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부름
잭 런던 지음 | -
황야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
잭 런던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벅: 세인트버나드 종과 세퍼드 사이에서 태어난 판사 집의 애완견. 정원사가 팔아넘기는 바람에 썰매끌이 개가 되었으며 결국 황야로 돌아간다.
손튼: 알래스카에서 캠프를 치고 노다지를 찾으려는 인물로, 벅의 생명을 구해주었으며 벅이 사랑 한 유일한 인간이다.
원시 세계로
벅이야 신문을 못 읽으니, 자신을 포함해 튼튼한 근육의 파짓 사운드 해안 털복숭이 개들에게 밀어닥치고 있는 시련을 알 리가 없었다. 추위 속에서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튼튼한 근육의 털복숭이 개는 이 지방 사람들이 눈독들일 만한 가치가 충분한 대상이었다. 벅은 산타클라라의 양지 바른 저택에 살고 있었다. 그 집은 밀러 판사 댁으로 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으며 벅은 이 광활한 영토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벅은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4년을 살았다. 벅은 실내에 사는 개도 개장에 사는 개도 아니었다. 이 저택 전체가 그의 영토였다. 세인트버나드 종으로 몸집이 컸던 벅의 아버지 엘모는 항상 판사 곁에서 친구처럼 따라 다녔고 벅 역시 아버지의 예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스코틀랜드산 셰퍼드인 쉐프였기 때문에 벅은 몸집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몸무게도 140파운드밖에 나가지 않았다. 비록 몸무게는 적었지만 벅은 널리 존경을 받았으며 왕족같이 위엄 있게 행동했고 약간은 자기 중심적이었다. 벅은 사냥과 바깥 활동을 자주 했기 때문에 기름기 없는 몸매에 근육이 발달되어 있었다. 물을 좋아해서인지 냉수욕을 하는 사람처럼 튼튼하고 건강했다.
판사 집에서 일하는 정원사 조수들 중에 매뉴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매뉴얼은 중국식 도박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으며, 그러므로 도박을 하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그날 밤, 아무도 매뉴얼이 벅을 데리고 과수원을 지나는 것을 보지 못했고, 벅 자신도 단지 산책을 간다고 생각했다. 이 사내와 매뉴얼 사이에 돈 얘기가 오갔다. 벅은 조용히 품위 있게 순종했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뉴얼을 믿었고 인간의 뛰어난 지혜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목을 감은 끈이 점전 조여져 숨도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잠시 후 정신이 들자, 혀를 다쳤는지 통증이 느껴졌고 어떤 화물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칼리지 파크라는 간이역에 혼자 서 있던 사내를 빼고는 아무도 매뉴얼과 벅이 그곳에 도착한 것을 알지 못했다. 벅은 판사와 여행을 여러 번 다녔기 때문에 화물 열차의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벅은 목과 혀의 고통으로 반은 넋이 나갔고 어리벙벙했으나 납치범에게 대들었다. 그는 밤새도록 지친 상태에서 분노와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달래가며 거기에 누워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뭔가 불행한 일이 닥쳐오고 있다는 예감에 우울해졌다. 그러고 나서 그 철창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 마차에서 증기선으로, 증기선에서 철도역으로, 거기서 다시 특급열차로 옮겨졌다.
특급열차는 이틀 밤낮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달렸고, 그동안 벅은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고고하고 섬세한 벅으로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만 해도 화가 나는데, 목과 혀가 바싹 마르니 미칠 지경이었다. 이틀 동안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면서 쌓인 분노 때문에 벅을 건드리는 사람은 누구라도 봉변을 당할 참이었다. 눈에 핏발이 선 성난 악마로 변해서, 판사가 보더라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가 시애틀에서 내리자 특급열차 차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벅을 운반해온 사람들은 삽시간에 흩어져 안전지대로 피한 다음 구경할 태세였다. 철창문을 여는 동안 그간의 억눌러온 분노가 폭발해 벅은 사내를 향해 140파운드의 몸을 날렸다. 막 사내를 물어뜯으려는 순간 일격이 가해졌고, 곤봉으로 맞아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어리벙벙했다. 이 정교한 몽둥이질에 비하면 여태껏 견뎌온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동안의 일격이 끝나자 사내는 겁도 없이 그토록 무자비하게 때렸던 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벅은 패배했고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곤봉을 든 사람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배웠고 그후 일생동안 그것을 잊지 않았다. 곤봉은 하나의 계시였다. 그것은 원시적 법칙의 지배에 대한 소개였고 그는 이제 반쯤은 입문한 셈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다른 개들이 끌려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이내 사내에게 복종하게 되는 광경을 보면서 벅은 몇 번이고 교훈을 마음속에 새겼다. 즉, 곤봉을 쥔 사람에게 반드시 아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입법자며 자신이 복종해야 하는 주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돈이 오가면서 개를 두서너 마리씩 끌고 가곤 했으므로 미래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기가 뽑히지 않을 때마다 너무나 기뻤다. 그러나 마침내 벅의 차례가 되었다. 개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페를로는 벅을 보자마자 천 마리 중 한 마리 있을까말까 한 개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만 마리에 하나 있을까말까 하지.’ 페를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이 쭈글쭈글한 사내가 온순한 뉴파운드랜산인 컬리와 자신을 끌고 가도 벅은 놀라지 않았다. 페를로는 컬리와 그를 배로 끌고 가서 프랑스와라는 사내에게 넘겨주었다. 벅과 컬리는 나훨호 갑판에서 다른 개 두 마리와 합류한다. 하얀 털의 몸집이 큰 개는 상냥하지만 간교했고, 또 한 마리 데이브라는 개는 침울하고 까다로운 친구로 가만히 내버려두기만을 바랄 뿐이며 건드리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임을 분명히 해두었다. 벅과 컬리가 흥분과 공포로 반쯤 미쳐 있을 때도, 고개를 들어 그들에게 무심한 눈길을 던진 후 하품을 하고 다시 잠들었다.
날씨가 점차 추워지고 있었다. 공중에서 하얀 것이 자꾸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이 벅이 처음으로 본 눈이었다.
곤봉과 송곳니의 법
다이어 해변에서 보낸 첫날은 벅에게 악몽 같았다. 매 순간마다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이곳의 생활은 빈둥대며 따분해하기만 하면 되는, 게으르고 화려한 삶이 아니었다. 개들과 사람들 모두가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야만종인 이들은 법이라고는 몰랐고 존재하는 것이라곤 단지 곤봉과 송곳니의 법뿐이었다.
첫번째 희생자는 컬리였다. 컬리는 자기 덩치의 반쯤 되는 늑대만한 허스키 종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으나 허스키는 아무 경고도 없이 금속성의 잇소리를 내더니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컬리의 얼굴은 눈에서 턱까지 찢어졌다. 이처럼 물어뜯고 도망가는 것이 늑대식 싸움법이었다. 컬리가 적에게 달려들자 허스키는 이상한 방식으로 가슴으로 막아낸 후 컬리를 내동댕이쳤다. 컬리는 일어서지 못하고 허스키들은 컬리 곁으로 모여들었고 컬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털이 곤두선 개들 사이에 파묻혔다.
공정한 싸움은 없다. 한번 쓰러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 절대로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벅은 컬리의 비극적 죽음의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와가 벅의 몸에 끈과 물림쇠를 채운 것이다. 벅은 프랑스와를 썰매에 태우고 골짜기 근처 숲까지 갔다가 장작을 한 짐 해서 돌아와야 했다. 이처럼 운반용 짐승이 된 것이 몹시 자존심 상했으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반항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프랑스와는 엄격했고 즉시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 숙달된 개 데이브는 벅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엉덩이를 물었다. 스피츠는 현명하고 노련한 대장이었다. 벅은 쉽게 배웠고 프랑스와와 두 동료의 도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페를로가 개 두 마리를 더 데리고 돌아왔다. 이들의 이름은 빌리와 조우로, 순종 허시키 형제였다. 빌리의 단 한 가지 흠은 너무 마음이 좋다는 것이었던 반면에 조우는 내성적이고 악의에 차 노려보았다. 벅은 그들을 친구로 받아들였고 데이브는 무시했으며 스피츠는 차례로 둘 다를 건드렸다. 저녁 무렵 얼굴은 상처투성이고 애꾸눈인 개가 더 나타났다. 그 애꾸눈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용감하게 번쩍거렸다. 그의 이름은 솔렉이고 화난 개라는 뜻이었다.
그날 밤 벅은 잠자리 문제에 직면했다. 그의 팀 개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았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무언가 발 밑에서 꼼지락거렸다. 아늑한 구덩이를 파고 빌리가 누워 있었다. 또 하나의 교훈이었다. 아, 이것이 그들의 방식이구나!
비록 힘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을 경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데이브와 솔렉에게 일어난 변화였다. 마구를 두르자 그들은 완전히 다른 개가 되었다. 썰매를 끄는 일이 그들의 존재 이유이고 존재의 최고 표현이며 유일한 기쁨이었다. 데이브는 공정하고 현명했으며 이유 없이 벅을 물지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프랑스와의 회초리가 데이브를 지원해주고 있었으므로 벅은 복수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치는 것이 더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날이 저물기도 전에 일을 완벽하게 배워서 동료들이 더 이상 꾸짖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프랑스와의 회초리가 날아오는 빈도도 훨씬 줄었고 영광스럽게도 페를로는 그의 발을 자세히 살펴주기도 했다. 벅은 아직 춥고 어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동료들과 함께 다시 썰매를 끌었다.
벅은 끝없이 이어지는 긴 나날을 길에서 일하며 지냈다. 늘 게걸스럽게 먹었지만 배가 고파 고통스러웠다. 첫 도둑질도 시도했다. 그로 인해 험난한 북부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임이 입증된 셈이었다.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했다면 곧 끔찍한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사랑과 우정이 지배적인 남부에서는 사유재산과 개인적인 감정을 존중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곤봉과 송곳니의 법칙이 지배하는 북부에서 그런 것을 고려하는 사람은 바보였고 그것을 지키려 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어떤 시련과 맞서서도 벅은 싸움을 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곤봉을 든 사내는 좀더 근본적이고 원시적인 규범에 따르도록 만들었다. 경험을 통해 새로운 법칙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길들여진 세대의 유산은 떨어져나갔고 오래 전에 사라졌던 본능이 되살아났다. 추운 겨울밤, 별을 향해 늑대처럼 울부짖을 때는 오래 전에 죽은 조상이 살아나 수세기를 흘러와 그를 통해 별을 보고 짖는 것 같았다. 벅의 억양에는 조상의 모든 기억, 즉 슬픔이자 고요, 추위, 어둠이 담겨 있었다.
다시 짐승으로
벅에게 잠재돼 있던 원시적인 짐승의 속성은 더욱 강해졌다. 스피츠와 심한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초조해하거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반면 스피츠는 벅을 위험한 적수로 생각했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달려들었다.
어느 날 얌전한 돌리가 갑자기 미쳐버렸다. 벅은 미친개를 본 적이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겁에 질려 도망쳤다. 돌리의 추적을 받던 벅은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면서 프랑스와가 자신을 구해주리라고 믿었고, 개몰이꾼은 벅이 쏜살같이 곁을 지나가자 이어 따라온 미친 돌리의 머리를 부수어버렸다. 벅이 지쳐서 비틀거리는 그 순간이, 스피츠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스피츠는 벅을 덮쳤고 그의 뼈가 드러날 정도로 물어뜯었다. 이 이상한 남부 개로부터의 위협은 견딜 수가 없었다. 스피츠가 보기에 벅은 참 이상한 개였다. 벅은 지배욕도 강했으나 만용을 부리거나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없게 기가 죽어 있었다. 그는 매우 교활했으므로 시간이 흐르길 참고 기다렸다. 그것이 바로 원시적인 삶의 방식이었다.
대장 자리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벅이 그것을 원했다. 그것은 본성에 따른 것이었으며 마구에 매여서라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구를 벗게 되면 가슴 아파하는 그런 자부심 때문이었다. 스피츠는 이 자부심 때문에 벅이 대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그가 벅을 두려워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벅은 사실 대장이 될 만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벅은 공공연히 스피츠가 다른 개를 위협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리고 스피츠와 범법자 사이에 더욱 자주 끼여들었다. 그것도 아주 교활하게, 프랑스와가 없을 때만 그렇게 했다. 벅의 은밀한 반란과 함께 개들 역시 점점 더 스피츠에게 반항하였다. 프랑스와는 이들 둘 사이에 생사를 건 싸움이 곧 벌어지리라는 생각에 늘 노심초사했다.
싸움이 벌어질 기운만 완연한 가운데 어느 황량한 오후에 일행은 다우슨에 도착했다. 벅은 여기서 남부 개를 만났는데, 그 개들은 주로 사나운 늑대 종자였다. 규칙적으로 밤마다 노래를 불렀고 벅도 그 무시무시한 유령 같은 합창에 합류했다. 벅이 주도한 교활한 반란으로 개들 사이의 유대가 끊어졌고 벅의 부추김으로 반란자들은 온갖 자질구레한 비행들을 저질렀다. 이제 아무도 스피츠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전의 두려움은 사라졌으며 점점 더 그의 권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규율이 깨지자 개들 상호간의 관계도 바뀌었으므로 서로 짖어대며 싸우는 통에 캠프 전체가 정신병원 같았다. 프랑스와가 회초리를 휘두르며 스피츠를 후원했지만 나머지 개들은 벅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벅은 마구를 끌며 충실하게 일했는데 그에게 노동은 기쁨이었다. 그러나 동료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노동보다는 재미 때문이었다.
어느 날 타키아나의 입구에서 토끼를 발견했으나 머뭇거리다 놓치고 말았다. 사냥감을 총으로 쏘게 만드는 본능, 피를 보고 싶어하는 욕망, 살인의 기쁨...... 벅의 경우에는 그 욕망들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스피츠는 흥분한 가운데서도 냉정하게 계산해 토끼를 덮쳤다. 벅은 큰소리로 으르렁대지 않고 곧바로 스피츠에게 달려들었다. 벅은 마침내 때가 온 것을 알았다. 이제는 목숨을 걸어야 할 때였다. 그 동안 내내 허스키들이 둘러서서 조용히 둘 중 하나가 쓰러지기를 기다렸다.
벅에게는 상상력이라는 위대한 재능이 있었다. 그는 본능으로 싸우면서도 머리를 썼다. 이제 스피츠에게 희망은 없었고 벅은 무자비했다. 자비란 좀더 부드러운 환경 속에서나 통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머지 개들은 스피츠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언제라도 달려들 기세로 몸을 반쯤 웅크리고 있었다. 스피츠가 쓰러지자 이제껏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원은 달빛 넘치는 눈 속에서 한 점이 되어버렸다. 벅은 성공한 승리자였다. 살상을 마친 즐거운 원시 짐승이 되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누가 대장이 되었는가
벅은 스피츠가 차지했던 대장자리를 차지했다. 개몰이꾼은 벅에게 악마가 두 마리 들어앉아 있다고 높이 평가했지만 얼마 안돼 그것도 과소평가였음을 깨달았다. 벅은 단숨에 책임감 있는 대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재빨리 판단하고 생각했으며 행동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제껏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았던 스피츠보다도 몇 배나 더 뛰어났다. 벅은 법을 정하고, 동료들로 하여금 그 법을 지키게 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팀의 분위기는 곧 되살아났고 옛날의 유대감이 회복되었으며 개들은 다시 한 번 끌잇줄에 매인 개답게 달렸다. 14일 동안 평균 40마일씩 달린 기록적인 질주였다. 얼마 후 정부의 지시가 하달되었고 그것을 끝으로 벅은 이제 프랑스와 페를로를 볼 수 없었다.
이제 스코틀랜드 혼혈인이 벅과 동료 개들을 돌보게 되었다. 다우슨으로 돌아가는 피곤한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매일 매일이 노역인데다 금을 찾아 북극까지 간 사람들에게 세상 소식을 전해주는 우편 썰매이기 때문이다. 벅은 이 일이 싫었지만 데이브와 솔렉의 태도를 본떠 자부심을 느끼려 애썼으며 자신의 몫을 해내며 잘 견뎌냈다.
벅은 때때로 산타클라라에 있는 밀러 판사 저택을 떠올랐다. 그리고 곤봉의 사내와 컬리의 죽음과 스피츠의 필사적인 결투와 먹고 싶은 맛있는 것들을 생각했지만 향수병에 걸리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강렬하게 그를 사로잡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옛 조상에 대한 기억이었다. 사라졌다 되살아난 이 본능은 점점 더 맹렬하게 움직였다.
고되고 힘든 일에 시달려 개들은 지쳐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매일 눈까지 내렸다. 일행 중에서는 데이브가 가장 고통스러워했는데, 아무래도 그에게는 뭔가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는 결국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가끔 썰매가 급정거하거나 떠나면 고통스러워하며 짖어댔다. 그는 너무 쇠약해져서 더 이상 여행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데이브는 눈 속에 누워 헐떡거리면서 동료 개들을 향해 간절하게 짖어댔다. 데이브의 울음소리는 강가 숲을 지날 때까지 들렸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권총소리가 났다. 썰매는 쉬지 않고 눈보라를 일으키며 길을 따라 나아갔다. 하지만 강가 숲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벅이나 다른 개들 모두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