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와 센스빌리티
제인 오스틴 지음 | -
센스와 센스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
제인 오스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엘리너 대쉬우드: 판단력과 이해심이 많은 열아홉 살의 대쉬우드가의 맏딸. 에드워드 페라스를 사랑하지만 그가 비밀 약혼한 사실을 알고 낙심한다.
마리앤 대쉬우드: 엘리너의 동생으로 감정이 풍부하고 영리한 열여섯 살의 아가씨. 윌러비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나, 그의 변심으로 좌절과 시련을 겪는다.
에드워드 페라스: 엘리너를 사랑하는 청년. 소심한 성격이지만 다정한 마음씨를 지녔고 교구목사가 되길 희망한다.
로버트 페라스: 에드워드의 동생으로 형과는 달리 이기적인 청년. 형 대신 유산을 상속받고 루시와 결혼한다.
브랜든 대령: 따뜻한 마음에 이해심 많은 서른다섯의 노총각. 마리앤을 시종일관 흠모한다.
윌러비: 마리앤이 첫눈에 반한 스물다섯의 미남청년.
사랑은 시작되고
대쉬우드가에는 엘리너와 마리앤, 그리고 막내 마가렛 세 딸이 있다. 맏딸 엘리너는 어머니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비록 열아홉 살밖에 안되었지만 때때로 어머니의 상담자 역할을 해낼 만큼 판단력과 이해심이 많았다. 그녀는 다정다감한 성격이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런 감정들을 다스리는 법 또한 알고 있었다.
둘째 마리앤은 언니와 여러모로 비슷해서 감정이 풍부하고 영리했다. 하지만, 일단 어떤 일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감정을 잘 절제할 줄을 몰랐다. 그녀는 언니의 장점인 분별력을 제외하면 마음씨 곱고 붙임성 있기로 어머니를 꼭 빼 닮았다.
엘리너는 동생의 지나치게 감상적인 면을 걱정했지만 어머니는 그것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두 자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그들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용기를 잃지 않았다. 두 자매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가 힘을 내도록 도우면서 인내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은 엘리너의 몫이었다.
부인과 세 딸은 영국 서섹스의 대저택 놀랜드에 살고 있었다. 그들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헨리 대쉬우드씨에게는 세 딸을 두기 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존이 있다. 놀랜드 저택의 법적 소유자는 본래 헨리가 아닌 그의 삼촌이었는데, 그가 세상을 뜨면서 존에게 유산이 돌아가게 되자, 헨리는 임종시에 아들을 불러 새어머니와 세 누이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했고 아들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존은 냉정하고 이기적이었던 데다 그의 아내인 파니도 분별없는 행동거지를 일삼는 여자였다. 놀랜드 저택의 상속인이 된 존은 처음에는 부친과의 약속에 따라 누이동생들에게 3천 파운드를 주려고 했으나 그만 아내의 교활한 설득에 넘어가, 마음으로 잘 대해주면 됐지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게 있겠냐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말았다. 대쉬우드 부인은 파니에 대한 경멸감으로, 더 이상 놀랜드에 머물 필요가 없다고 느껴 딸들과 함께 이사갈 집을 물색한다.
파니에게는 에드워드 페라스라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는 누나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소심한 성격을 타고났으나 솔직함과 다정한 마음씨와 풍부한 이해심의 소유자였다. 그는 모친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될 장남으로서, 모친과 누이는 그가 정치에 입문하여 출세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교구목사가 되고 싶어했다. 그의 조용한 품성은 대쉬우드 부인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고, 그가 맏딸 엘리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부인은 그들이 결혼하게 되기를 은근히 바랐다.
그러나 둘째딸 마리앤이 볼 때 에드워드 같은 남자는 어떤 총기나 영리함, 결단력도 없어 보이는, 그저 따분하기만 한 사람이었다. 마리앤은 일단 어떤 편견이나 억측을 갖기 시작하면 그것을 아주 믿어버리는 성격이었다. 반면 언니 엘리너는 에드워드의 분별력과 성실함을 높이 인정했고 그에게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안목을 발견했으며, 풍부한 상상력과 사물을 정확하게 보는 안목을 지닌 사람일 거라고 믿었다. 허나 에드워드가 때로는 활기가 부족하고 자신의 감정에 자신 없어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엘리너는 종종 불안하거나 실망하기도 했다.
파니는 동생 에드워드를 부유한 집안에 장가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엘리너와 에드워드의 사이가 가까워지자 노골적으로 대쉬우드 부인에게 경멸을 표시했다. 딸들과 함께 따로 나가 살 집을 물색 중이던 대쉬우드 부인은 때마침 데본셔에 사는 먼 친척 존 미들튼 경으로부터 알맞은 집이 있다는 편지를 받고 놀랜드를 떠나 데본셔의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간다.
존 미들튼 경이 주도하는 모임에는 미들튼 부인의 어머니인 제닝스 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쉴새없이 농담을 해대며 웃고 떠드는 제닝스 부인의 관심사는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미망인이었는데 세상에 홀로 남은 남녀를 죄다 중매하는 일이 자신의 일인 양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미들튼 경의 친구들 사람들 가운데 브랜든 대령이 있다. 그는 삼십대 중반의 조용하고 근엄한 사람으로서 썩 잘생기지는 못했지만 표정엔 확고한 분별력이 엿보였고 말씨엔 품위가 있는 점으로 미루어, 존 미들튼 경의 친구이면서도 그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는 마리앤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듣고 마리앤에 대한 은근한 연모의 정을 싹틔운다. 그러나 브랜든 대령에 대한 마리앤의 감정은 한마디로 싸늘하고 차가웠다. 아버지뻘되는 나이와 관절염이라니, 마리앤에게는 그의 관심과 시선을 일축해버린다.
그리고 정작 마리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스물다섯의 미남청년 윌러비, 그와 마리앤과의 첫 만남은 매우 극적이었다. 마리앤과 마가렛이 산책을 나간 어느날,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닥쳐 그것을 피하려고 뛰다가 마리앤은 심하게 넘어졌고 그만 걸을 수도 없는 지경에 빠졌다. 이때 청년 윌러비가 등장했고 그는 마리앤을 안고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다. 강인한 남성미와 민첩성을 지닌 그의 외모와 풍채는 마리앤뿐 아니라 대쉬우드 부인에게도 상당한 호감을 주었다. 그러나 엘리너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그가 다소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마리앤에게 윌러비는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였고 재능 있고 활력이 넘치며 상상력이 풍부한 젊은이였다. 이 모든 것은 마리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마리앤과 윌러비는 서로 가까워지면서 여러 면에서, 특히 브랜든 대령을 과소 평가하는 데 있어 둘의 의견은 완전히 일치하였다. 한편 엘리너는 브랜든의 분별력과 폭넓은 지식, 그리고 온화한 성격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성인가, 감성인가
감정에 솔직해서 낡은 이성적 사고의 족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점에서도 마리앤과 윌러비는 똑같았다. 두 사람 다 속마음을 행동으로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않고 자신들의 애정을 과시했고, 그럴수록 마리앤을 연모하는 브랜든 대령의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엘리너는 마리앤에게 동생의 충동적인 열정을 염려하며 신중하고 분별력 있게 행동하라고 충고하지만, 마리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사랑의 증표로 윌러비에게 줄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어느날 브랜든 대령의 초대로 일행은 모두 휘트웰로 피크닉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로부터인지 한 통의 편지가 브랜든 대령에게 당도했고 그는 그 편지를 읽자마자 서둘러 런던으로 떠났다. 엘리너는 편지의 진원지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을 하던 제닝스 부인으로부터 브랜든 대령에게 친딸이 있다는 놀라운 말을 전해 들었다.
피크닉이 취소되자 마리앤은 윌러비와 함께 일행에서 벗어나 단둘이 윌러비가 머물고 있는 알랜햄 저택으로 향했다. 엘리너는 마리앤에게 일행을 무시한 무례함을 나무라지만 마리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윌러비가 마리앤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결혼문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는데, 엘리너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어느날 외출에서 돌아온 대쉬우드 부인과 엘리너는 집을 보던 마리앤이 울면서 방을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집에는 윌러비도 함께 있었다. 그는 대쉬우드 부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길 꺼리면서 곧 런던으로 떠나게 되었다며 황급히 집을 떠났다. 마리앤의 실망과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대쉬우드 부인은 어쩌면 알랜햄 저택에 사는 스미스 부인이 윌러비와 마리앤과의 관계를 반대하기 때문에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런던의 사업을 구실로 윌러비를 급히 불렀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윌러비와 마리앤이 그동안 왜 결혼약속을 하지 않았는지, 이제 분명해졌다. 윌러비가 이렇게 갑자기 떠나자 마리앤은 밀려드는 비탄과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어느날, 에드위드가 대쉬우드 가족을 방문했다. 대쉬우드 가족이 놀랜드를 떠나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엘리너와 에드워드는 한 번도 연락이 없던 터였다. 사실 놀랜드에서도 그들의 관계는 냉담함의 연속이었고 특히 에드워드 쪽에서 심했다. 엘리너는 에드워드가 풀이 죽어 있는 모습에 늘 마음이 편치 못했고, 침울한 그의 표정과 뭔가 피하려는 태도를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언뜻 마리앤의 시선이 에드워드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머리카락으로 만든 반지를 향하자, 에드워드는 난처한 표정으로 그것이 누나의 머리카락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엘리너는 그것이 분명 자기 머리카락일 거라고 확신하면서 내심 가슴속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에드워드가 대쉬우드 집에 머문 지 일주일이 흐르자, 그는 대쉬우드 가족들의 친절에 감사를 느끼며 그들과 있는 동안 최상의 행복을 맛보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떠나려 하자 엘리너는 크게 서운했지만, 마리앤이 윌러비를 떠나 보낼 때처럼 그렇게 침울과 무기력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가 떠난 후에도 엘리너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림을 그리거나 집안일을 하며 온종일 바쁘게 지냈고, 마리앤은 그러한 언니의 침착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하고.
어느날 제닝스 부인이 둘째딸 부부인 팔머 부부와 함께 대쉬우드가를 방문했다. 엘리너와 마리앤은 팔머 부인 샬럿으로부터 런던에서 함께 겨울을 지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엘리너는 그들이 살고 있는 클리브랜드 근방에서 지내고 있을 윌러비에 대해 물었다. 이미 제닝스 부인으로부터 윌러비와 마리앤이 결혼할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는 샬롯테는 런던을 떠나올 무렵 브랜든 대령을 만나 그에게서 마리앤과 윌러비의 결혼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엘리너가 브랜든 대령이 직접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고 의아해하자, 샬럿은 그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침묵했고 침묵은 곧 긍정의 대답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팔머 부부가 떠나고 얼마 후 존 미들튼 경이 먼 친척뻘 되는 스틸 자매를 데리고 방문했다. 존 경은 이들 자매를 대쉬우드 자매에게 소개시켜주려고 안달이었다. 자매 중 언니 앤은 거의 서른이 다된 나이에 외모는 펑범하며 그렇게 분별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스물서넛 가량의 동생 루시에게는 약간의 미모나 총명함이 엿보이긴 했지만 언니에게서는 인상적인 면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언니의 천박함과 바보스러움은 그렇다치고 동생 역시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을 빼고 나면 허영만 남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오만함과 저속함, 심지어는 취향의 차이까지도 못 견디는 성격을 지닌 마리앤은 스틸 자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끔 재미있는 말로 대쉬우드 자매의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루시는 앤보다 영리해보였으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지 다소 무식하고 정신적으로도 그리 성숙하지 못했다. 루시는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려고 무진 애를 썼고, 그런 루시를 보며 엘리너는 그녀가 적당한 교육만 받았다면 상당한 능력을 갖추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시가 지닌 오만한 태도와 이중적인 성격을 간파한 엘리너는 별로 그녀와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어느날 엘리너는 대화 도중 스틸 자매가 에드워드를 알고 있다는 뜻밖의 사실을 놀랐다. 특히 루시가 에드워드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엘리너와 루시가 단 둘이 있게 되었을 때, 루시는 엘리너에게 에드워드의 모친 페라스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조심스럽게 물었고, 자기가 조만간 그 부인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될지 모른다는 암시를 내보였다. 이어 엘리너는 루시와 에드워드가 서로 약혼한 사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그만 하얗게 질려버렸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에드워드가 상당 기간 루시의 삼촌 집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자주 만났고 이윽고 사랑에 눈이 멀어 사 년 전 아무도 모르게 약혼했다는 것이다. 루시는 이제는 기다림에 지쳤지만 에드워드의 어머니의 허락을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에드워드의 동전만한 세밀화와 편지를 엘리너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끼고 있는 반지도 자기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놀란 엘리너는 절망과 충격, 그리고 혼란에 사로잡혔다.
엘리너는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하며, 에드워드를 비난하기보다는 그가 처한 여러 상황들을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과연 그가 변함없이 루시를 사랑하며 과연 그들의 결혼이 행복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다. 엘리너는 자신의 슬픔을 가족에게 내보이지 않은 채 조용하고 침착하게 행동했으며 루시와의 대화를 비밀에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겨울이 오자 제닝스 부인이 대쉬우드 자매에게 런던에 있는 자기 집에 함께 가자고 청했다. 엘리너는 어머니를 추운 겨울에 집에 홀로 남겨둘 수 없다는 생각에 단호히 거절했지만, 마리앤은 혹 그곳에서 윌러비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마음이 설렜다. 대쉬우드 부인은 그 여행이 딸들에게 유익할 거라고 생각하며 선뜻 응낙했고, 결국 엘리너와 마리앤은 런던여행에 동의했다. 미들튼 가족과 스틸 자매도 그 여행에 합류하기로 했다.
런던의 제닝스 부인 집에 도착한 후, 그들을 제일 먼저 방문한 사람은 브랜든 대령이었다. 윌러비의 방문을 기대했던 마리앤은 크게 실망했고 편지의 답장도 오지 않자 안절부절못했다. 일주일쯤 흘렀을 때 외출에서 돌아온 마리앤은 윌러비의 엽서를 발견하고 곧 그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찼다. 그러나 그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자 마리앤은 다시 만사에 의욕을 잃었다.
엘리너와 마리앤은 미들튼 부인과 함께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그곳에서 한 상류층 아가씨와 함께 있는 윌러비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리앤은 너무 기뻐 다정하게 그를 불렀으나 왠지 그는 시선을 피했다. 마리앤이 감정에 북받쳐 인사를 청했는데도 그는 손을 뿌리치며 냉정한 태도를 일관했다. 형식적인 인사만을 하는 윌러비의 모습에 엘리너도 상당히 당황했고 마리앤은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됐다.
다음날 아침 비참함과 실의에 찬 마리앤에게 편지 한 통이 왔다. 윌러비로부터 온 정중한 절교의 편지였다. 마리앤과의 관계는 존경심 이상의 것도 아니었으며 곧 그레이 양과 결혼하게 되었으니 그동안 그녀로부터 받은 편지들과 머리카락을 되돌려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윌러비의 교활함과 뻔뻔함에 분노를 느낀 엘리너는 오히려 그런 파렴치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마리앤에게는 악으로부터의 탈출이며 구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윌러비의 사랑고백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던 마리앤은 그를 원망했다가, 어쩌면 그가 누군가에 의해 이용당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리앤은 그와의 사랑은 진실이었다고 하다 곧 다시 그를 원망하는 등 혼란을 반복하였다.
제닝스 부인의 말인즉, 윌러비와 결혼을 앞둔 그레이 양은 5만 파운드를 소유한 대단한 부자였다. 그러니 가난한 윌러비가 아무리 예쁜 여자와 사랑에 빠졌어도 눈앞에 나타난 부잣집 딸을 마다할 리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엘리너는 동생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염려했고 마리앤과 윌러비는 애당초 약혼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