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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 -
어셔가의 몰락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애드가 앨랜 포우 지음





1. 어셔가의 몰락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나: 로더릭 어셔의 친구. 어셔가를 방문하여 두 남매와 저택의 붕괴를 목격한다.

로더릭: 어셔가의 마지막 후예. 동생 매들라인에 대한 극도의 애착으로 그녀를 생매장하고 결국 자신도 파멸한다.매들라인: 로더릭 어셔의 쌍둥이 여동생. 몹쓸 병에 걸려 오빠에게 생매장당하나 관에서 나와 오빠를 덮친다.



음산한 어셔가의 저택과 사람들

어느 ‘우중충하고 어둡고 조용한’ 가을 저녁 나는 친구 로더릭 어셔의 부름을 받고 어셔가에 도착한다. 어셔 저택은 검고 으스스한 호숫가에 자리잡은 고색창연한 건축인데, 그 황량한 벽이며 ‘눈처럼 생긴 창문’에다, 저택 바로 앞 호숫가의 무성한 사초류, 썩어서 허옇게 속을 드러낸 고목들은 나에게 말할 수 없이 우울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호수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셔 저택을 거꾸로 쓴 섬뜩한 자태가 그 ‘눈처럼 생긴 창문’과 함께 비춰져 있어 나도 모르게 공포가 증폭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어셔가의 주인인 로더릭 어셔의 어릴 적 친한 친구인데, 정신적인 질환에 빠졌으니 자기를 방문하여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찾아온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로더릭은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으며, 이 ‘체질적으로 특이한 감수성’은 정교한 음악을 통해 발휘되었다. 어셔가는 자손이 귀해 방계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일직선의 직계로만 대를 이었는데, 로더릭 어셔는 그 마지막 후예이며, 사람들은 ‘어셔가’라는 명칭으로 어셔 가문과 아울러 어셔 저택을 지칭하게 되었다.

어셔 저택의 안쪽 역시 그 우울하고 부패한 바깥과 마찬가지로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더릭의 방은 크고 높다란데, 창문은 사람의 눈 높이보다 위쪽에 길고 좁다랗게 달려 있어 환기가 잘 되지 않았고, 오로지 자주색의 희미한 불빛만이 어렴풋이 들어왔다. 게다가 벽에 걸린 어두운 휘장이며 오래되어 다 낡은 가구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악기와 책들은 우울한 슬픔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운명의 분위기를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로더릭의 병적인 감수성과 어셔 저택의 상징적 의미

나는 로더릭의 방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는 몰라보게 몰골이 변해 있었다. 송장과 같은 혈색, 비할 데 없이 크고 축축하게 빛나는 강렬한 눈길, 가냘프고 창백하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윤곽을 지닌 입술, 유대인과 같은 섬세한 매부리코, 잘생겼으나 다부지지 못해 도덕적 결단이 결여된 듯한 턱, 거미줄처럼 부드럽고 가는 머리카락 등이 너무나 두드러져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이런 특징들 가운데서도 죽음의 색조처럼 창백한 피부와 경이롭게 빛나는 눈이 두렵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로더릭 어셔는 나를 열렬히 맞아들여 곧 자신의 병세를 이야기한다. 로더릭에 따르면 그의 병은 체질적인 것으로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것인데, 치료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증상은 감각이 병적으로 예민해져 아주 밋밋한 음식만 먹을 수 있고, 특정 직물의 옷만 입을 수 있으며, 희미한 불빛조차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오로지 현악기의 특정한 소리만이 그에게 공포를 안겨다주지 않는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섬뜩한 환상인 공포와의 투쟁에서 생명과 이성을 몽땅 포기해야 할 시기가 조만간 찾아올 것’이라고 예감한다.

그런데 로더릭의 이런 병증은 오랜 동안 어셔 저택의 ‘회색 벽과 탑들 그리고 침침한 호수’의 물리적 영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그는 모든 식물, 나아가 무생물에도 지각력이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로 말미암아 ‘눈처럼 생긴 창문들’을 지닌 어셔 저택은 마치 지각을 지닌 어떤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셔가의 파멸

로더릭의 우울증을 악화시킨 한 요인은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쌍둥이 누이동생 매들라인이 강직(强直)증을 동반하는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시들시들 죽어간다는 점이었다. 나는 로더릭의 우울증과 병적인 감수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함께 그림과 음악과 책을 감상하지만, 로더릭이 관심을 갖는 예술은 모두 어둡고 병적이며 환상적인 것들뿐이어서 이것이 그의 건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었다. 그런 어느날 저녁 로더릭은 매들라인이 죽었으니 매장을 해야 하는데, 땅에 묻기 전에 2주일 동안 그녀의 시신을 어셔가의 지하실에 임시로 보존할 생각이니 도와달라고 한다.

로더릭과 나는 매들라인을 관에 넣은 뒤 이 관을 들고 두꺼운 철갑문과 강철로 덧댄 지하통로를 지나 지하실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우리는 지하실 한구석의 가대(架臺) 위에 관을 놓고는 뚜껑을 열어 아직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는 매들라인의 시신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후 일주일 동안 로더릭은 더욱 송장같이 흉악한 몰골로 변하고 눈은 초점을 잃는다. 로더릭의 이런 끔찍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무시무시한 환상의 영향을 받는다. 매들라인이 가매장된 지 일주일 가량이 지난 후, 나는 가뜩이나 심란한 데다 폭풍우까지 치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안을 서성이는데, 로더릭이 끔직한 몰골에 거의 히스테리의 상태로 찾아온다.

나는 로더릭의 병적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랜슬롯 경의 로맨스 소설을 읽어주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소설 속의 상황이 그들이 처한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악당인 은자의 집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갈 때의 소음이 실제로 메아리처럼 반향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폭풍으로 인한 착각이라 여겼으나,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되울리는 소리가 실제로 존재함을 깨닫게 될 즈음, 로더릭은 “우리가 그녀를 산 채로 묻었어”라고 외치면서 며칠 전부터 매들라인의 소리를 들었으나 그 사실을 감히 말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키며 “지금 바로 문 밖에 매들라인이 서 있을 것”이라고 외친다.

바로 그 순간 마치 마술을 건 것처럼 방문이 내려앉으면서 피투성이 수의를 뒤집어쓴 매들라인의 모습이 나타난다. 한동안 문지방에서 건들거리던 매들라인은 로더릭의 몸 위로 쓰러짐으로써 로더릭의 병약한 목숨을 끊어놓는다. 말할 수 없는 공포에 질려 어셔 저택에서 도망쳐나오던 나는 강렬한 불빛에 놀라 뒤돌아보았다. 붉게 물든 요요한 달빛 아래 어셔 저택의 자그마한 벽틈새들이 쩍 벌어지면서 굉음을 내고 무너져 내려 호수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이 작품은 포우의 환상적인 공포소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힌다. 음산한 호수, 섬뜩한 저택, 밀폐된 지하실, 그리고 음침한 내실에서 일어나는 신비하고 무시무시한 사건과 같은 고딕소설의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걸작이다. 그러나 포우는 고딕소설의 상투적인 수법을 십분 활용하되, 여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요소들, 예컨대 모든 식물과 무생물에도 지각이 있음을 암시한다든지(‘눈처럼 생긴 창문들’), 생매장에 따른 심리적 공포를 적극 활용한다든지 시와 로맨스의 한 대목을 삽입한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입체화함으로써 공포의 의미와 강도를 확장하고 증폭시킨다.

포우는 이런 독특한 요소들을 통해 이성 중심의 세계를 벗어난 암흑과 악의 세계를 엿보게 하는 효과를 준다. 특히 로더릭과 매들라인의 특이한, 일종의 근친상간적인 주제를 통해 ‘사유의 지배’가 파괴되는 과정을 처절한 공포로 극화한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소설을 넘어 근대적 합리주의 이면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성찰을 수행하는 본격소설이라 할 수 있다. 두운(頭韻)과 음악적 리듬 등 청각적 요소를 빼어나게 구사함으로써, 시각중심의 사실묘사에 치중하는 통상적 소설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거의 공감각(共感覺)적인 시적 효과를 거둔 것도 이 소설의 빼어난 점이다.



2.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나: 도착심리의 소유자로 감옥에서 자신의 엽기적인 범죄행위를 이야기한다.

플루토: 크고 검은 고양이로 화자인 ‘나’한테 한쪽 눈을 잃고 결국 살해당한다.

아내: 플루토를 보호하려다 남편에게 살해당한다.





검은 고양이

현재 감옥에 수감된 화자인 ‘나’는 회개하는 심정으로 지난날 내가 저지른 사악한 행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원래는 천성이 착하고 유순하여 어릴 때부터 애완동물을 좋아했지만, 결혼 이후 차츰 알코올 중독에 빠져 심성이 황폐하고 타락해가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내가 각별히 사랑했던 크고 아름다운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술 취한 나를 피하는 듯하자 홧김에 한쪽 눈을 도려내는 잔인한 짓을 하고 말았다. 이성을 되찾은 나는 자신의 만행에 대해 잠시 회한과 수치심을 느꼈지만, 곧 방탕한 생활로 돌아가 나를 무서워하는 플루토에 대해 슬픔보다는 짜증을 느끼고, 마침내는 이상한 도착심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하고 싶은 심리)에 사로잡혀 플루토를 나무에 목매달아 죽이기까지 한다.

플루토의 죽음에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그 고양이가 죽임을 당할 어떤 구실도 주지 않았음을 잘 알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바로 내 행위가 ‘지옥에 갈 범죄’임을 잘 알기 때문에 목매단 것이다. 이런 사악한 짓을 저지른 날 밤, 나는 집이 불타는 재앙을 당한다. 다음날 나는 우리집 폐허 속의 아직 남아 있는 벽 하나에서 로프에 목이 매달린 거대한 고양이의 형상이 새겨져 있음을 발견한다.



플루토를 닮은 검은 고양이, 그리고 살인

나는 플루토의 환영을 뇌리에서 떨치지 못하고 회한과도 같은 심정으로 플루토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찾아헤맨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술집의 술통 위에서 플루토와 흡사한 검은 고양이를 발견한다. 플루토처럼 큰 몸집에다 다음날 발견한 것이지만 한쪽 눈이 없는 것도 똑같았는데 다만 가슴 부근에 하얗게 털이 나 있어 온통 검은 털의 플루토와는 구분되었다. 나를 좋아하는 데다가 주인 없는 고양이라서 집으로 데려왔는데, 그놈은 즉각 아내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나는 이 고양이가 나를 따르면 따를수록 역겨움과 짜증을 느꼈고, 한쪽 눈이 없다는 사실에 혐오감과 두려움까지 더해져 이 고양이를 피해다닐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피하면 피할수록 이 고양이는 내게 애정을 느끼는지 줄곧 따라다녔고, 나는 나대로 고양이를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예전의 범죄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리고 이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살해충동을 자제했다. 고양이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가슴 부근의 털이 점차 선명해져 목 주위에 교수형 밧줄 모양으로 나타남에 따라 더욱 심해졌다.

나는 마치 플루토의 환생인 듯한 이 고양이가 역겹고 두려워서 밤낮으로 악몽에 시달렸다. 점차 내 착한 심성은 무너져가고 오로지 사악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되었으며, 갑작스럽게 터무니없이 화를 내며 아내를 구박하기도 했다. 그런 어느날 집안일로 아내와 함께 지하실로 내려가던 나는 고양이 때문에 계단에서 곤두박질칠 뻔하자, 홧김에 평소의 두려움마저 잊은 채 도끼로 고양이를 쳐죽이려 했다. 그러나 아내가 손을 잡아 말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러자 충동적으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쳐 죽여버리고 만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후 나는 아내의 시신을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지하실 벽에 툭 튀어나온 부분의 벽돌을 떼어내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시신을 집어넣고 다시 감쪽같이 예전 상태로 만들었다. 쇠지레로 벽돌을 떼어내고 아내의 시신을 묻고는 다시 원상태로 벽돌을 쌓고 그 위에 회반죽을 칠하는 등 용의주도하게 시신 은닉 작업을 완수하고는 고양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나는 아내를 살해했음에도 오랜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잤다.



도착심리로 인한 범죄발각

아내 살해 후 4일째 되는 날 느닷없이 경찰들이 찾아와 집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전범죄를 확신한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이 지하실을 조사하는 동안 팔짱을 낀 채로 서성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경찰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지하실을 떠나려 하자 나는 승리감에 도취해 내 자신의 무죄를 한 번 더 확신시키려는 듯이 ‘사랑하는 아내의 시신이 감추어져 있는 벽의 바로 그 부분’을 지팡이로 세게 두들기며 ‘벽들이 단단하게 지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벽 속의 무덤 속에서 새어나오는 어린아이의 흐느낌 같은 가냘픈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또렷해지면서 마침내 지옥에서 울부짖는 듯한 비명소리로 변했다. 나는 이런 의외의 상황에 놀라 졸도할 듯 비틀거렸고, 지하실을 막 나가려던 경찰은 다시 내려와 그 벽을 파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똑바로 선 아내의 부패한 시신과 그 시신의 머리 위에 한쪽 눈만 있는 끔직한 형상의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이 작품은 이상심리와 엽기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심리적인 공포의 효과를 극대화한 일종의 공포․범죄소설이다. 포우는 여기에서 눈을 도려내는 잔혹행위, 시체의 암매장, 그리고 정신이상의 살인자 등, 최근 할리우드 공포영화들에서 흔히 구사하는 요소들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대중적인 공포소설 혹은 공포영화와 구분되는 것은 포우의 예술이 오로지 공포의 효과를 높이는 데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잔혹하고 비이성적인 범죄의 유혹을 받게 되는가를 나름대로 탐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착심리(the spirit of perverseness)는 이성적인 법을 범하고 싶은 야릇한 충동이며, 금지되어 있는 것을 알고 그 금지조항을 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합리적인 이유로도 해명될 수 없다. 포우는 이런 도착심리를 ”인간 심성의 원초적인 충동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함으로써 당대의 편협한 합리성과 도덕률에 반기를 들었다. 나아가 포우는 근대 이후 억압되어 무의식 속에 감금된 비이성적이고 악마적인 요소들을 불러냄으로써 합리적인 삶만이 전부가 아님을 암시하였다.



3. 도둑맞은 편지

The Purloined Letter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나: 뒤팽 탐정의 친구이며, 독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뒤팽: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마리 로제 사건을 해결한 뛰어난 사설탐정.

G 경감: 파리의 경찰경감으로, 성실한 수사관이지만 상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D 장관의 교묘한 책략에 속아넘어가는 인물이다. D 장관: 영민하고 교활한 인물로 G 경감을 따돌리지만, 자만에 빠짐으로써 뒤팽에게 허를 찔린다.



단순하면서도 기이한 문제

어느 가을 저녁 나는 친구 뒤팽의 서재에서 함께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명상에 잠겨 있었다. 파리의 경찰경감 G가 찾아와 자신이 최근에 맡은 사건의 고충을 토로하며 조언을 구한다. G 경감은 자신이 맡은 사건이 “실로 단순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뒤팽에게 사건의 내막을 이야기해준다. 단지 그것이 “대단히 기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뒤팽은 이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기묘하단 말이지”라고 응답하면서 어쩌면 너무 쉽고 자명한 것이 기이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G 경감의 말에 따르면, 최고위층 권력자의 부인(아마도 왕비)이 매우 중요한 문서(사적인 편지) 하나를 도난당했는데, 그것을 훔친 사람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편지를 훔친 장본인은 D 장관인데, 그가 편지를 손에 넣음으로 해서 편지의 원래 임자인 그 부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그 고위층 부인은 막대한 보상금을 걸고 경찰에 편지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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