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지음 | -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에밀리 브론테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히스클리프: 언쇼가 데려다 키운 고아소년. 침울하고 야성적인 성격으로, 집안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다. 캐서린을 사랑하지만 에드가와 약혼한 사실에 분노해 복수를 계획한다.
캐서린: 야성적이고 아름답지만 오만하고 고집 센 여성.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에드가를 택함으로써 둘 사이의 비극을 자초한다.
힌들리: 언쇼의 아들. 처음부터 히스클리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학대한다.
에드가: 린튼 집안의 도련님. 캐서린과 결혼하지만 얌전하고 온순한 성격의 그는 그녀를 감당하기에 여러모로 버겁다.
도입부--록우드의 이야기
이야기는 1801년 어느날 황량한 요크셔 지방 한 시골의 저택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 세를 얻은 록우드씨가 이 저택의 소유자인 히스클리프를 만나려고 워더링 하이츠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록우드씨는 점잖은 미혼의 도시사람으로, 번잡함을 피해 이곳 시골집을 전세 냈는데, 그날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집주인 히스클리프가 대단히 괴팍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옷차림은 신사였고 잘생겼으나 검은 피부에 마치 집시와 같은 풍모를 가졌으며, 무뚝뚝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괴이쩍은 면이 있었다. 록우드는 히스클리프가 포도주를 가지러 간 사이에, 그 집에서 기르는 개들한테 봉변을 당하기도 하는데, 히스클리프는 별 관심도 표하지 않고, 더 이상 방문을 원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러나 록우드는 호기심이 일어 다시 찾아가보기로 한다.
다음날 워더링 하이츠로 가는 길에 폭설이 내렸다. 워더링 하이츠에는 하인처럼 보이는, 그렇지만 태도가 거만하고 거침이 없는 젊은 남자와 히스클리프의 부인으로 추정됐지만 알고 보니 며느리인 젊은 여성이 있었다. 젊은이는 헤어튼 언쇼라는 청년이고 젊은 여성은 캐서린 히스클리프로 죽은 히스클리프 아들의 미망인이었다.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데 화가 난 록우드는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결국 폭설로 길이 막혀 불가능한 것을 알고 그날을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록우드는 그날 밤 이층에 있는 방, 히스클리프가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에서 자게 되는데, 그날 이상하고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다. 창문턱에 캐서린 언쇼, 캐서린 히스클리프, 캐서린 린튼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또 오래된 책을 뒤적이다 우연히 어린시절의 캐서린 언쇼의 일기를 읽게 된다. 히스클리프와 둘이서 황야로 달아날 것을 계획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그는 악몽을 꾼다. 캐서린의 유령이 꿈속에 나타나 창문 밖에서 구슬피 울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록우드는 악몽에 시달리다 소리를 지른다. 뛰어올라와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히스클리프는 미친 듯이 캐서린을 부른다.
록우드는 이 귀신 든 집을 빠져나와 죽을 고생을 하면서 눈길을 헤치고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로 돌아온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그곳의 가정부인 넬리 딘에게 히스클리프의 사연을 듣는다.
넬리 딘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워더링 하이츠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해온 넬리 딘은 히스클리프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여름날 아침 언쇼씨는 리버풀을 다녀오는 길에 남매인 힌들리와 캐시에게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돌아온 그는 외투로 둘둘 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누더기를 입은 검은 머리칼의 더러운 아이’를 꺼내놓는다. 리버풀 길거리에서 혼자서 떨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부인은 놀라 집어던질 태세였으나, 결국 아이는 이 집에서 살게 된다. 이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였다.
모두들 히스클리프를 꺼렸으나 차츰 캐시는 그와 가까워진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싫어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괴롭혔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언쇼씨가 자기를 아끼는 것을 이용해, 영악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챙겼다. 그러던 중 언쇼씨는 점차 건강이 나빠지고 갈수록 짜증이 심해져,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너무 미워하는 것에 화가 나 학교로 보내버린다. 경건한 척 설교를 일삼는 하인 조셉이 점차 득세하면서 말괄량이 같은 캐시는 문제아가 되어간다. 그녀는 야성적이고 장난꾸러기인 면이 있었으나,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아이였다. 캐시는 히스클리프를 너무 좋아하여 둘이 떨어지는 것을 못견뎌했다.
힌들리가 떠난 지 3년 후 마침내 언쇼씨는 세상을 떠나고 힌들리는 그 사이 결혼한 부인 프랜시스와 함께 돌아온다. 돌아오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하인 취급하면서 전혀 글을 가르치지 않고 일만 하게 한다. 두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바람에 둘은 힌들리의 박해를 피해 마치 야만인들처럼 황무지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밤 둘은 이웃인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 저택안을 들여다보며 그 댁의 도련님 에드가와 동생 이사벨라를 놀린 후 달아나다 그 집에서 풀어놓은 개한테 캐시가 물리고 만다. 캐시를 알아본 그 집주인 린튼씨는 히스클리프는 쫓아내고 캐시는 집안으로 데려가서 간호한다. 히스클리프는 돌아와 이 사건을 넬리한테 전하면서, 인형을 가지고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던 에드가와 이사벨라의 유치한 짓을 흉본다. 그리고는 “내 조건을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의 에드가 린튼의 조건과 절대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사건으로 히스클리프는 앞으로 캐시에게 말을 건네면 곧바로 쫓겨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캐시는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 다섯 주를 머물다 돌아왔는데, 완전히 품위 있는 숙녀로 탈바꿈되어 있다. 캐시는 오자마자 히스클리프를 찾지만, 히스클리프는 달라진 캐시의 모습에 서먹함을 느낀다. 캐시가 히스클리프의 새까만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자 마음이 상한 히스클리프는 화를 내며 뛰쳐나가버린다. 그렇지만 다음날 히스클리프는 넬리의 도움을 얻어 깨끗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불행히도 교회에서 돌아오는 집안 식구들과 에드가와 마주친다. 힌들리한테 심한 핀잔을 받고 에드가의 참견에 화가 난 히스클리프는 에드가에게 핫소스를 끼얹었다가 힌들리한테 죽도록 매를 맞는다. 히스클리프는 힌들리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그로부터 3년 후. 폐병을 앓던 힌들리의 부인 프랜시스는 1778년 여름, 아들 헤어튼을 낳고는 죽고 만다. 힌들리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 신과 인간을 저주하며 몸을 함부로 굴리기 시작한다. 집안은 엉망이 되고 주위 사람들도 더 이상 이 집을 방문하기를 꺼릴 정도가 된다. 캐시는 이때 열다섯 살로 인근에서 가장 아름다웠지만, 오만하고 고집센 여성으로 자랐다. 히스클리프와의 친한 관계는 여전히 지속되었으되, 자기를 좋아하는 린튼과도 계속 사귀었다. 캐시는 집에서 히스클리프와 있을 때는 제멋대로 굴고, 린튼과 만나거나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서는 숙녀처럼 행동하는 이중적인 생활을 했다.
한편 히스클리프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친 생활을 하면서 걸핏하면 까탈을 부리는 등 점점 성품이 나빠진다. 한번은 힌들리가 없는 틈에 캐시와 같이 있으려고 했으나, 마침 그날 에드가가 캐시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심하게 다툰다. 히스클리프가 나가면서 에드가가 들어왔는데, 열이 난 캐시가 넬리와 그 앞에서 다투고 심지어 넬리의 얼굴을 때리고 어린 헤어튼을 마구 흔드는 등 행패를 부리다, 놀란 에드가가 말리려하자 에드가까지 때린다. 에드가가 충격을 받고 떠나려 하자, 캐시는 그러면 자기가 병이 날 때까지 울어버릴 것이라고 협박한다. 에드가는 결국 떠나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이 격렬한 싸움 후에 두 사람은 이제 친구 사이에서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공언한다.
어린 헤어튼은 항상 변덕스러운 아버지 힌들리를 두려워했는데, 한번은 힌들리가 이층 계단에서 아이를 괴롭히다 떨어뜨리고 만다. 마침 들어오던 히스클리프가 아이를 받아서 아이는 무사했지만, 히스클리프는 자기가 원수의 자식을 구한 것을 알고 후회가 역력하다. 이날 캐시는 넬리한테 에드가가 청혼했고 자기는 그것을 승낙했다고 하면서 심정을 고백한다. 자기는 에드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비천하게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지만,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자기가 격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을 잇는다.
“그는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 거야. 그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보다도 더 나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말야. 우리들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간에, 그와 나의 영혼은 같아. 그리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이 번개와 다르듯, 서리가 불과 다르듯 그렇게 달라.”
그런데 부엌 어둑한 곳에 앉아 있던 히스클리프는 이 말을 듣지 못하고, 자기와 결혼하면 천해질 것이라는 말까지 듣고는 슬그머니 일어나 조용히 나가버린다. 히스클리프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캐시는 넬리에게 자기가 에드가와 결혼하면 히스클리프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하는데, 이미 히스클리프는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시는 발버둥을 치면서 빗속에 히스클리프를 찾아다니다 열병이 나고 만다. 린튼 부인은 캐시를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로 데려가 간호한다. 캐시는 나았지만 린튼씨와 그 부인은 전염이 되어 며칠 사이에 죽고 만다. 캐시는 더욱 오만하고 고집세고 정열적이 되어 돌아왔고, 여전히 히스클리프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로부터 3년 후 캐시와 에드가는 결혼식을 올린다.
히스클리프의 귀향과 복수
결혼 후 6개월간 부부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낸다. 에드가는 될 수 있는 대로 부인을 자극하지 않으려 배려하고, 캐서린도 점점 더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히스클리프가 이 집에 나타남으로써 그 모든 평화가 깨어지고 만다. 히스클리프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캐시는 기쁨에 숨이 막힐 듯 흥분하나, 에드가는 무덤덤하게 대한다.
히스클리프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구를 가진 신사의 모습으로 변모하였고, 지적이기까지 한 표정에는 천박하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불 같은 성품이 눈가에 어려 있었으나 억제되어 있었고, 매너도 거친 면이 없고 품위조차 있어 보였다.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히스클리프는 두 사람의 결혼소식을 듣고 캐시를 한 번 만난 후 힌들리와 일을 정리하고 죽을 작정이었으나, 캐시가 이렇게 뜨겁게 환영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로 가고, 에드가와 캐시는 그날 좀 다투지만, 캐시의 행복함이 에드가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낙원처럼 만든다.
이후 얼마간 히스클리프는 별탈 없이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 드나드는데, 곧 문제가 발생한다. 열여덟 살이 된 에드가의 동생 이사벨라가 히스클리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어, 캐시를 노골적으로 질투하고 나선 것이다. 캐시는 이사벨라에게 히스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런다고 야단치면서, 히스클리프는 ‘난폭하고 무자비하고 늑대 같은 사람’이라고 경고한다.
“네가 귀찮아지기만 하면, 너를 참새알처럼 박살내버릴 거란 말야, 이사벨라. 린튼 집안 사람하고는 사랑할 수가 없는 인간이라구.”
그러나 이사벨라는 캐시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캐시가 히스클리프에게 이사벨라의 생각을 전해주자, 히스클리프는 경멸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사벨라가 오빠의 상속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시한다.
하루는 넬리가 워더링 하이츠로 힌들리를 보러 갔더니, 그곳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헤어튼은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성격이 거칠어져서 보모였던 넬리를 몰라보고 욕설을 하며 돌을 던졌다. 달래서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쳤느냐고 물었더니, 히스클리프가 아빠에게 욕하라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다음번 히스클리프가 그레인쥐로 온 날, 넬리와 캐시는 부엌에서 밖을 내다보다 히스클리프가 이사벨라를 껴안으려고 하고 이사벨라가 정원으로 달아나는 것을 목격한다. 히스클리프가 들어오자 캐시는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왜 그러느냐고 그를 나무란다. 히스클리프는 오히려 캐시에게 할말이 있다고 하면서, “네가 나를 지독하게 취급한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고 다그친다. 그리고 캐시한테는 복수를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철저하게 복수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사벨라가 상속인이라는 것을 십분 이용할 생각이니 관여하지 말라고 퍼붓는다. 캐시는 그 말이야말로 나한테 복수하자는 것이라며 심하게 다툰다.
넬리가 이를 에드가에게 알리자, 에드가가 와서 히스클리프를 질책하며 쫓아내려고 하인들을 부르려 한다. 에드가의 태도와 매너에 화가 치민 캐시는 문을 쾅 닫아버리고 나서 열쇠를 난로불에 던져버리면서 “정정당당하게 맞서라”고 놀란 남편에게 소리지른다. 에드가는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그러자 히스클리프는 에드가를 ‘젖빠는 토끼새끼’니 ‘몸에 우유가 흐르는 겁장이’니 하면서 경멸한다. 에드가가 벌떡 일어나 히스클리프를 때리고는 뒷문으로 뛰쳐나가니, 히스클리프는 캐시의 청에 따라 그 자리를 피한다. 캐시는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넬리에게 호소하는데 어쩐지 어디가 아픈 듯하고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넬리는 제 성질을 못이겨서 그러려니 하며 넘겨버리고 에드가에게 알리지 않는다.
문을 잠그고 방에서 나오지 않던 캐시는 사흘째 되던 날 문을 열고 음식을 먹었으나, 에드가가 돌아보지 않는데 상심하고, 또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이빨로 베개 속의 깃털을 모두 뽑아버린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에도 아랑곳없이 창문을 열어젖히고 몸을 바깥으로 내밀며 끊임없이 헛소리를 하였다. 그리고 너무나 미칠 듯이 비참하다고 하면서, 어린시절 워더링 하이츠에서 히스클리프와 놀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자기가 어느날 갑자기, 너무나 터무니없이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의 안주인, 낯선 사람의 부인이 되어, 자기 세계였던 곳에서 추방되고 말았다”고 울부짖는다.
캐시의 광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넬리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에드가도 아내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란다. 빨리 알리지 않았다고 주인에게 꾸중을 들은 넬리는 의사를 부르러 가다가 정원에 이사벨라의 개가 손수건에 목이 매달려 죽기 직전인 것을 발견한다. 의심이 들어 이사벨라의 방에 가보았더니 역시 예상대로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와 달아난 뒤였다.
캐시는 두 달을 어려운 고비를 넘겨가며 병으로 누워 있었고 에드가는 성심으로 간호하였다. 삼월이 되자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으나 여전히 쇠약하였다. 한편 이사벨라는 집을 떠난 지 6주 만에 에드가한테 히스클리프와 결혼했다는 짤막한 쪽지를 보내면서 용서를 구했으나 에드가는 냉담하게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 보름 후 이사벨라는 넬리한테 긴 편지를 보내서 자기가 겪은 일을 적어보냈는데, 한마디로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질렀고 히스클리프가 도대체 인간인지 미치광이인지 악마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히스클리프가 자기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얼마나 견딜 수 없게 야만적인지 등이 적혀 있었고, 지금은 자기도 히스클리프를 증오하고 있다고 썼다.
넬리가 워더링 하이츠에 가보니, 집안은 음산하고 더럽기 짝이 없었다. 이사벨라는 지저분한 모습에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고,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의 분노를 오히려 즐기면서 캐시의 상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히스클리프는 자기 편지를 캐시에게 전해주고 한 번 만나도록 해달라고 강요하다시피하여 결국 수락을 받았다. 돌아온 넬리는 기회를 엿보다가 마침내 에드가가 교회에 간 일요일, 편지를 전한다. 캐시는 이즈음 마치 이 세상 너머의 무엇을 바라보는 것 같은, 마치 저세상의 것 같은 묘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는데, 편지를 받고도 별 반응이 없다가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듣고는 화들짝 놀라는 것이었다.
이때 며칠을 바깥에서 서성대던 히스클리프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히스클리프는 들어오자마자 캐시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껴안고 5분여 동안 키스하더니, 캐시를 들여다보고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고통스럽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