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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 -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지킬 박사: 유능한 의사로서 그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대가. 자신의 욕망을 맘껏 실현하기 위해 과학지식을 동원해 제조한 약물로 하이드라는 악한으로 변신한다.

하이드: 지킬 박사의 분신이자 그의 ‘아들’이나, 사실은 박사 본인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지킬 박사가 약물복용으로 변신한 상태 또는 자아.

어터슨: 법률가로서 매사를 치밀히 파고드는 노총각. 그의 호기심과 탐정적 기질이 작품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된다.

래년 박사: 지킬 박사와 의대 동창으로 철저한 과학적 논리만을 믿는 의사. 지킬과 어터슨과 둘 다와 친하다. 지킬의 변신을 직접 본 후 그 충격 때문에 죽는다.



길거리의 무법자

지킬 박사와 친구 사이인 변호사 어터슨은 자신의 사촌이자 친구인 엔필드와 늘 하는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그는 어떤 집 문 앞을 지나다가 엔필드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엔필드는 어느날 런던 길거리를 걷다가 인상이 매우 고약하고 키가 작은 한 젊은 사내가 어떤 어린 여자아이와 길 모퉁이에서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어린아이가 길거리에 쓰러지자, 아이를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아이의 몸을 태연하게 짓밟고 지나갔다. 비명을 지르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부모와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내를 붙잡은 후 따지자 그는 “보상금을 주면 될 것 아뇨!”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 거액의 수표를 갖고 나왔다. 그런데 수표에 서명한 이름은 잘 알려진 모 인사의 이름인 반면에 수표를 건네준 사내의 이름은 하이드였다고 했다.

“그자의 생김새가 어떠했나?”

“뭔가 말할 수 없이 흉악하고 아주 역겨운 것이었어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지, 묘사하기도 어려운 그런 흉측함이라고나 할까.”“내가 그것을 묻는 이유는 그자의 이름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렇다. 어터슨은 친구인 의사 지킬 박사의 변호사로서 그의 유서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유서에 의하면, 지킬이 죽었을 때 에드워드 하이드가 모든 유산을 물려받을 뿐 아니라 지킬이 혹시 ‘없어지거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세 달 이상 사라져버렸을 시’에는 에드워드 하이드가 헨리 지킬의 모든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돼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에드워드 하이드가 누구며 지킬과 어떤 사이인지를 어터슨이 아무리 캐물어도 지킬은 그저 지극히 사적인 일이니 말할 수 없다고 할 뿐이었다. 어터슨이나 지킬, 모두 독신으로 늙는 처지이기 때문에 자식이 없다. 그렇다고 지킬의 친척도 아닌 이 하이드, 그는 과연 누구일까?

그렇지 않아도 이 점이 늘 궁금했던 참이었는데, 엔필드의 이야기 속에 하이드가 흉악한 모습에 비열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등장하자 어터슨은 더욱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수수께끼의 인물 하이드의 정체를 직접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하이드는 누구?

여러 날을 하이드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던 어터슨은 어느날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되었다. 밤 10시 런던의 길거리. 인적은 끊기고 바람은 싸늘하다. 갑자기 어디선가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하이드가 나타났다. 하이드에게 접근한 어터슨은 지킬 박사의 이름을 대며 말을 건다.

“하이드씨?”

“왜 그러시오?”

“난 지킬 박사의 오랜 친구요. 같이 좀 들어갑시다.”

“지킬 박사는 안에 없소. 그런데 도대체 날 어떻게 알았소?”

“우리 둘 다 아는 친구들이 있지 않소.”

“누구 말이요?”

“예를 들면 지킬.”

“절대로 그 사람은 아니오. 거짓말을 하다니!”



그러더니 하이드는 곧장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고 잠가버렸다. 어터슨의 호기심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하이드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어터슨은 그 길로 바로 지킬 박사네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하이드가 바로 지킬 박사의 집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어터슨은 집으로 들어가서 이 집의 집사장인 풀에게 어찌 된 노릇인지를 물었다. 그가 대답하길, 주인은 하이드를 이 집 뒷문으로 마음대로 출입하도록 하고 그가 하자는 대로 해주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혹시 지킬의 젊은 시절 난봉의 산물이 이 하이드가 아닐까? 이자가 혹시 그 유서의 내용을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거 참.”

이것이 어터슨이 잠정적으로 내린 탐문의 결론이었다.



한 보름 후 어터슨은 저녁 초대를 받아 지킬 박사를 방문했다. 다른 손님들이 떠나고 둘만 남자 어터슨은 가장 궁금한 하이드 문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 유언장에 등장하는 그 하이드라는 젊은이가 별로 행실이 안 좋다고 하던데.”“아,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러면서 지킬 박사는 오직 하이드를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만 되풀이했다.







국회의원 구타 살해 사건

그러다가 드디어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어느날 밤 런던 길거리를 걸어가던 한 노신사를 향해 키가 작고 인상이 험악한 젊은 사내가 쫓아왔다. 둘이 서로 말을 건넬 수 있을 정도로 근접하자 노신사는 목례와 함께 인사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상대방은 이 예절에 답하는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노신사를 향해 미친 사람처럼 돌격하더니 그를 사납게 내리쳐 쓰러뜨리고는 죽을 때까지 패는 것이 아닌가? 뼈가 다 부러질 지경이 되도록!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범인은 물론 그 자리에 없었다. 시체를 찾아보니 지갑 등 소지품은 그대로였다. 금품을 노린 살인은 아닌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웃집 하녀는 일전에 어린아이를 짓밟았던 사건 때문에 하이드의 얼굴을 익혔던 터라, 범인이 하이드임을 증언했다. 또한 피해자의 몸에서 나온 편지 봉투에는 어터슨씨의 이름이 수신인으로 적혀 있었다. 죽은 사람은 어터슨의 고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한 단서를 유일하게 갖고 있는 어터슨은 경찰과 함께 하이드의 집을 덮친다. 하지만 그곳에 하이드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역시 또 지킬 박사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 그는 박사를 만나 하이드 문제를 상의한다. 이에 이 사건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는 지킬 박사는 어터슨에게 하이드가 자신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보여준다.

“이 편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말이야. 일단 자네에게 줄 테니 알아서 하게.”

편지는 ‘에드워드 하이드’로 서명이 돼 있었는데 글씨체가 묘했다. 그 내용인즉 그간의 자신이 저지른 비행을 뉘우치고 지킬이 베푼 은혜에 감사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잡힐 위험이 없이 안전히 도주해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겉봉은 없나?”

어터슨이 물었다.

“모르고 태워버렸어. 우체국 직인은 전혀 안 찍혀 있었지.”

“이걸 어떻게 할까?”

“알아서 하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한 가지만 더 묻겠네. 자네 유언의 내용 말일세. 그거 하이드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건가?”의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럴 줄 알았네. 그자가 자네를 죽이려 했던 거야. 이제 겨우 목숨을 구했네.”

이 편지를 들고 그 집에서 나온 어터슨은 그것을 필체 감식가에게 갖고 갔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 필체 감식가는 하이드가 썼다고 하는 편지와 지킬 박사의 필체가 매우 유사함을 지적한다.“아니 헨리 지킬이 살인자를 위해서 편지를 위조하다니!”



어터슨은 더욱더 자신이 사건의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피가 식는 듯한 공포감을 느낀다.

래년 박사의 죽음과 지킬의 최후

이후 지킬은 다시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병을 이유로 집에 들어앉아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 궁금증에 시달리던 어터슨은 사건의 비밀에 좀더 접근할 요량으로, 어터슨과 지킬 두 사람 모두와 가까운 사이이자 지킬과는 학창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래년 박사에게 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친구가 거의 죽은 사람이 다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터슨은 연유를 물었지만 상대방은 자세한 이야기를 피할 뿐이다.

“충격을 받았네. 아마도 다시는 못 일어날 걸세. 한 몇 주 안에 난 갈 거야. 난 인생을 잘 즐겼네, 지금까지는 말이야.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알고 나면 인생을 떠나는 편이 다행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지킬도 아프다던데… 혹시 언제 만나봤나?”



이에 래년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손을 떨면서 말한다.

“지킬은 보기도 싫고 얘기조차 듣기 싫어. 그자와는 끝장이야. 내게는 죽은 자나 다름없는 그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주게.”

집으로 돌아온 후 어터슨은 지킬을 만날 수가 없으므로 편지를 써서 도대체 래년과의 사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를 물었다. 곧 답장이 왔다. 답장에 의하면 그것이 자기 탓이긴 해도 자기도 피해자이며 둘 사이는 아무튼 끝장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다가 병석에 누운 지 일주일 뒤 래년은 그의 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어터슨에게는 밀봉한 편지가 한 통 배달된다. 편지 봉투에는 ‘헨리 지킬 박사의 죽음이나 실종 이전에는 뜯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느 일요일, 엔필드와 함께 한가롭게 산책하던 어터슨은 지킬의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마침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지킬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러나 지킬은 갑자기 안색이 흉측하게 변하더니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모습은 일순간 어터슨과 엔필드, 둘 다 기억하는 하이드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던 것이다. 둘은 서로 공포에 질린 눈길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며칠 후 혼자 집에 있던 어터슨에게 지킬의 집사장 풀이 황급히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일이냐고 하자, 문을 걸어잠그고 있던 주인이 갑자기 사라지고 안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벌써 일주일은 됐습니다요. 이제는 더 이상 못참겠어요. 좀 와보세요.”

“도대체 왜 그러는가? 말을 좀 차분히 해보게.”

“직접 와보세요.”

공포에 질린 풀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이렇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세.”



집에 도착한 후 둘은 지킬의 서재 앞으로 갔다. 풀은 걸어잠긴 문 사이로 주인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어터슨이 잘 아는 친구 지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저게 주인님 목소리입니까? 아니지요. 천만에. 아마도 누가 몰래 주인을 납치하고 대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필경. 도대체 어느 놈인지, 원! 아이고 하느님!”

어터슨은 풀을 진정시키고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그동안 지킬은 문을 걸어잠근 채 이따금씩 어떤 특별한 약을 사오라는 심부름만 시키면서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에 어터슨은 용기를 내 걸어잠긴 문을 도끼로 부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그자가 도주할지 모르니 다른 하인들은 아래층 문을 지키게.”



몇 번 세게 문고리를 내려치자 문이 열렸다. 어터슨과 풀이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발견한 광경은 지킬 박사 대신 자기 몸보다 훨씬 더 큰 옷 속에 들어 있는 난쟁이처럼 왜소한 못생긴 사내의 시체였다. 아마도 죽기 전에 심한 경련으로 괴로워했던 것 같았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어터슨의 눈에 한 메모지가 보였다. 거기에 지킬은 자기가 곧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테니 래년이 준 봉투를 집에 가서 뜯어보라고 한다. 또 방 한 구석에는 지킬의 수기가 놓여 있었다.



래년의 편지

집에 가서 뜯어본 래년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난 이 편지를 쓰는 오늘부터 4일 전에 지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네. 그는 나더러 자기 집에 대신 들어가서 서재 한구석에 놓아둔 박스와 장부를 가져다놓으라고, 그러면 어떤 사람이 지킬의 이름을 대며 밤에 찾아올 테니, 그것을 그 사람에게 건네주라고 써놓았더군. 그러면서 지킬은 이 부탁을 꼭 들어달라며 우리 둘 사이의 오랜 우정을 들먹이며 간곡히 청했어.

... 이 편지를 읽고 의사로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친구의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었지. 내가 보기에 이미 과학의 정도를 벗어나서 말도 안되는 초자연적인 실험에 도전한 지 제법 되는 친구라 더욱더 그런 쪽으로 생각을 굳히게 됐던 것이야. 그러나 부탁을 안 들어줄 이유야 없었으니 난 그대로 했어. 물건을 가져와 보니 상자 안에는 모종의 가루약과 물약이 있었고, 장부에는 날짜와 날짜 옆에 이따금씩 ‘두 배 투약’, ‘완전히 실패!’ 등의 표현이 적혀 있었을 뿐이야. 아마도 무슨 근거 없는 실험을 한 기록인 듯했네.

... 그러다 자정이 되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지킬이 보냈다는 자가 들어왔지. 그의 모습은 왜소하고, 매우 흉측한 인상이었으며, 우스꽝스럽게도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옷을 입고 있었어.그 자가 입을 열었지.



‘물건을 갖고 있소?’

‘여기 있소.’



약물을 본 그는 크게 반기는 듯하더니 황급히 유리잔을 달라고 한 후, 물약과 가루약을 탔네. 처음에는 붉은 색이다가 밝아지더니 거품이 나기 시작하더군. 거품이 멈춘 후에는 짙은 보랏빛으로 변했고 다시 옅은 녹색으로 변했어. 이때 사내가 내게 물었어.

‘자, 이것을 들고 이 집 밖으로 내가 나가는 것을 원하오, 아니면,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내가 당신 앞에서 이걸 먹는 것을 보고 싶소?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오직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하오.’

나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어.

‘글쎄.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좋소. 자, 보시오.’

그리고 그는 약물을 들이켰네. 그리고는 온몸을 떨며 비틀거리더니 눈의 초점이 없어진 채 마치 몸이 부어오르는 듯하다가 이내 두 발로 벌떡 섰어.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나의 친구 헨리 지킬이었던 것이야!

... 그가 이후에 내게 해준 이야기는 차마 여기에 쓸 수가 없네. 나는 다만 내가 본 것을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을 뿐이지. 내 인생은 뿌리부터 흔들렸고, 밤낮으로 죽음의 공포가 나를 엄습해오고 있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고 곧 죽을 거라는 걸 나는 알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지킬이 보낸 사람이라고 온 그자는, 지킬이 자백한 바에 의하면, 바로 살인자 하이드였던 것이야. 내 친구 지킬이 그 끔찍한 살인자라니!



지킬의 자백

마지막으로 독자 앞에 지킬 본인의 수기가 개봉된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나 지킬은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서 일찍이 탁월한 재주뿐만 아니라 남다른 근면함을 보여줬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세워놓은 나머지 일체의 약한 점과 쾌락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남들 앞에 보여주는 내 자신의 모습은 늘 고상하고 근면하고 오직 정신적인 세계에 몰두하는 그런 모습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일체의 육체적인 욕망이나 치졸한 모습은 나 지킬에게서 발견할 수 없도록 살아왔다.

... 하지만 나도 인간인 이상 모든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타고난 욕망과 비열함, 치졸함을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면들을 스스로 억압하고 배제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더 억눌린 욕망은 강렬해졌다. 그리하여 나는 남들이 모르는 이중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보지 않는 구석에서는 은밀한 욕망을 충족시키며 살아왔던 것이다. ... 그런데 이러한 이중생활은 단순히 위선이나 허위가 아니었다. 나의 양쪽은 똑같이 진지한 내 모습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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