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 -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걸리버: 보통의 영국인을 대변하듯 단순, 솔직한 성격에 고지식하고 허영기도 있다. 특히 기억력과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나 방문국의 언어와 습속을 쉽게 배우고 적응한다.
릴리펏 황제: 릴리펏의 절대 지배자. 걸리버를 이용해 이웃 나라 블레부스쿠를 식민지로 삼으려다가 걸리버가 호응하지 않자 대역죄로 걸어 처단하려 한다. 브롭딩낵 국왕: 도덕적, 물질적 복지를 위해 노력해 백성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덕망 높은 왕.
글룸달클리치: 걸리버를 붙잡은 브롭딩낵 농부의 9살 된 딸. 걸리버를 그릴드릭(작은 사람이란 뜻)이라 부르며 세세하게 보살펴준다.
휘늠 주인: 걸리버가 주인으로 모시며 흠모해마지 않는 휘늠족의 일원으로 휘늠족의 미덕을 대표한다.
페드로: 포르투갈 상선의 선장으로 걸리버를 구조해 영국으로 데려다준다. 걸리버가 혐오해마지 않는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자상하고 참을성 있고 따스한 인간성을 지녔다.
릴리펏(소인국) 항해기
러뮤엘 걸리버는 영국 노팅엄셔의 중류 가정의 5남 가운데 셋째. 그는 의학을 배워 런던에서 개업했으나 벌이가 시원치 않자 평소 열망에 따라 낯선 세계를 구경하고자 선의(船醫)로 항해에 나선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듯 그는 틈틈이 수학과 항해술을 익혔다. 6년 동안 선의로 일하며 약간의 재산도 모은 38살의 걸리버는 1699년 5월 브리스톨을 떠나 남양(南洋)으로 출항하는 운명적인 엔틸로프호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태즈매니아(오스트렐리아 남쪽) 근처에서 폭풍우를 만나 배는 난파되고 걸리버는 혼자서 간신히 살아남는다. 조류의 도움을 받아 저지의 해안에 도달한 그는 기진맥진하여 깊은 잠에 빠진다.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나 보니 수많은 작은 로프들이 몸을 땅에 단단히 고정시켜놓아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다. 그는 자신이 6인치 크기의 작은 인간들에게 포획되었음을 깨닫는다. 저항을 포기하고 몸짓으로 먹을 것을 요구한 걸리버는 소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의 음식을 먹어치운다. 곧 이어 그는 1,500마리의 말이 끄는 특별 제작된 수레에 실려 수도로 옮겨지고 진기한 볼거리로 사람들에게 전시된다. 그는 사슬에 매인 채 그 나라에서 가장 큰 건물인 옛 사원에 거주하게 된다. 거산인(巨山人, Great Man Mountain)이라 불리는 6피트의 걸리버는 릴리펏 사람의 12배나 큰 존재로 그가 필요로 하는 의식주는 릴리펏 사람 1,728명(12의 세제곱) 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왕의 특별한 지시로 그의 의식주를 충당하느라 많은 인력과 전문기술이 동원되는 대대적인 작업이 펼쳐진다.
자신의 얼굴에 화살을 쏘아 해코지한 6명의 릴리펏인들에게 자비를 베푼 일화가 전해져 걸리버는 궁정에서 호감을 사게 된다. 그 덕택에 걸리버의 처리 문제를 논의한 어전회의는 그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른다. 대신들 사이에서는 걸리버가 사슬을 풀고 엄청난 패악을 부리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와 그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그를 없애버리자는 의견이 만만찮았던 것이다. 어전회의의 호의적인 결정에 따라 걸리버에게는 대규모의 전담 하인과 재봉사들, 그리고 릴리펏 말을 가르칠 학자들이 제공된다.
궁정에서의 격렬한 논란 끝에 그에게 조건부로 자유가 부여된다. 그 조건이란 신체적 조건에서 비롯되는 정당한 의무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를 시기한 해군제독이 제안된 다양한 노역 의무가 포함된 불명예스런 것이었다. 여하튼 자유롭게 된 걸리버는 곧 그 나라의 수도인 밀덴도를 구경한다. 그는 높은 관직과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해 신하들이 벌이는 위험한 줄타기 등 릴리펏의 여러 제도와 관습을 접한다. 다른 한편으로 엄청난 신체 크기의 차이 때문에 갖가지 진기한 광경을 만들어낸다. 릴리펏 병사들을 자기 손수건 위에 올려놓고 모의 전투훈련을 하게 하고, 콜로세움처럼 양 다리를 벌린 사이로 병사들이 행진하게 하더니 심지어는 어느 고관 부인과의 스캔들까지 나돌게 만든다.
걸리버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궁내 대신에게서 국내외에서의 분쟁의 내력에 대해 듣는다. 나라 안에서는 신발의 높은 굽(High Heels)과 낮은 굽(Low Heels)으로 구별되는 두 당의 파벌싸움이 치열하고, 밖으로는 계란의 큰 쪽(Big-Endians)과 작은 쪽(Little-Endians) 중 어느 곳을 깨먹어야 하는가 하는 종교적 문제에서 비롯된 이웃 왕국 블레프스쿠와의 전쟁이 임박해 있는 상황이다. 그는 릴리펏 황제에게 기꺼이 봉사할 것을 맹세한다. 800야드의 해협을 두고 건너편에서 블레푸스쿠의 함대가 순풍을 기다리며 정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걸리버는 로프와 갈고리를 지니고 걸어서 바다를 건너서는 블레프스쿠 군대가 화살을 수없이 쏘아대는 와중에서도 전 함대를 갈고리와 로프로 묶어 끌어온다.
황제는 열렬한 환영 속에 귀환한 걸리버에게 귀족의 작위를 수여한다. 그러나 곧 걸리버와 황제는 무력해진 블레푸스쿠 왕국의 처리를 두고 의견의 차이를 보인다. 황제는 적국을 노예로 예속시키기를 원하지만 걸리버는 그들의 자유를 옹호한다. 결국, 걸리버의 견해에 찬동하는 세력이 우세하게 되면서 평화조약이 체결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걸리버에 대한 궁정의 우호적인 분위기는 흔들리게 된다. 더구나 조약을 체결하려고 릴리펏을 방문한 블레프스쿠 사절을 만나고, 궁정에서 일어난 화재를 방뇨로 진화한 일이 빌미가 되면서 마침내 궁정에서는 그를 시기하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는다. 결국 탄핵을 받아 두 눈을 멀게 만드는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식이 비밀리에 전해지면서 그는 블레푸스쿠로 건너가고 블레푸스쿠 황제와 백성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블레푸스쿠 왕국을 구경하던 중 그는 우연히 난파선에서 떨어져 나와 파도에 휩쓸려 해안으로 밀려온 보트를 발견한다. 걸리버는 수많은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보트를 수선한다. 그를 체포해 이송해 달라는 릴리펏 황제의 제의를 거절한 블레프스쿠 왕국의 호의에 힘입어 그는 왕국의 작은 소와 양들을 싣고 출발한다. 영국에 돌아온 걸리버는 갖고 온 가축을 구경거리로 삼아 돈을 번다. 하지만 집에 머물러 있어도 나라를 둘러보고 싶은 열망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브롭딩낵(대인국) 항해기
가족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걸리버는 다시 인도로 향하는 어드벤처호에 승선한다. 그러나 배는 곧 거센 바람에 항로를 이탈하고 식수를 구하기 위해 해안에 내렸다가 거인들에게 쫓겨 허겁지겁 배로 돌아가는 일행과 걸리버는 그만 떨어지게 된다. 결국 그는 들판에서 40피트 높이로 자란 곡물을 추수하던 거인들에게 사로잡힌다. 한 농부 가족의 귀염둥이가 된 걸리버는 ‘인간 같은’ 몸짓으로 즐거움을 제공하고, 9살 난 딸 글룸달클리치가 그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유모 역할을 맡는다. 그는 글룸달클리치에게서 브롭딩낵의 언어를 배운다. 농부는 장이 서는 지방도시를 돌며 걸리버를 구경거리로 전시하여 돈벌이를 하다가 이윽고 이 희한한 구경거리를 대도시로 데리고 다니며 혹사시킨다. 그러다가 걸리버가 건강을 해쳐 죽을 것 같자 그에게 대단한 관심을 보이는 왕비에게 팔아 넘겨버린다.
궁정의 의사와 철학자들에게 걸리버는 진기한 ‘자연의 장난’으로 간주된다. 그는 여기서 신체적인 왜소함 때문에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사자만한 쥐, 30피트나 되는 난쟁이, 자고새만한 말벌, 그리고 자신을 자기 새끼로 오인하는 원숭이를 만나 고초를 겪는다. 그런가 하면 테니스 공만한 우박을 피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하고, 급기야는 자신만만하게 소똥을 뛰어넘으려다 그 속에 목까지 빠지는 수모를 당한다. 왕비와 시녀들에게 귀여움을 받던 그는 브롭딩낵 여자들의 젖가슴을 보고 역겨움을 느끼고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앞에서 옷을 벗거나 용무를 보는 시녀들이 혐오스럽다.
걸리버는 국왕의 수염이나 왕비의 머리털로 빗이나 의자를 만들어 환심을 사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왕에게 영국과 유럽의 문화와 제도를 설명하고 그와 토론을 벌인다. 특히 국왕은 영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는데 이에 대해 걸리버는 진실하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영국의 역사와 정치, 사회적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국왕은 영국인의 삶이란 다만 음모, 반역, 살인, 학살 등으로 점철되고 탐욕과 위선, 증오가 빚어낸 결과일 뿐이라며, 유럽인이란 결국 작고 역겨운 벌레들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족속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걸리버가 국왕의 곤란한 질문을 교묘히 회피하고 듣기 좋은 답변만 했음에도 이처럼 유럽인을 싸잡아 비난하자 그는 국왕이 매우 편협하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로, 걸리버가 화약의 위력과 제조법을 설명하고 나서 그것을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는데 사용할 것을 권하자 국왕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왕은 미약하고 미천한 벌레 같은 존재가 그토록 비인간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그 참혹한 결과들을 그토록 태연히 묘사할 수 있는가에 아연실색한다. 걸리버는 그의 ‘가상한 애국심’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법률과 군대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유도하지 못한다.
브롭딩낵에서 2년을 보냈을 무렵 걸리버는 남해안으로 떠나는 국왕의 행차에 동행하게 된다.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상자 속에 들어가 있던 그는 거대한 독수리가 상자를 잡아채 가는 바람에 바다에 떨어졌다가 영국으로 향하던 배에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와서도 거인 세계에서의 ‘습관과 편견의 영향’으로 영국의 일반적인 크기의 사물들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마치 브롭딩낵 사람인 양 주위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그의 눈에는 일반사람들이 흡사 릴리펏인들처럼 보이는 것이다.
라퓨타, 발니바르비, 글럽덥드립, 럭낵 및 일본 항해기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걸리버는 다시 호프웰호의 선의가 되어 동인도제도로의 항해에 나선다. 도중에 배는 해적들의 습격을 받고 걸리버는 네덜란드인 해적의 악의로 작은 보트에 실려 바다에 버려진다. 부근의 어느 섬에 오른 걸리버는 거대한 물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떠다니는 섬’ 라퓨타에 오르게 된다. 라퓨타 사람들은 오직 추상적이고 극도로 비실제적인 영역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왕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너무나 추상적인 사고에 골몰한 나머지 대화 중간에 하인들이 현재 상황을 깨닫게 만들려고 눈이나 귀, 입을 콩이나 돌을 넣은 풍선으로 때려야 할 정도다. 실제적인 현실감각을 잃지 않은 일반 상인과 하인, 여자들과는 달리, 상류층은 갖가지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자른 음식을 먹고 음악과 수학의 추상적인 이론에 몰입한다. 따라서 그들은 생활의 일상적인 즐거움과 욕구를 도외시하고 천체의 변화에 대해 근거가 희박한 불안에 휩싸여 지낸다. 이러한 극단적이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섬에 갇혀 있는 것을 개탄하는 활력에 넘치는 여성들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라퓨타 수상의 아내는 섬에서의 지체 높고 안락한 삶을 저버리고 식민지 발니바르비의 천하고 비참한 생활을 선택할 정도다.
천연자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라퓨타는 바로 그 특성을 이용해 아래의 식민지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진압한다. 즉 위에서 거대한 돌을 떨어뜨리거나 해당 지역의 해를 가려 곡물의 생산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효과가 없으면 최종 수단으로 섬을 하강시켜 대상 지역을 박살내고 만다. 하지만 걸리버가 도착하기 3개월 전에 일어난 반란의 경우 반란을 일으킨 린달리노 사람들은 ‘떠다니는 섬’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자석을 이용해 자신들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겠노라는 요구조건을 관철시켰다.
발니바르비를 구경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은 걸리버는 수도 라가도에 도착하여 주위 사람들과는 달리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고 주변을 정결하게 정돈해놓은 무노디 경의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그의 집에 머문다. 이어 걸리버는 라가도의 대(大)연구소를 견학한다. 그곳의 한켠에선 농업과 건축술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오이에서 태양광선을 추출하는 법, 지붕부터 집 짓는 법, 인분에서 원래 음식을 환원해내는 법 등 갖가지 허황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켠에서는 건강에 해로운 말을 없애고 대신 실제 사물들을 등자루에 짊어지고 다니며 그것들을 꺼내들고 대화를 하자는 안, 격렬한 당파 싸움을 해소하기 위해 각 정당의 지도자급 인사들 백 명씩을 골라 머리 크기가 같은 사람끼리 짝을 짓고 외과의사로 하여금 각 쌍의 후두부를 잘라내 짝이 되는 쪽의 머리에 갖다 붙이자는 안 등 기기묘묘한 사변적 연구들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걸리버는 이웃한 섬에 있는 마법사의 나라 글럽덥드립 왕국으로 짧은 여행을 한다. 그곳의 통치자는 마법의 힘을 통해 알렉산더 대왕, 한니발, 시저, 토머스 모어 등 역사적인 인물과 상황을 걸리버의 요청에 따라 불러내 보여준다. 걸리버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책을 통해 전해진 사실들은 심히 왜곡된 것이며, 지난 100년의 역사는 진정한 자유정신, 용기와 애국심이라는 미덕이 짓밟히고 부패한 겁쟁이와 배신자들에게 영광과 명예가 돌아간 허위 역사임을 발견한다.
글럽덥드립에서 돌아온 그는 럭낵 왕국으로 건너간다. 국왕을 알현할 영광을 얻은 그는 특별한 은총으로 깨끗이 닦여진 마루를 배를 바닥에 대고 기어가면서 핥는 인사를 하고 환대를 받는다. 이 나라에 죽지 않는 인간, 스트럴드브럭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걸리버는 그들이 무수한 경험을 통해 원숙해진 지혜의 소유자들이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친 스트럴드브럭은 짧은 젊음을 보내고 나면 탐욕과 변덕 덩어리 노인이 되어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과 약점을 지닌 채 그저 죽지 않을 뿐인, 멸시와 미움을 받는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원한 삶에 대한 소망 어린 기대는 허망하고 비참한 환상에 불과함을 알고 그는 영생을 꿈꾼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걸리버는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영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승선해 돌아옴으로써 5년 6개월의 여행을 마감한다.
휘늠(말) 나라 여행기
5개월 여를 집에서 보낸 걸리버는 임신한 아내의 호소를 뿌리치고 1710년, 남양으로 향하는 어드벤처호의 선장으로 출항한다. 그러나 해적들을 선원으로 채용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그는 항해가 시작된 후 선상반란이 일어나자 선실에 감금되고 나중에는 낯선 해안에 버려진다. 망연자실한 걸리버는 내륙을 향해 걸어가다가 돌연 반은 인간의 모습이고 반은 원숭이처럼 생긴 짐승들을 만나 오물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한다. 그러나 이윽고 한 마리 말이 나타나자 그 짐승들은 줄행랑을 친다. 이상한 말들과 대면한 그는 그 말들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철학자처럼 보이는 것에 의아해하며 마술사들이 변장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에 보았던 말의 인도로 ‘그’의 집으로 안내된 걸리버는 곧 놀랍게도 자신이 도착한 곳이 이성적인 말들, 즉 휘늠족이 추악하고 비이성적인 짐승인 야후족을 다스리는 나라임을 알게 된다. 그는 자기를 거두어준 휘늠 가정의 마구간에 기거하면서 귀리로 만든 케이크와 우유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의 주인(걸리버는 자신을 구해준 말을 이렇게 부른다)과 잔심부름꾼인 갈색말의 도움으로 휘늠족의 말을 배우면서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차츰 이해하기 시작한다.
걸리버는 옷을 벗은 모습이 노출되면 자신이 야후족과 육체적으로 흡사하다는 것이 드러날까 봐 특별히 조심하며 생활함으로써 주인으로부터 ‘특별한 야후’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곧 그의 정체는 탄로나고 만다. 강가에서 멱을 감는 그의 모습을 본 어느 암 야후가 욕정을 못 이기고 그에게 달려드는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주인은 걸리버에게 어디서 어떻게 이 나라로 오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걸리버는 자신의 내력과 유럽의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무엇보다 휘늠족의 말에는 ‘의심하다’ 또는 ‘거짓말하다’와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럽인들 사이에 만연한 거짓, 음모, 시기 등의 타락상을 주인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주인은 유럽의 이야기를 듣고 ‘없는 것’(거짓말을 뜻하는 휘늠족의 표현)을 말했다고 힐책한다. 주인은 특히 영국에서는 말들이 이곳의 야후처럼 짐을 나르는 짐승으로 이용된다는 말을 듣고 대경실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