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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 -
투명인간 The Invisible Man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그리핀: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의학도. 가난과 백색증을 극복하기 위해 투명성 실험을 계속해 성공하지만, 투명성으로 인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홀 부인: 아이핑 여관의 안주인. 친절하지만 장삿속이 밝다.

켐프 박사 : 그리핀의 대학 동기. 대학 졸업 후 물려받은 유산으로 연구를 계속한다. 그리핀과 우연히 만난 후, 그리핀의 체포에 적극 나선다.

마블: 지능이 약간 모자란 떠돌이. 그리핀의 하수인 역할을 하지만, 중간에 도망친다.

에다이: 버독 마을의 경찰서장. 그리핀을 체포하려다 오히려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는다.





수상한 사람 출현하다

눈보라가 치는 2월 초 어느 날, 브램블허스트 기차역에 행색이 수상한 여행객이 내린다. 그 여행객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옷을 두르고 두툼한 장갑을 꼈으며, 푹 눌러 쓴 모자와 짙은 색깔의 안경, 그리고 수북한 구레나룻 때문에 반질반질한 코끝을 제외하고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손가방 하나를 든 그 남자는 한적한 시골인 아이핑 마을의 한 여관에 투숙한다. 그날 저녁 여관의 안주인 홀 부인은 방에서 혼자 식사하는 그 남자의 방에 들어갔다가, 투숙객의 머리가 냅킨(serviette) 같은 것으로 칭칭 감겨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더구나 그 남자는 홀 부인에게 매우 불쾌하게 행동하면서 자기가 무얼 하든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다음날, 그 투숙객에게 트렁크 여러 개, 책 박스, 짚으로 싼 유리병 따위 등등, 행색만큼이나 괴이한 짐 보따리가 도착한다. 짐마차가 여관 앞마당에 도착하고 그가 이층에서 앞마당으로 내려왔을 때, 마부의 개가 갑자기 달려들어 장갑과 바지를 물어뜯었다. 그는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여관 주인 홀이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노크도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가 가슴패기를 얻어맞고 문 밖으로 떠밀려나온다. 투숙객은 짐을 풀자마자 방을 정리하지도 않고 바로 연구에 몰입한다. 홀 부인이 방이 지저분하다고 불평했더니, 그는 청소비용을 청구하라고 대꾸했다. 홀 부인은 저녁식사를 들고 갔다가 안경을 벗은 그와 마주하는데, 이때 그의 눈이 움푹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핑은 한적한 마을이라 외지 사람은 늘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갑자기 나타나 두어 달 묵는 동안 이 투숙객이 보여준 괴이한 입성과 행동거지는 마을 사람들의 의혹을 부풀리고 여러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마부 피렌사이드는 그가 흑백 혼혈로 태어난 잡종이며 피부가 흑백 얼룩무늬 반점으로 덮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시계수선기사 헨프리는 아마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범죄자일 것이라 주장하고, 국립학교 조교인 굴드는 은밀히 폭발물을 제조하는 무정부주의자로 추정한다. 한편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적당한 구실을 대고 그를 방문했던 의사 커스씨는 소매 속에 손이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커스는 그 남자가 팔을 다쳤다고 생각하고 집요하게 질문하지만, 결국 떠밀려나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관에 도둑이 침입한 사건이 발생해 다시 한 번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잠에서 깬 목사와 아내는 서재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 금화의 쨍그랑 소리, 심지어 재채기 소리까지 들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난이 일어난 바로 그 시각에 여관 주인은 출입구 빗장이 풀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수상한 생각이 들어 그 남자의 방을 열지만, 투숙객은 보이지 않고 대신 옷과 붕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바로 그때 홀 부부는 앞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를 들었으나 아무도 들어오지 않자 의아해하는데, 잠시 후 그 남자가 계단을 내려온다. 홀 부부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물었지만, 그는 아주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어떻게 방으로 들어갔는지는 끝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다음날부터 홀 부인은 방세가 밀렸다는 이유로 식사제공을 중단한다. 남자가 항의하자 홀 부인은 방세를 지불할 것과 어젯밤 일을 설명하라고 추궁한다. 그러자 남자는 벌컥 화를 내며 얼굴을 감싼 붕대를 벗어제껴 자신이 투명인간임을 드러낸다. 마을사람들은 이를 목격하고 놀라 달아난다. 홀 부인은 그가 목사관에 칩입한 도둑이라고 생각하고 경관을 데리고 온다. 남자는 투숙객을 체포하러 온 경관과 격투를 벌이는데, 이 혼란의 와중에서 그는 옷을 벗어버리고 달아난다. 사건은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이때부터 그는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으로 불린다.



쫓기는 투명인간

도망간 투명인간은 도중에 얼뜨기 떠돌이인 마블을 발견한다. 마블은 처음에는 자신이 너무 과음해서 환각상태에 빠진 것으로 생각했으나, 투명인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여러 차례 얻어맞고 마침내 투명성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투명인간은 마블을 협박하는 한편 자신의 말을 들으면 상당한 보수를 주겠다고 꾀어 그를 하수인으로 활용한다. 마블은 투명인간이 남기고 간 옷과 소지품을 훔치기 위해 아이핑의 여관으로 간다. 마침 그때 버팅 목사와 커스 의사는 투명인간이 놓고 간 일지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일지에는 그리스어를 비롯한 난해한 수식이 가득 적혀 있었다. 투명인간과 마블은 두 사람을 쓰러뜨리고, 일지는 물론 목사의 옷까지 벗겨 도망친다. 마침 이날은 마을의 축제일이었는데 여관 1층에서 술을 마시던 몇몇 마을사람들이 도망가는 마블을 추격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 투명인간은 여관의 유리창을 모조리 부수고, 거리 가로등을 뽑아 그리블 부인 집 창문에 던지고, 전화선을 절단하는 등 마을을 유린해, 축제를 수라장으로 만든다.

이후 도둑은 보이지 않는데 돈이 공중에 떠다니는 금전도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신문들은 이 엽기적인 사건들을 계속 보도한다. 한편, 아이핑에서 일지 세 권을 들고 도망쳐나온 마블은 혼이 나서 하수인 짓을 그만두겠다고 하지만 투명인간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눈치를 보며 도망도 쳐보지만 그때마다 투명인간으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어느 날 버독 마을의 여관으로 마블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와, 투명인간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으니 숨겨달라고 말한다. 마침 여관의 술집에는 경찰관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은 문을 잠그고 마블을 숨겨준다. 그러나, 투명인간은 뒷문으로 들어와서 마블을 끌고 간다. 여관에 있던 사람들과 투명인간 사이에 또 한번 격투소동이 벌어지고. 이때 미국 말씨를 쓰든 손님이 권총을 빼들고 말소리 나는 곳을 향해 다섯 발의 총을 발사한다. 그러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어리석은 과학자

한편, 여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켐프 박사는 밤늦게 서재에서 연구를 끝내고 이층 침실로 올라가다 계단과 문손잡이에 핏자국이 있고 침대가 피로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더구나 허공에서 붕대가 스스로 감기는 것을 보고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총상을 입은 투명인간이 공교롭게도 과거 대학동기였던 켐프의 방으로 피신해온 것이다. 투명인간은 자신이 한때 대학에서 켐프와 함께 수학했던 그리핀임을 밝힌다. 그리핀은 대학시절 화학상을 받은 수재였으며, 키가 6척이나 되는 건장한 신체를 가졌으나 혈소가 탈색되는 백색증 환자였다. 그리핀은 켐프에게 손에 약간의 부상을 입었으며 사흘 간 먹지도 자지도 못했으니 음식과 위스키를 달라고 부탁한다. 허기를 달랜 다음 휴식을 취하면서, 그리핀은 그동안 투명인간 소문을 어리석은 자들의 공상으로 경멸했던 켐프에게 투명성이 과학적으로 달성 가능한 사실임을 말한다. 그날 밤 켐프는 녹초가 된 그리핀을 자신의 침실에서 묵도록 조치해주고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리핀이 잠자는 동안, 켐프는 밤새 여러 신문을 읽으며 투명인간의 활동에 대해 알게 된다. 켐프는 그리핀이 투명인간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 격분하고 있으며, 아마 광인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밤을 꼬박 샌 그는 약속을 어기고 버독 마을의 서장 애다이에게 쪽지를 보낸다.

다음날 아침 그리핀은 식사를 하면서 빛의 굴절 연구를 통해 몸을 투명하게 만든 저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대학을 졸업한 후 런던을 떠나 지방의 한 조그만 대학에서 실험조교로 7년간 지낸 일, 연구비가 바닥나자 부친에게 돈을 강탈해서 연구를 계속한 일, 그 돈은 원래 부친의 돈이 아니었기에 그 때문에 부친이 자살한 사실 등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리핀은 감각이 파괴된 대단히 냉정한 과학자임이 드러난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조차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런던으로 다시 돌아와서 강탈한 돈으로 빈민가 하숙집에 연구실을 마련하고 실험을 계속해 마침내 성공한다.

그는 모직물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다음, 이웃집 고양이에게 실험을 해서 눈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때 평소 그리핀의 행동거지를 수상하게 여긴 집주인은 고양이의 신음소리를 듣고, 그리핀이 이웃집 고양이를 잡아 동물해부(이는 당시까지 불법이었다)를 했다고 의심하고 이를 추궁하는 한편, 그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이때 그리핀은 완전히 거덜 난 상태였으며, 수중에 단 20파운드만 갖고 있어 다른 아파트로 옮길 수도 없는 상태였다. 마침내 그는 스스로를 투명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핀은 계속해서 자신의 실험일지 세 권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은 후, 연구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하숙집에 방화하게 된 과정을 켐프에게 자세하게 말했다.

“집에 불을 질렀다고!” 켐프는 놀라서 말했다. “물론이지. 흔적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잖아. 그리고 그 집은 보험에 들어 있어. 하숙집 현관의 빗장을 슬쩍 벗기고 거리로 나섰지. 사람들은 날 볼 수 없었고, 나는 투명성을 가지고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실감하기 시작했네. 머리속은 처벌받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온갖 근사한 짓에 대한 계획으로 들끓고 있었네.”

그리핀은 그동안 투명성이 대단히 이익을 가져다주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 그려왔던 ‘처벌받지 않고 실행할 온갖 근사한 짓’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지만, 그의 야심만만한 계획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힌다. 실험이 성공했을 때는 1월이었는데, 투명성을 위해 몸에 옷을 걸칠 수 없었다. 또한 몸에 동화되지 않는 물질이나 죽은 세포는 투명성을 갖출 수 없으므로, 그의 몸은 투명하다 해도 식사와 음료는 소화될 때까지는 눈에 띠게 되며, 외상으로 흘린 피 때문에 곧 투명성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비를 맞거나 안개 속으로 지나갈 때도 윤곽이 드러나고, 런던의 오염된 대기 속으로 오래 걸으면 피부에 오염물질이 쌓여 형상이 드러난다. 상대방은 자신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차에 부딪쳐 부상을 입을 뻔한 적도 여러 번 겪었다. 결국, 눈보라 치는 한겨울에 그는 피부를 대기에 드러낸 채 추위와 굶주림으로 떨면서 런던 거리를 방황해야 했다. 그는 마침내 백화점에 몰래 잠입해서 옷을 훔쳐 입고 나올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른 아침 시각에 옷을 걸친 모습이 발각되자 다시 옷을 벗어 던지고 간신히 빠져나온다. 이제 그리핀은 투명인간의 약점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분노한다. 그는 나중에 투명성을 이용해 남을 공격할 수 있고, 돈을 훔칠 수도 있으며, 호텔에 투숙한 다음 도망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투명성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켐프, 투명인간이란 참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 기후는 춥고 오염된 데다, 사람이 빽빽한 이 문명도시에서 말일세. 이 미친 실험을 끝내기 전에는 수천 가지 이익을 상상했네. 그날 오후, 나는 왕창 실망했어. 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들을 꼽아보았지. 투명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손에 쥐는 것이야 전혀 어렵지 않네만, 그렇다고 그것을 손에 쥐고 즐길 수 없단 말일세. 남 앞에 나타날 수 없는데, 야심이고 높은 자리고 무슨 소용이야. 여자야 좋지만, (애인을 배반한) 델릴라 같은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러다 그는 연극 소품 판매점에 들어간다. 거기서 그는 수상한 소리에 의심을 거두지 않는 주인을 뒤에서 때려눕힌 다음 자루 속에 묶어두고, 안경, 구레나룻, 의상을 훔쳐 자신을 위장한다. 켐프는 이 대목에서 그를 비난하지만, 그리핀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런 차림으로 그는 아이핑으로 들어갔고, 여기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 위한 실험을 한 것이다.



공포정치, 그리고 최후

그리핀은 영국의 추위 속에서 가혹한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따뜻한 남유럽이나 북아프리카로 떠나 살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마블이 돈과 실험일지를 가지고 도망쳤기 때문에 이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간다. 한편, 그리핀이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 애다이 서장과 두 명의 경관이 도착한다. 켐프는 그리핀이 낌새를 채지 못하도록 계속 말을 붙인다. 그리핀은 켐프를 만난 후 계획을 수정한다. 그는 투명성을 철저히 이용해서 버독 마을에 공포정치를 펼치고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살해할 계획을 세워 켐프에게 동맹자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켐프는 그리핀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그리핀에게 연구결과를 공개할 것을 권한다. 이때 경찰이 들어오자, 그리핀은 켐프가 배신한 것을 눈치채고 옷을 벗고는 투명상태가 되어 탈출한다.

켐프는 서장에게 간단히 전말을 이야기하고, 그리핀을 체포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준다. 우선 탈출하지 못하도록 철도를 감시하고, 먹을 것을 찾지 못하도록 주민들에게 문을 걸어 잠그도록 공고문을 발표하고, 냄새를 잘 맡는 개를 데리고 으슥한 곳을 수색하고 길에 유리조각을 뿌리도록 권고한다. 심지어 투명인간이 잠을 못 자도록 춥고 비가 오기를 기원한다.

그리핀은 서장의 공고를 무시하고 한적한 곳을 걷던 위크스티드 씨를 살해한다. 이튿날 아침 그리핀은 켐프에게 편지를 보낸다. 편지에서 그는 새로운 투명인간 시대의 첫해 첫날, 버독 마을의 지배자는 여왕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며, 자신은 투명인간 제1세임을 선언한다. 또한 그는 첫날 본때를 보이기 위해 한 명을 처형하려 하는데, 그 대상은 바로 켐프이며 시간은 정오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켐프는 황급히 편지를 써서 서장에게 보낸다. 서장이 켐프 집에 도착한 순간, 유리창이 깨지면서 투명인간이 침입한다. 서장은 켐프에게 권총을 빌려서 그리핀과 싸우지만, 오히려 권총을 빼앗기고 그리핀의 총격에 중상을 입는다.

켐프는 부엌으로 피했으나 그리핀은 계속해서 부엌문을 도끼로 부수며 켐프를 위협한다. 두 경관은 보이지 않는 그리핀과 격투를 벌이고, 이 와중에 켐프는 창문을 통해 옆집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옆집에서 받아주지 않자, 그는 언덕을 달려 내려가서 버독 시내로 들어간다. 공포에 찬 시민들은 처음에는 문을 꼭꼭 닫아걸고 열어주지 않지만, 그리핀과 켐프가 격투를 벌이자 점차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 경관이 보이지 않는 그리핀의 다리를 잡는데 성공한 순간, 다른 노동자가 삽으로 그리핀을 내리친다. 보이지 않는 물체는 마침내 땅에 쓰러지고, 켐프는 그리핀의 심장이 완전히 멈추었음을 확인한다.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투명했던 그리핀의 시체가 서서히 그 형체를 드러낸다. 약 30세 가량의, 머리와 피부는 탈색되어 하얗고 눈은 진홍빛인 백색증에 걸린 젊은이의 시체였다. 놀라움 속에서 사람들은 그의 시체를 시트로 싸서 여관으로 옮긴다. 이로써 위대한 물리학자의 자질을 타고났던 그리핀의 삶은 끝을 맺는다.

한편, 마블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돈과 일지를 갖고 도망간 마블은 그 돈으로 포트 스토우에 ‘투명인간’이라는 여관을 경영하면서 혼자 살고 있다. 켐프와 애다이 서장은 마블을 찾아가 실험일지 세 권을 어디에 감추었는지를 계속 추궁했지만, 마블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뗀다. 그는 이 일지를 감춰두고, 일요일 아침마다 혼자서 이리저리 읽는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웰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19세기말은 전통과 근대가 섞여 있는 혼돈의 시대였다. 오랫동안 내려온 귀족제도는 약화되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미 작가 소개에서 지적했듯이, 웰스의 모친은 귀족부인의 하녀로 일했으므로, 어린 웰스는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마다 귀족들의 질서를 부럽게 바라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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