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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로미오: 몬테규 가문의 외아들. 줄리엣을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에 눈뜨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한다.

줄리엣: 카풀렛 가문의 외동딸. 어린 나이지만 솔직하고 진솔하게 사랑을 표현한다. 재치와 감수성 면에서 로미오의 좋은 짝이다.

벤볼리오: 몬테규의 조카이자 로미오의 친구. 몬테규 가의 일원이지만 싸움을 말리는 쪽이다.

머큐시오: 로미오의 친구. 장난스러운 성격에 재치있는 말솜씨, 말장난에 능하다. 두 가문에 속하지 않았으면서도 싸움에 끼여들어 티볼트에게 살해당한다.

티볼트: 카풀렛의 조카. 불 같은 성격에 칼싸움에 능해서 늘 싸움을 몰고 다닌다.

로렌스 수사: 로미오의 대부로 두 집안 사이의 원한을 풀게 하기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돕는다.



제1막 - 당신은 책에서 배운 대로 키스하는군요

베로나의 두 세도가인 카풀렛과 몬테규 가는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 사이다. 이 두 가문의 원한은 너무나 뿌리가 깊어 두 집안의 젊은 남자들은 서로 보기만 하면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킨다. 7월의 어느 뜨거운 여름날, 두 집안의 하인들끼리 시작한 사소한 시비에 양쪽 집안의 벤볼리오, 티볼트가 가세하고, 여기에 두 집안의 늙은 가장들까지 개입하면서 싸움은 크게 번진다. 그러자 베로나의 지배자 에스칼러스 공이 개입해 앞으로 싸움을 벌이는 자는 누구든지 사형에 처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정작 싸움의 중앙에 있어야 할 몬테규 가의 외아들 로미오는 로잘린을 짝사랑하느라 집안의 원한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만 푹 빠져 있어서 보답받지 못하는 짝사랑의 우울함과 외로움만을 곱씹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사촌 벤볼리오는 짝사랑은 다른 사랑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면서 다른 여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이때 마침 카풀렛 가의 하인이 카풀렛 가에서 해마다 열리는 무도회의 초대장을 가지고 나타나고 그 무도회에 로잘린도 초대받았음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은 변장하고 참석하기로 한다.

한편 이 지방의 유력자인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에게 청혼한 건을 놓고 카풀렛은 줄리엣의 나이가 아직 14세도 안되었으니 조금 더 기다리자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줄리엣만 동의한다면 결혼에 찬성하겠다면서 중요한 것은 줄리엣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머니를 통해 이 청혼을 들은 줄리엣은 일단 긍정적인 답을 하고 부모에게 복종하겠다고 한다.

카풀렛 가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로미오는 줄리엣을 본다. 그는 첫눈에 반해 로잘린에 대한 사랑 따위는 까맣게 잊는다. 그는 줄리엣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마음이 통해 수줍게 키스한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하필이면 원수의 집안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두 사람은 충격을 받는다. 한편 티볼트는 변장한 로미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는 몬테규 집안이 자신의 집안잔치를 모욕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서 칼을 빼어 싸우려든다. 이에 카풀렛은 경사에 싸움이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성질 급한 티볼트를 말리는데, 티볼트는 분을 참지 못하면서도 마지못해 칼을 거둔다.



제2막 - 찬사여, 안녕히. 그런데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무도회에서 나온 벤볼리오와 머큐시오는 먼저 나온 로미오를 찾다가 그냥 가고, 나무 밑에 숨어 있던 로미오는 줄리엣을 잊지 못해 카풀렛 가의 과수원 담을 넘는다. 창문 밑에 로미오가 숨어서 듣고 있는 줄 모르는 줄리엣은 발코니에서 자신들 두 사람이 원수의 집안인 것을 한탄하며 로미오에 대한 사랑을 혼잣말로 탄식한다. 이 말을 들은 로미오는 용기를 내어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줄리엣만 자신의 사랑을 받아준다면 몬테규라는 이름쯤은 기꺼이 버리겠다고 한다. 이제 젊은 두 사람은 사랑의 모든 형식과 절차를 다 뛰어넘어 서로 솔직하게 사랑을 주고받는데, 로미오가 여전히 상투적인 언어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해 줄리엣은 보다 대담하고 솔직하다. 그녀는 모든 미사여구나 얌전빼는 태도를 다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사랑하시나요?”라고 물으면서 자신도 다른 여자들처럼 로미오의 애를 태울 수 있지만 그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방에 있는 무서운 적들을 의식하면서 두 사람이 안타깝게 사랑을 고백하는 중에 안에서는 유모가 줄리엣을 계속 불러대고, 다급한 줄리엣은 몇 번씩이나 들어갔다 나오면서 작별을 아쉬워한다. 줄리엣은 만약 로미오가 명예롭게 자신을 사랑하고 결혼을 생각한다면 자신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에게 가겠다면서,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 구체적인 것을 알려달라고 한다. 멀리서 동이 터오고 서로의 사랑에 충만한 두 사람은 ‘달콤한 슬픔’을 맛보면서 안타깝게 작별하고 로미오는 자신의 대부인 로렌스 수사에게로 간다.

로렌스 수사는 로잘린에 대한 사랑으로 로미오가 밤을 새운 줄 알았다가 상대방이 줄리엣으로 바뀐 것을 알고 놀라 책망한다.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은 변덕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미오는 로잘린의 경우에는 자신의 철없는 짝사랑이었을 뿐이고 줄리엣과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로렌스 수사는 두 사람의 사랑이 두 집안간의 원한 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이를 수락한다.

줄리엣의 부탁을 받은 유모는 아침에 로미오를 찾아가고 도중에 만난 머큐시오는 평소처럼 말장난으로 유모의 약을 올린다. 머큐시오 특유의 거침없는 말장난에는 수다스러운 유모조차 속수무책이다. 로미오를 만난 유모는 그의 전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초조해하며 기다리던 줄리엣은 로미오의 계획에 기뻐한다. 두 사람은 로렌스 수사의 거처에서 수사의 주례하에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줄리엣은 급히 로렌스 수사의 거처로 찾아가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했지만 서로의 사랑에 도취해 누구보다도 행복한 부부로 맺어진다.



제3막 - 적어도 내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힘은 있으니까요

또다시 뜨거운 베로나의 거리. 벤볼리오는 카풀렛 가 사람들과 시비가 붙을까 봐 걱정하지만 성질 급한 머큐시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때 티볼트가 나타나 지난번 카풀렛 가의 무도회에 로미오가 변장하고 나타났던 것에 대해 복수하겠다며 로미오를 찾고, 이 과정에서 머큐시오와 시비가 붙어 칼싸움이 시작된다. 이때 줄리엣과의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막 나타난 로미오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면서 티볼트와 화해하려 시도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관계를 알 리 없는 티볼트는 더욱 화를 내며 싸움을 계속한다. 로미오가 머큐시오를 잡고 있는 사이 로미오의 팔 밑으로 티볼트가 머큐시오를 찌르고 결국 머큐시오는 카풀렛과 몬테규 두 집안을 다 저주하며 죽는다. 늘 밝고 장난스럽던 머큐시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그것도 자신의 개입으로 초래된 죽음에 격분한 로미오는 티볼트와 결투 끝에 그를 찔러 죽인다.

그토록 두 집안 사이의 원한을 벗어나려 했건만 결국 그 한가운데로 끌려들어가고 만 것이다. 다급해진 로미오는 우선 몸을 피하고, 몰려든 시민들은 벤볼리오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벤볼리오는 있는 그대로를 증언하지만 조카인 티볼트의 죽음에 분노한 카풀렛 부인은 법대로 로미오를 사형시킬 것을 주장한다. 죽은 머큐시오는 에스칼러스 공의 조카였고, 아무 관계도 없는 두 집안 사이의 원한에 소중한 조카를 잃은 에스칼러스 공은 결국 로미오를 사형시키는 대신 베로나에서 추방시키기로 결정한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줄리엣은 빨리 밤이 되어 로미오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녀는 자기 앞에 어떤 엄청난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날밤을 기다리는 행복한 신부인 것이다. 바로 이때 유모가 뛰어들어와 ‘그’가 살해당했다며 소란을 피우고, ‘그’가 로미오인 줄로 착각한 줄리엣은 절망한다. 두서없는 유모의 탄식 속에 죽은 사람이 로미오가 아니고 티볼트인 것을 알게 된 줄리엣은 처음에는 로미오가 사촌오빠를 죽인 것에 분노하며 로미오를 원망하지만, 곧 로미오가 자신의 남편이고 죽은 사람이 로미오일 수도 있었음을 상기하고는 유모에게 로미오를 변호한다. 그러나 줄리엣은 유모의 말을 통해 로미오가 추방명령을 받았음을 알고 다시 상심하면서 로미오 없는 베로나는 죽음과 같다며 절망한다. 이를 보다못한 유모는 로미오를 데려오겠다며 로렌스 수사의 거처로 로미오를 찾으러 간다.

한편 티볼트를 살해한 후 로렌스 수사의 거처에 숨어 있던 로미오는 자신이 추방령을 받았음을 알고 절망한다. 로렌스 수사는 사형을 면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위로하지만, 로미오에게 추방령은 사랑하는 줄리엣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의미이므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로렌스 수사는 그의 극단적 태도를 나무라며 그 동안 배운 철학을 다 잊었냐고 꾸짖지만 줄리엣을 잃는다는 생각에 절망한 로미오에게는 그 모든 것이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이때 노크 소리가 나고, 그 소리에 놀란 수사는 로미오에게 숨으라고 하지만 자포자기한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결국 억지로 로미오를 숨긴 로렌스 수사는 문을 열어주고 유모가 들어와 줄리엣의 슬픔을 알려준다. 로미오는 절망하여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하고 수사는 로미오의 성급함을 나무라며 남자답게 슬픔을 이겨내고 가서 줄리엣을 만나 위로해주라고 한다. 로미오가 줄리엣과 첫날밤을 보내고 동이 트기 전에 베로나를 떠나면 자신이 차차 좋은 방도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로미오는 이 말에 따르기로 하고 자신의 대부이자 스승인 로렌스 수사와 작별한다.

한편 카풀렛 가에서는 티볼트의 죽음을 하루 빨리 잊기 위해 줄리엣과 파리스 백작의 결혼을 서두르기로 하고 줄리엣에게 통보한다. 놀란 줄리엣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자신은 티볼트의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그 결혼을 피해보려 하지만 오히려 카풀렛의 격분만 살 뿐이다. 원래 성질이 급해 누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참지 못하는 카풀렛은 딸의 예상밖의 거절에 화가 나, 줄리엣이 당장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의절하여 집에서 쫓아내겠다며 펄펄 뛴다. 사면초가에 처한 줄리엣은 유모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유모마저 로미오는 잊고 백작과 결혼하라고 하고 줄리엣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줄리엣은 마지막으로 로렌스 수사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겠다면서 "모든 것이 다 잘못되어도 적어도 내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오히려 담담하게 말한다.



제4막 - 여기 약이 있어요. 당신에게 건배를!

파리스 백작은 로렌스 수사에게 와서 결혼식을 주재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때서야 카풀렛 가에서 줄리엣을 백작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수사는 놀란다. 줄리엣은 수사를 찾아와 이 결혼을 피할 방도를 알려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수사는 좋은 방책이 떠올랐다면서 줄리엣의 결심이 그 정도로 확고하다면 모험을 해보자고 한다. 일단 파리스 백작과 결혼하겠다고 해서 집안 식구들을 안심시킨 다음, 자신이 주는 약을 먹으라는 것이다. 그 약을 먹으면 42시간 동안 죽은 듯이 있다가 그후에 깨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자신은 그 사이에 로미오에게 연락해서 줄리엣이 깨어날 때쯤 그가 도착하도록 하겠다고, 그후에 두 사람은 은밀히 만투아로 도망가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줄리엣은 자신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당장 그 약을 달라고 한다.

한편 카풀렛 가에서는 결혼준비가 한창이다. 말로는 티볼트의 상중이라 소박하게 결혼식을 열겠다고 하면서도 카풀렛은 요리사를 20명씩이나 동원해 떠들썩하게 잔치를 준비한다. 이때 줄리엣이 들어와 아버지의 말씀대로 순종하겠노라고 하자 카풀렛은 기뻐 어쩔 줄 모른다. 결혼식은 바로 다음날이고, 흥분한 카풀렛은 잠도 안 자고 결혼식 준비를 직접 지휘하겠다며 신나 한다.

줄리엣은 결혼 준비를 도와주겠다는 유모도 일찍 물리치고 혼자 방에서 약 먹을 준비를 한다. 내일 강제로 백작과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결심으로 단도까지 꺼내놓지만 막상 42시간 동안 죽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약을 먹기란 쉽지 않다. 만약 다시 깨어나지 않고 영영 죽어버린다면, 혹은 너무 빨리 깨어나서 무덤 속에 혼자 있게 된다면, 그래서 죽어 썩어가는 선조들과 티볼트의 시체와 함께 있어야 한다면, 줄리엣의 상상과 두려움은 끝이 없지만, 마침내 “로미오, 로미오, 로미오, 여기 약이 있어요. 당신에게 건배를!”이라는 말과 함께 과감하게 약을 들이키고 쓰러진다.

다음날 아무것도 모르는 유모는 줄리엣을 깨우러 들어가고 그녀의 ‘시체’를 발견한 유모의 비명에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든다. 외동딸인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카풀렛과 부인은 넋을 잃었고, 신부를 맞으러 왔다가 졸지에 비보를 들은 파리스 백작도 어쩔 줄 몰라 한다. 모두가 놀라움과 비통함에 빠져 있을 때 로렌스 수사가 사태를 수습하면서 줄리엣의 시체를 카풀렛 가의 납골당에 안치하자고 한다.



제5장 - 베로나의 이름이 남아 있을 때까지

베로나에서 추방돼 만투아에 머물고 있는 로미오는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면서 등장한다. 자신이 죽어 있는데 줄리엣이 들어와 자신의 입술에 키스로 숨을 불어넣었고 그래서 자기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이때 로미오의 하인인 발타자가 베로나의 소식을 갖고 숨가쁘게 들어온다. 줄리엣이 죽어서 카풀렛 가의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소식을 들은 로미오는 의외로 담담하게 “그렇게 되었느냐?”면서 즉시 오늘밤 베로나를 향해 출발하겠노라고 한다.

로미오의 창백한 얼굴과 예사롭지 않은 기색에 놀란 하인은 로미오를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로미오는 그를 물리치면서 로렌스 수사로부터 편지가 없었느냐고 묻는다. 하인이 없었다고 하자 로미오는 말을 준비하라며 하인을 내보낸다. 혼자 남게 된 로미오는 “줄리엣, 오늘밤 당신과 함께 눕겠소”라면서 줄리엣을 따라 죽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독약을 살 수 있는 곳을 생각해낸다. 만투아의 한 약제사가 가난에 찌들린 나머지 거래가 금지된 독약을 조제해 판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로미오는 즉시 약제사에게 가서 거금을 주고 독약을 산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즉시 죽일 수 있다면서 마지못해 약을 파는 약제사에게, 로미오는 자신이 준 금화야말로 이 독약보다 더한 해를 끼치는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약제사에게 독을 준 것이라며 그를 배려한다. 이제 로미오는 로잘린을 짝사랑하던 때의 그 철없던 로미오가 아니다. 줄리엣과의 사랑과 시련을 통해 성숙해진 것이다.

한편 로렌스 수사는 존 수사를 통해 로미오에게 보낸 편지가 갑작스러운 역병의 창궐로 길이 막혀 되돌아오자 몹시 당황해한다. 역병이 전염될까 봐 걱정하는 시 당국이 길을 막았고 편지를 가져갈 사자조차 구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에 로렌스 수사는 계획이 잘못될까 걱정하면서, 납골당의 문을 뜯어낼 도구를 가지고 황급히 납골당을 향한다. 줄리엣이 깨어날 시간이 다 된 것이다.

한밤중 납골당 밖에서는 파리스 백작이 하인 하나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자신의 신부가 될 뻔했던 줄리엣의 무덤에 꽃을 바치러 온 것이다. 파리스 백작이 꽃을 뿌리며 줄리엣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때, 하인이 신호를 보낸다. 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백작은 몸을 숨기고, 로미오와 그의 하인 발타자가 횃불과 쇠지레를 가지고 등장하는 것을 본다. 로미오는 하인에게 편지를 주면서 다음날 자신의 부모님께 전달하라고 하고, 무슨 소리를 듣건 뒤돌아보지 말고 멀리 가라고 한다. 다시 되돌아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넉넉한 돈을 주면서 로미오는 자신의 하인을 보낸다. 발타자는 협박에 못 이겨 자리를 뜨지만 로미오가 걱정되어 근처에 숨는다.

로미오는 납골당 문을 지렛대로 억지로 뜯어 열면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을 삼켰으니 자기까지 마저 삼키라며 무덤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때 숨어 있던 파리스가 뛰쳐나오면서 로미오가 무덤을 여는 것은 카풀렛 가의 시체들을 훼손해 욕보이려는 속셈이라면서 그를 체포해 끌고가겠노라며 공격한다. 뜻하지 않게 파리스의 방해를 받은 로미오는 처음에는 예의바르게 파리스를 대하면서 자신은 지금 절망적인 상태이니 건드리지 말고 그냥 떠나라고 충고하지만 파리스가 계속 공격하자 맞받아 싸워 결국 파리스를 죽인다. 파리스의 하인은 사람들을 부르러 뛰어나가고 로미오는 그때서야 파리스가 줄리엣과 결혼하려 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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