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비극
디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 -
아메리카의 비극(An American Tragedy)
디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클라이드 그리피스: 주인공.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전기의자에서 사형을 당한다.
로버타 올든: 여공이자 클라이드의 애인.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호수에서 익사한다.
손드라 핀츨리: 클라이드와 사랑에 빠지는 부유한 사업가의 딸.
사무엘 그리피스: 클라이드의 삼촌으로 뉴욕 주 리커거즈에서 큰 셔츠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엘비라 그리피스: 클라이드의 어머니로 다소 광신적인 전도사. 아들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오빌 메이슨: 카타라키 군의 검사. 클라이드의 사건을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이용한다.
클라이드 그리피스, 세상 속으로
어느 여름날 해질 무렵 한 가족이 캔자스시티의 번화가에 나온다. 아버지 에이서 그리피스는 다소 광신적인 전도사로서 현실생활에 대한 감각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다. 어머니 엘비라는 종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무식한 농부의 딸로 자랐지만 에이서와 결혼하고부터 그의 복음주의에 심취해 열렬한 전도사가 되었다. 그런 부모와 네 자녀로 구성된 이 가족은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전도소를 열고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설교를 하는 한편, 이런저런 잡일을 해서 근근히 생계를 꾸려간다.
장남인 클라이드는 이런 생활에 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그것을 혐오한다. 그는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전도활동에 가담하지만 그의 정신은 전혀 종교적이지 못하며, 쉽게 감격하고 공상과 동경에 빠지는 편이다. 또한 그의 마음은 물질적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지금은 그런 성격이 부모의 지독한 종교 교육으로 억압되어 있을 따름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는 학교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도 없이 고독하게 지내면서 가정의 억압에서 벗어날 꿈만 꾼다.
그런 생활이 몇 년 동안 계속되는 사이, 세 살 위의 누나 헤스터(애칭은 에스타)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어느 토요일 밤에 그곳으로 공연온 어느 극단의 배우와 눈이 맞아 가출해버린다. 평소에 비교적 순종적이던 그녀의 가출은 부모에게는 물론 클라이드에게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클라이드는 열일곱 살이 되자 공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싸구려 물건을 취급하는 어느 잡화점에 견습사원으로 취직한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생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장래성도 불투명해보이자 요행히 그린 대빗슨 호텔의 벨보이로 일할 기회를 잡는다. 그는 한 달에 15달러의 월급 외에 손님들에게 팁으로 받는 돈이 4달러에서 6달러 정도는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숨이 막힐 듯 기뻐한다. 그런 거금은 그가 평생 꿈꾸어본 적도 없는 액수이며, 호텔 생활은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호텔에서 일하면서 그는 부자들의 화려하고 방탕한 세계를 엿보게 되며, 그에 따라 억눌려 있던 세속적 욕망이 분출된다. 그는 호텔에서 번 돈으로 옷을 사고 헤글런드를 비롯한 직장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과 사창가를 드나들며 방탕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 세계는 그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곳이다. 때때로 부모가 주입시킨 도덕이 그를 통제하려고는 하지만 이미 그를 제어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토머스 랫터러라는 친구 집에서 호텐스 브리그즈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어느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지만 교양이라곤 없고 수많은 남자를 유혹해 자신의 욕망만을 만족시키는 천박하고 이기적인 여자다. 그녀는 순진하고 어리숙하며 그런 대로 잘생긴 클라이드가 자신에게 반했다는 것을 알고 별다른 호기심이 없으면서도 그의 구애에 적당히 응해주며 즐긴다. 클라이드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한다.
몇 달 후 클라이드는 얼마 전부터 어머니가 무슨 편지인가를 보다 그가 나타나면 급히 감춘다든가, 느닷없이 100달러나 되는 거금을 융통해달라든가, 낯선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것을 보고 뒤를 미행해 한 셋집에서 헤스터를 만난다. 헤스터는 동생이 찾아온 것을 보고 몹시 놀라면서도 반가워한다. 그리고는 자기의 모든 사연을 클라이드에게 털어놓는다. 누이는 함께 도망쳤던 남자가 어떤 호텔에다 그녀를 내버려두고는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어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돌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가출한데 다 결혼도 하지 않은 몸으로 임신까지 했으므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어머니가 구해준 셋방에서 지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클라이드는 몹시 상심하며 그녀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한편 호텐스는 어느 가게에서 해리 모피로 만든 짧은 저고리를 발견하고는 갖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녀는 궁리 끝에 클라이드에게 그것을 사주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보답해주겠다고 은근히 유혹한다. 며칠 후 그가 호텐스 옷값의 일부로 50달러를 마련해 출근하려 하는데 마침 어머니는 그에게 헤스터의 출산 비용으로 50달러를 융통해달라고 사정한다. 그는 호텐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어머니의 청을 거절한다.
며칠 후 눈이 내리는 날 클라이드 일행은 헤글런드의 친구인 스파저가 몰고 온 차를 타고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야외로 소풍을 간다. 그 차는 스파저의 아버지가 목장 관리인으로 있는 집 주인의 차였다. 어쨌든 그들은 춤을 추고 강에서 얼음을 지치며 흥겹게 논다. 그런데 스파저와 호텐스가 처음부터 눈이 맞아 붙어지내는 것이 클라이드의 질투심을 자극해서 둘만 남았을 때 그들은 격렬하게 싸운다. 그러나 결국 호텐스는 모피옷을 얻기 위해 그를 달래고 위로하며 그에게 적당한 포옹과 키스를 허락한다.
돌아오는 길에 뜻밖에도 시내에는 차가 많이 막혀 클라이드와 동료들은 모두 근무시간에 늦을까 봐 조바심한다. 그 때문에 스파저는 옆길로 빠져나가 전속력으로 달리는데, 그만 아홉 살 난 소녀를 치어 죽이고 만다.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경찰이 달려오자 스파저는 겁에 질려 차를 몰아 뺑소니를 친다. 그는 경찰과 다른 차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 마침내 한적한 길로 나온다. 그리고는 헤드라이트를 끄고 계속 달리다 그만 공사용 자갈더미에 박혀 차가 뒤집어진다. 다행히 모두 가벼운 부상을 입은 채 차에게 기어나와 차 밑에 깔린 스파저를 꺼내려고 애쓴다.
그 사이 그 소란을 들은 이웃주민이 경찰에 신고하고는 그들을 도와주러 온다. 하지만 그들은 경찰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는 뿔뿔이 흩어져 필사적으로 도망을 친다.
욕망의 질주
3년 후 시카고. 클라이드는 캔자스시티에서 도망친 후 세인트루이스, 페오리아, 시카고, 밀워키를 전전하며 보잘것없는 일에 종사하다 마침내 시카고에서 어느 상점의 배달차 운전사가 되었다. 그 사이 그는 예전과는 달리 자립심과 유창한 말재주를 배우게 되었다. 생활이 다소 안정되자 그는 가명으로 어머니와 연락한다. 그의 가족은 그때 캔자스시티를 떠나 덴버에 정착해 있었다.
그는 어느날 배달일로 유니온리그 클럽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랫터러를 우연히 다시 만나 그의 주선으로 그 호텔의 벨보이로 취직한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무렵, 뉴욕 주 리커거즈에서 큰 사업을 하는 삼촌인 사무엘 그리피스가 사업차 시카고로 와 그 호텔에 투숙한다. 평소 성공을 갈망해오던 그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 마침내 용기를 내 삼촌을 찾아간다. 사무엘은 첫눈에 클라이드에게 호감을 갖는다. 게다가 한편으로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그와 형만 상속받고 클라이드의 아버지는 거의 빈털터리로 살았던 것 때문에 동생에게 어느 정도의 도덕적 부채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클라이드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태도에 끌려, 원한다면 그의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말한다. 이 말에 클라이드의 기대는 한껏 부푼다.
리커거즈는 공업도시로 클라이드가 그때까지 생활해왔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그곳은 모호크 강을 기점으로 한쪽은 거대한 공장지대인 반면, 다른쪽은 중심가인 센트럴가를 경계로 부자들이 사는 고급 주택가와 노동자들이 사는 빈민가가 있다. 그는 그 도시에 오자 먼저 고급 주택가를 둘러보며 그 화려함과 부에 대해 억누를 수 없는 갈망을 지닌다. 그리고 그는 회사로 가서 아버지를 도와 회사를 경영하는 사촌 길버트를 만난다.
길버트는 실천력이 강하고 권위와 재능을 겸비한 사람이지만 자기를 빼닮았다는 클라이드가 처음부터 마땅찮다. 그의 눈에 클라이드는 성공한 친척에게 빌붙으려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노골적으로 그를 경멸하며 클라이드를 침축부에 배치한다.
클라이드가 침축부에서 하는 일은 셔츠 칼라를 만들기 위해 원단을 재단하기 전에 물에 담가 수축시키고 건조하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힘든 노동이다. 하지만 그는 장래에 더 큰 자리를 맡기 위한 견습으로 생각하고 장밋빛 꿈에 부푼 채 묵묵히 일한다. 다행히도 동료와 상사들은 사장의 조카라는 사실 때문에 그를 도와주고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는 삼촌 일가의 무관심에 실망하고 열악한 환경과 주급 15달러의 박봉에 불만을 지닌다.
그런 생활 가운데 클라이드는 하숙집의 월터 딜라드라는 청년과 그가 알고 지내는 여자들과 어울린다. 그는 예전에 캔자스시티에서 여자 때문에 곤경에 처했던 것을 기억하고 그곳에서는 도덕적으로 생활하리라 결심했지만 외로움과 타고난 성격 때문에 다시 매우 호색적이고 도발적인 리타 딕커만이라는 여자와 가까워진다.
그곳에서 일한 지 한 달여 만에 클라이드는 와이키지가에 있는 삼촌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삼촌네 식구들은 길버트의 악평 때문에 클라이드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막상 그를 만나자 모두 호감을 갖는다. 특히 장녀인 미라는 그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기질을 발견하고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차녀인 말괄량이 벨라도 비슷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클라이드는 삼촌 집에서 벨라의 친구인 손드라 핀츨리를 만나자마자 순진하고, 화려하고, 귀엽고, 개성적이며, 상류계급의 여성다운 그녀에게 반한다. 그녀는 호텐스나 리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그가 갈망하는 세속적인 모든 것을 구현한 여자다. 그러나 그의 처지에서 손드라에 대한 사랑은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았기 때문에 그는 심한 좌절감과 고통을 느낀다.
이럭저럭 공장에서 일한 지 4개월쯤 지난 어느 봄철 토요일에 사무엘은 공장을 시찰하다 클라이드가 침축실에서 막노동을 하는 모습을 본다. 그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고는 아들을 불러 좀더 좋은 일자리를 주고 월급을 올려주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클라이드는 봉공실의 주임이 되며, 이것을 기화로 그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기대와 꿈을 갖는다. 길버트의 무시와 경멸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출세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믿었다.
그후 그는 새삼 자신이 대단한 그리피스 가문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고는 흐트러진 생활을 다잡는다. 먼저 와이키지가에서 얼마 떨어진 제퍼슨가에 꽤 훌륭한 방을 얻어 이사를 한 뒤, 윌라드와 리타와의 교제도 끊는다. 그리고 삼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로교회에도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활은 지극히 따분하고 단조로우며 밑에서 일하는 25명이나 되는 여공들은 그의 마음을 계속 산란하게 만든다. 여공들은 모두 사장 조카라는 사실 때문에 그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그러나 사내연애는 발각 즉시 해고라는 길버트의 엄명 때문에 그는 애써 그들과의 관계를 피한다.
그러는 사이 부서에 여공들이 새로 들어온다. 그 중에서 로버타 올든은 극빈한 농부의 딸로, 성실하고 단정하고 명랑하고 의욕적인 데다, 무엇보다 첫눈에 클라이드의 마음을 끌 만큼 아름답다. 겉보기에는 극히 품위 있고 냉담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쾌활하고 감정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달콤한 관능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여자다.
한편 클라이드는 주말이면 무료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근교의 호수나 공원에서 수영을 하거나 배를 탄다. 본능적으로 그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것에 약한 사람이지만 엄격한 회사의 규율 때문에 이성과 사귈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다른 친구도 없다. 그런 외로움 속에서 그는 로버타에게 자꾸 끌린다. 그러나 로버타에 대한 그의 감정은 순전히 육체적인 욕망에 불과하다.
어느 초여름 오후 그는 혼자 호수에서 배를 타다 마침 친구와 함께 그곳으로 놀러온 로버타를 우연히 만나 함께 배를 탄다. 그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그러자 좀더 자유로운 연애를 원하는 로버타는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보수적인 친구의 집을 나와 따로 방을 얻는다. 그러는 사이 겨울이 다가오고, 클라이드는 바깥이 아닌 그녀의 방에서 만날 것을 고집해 그들은 서로 싸운다. 하지만 결국 그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로버타는 그의 요구를 허락한다. 그리고 곧 그들은 서로의 육체에 열렬하게 탐닉한다.
현실은 꿈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11월 어느날 저녁 클라이드는 와이키지가를 걷고 있다 우연히 손드라를 만난다. 처음에 그녀는 그를 길버트로 잘못 알고 불렀다가 클라이드를 알아보고는 미안한 마음에 집까지 태워다준다. 그리고는 길버트가 그녀에게 냉랭하게 구는 데 대한 보복으로 클라이드를 사교계에 끌어들일 계획을 세운다. 몇 번 그곳에 드나드는 사이 서투른 매너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드는 준수한 용모에다 손드라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아 일약 인기를 얻는다.
한편 몇 번 만나는 사이 손드라는 뜻밖에도 클라이드의 매력에 급속히 끌려들고 그 역시 꿈만 같던 상류사회에 들어선 데다 그동안 동경하고 가슴 조여온 손드라와의 관계에 희망이 보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에 비례해서 로버타에 대한 열정은 급속히 식어버린다. 그는 번번이 일을 핑계로 로버타와의 약속을 깨뜨리며, 그런 태도에서 그녀는 직감적으로 어떤 불길한 징조를 느끼고는 번민에 사로잡힌다.
연말이 되자 클라이드는 연이어 여기저기 파티에 불려다니게 되고 그런 상황에 길버트는 몹시 흥분한다. 그러나 사무엘은 집안의 체면도 있고, 하층계급의 여자들과 사귀는 것보다는 나아보여 클라이드를 집으로 초대해 사실상 사교계의 인물로 공인해준다.
로버타는 미칠 듯한 고통 속에 그를 잡으려 애쓰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몹시 불안해한다. 그녀의 눈에 클라이드는 처음부터 자기가 오를 수 없는 상류사회의 사람이었다. 그녀 역시 그런 사회를 동경했고 그래서 클라이드를 통해 그 꿈을 이루려는 환상을 지녔지만 이제는 그것이 물거품이 되려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2월 어느 날 로버타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클라이드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로버타를 낙태시키기 위한 방법을 백방으로 연구한다. 이제 곧 꿈이 성취되려 하고 있는데 로버타의 임신이라니, 그는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임신이 확인되고 낙태에도 실패하자 로버타는 클라이드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그럴 의사는 추호도 없던 클라이드인데, 더구나 이제 그의 앞에는 손드라가 보장해주는 찬란한 미래가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렇다 해서 로버타의 요구를 거절할 배짱이나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에서 속수무책인 채로 모든 것을 요행에 맡기고 미적거린다.
손드라 가족은 5월에 호반의 별장으로 떠난다. 당분간 골칫거리에서 벗어나고 시간을 벌기 위해 클라이드는 로버타를 억지로 빌츠의 집으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그때부터 손드라의 열렬한 연애편지와 로버타의 비참한 호소가 연이어 날아드는 바람에 그는 거의 미칠 지경에 다다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타임즈 유니온》지에서 어느 호수에서 일어난 익사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는다. 의식적으로는 완강하게 거부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그 기사에 자꾸만 끌려 어느샌가 그는 로버타를 익사시킬 계획을 조금씩 구체화해간다. 그러는 한편 주말이면 손드라 친구의 별장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해 손드라와 열렬한 사랑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