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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 지음 | -
크리스마스 캐롤(Christmas Carol )

찰스 디킨스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스쿠루지: 본래 악명 높은 냉혹한 구두쇠였으나 유령이 보여준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보고 회개하여 너그러운 사람으로 변모한다.

봅 크래칫 스쿠루지: 상점의 점원으로 가난하고 착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이다.



프레드: 스쿠루지의 조카로 성격이 좋아 박대하기만 하는 아저씨 스쿠루지에게도 따뜻한 인간애를 갖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손님

전지적 화자는 햄릿이야기가 시작될 때 독자는 햄릿의 아버지가 이미 죽었음을 알아야 하듯이, 이 이야기에서 독자는 말리가 죽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시작한다. 이 책의 주인공 스쿠루지와 말리는 도매상회를 같이하는 동업자로 7년 전 이날 말리의 장례식에서는 스쿠루지가 유일한 유언집행자이며, 유일한 친구이며, 유일한 애도가였다. 생전에 말리는 너무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스쿠루지도 말리보다 조금도 덜하지 않는 인색한 구두쇠다. 스쿠루지의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폐쇄적인 성격은 외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경직된 자세에 매부리코와 움푹 꺼진 뺨과 충혈된 눈, 얇고 푸르스름한 입술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항상 찬바람이 돌아 길가에서 마주치는 어느 이웃도 그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으며, 거지도 그에게는 구걸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스쿠루지는 사무실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바람이 매섭고 안개가 자욱한 추운 날씨인데도 사무실의 불은 아주 조그마하게 켜져 있을 뿐이다. 이 음울한 사무실에 스쿠루지의 조카 프레드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즐겁게 들어선다. 이에 스쿠루지는 가난한 주제에 무슨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냉대한다.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계산서를 지불하고 1년의 수지타산을 맞추는 날일 뿐이다. 자선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자 스쿠루지는 냉혹하게 거절한다. 그는 게으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의향은 전혀 없고, 구빈원이나 감옥이 그런 사람을 처리해줄 것이니, 그곳이 싫다면 그런 잉여인구는 죽는 게 낫다고 말한다.

하루종일 뚱한 스크루지는 여느 때와 같은 시각에 사무실 문을 닫고 똑같은 음식점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혼자 사는 음울한 집으로 돌아왔다. 문 앞에 서 있던 그에게 순간 문 두드리는 고리쇠가 말리의 얼굴처럼 보였다. 경악한 그는 냉정을 되찾으려 애쓰며 집안으로 들어간다. 모든 물건들은 제자리에 있고 아무도 없다. 긴장하며 주변을 살펴보던 때에 오랜 동안 울려본 적이 없는 조그만 종이 저절로 울려대면서 말리의 유령이 나타났다. 말리의 머리는 흰 붕대로 둘둘 말려 있고 몸 가운데는 쇠로 만든 자물쇠, 금고, 열쇠꾸러미, 장부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쇠사슬이 둘러쳐져 있다. 벌벌떠는 스쿠루지에게 말리는 이것은 생전에 돈버는 데만 급급한 자신이 자초해 벼려낸 쇠사슬이라고 말한다. 말리는 자신과 똑같이 그릇된 삶을 살고 있는 스쿠루지에게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고해주기 위해 왔으며 앞으로 세 명의 유령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스크루지는 아까 본 말리의 유령을 생각하며 소스라치는데, 아무리 정신을 가다듬어봐도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어느새 시계소리는 말리가 첫번째 유령이 오리라고 경고했던 1시를 알린다.

은발을 한 어린이가 순백색의 야광옷을 입고 번쩍번쩍 빛나며 나타났다. 그것은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으로 스쿠루지의 과거를 보여주기 위한 유령이다. 스쿠루지는 두려우면서도 흥미를 느끼며 꼬마 유령을 따라 나선다. 유령은 스쿠루지가 어린시절에 살던 마을로 그를 데려간다. 그는 오랜 동안 잊고 지내왔던 낯익은 마을과 집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겁다. 다소 외톨이여서 친구보다는 동화세계 속에 빠져 있던 어린시절의 자신을 본 스쿠루지는 어제 집앞에서 구걸하던 어린이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워진다.

다음 장면은 이제 소년이 된 스쿠루지가 강압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순탄치 못하고 우울하고 폐쇄적인 사람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그에게 이제는 죽은 상냥한 여동생이 그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려고 애쓰는 것을 본다. 이제 더 자라 청년이 된 스쿠루지는 근심과 탐욕의 표정을 보이며 욕심사나운 눈을 불안하게 움직인다. 그는 아름다운 소녀와 함께 있다. 애인인 그녀는 돈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변해가는 스쿠루지를 안타까워하며 지참금도 없는 가난한 자신은 그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현재의 스쿠루지는 유령에게 자신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면서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다. 이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많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그녀를 보며 스쿠루지는 그릇된 가치를 좇느라 자신이 잃어버린 행복을 실감한다.



가난한 영혼들에게도 축복을

스쿠루지는 다시 1시에 깨 유령을 기다린다. 가구도 없는 음산한 방이 초록빛 나무들과 꽃과 과일들이 있는 푸른 초원으로 변해 있다. 여기에 초록옷을 입은 현재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나타난다. 스쿠루지는 어제는 억지로 유령에게 끌려갔지만 오늘은 기꺼이 따라나서 가르침을 받겠다는 변화된 태도를 보인다.

순간 그들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도시의 거리에 있다. 안개 낀 거리에서 눈을 쓸다가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반쯤 언 거리 위를 이리저리 달리는 마차들의 모습은 그 거리를 어느 계절보다도 흥겹게 만든다. 가게에는 높이 쌓여 있는 만개한 과일들이 사람들을 군침 돌게 한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교회로 모여든다. 유령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마술의 향을 피우자 그곳의 분위기는 더욱 흥겨워진다. 이 유령은 인간에게 사악한 일을 하는 나쁜 유령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선한 유령이다.

온 가족이 모여 흐뭇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직원 봅의 가난하나 행복한 가정을 지켜본다. 봅 식구들의 걱정은 막내가 너무 허약하다는 것이다. 스크루지는 유령에게 막내 티니가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유령은 스쿠루지가 이전에 했던 말을 빌려 잉여인구가 죽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그를 떠본다. 스쿠루지에게는 참회의 빛이 역력하다.

이번에는 유쾌한 웃음이 울려퍼지는 조카 프레드의 집에 간다. 조카는 다른 가족의 마지못해하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인색하고 무정한 스쿠루지 아저씨를 위해 건배한다. 그는 아저씨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매년 아저씨에게 반갑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 조금이라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스쿠루지 아저씨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 말을 숨어서 듣는 스쿠루지는 그가 고맙다.

12시가 가까워오자 하룻밤이 전 수명인 유령은 눈에 띄게 늙어간다. 그리고 그의 옷자락 뒤에는 누더기를 입고 굶주린 불쌍한 두 아이가 매달려 있다. 유령은 남자아이는 ‘무지’이고 여자아이는 ‘결핍’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죄악으로 이것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한 상태로 전락시키는지 보여준다.



운명을 피할 수만 있다면

유령이 온몸과 얼굴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소리없이 나타났다. 이번 유령은 전혀 말을 하지 않고 그를 데려갈 뿐이어서 이미 유령에 익숙해진 스쿠루지인데도 무서워서 덜덜 떤다. 스쿠루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관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그날 죽은 어떤 구두쇠에 대해 ‘저승에 가지고 가지도 못할 돈을 모으기만 했다’고 비아냥대며 아무도 그 장례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관계로 좀더 알고 지내던 다른 두 사람도 ‘그 노랭이가 죽었다지’ 라고만 얘기하고는 곧 그들의 일상적인 관심사를 이야기한다.

스쿠루지는 무슨 영문인지 알아보려 자기 모습을 찾아보나 찾을 수가 없고 유령은 그의 안색을 살핀다. 혼자 숨을 거둔 구두쇠의 장례식에서 몰래 물건을 훔쳐온 청소부, 세탁부, 장의사들이 각각 전당포에 왔다가 맞부딪친다. 그들은 구두쇠가 생전에 인정없이 살아 사람들을 다 떠나게 해서 자신들이 이득을 보는 것이라며 시체 밑에서 꺼내온 침대보, 반지 등 서로의 전리품을 자랑한다. 스쿠루지는 그들의 대화를 경악한 채로 듣고 있다.

캄캄한 방에 약탈당한 채,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고 울어주는 이도 없는 시체가 놓여 있다. 탐욕스럽게 살다가 외롭게 죽어간 이 사람이 자신임을 직감한 스쿠루지는 이 죽음에 무엇이든 느낀 사람이 있다면 보여달라고 한다. 이에 유령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빚을 갚지 못해 걱정에 싸였던 부부가 그 남자의 죽음 소식을 듣고 안됐지만 안도하지 않을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다.

스쿠루지의 상점직원인 봅 크리칫 가족의 미래의 어느 크리스마스 모습이 보인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어떤 슬픈 일을 당한 뒤 가족들이 서로 위로하며 슬픔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이다. 본디 몸이 약하고 다리를 절던 막내 티니가 결국 죽은 것이다. 봅은 스쿠루지의 조카 프레드가 위로해주어 고마웠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한다. 서로의 사랑에 의지하며 슬픔을 이겨내는 성숙한 봅의 가정을 보며 스쿠루지도 많은 것을 느낀다.

스쿠루지가 죽은 사람이 자신임을 계속 묻자 유령은 비석 위에 쓰인 스쿠루지의 이름을 가리킨다. 다급해진 스쿠루지는 자신이 이제라도 올바르게 살면, 지금 본 그 운명을 피할 수 있느냐고 되풀이해서 물으며, 답을 주지 않는 유령에게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이 땅 위의 모든 이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잠에서 깬 스쿠루지는 지금껏 겪은 것이 꿈이었음에 감사한다. 새 삶을 살기로 작심한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경축스러운 날로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까지의 그와는 전혀 반대로 스쿠루지는 호탕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최상의 칠면조를 직원 봅의 집에 보낸다. 그가 박대한 자선단체 사람을 길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는 큰 액수를 기부한다고 서명한다. 스쿠루지는 특별한 날이라서 늦게 출근한 봅에게 이 일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야단치듯 말하다가, 급여를 올려주겠다는 봅이 상상할 수도 없던 결론을 내놓는다.

스쿠루지는 자기가 언약했던 것보다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현실에서는 죽지 않은 티니에게 그는 대부가 되었다. 그는 좋은 친구이고 좋은 주인이며 좋은 사람이 되었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한국인에게 찰스 디킨스는 낯익은 이름이다. 세계명작을 많이 읽어본 독자들은 디킨스 하면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의 이야기》, 《위대한 유산》 등을 떠올릴 것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이들은 이 이외에도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아 전공자들만 읽어보았을 《황폐한 집》, 《리틀 도릿》, 《우리 서로의 친구》 등 예술성이 뛰어난 후기작품들을 들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일반인들에게 찰스 디킨스 하면 단연코 《크리스마스 캐롤》이 떠오를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디킨스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고 자손대대로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 작품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러나 사실은 심각한 현실비판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디킨스가 이 작품을 쓰던 1843년경에는 급격한 경제발전 속에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 반세기 전만 해도 부의 기반은 땅이었고, 땅부자는 자손대대로 세습되었으므로 대체로 제한된 몇몇에 불과했고 땅은 쉽게 현금화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증기력을 이용하여 대규모 공장들이 설립되면서 대량으로 상품이 생산되고 이 상품들은 쭉 뻗은 철로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 위에 실려 전국으로 유통되었다. 그전에는 상상도 못한 시대변화였다. 이렇게 가속도가 붙은 산업과 상업은 가히 혁명이라 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시대에 민첩하게 반응해 산업과 상업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은 단기간에 목돈을 움켜쥘 수 있었다. 따라서 현금을 가진 벼락부자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 벼락부자를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를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자신도 유망해보이는 산업이나 상업분야에 뛰어들었다. 돈의 움직임을 휘둥그레한 눈으로 지켜보면서 사람들의 돈욕심도 극성을 부리게 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탐욕스런 사람이 있게 마련이나, 특히 19세기 초엽 돈이 돈을 낳는 자본주의 시대로 가장 먼저 입문한 영국 런던의 황금어장의 탐욕은 시대적 특성으로 부각될 정도였다. 탐욕은 이제 어느 특정인의 비난받아야 할 속성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유발 동기가 되었다.

탐욕스런 근대인의 전형, 스쿠루지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 스쿠루지는 그러한 탐욕스런 근대인의 전형이다. 그는 1년 12달 쉴새없이 일만 하는데,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늦게까지 일한다. 부하직원 봅에게는 일하는 것보다도 더 인색한 봉급을 주며, 더 많은 수지를 얻기 위해 쉴새없이 봅을 다그치고 닦달한다. 자선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을 단순히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악담을 퍼붓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빈민원이나 감옥에 처넣을 것이지, 그런 잉여인구를 뭐하러 도와주느냐는 것이다.

빈민원이나 잉여인구라는 언급은 돈이 인간평가의 절대적 가치가 된 시대상황을 잘 보여준다. 가난한 사람은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의 적선을 강요하는 잉여인구라는 것이다. 그러한 잉여인구는 어떤 개인적 불행이나 상황 때문에 가난한 것이 아니라 게으르고 방종해서 그렇게 된 것이므로, 빈민원에 수용해 나태해지지 않도록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스쿠루지처럼 당시 이기적인 중산계급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스쿠루지는 자신에게도 인색하다. 추운 날에도 사무실에 온기라고는 거의 없다. 고된 하루를 마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값싼 식당에서의 고독한 저녁식사와 가구도 없는 감옥 같은 덩그레한 방 한칸일 뿐이다. 돈을 쓸 줄도 모르고 오직 모으는 것만이 목적인 것이다. 인색하고 부당하게 돈만 모으는 그의 인생은 그와 똑같은 인생을 살다 죽어간 동업자 말리의 인생처럼 자물쇠, 열쇠꾸러미, 장부와 같은 쇠사슬로 압축된다. 그의 인생은 탐욕스런 마음이 벼려낸 쇠사슬로 묶여 있다.

디킨스의 문제의식은 이처럼 객관적인 현실의식에 기초한다. 그런데 그 심각한 문제의 해결방식은 동화 속의 소원성취기법을 따른다.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이미 뭔가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전날밤을 떠올린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는 사랑, 축복, 참회, 용서와 같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크리스마스에는 멀리 있던 가족도 모두 가정으로 돌아와 외로운 타지생활을 버텨나갈 사랑을 재충전하고, 손해보지 않으려 무장했던 마음도 누그러져 가난한 이웃을 불쌍히 여기는 연민이 우러난다. 디킨스는 인간의 마음이 순정을 지향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택해 스쿠루지를 변모시키려고 한다. 스쿠루지의 탐욕은 우리들 모두가 갖고 있는 탐욕의 보다 확대된 형태이므로, 그의 변모는 우리 자신의 변모에의 소원성취다.

갑작스런 소원성취는 동화의 세계다. 노력이 아니라 행운처럼 떨어지는 소원성취는 동화 속의 요정이나 천사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는 죽은 친구 말리의 유령이 그 역할을 한다. 말리 유령은 흉칙스런 모습을 한 귀신이지만, 자신처럼 그릇되게 살고 있는 스쿠루지의 잘못을 깨우쳐 사후 고통받지 않게 하려는 선한 의도를 갖고 있으므로 천사다. 말리의 유령은 세 유령을 보내 스쿠루지의 마음을 변모시키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자유로운 동화의 세계이므로 스쿠루지의 개심이라는 목표를 경제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유령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그리고 장면과 장면을 자유로이 옮겨다닌다.

동화적 분위기로 상징적 변신

유령이 보여주는 장면 장면들은 상당한 심리적 개연성을 확보한다.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보여주는 장면에서 독자는 왜 스쿠루지가 현재와 같은 이기적인 구두쇠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스쿠루지는 어릴 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가정에서도 상처를 입었다. 그는 아마 그때부터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자신의 마음을 냉정하게 무장하고 돈으로 힘을 키우려 한 듯하다. 어쩌면 그와 따뜻한 가정을 이루었을 애인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그에게 실망해 떠나버린다. 그를 전환점으로 그는 돈만 아는 맹목적인 삶만을 살아온 것이다. 그는 다급한 사람에게 혹독하게 돈놀이를 했고 더 많은 이득을 내기 위해 직원을 혹사시켰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만큼 사람들도 그에게 냉정해져, 그의 장례식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시체가 놓여있던 방은 약탈당한다. 인간사회는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혹독하게 대한 것은 결국은 자신에게 혹독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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