결혼식을 시켜달라고. 그러나 ‘지킬 것은 지키는’ 애덤스 목사는 고향에 돌아가 교회 의식에 따라 정식으로 결혼할 것을 주장한다. 어느덧 날이 새고 길을 떠나려는 순간, 또다시 조셉 일행은 여관비 치를 돈이 부족하다. 애덤스 목사는 그 동네 목사에게 가서 부탁하면 같은 목사끼리니까 쉬이 돈을 빌려줄 거라며 목사를 찾아간다.

트럴리버라는 이 동네 목사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인물로서, 그는 일요일에만 목사요 나머지 6일은 돼지를 치는 농부다. 애덤스 목사는 트럴리버에게 나중에 갚겠다면서 자선을 부탁하지만, (생김새도, 욕심 많은 것도, 그가 기르는 동물과 꼭 닮은) 트럴리버에겐 어림도 없는 얘기다. 결국 애덤스 목사는 트럴리버 같은 사람이 목사라는 게 유감이라며 그 자리를 떠난다. 그가 빈손으로 돌아왔는데도 여관 주인은 순순히 그의 일행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애덤스 목사가 같은 목사인 트럴리버를 가리켜 “우리는 한 형제”라고 한 말을 진짜 형제라는 줄로 안 것이다. 어쨌든 무사히 이 곳에서 벗어나는가 했더니, 아까 애덤스 목사가 흥분해서 트럴리버 집에 두고 온 외투를 여관 주인이 가지러 갔다가 사실을 알게 돼서 또다시 떠날 수 없게 된다. 애덤스가 다시 한번 돈을 빌리러 온 동네를 돌아다녀보지만 단 한 사람도 그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와 여관 주인이 실랑이하는 소리를 듣고 도대체 얼마길래 그러느냐고 물어본 가난한 등짐장수 한 사람이 돈을 빌려줘서 세 사람은 겨우 이 인심 사나운 동네를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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