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의 하루
구연미 지음 | 글이
호모 루덴스의 하루
구연미 지음
글이 / 2021년 6월 / 392쪽 / 15,000원
Chapter 1. 혼자 떠나며
01 물과 함께 춤을 Kyushu, Japan
봄비와 함께 춤을: 밤새 비가 내려서인지 아침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2박 3일 가까운 일본 규슈 지역 여행이라 캐리어도 몸도 다 가볍다. 몸이 가벼운 데에는 어젯밤 엄마 기일에 가족들에게서 받은 행복감이 일조했으리라. 공항 가는 내내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제법 굵고 시야가 흐리다. 결항을 염려했으나 다행히 비행기가 뜬다. 몇 해 전부터 주야와 나는 각자의 스케줄을 인정하고 지원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처럼 공항에서 가볍게 작별을 하며 헤어진다. 잘 다녀와. 잘 다녀올게요. 수고해. 조심해. 곁에 있던, 화통하게 생긴 가이드가 오히려 왜 같이 가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시간이 맞으면 함께 가서 좋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라도 얼마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우리는.
열한 시에 김해 공항을 출발해서 열두 시쯤 사가 공항에 도착한다. 일본은 참 가까운 나라다. 공항 근처 샤부요라는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데, 혼자라도 1인상을 따로 차려 준다. 다른 팀과 합석해 불필요한 인사치레를 하며 식사하지 않아서 편하다. 각종 야채를 넣은 국물에 고기를 담가 소스에 찍어 먹는다. 비 오는 날에는 뜨끈한 국물이 딱이다. 직원이 친절하게 고기를 리필해 준다. 혼자 먹는 양이 있어 ‘스미마셍’ 하며 거절의 마음을 전한다. 일본인들은 ‘아리가또’보다 미안하다는 표현인 ‘스미마셍’을 더 많이 쓴다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배려심이 몸에 배여서리라.
비가 살짝 그치는 듯하다가, 카시마에 있는 유토쿠니이나리 신사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바람비가 흩뿌리자 일행 중 다수가 옷과 신발이 젖으면 감기 걸린다며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단다. 헐, 내 사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길을 나서 그곳 문화와 자연을 느끼면 되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핑계람! 조그만 접이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리니 비바람이 불어도 날씨가 춥지 않아 갈 만하다. 이건 분명 봄비다. 가이드랑 나와 모녀 두 명만 유토쿠니이나리로 간다. 작은 우산이 뒤집힐까 한 손으로 우산 끝을 잡고 고개를 낮게 숙이고는 신사 입구에서 기념 셀카를 찍는다.
비에 젖은 채 붉게 늘어선 텐본토리 사이 돌계단을 재빠르게 걸어 오른다. 다람쥐마냥 비 사이로 내달리며 비에 젖은 신사를 이리저리 해찰한다. 빗물에 젖은 돌계단과 끝없이 이어진 붉은 토리들, 초록초록한 숲과 이끼가 껴 검푸른 담벽. 빗속 선명한 색채의 향연은 두 눈을 영롱한 빛으로 가득 채운다. 계단 옆 석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작은 동자상 하나. 동자승은 붉은 털실로 짠 모자와 가사를 걸친 채, 오는 비를 소롯이 맞으며 선정 중이다. 누군가가 헌화한, 흰 화병에 꽂힌 서너 송이 앙증맞은 꽃들 덕분에 그다지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우중에 경내를 둘러보면서 절로 흥얼거리게 된 노래가 봄 처녀다. ‘봄 처어녀 재 오시네, 새 푸울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2월 3일이라도 이 비는 봄비고 봄은 이미 여기 와 있고, 비를 맞고도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사진 속 인물은 분명 봄 처녀다.
타케오로 이동하는 길에 있는 유메타운이라는 쇼핑센터에서 자유 관광도 하고 저녁도 각자 알아서 해결하기로 한다. 이후 특별한 일정이 없는 터라 시간도 넉넉하다. 유메타운은 우리나라 이마트 같은 곳이다. 카트를 끌고 여유롭게 1층 식품관을 둘러본다. 앙증맞고 예쁜 사케 병들이 진열된 곳이 제일 먼저 나를 유혹한다. 한 도쿠리 정도의 양인 사케가 예쁜 병에 보석처럼 담겨 있다. 네 병이나 고르고, 조각 치즈도 종류별로 담는다. 가이드가 품질이 좋다고 소개한 사각 통에 든 요거트도 담고 생선 코너에서는 소포장 된 싱싱한 연어와 히라스 회도 담는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2층 의류 코너와 잡화 코너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잰걸음으로 휘익 둘러보고는 1층 푸드 코드로 도로 내려간다. 패스트푸드점 두 곳 정도와 면류와 밥류를 파는 식당 두세 곳이 전부다.
간단히 돈코츠 라멘을 시키고는 나만의 저녁 만찬을 벌인다. 돈코츠 라멘과 생선회의 궁합을 상상하며 회 소포장을 뜯어보니, 웬걸, 와사비와 간장이 없다. 우리나라 회 포장과 같을 거라 여겨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쩝! 다시 사러 갈 수도 있으나 무슨 오기인진 몰라도 ‘에라 모르겠다, 싱싱한 생선 살을 그냥 맛보지 뭐.’ 하고는 기묘한 조합의 저녁을 경험한다. 회 한 점을 생으로 먹고는 사케 한 잔을 곁들인다. 생선회를 와사비장 대신 사케에 찍어 먹은 셈이다. 묘하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다. 유메타운에서 생선회를 사케와 함께 날로 먹던 추억 하나를 쟁여 간다.
유메타운을 나오니 저녁 하늘이 어둑하다.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전선줄 위 검은 까마귀 떼가 오선지 위 음표처럼 찍혀 있다. 까악, 까아악. 을씨년스럽다. 가이드에게 일본인들은 까마귀를 길조로 여기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네들도 까마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하도 많으니 그냥 길조라 여기기로 한 거란다. 함께 웃었다.
타케오는 작은 마을이어서 한적하다. 숙소는 유메타운에서 멀지 않다. 비즈니스호텔이라 방이 무척 작다. 둘이 자는 팀은 침대가 작아 잠자리가 불편했다 한다. 난 혼자라서 괜찮았다. 호텔 신관에 대욕장이 있다 하여 기대하고 갔는데, 대욕장이 대중이 두루 사용하는 온천탕이란 뜻이지 온천탕 규모가 크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조그만 욕탕 두 개가 전부다. 그러나 유황 온천이라 물이 좋아서 그런지 피부가 미끌거리고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그 곁에 조그만 노천탕이 하나 딸려 있는데 아무도 없다.
나 홀로 뜨거운 김이 솔솔 올라오는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 바람이 불어도 춥지가 않다. 밤바람이 노천탕에 늘어선 관음죽 잎사귀들을 흔든다. 사락사락 사라락 잎들이 스치며 내는 소리가 밤하늘을 은은히 흔든다. 참 고운 소리다. 잠시 지구인이 아니라 천상녀가 된다. 호텔의 까실한 이부자리는 언제나 옳다. TV를 켜지도 않고 드러누워 핸드폰을 꺼내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메모장에 엄마 기일에 느낀 바를 글로 남겨 두고자 끄적거리다가 혼곤히 잠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Chapter 2. 둘이 손잡고 걸으며
06 포상 휴가 까오, 슈웅! Kaohsiung, Taiwan타이난에서: 인천에서 출발하지 않고 김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면 한나절을 벌게 된다. 출발부터 가볍다. 차를 버리고 지하철을 갈아타고는 8시 30분까지 공항으로 간다. 패키지여행이라 팀원을 만나는 것은 대만 까오슝 공항에 도착해서다. 여유롭게 육개장과 해물된장찌개로 아침을 먹는다. 10시 40분 출발. 대만까지 약 2시간 40분이 소요되고, 시차는 한 시간 정도다.
에어부산은 저가 항공이라 기내 음료나 음식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본인 부담으로 직접 주문하면 된다. 나쁘지 않다. 주야는 맥주 한 캔과 마른안주를 시키고 나는 원글라스 레드와인 한 잔을 시켰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팩을 따서 작은 컵에 부으니 반 잔이 채 안 된다. 적절하다. 남편은 책을 읽고 나는 그냥 졸았다. 대만 까오슝으로 슈웅, 날아갔다. 금방이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밟고 발 빠른 내가 먼저 나가 캐리어를 기다렸다. 근데 우리 캐리어랑 똑같이 생긴 걸 어떤 아가씨들이 들고 나가는 게 아닌가! 느낌이 좋지 않다. 그래도 어디 같은 캐리어가 한두 개겠냐, 하고 기다리니 똑같은 보라색 캐리어가 나온다. 얼른 수하물 표를 확인하니 아뿔싸, 우리 게 아니다. 돌발 상황. 둘이 놀라 공항 로비로 달려 나갔다. 가이드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셋이서 레이저 눈빛으로 그 아가씨들과 우리 가방의 행방을 찾아 헤매며 뛰어다녔다. 그들이 공항을 빠져나가면 낭패다. 속이 타고 입이 바짝 마른다. 시작부터 웬 날벼락이람!
공항 로비에서 문제의 그녀들과 보라색 캐리어를 발견한다. 어찌나 반갑던지! 가방이 열리지 않으니까 그제야 뭔가 잘못된 걸 인지한 모양이다. 당황해서 그런지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뭐 이런 삐리리들이 다 있나 싶다. 살짝 괘씸했으나 천만다행이다. 액땜했다 치자. 사실 원래 쓰던 캐리어에는 표식으로 리본과 명찰을 달아 두었다. 그런데 아들이 낡은 우리 캐리어를 빌려 쓴 후, 큰맘 먹고 아빠 생일 선물로 사 준 보라색 중형 캐리어였다. 출국할 때 남편에게 표식으로 손수건이라도 달자고 하니 괜찮을 거라 했다. 살면서 두 여자―네비와 아내―말만 잘 들으면 남자는 노후가 편하다 했거늘, 쩝! 평상심을 잃으면 이런 실수가 생긴다, 그쪽도 우리도.
서둘러 우리 팀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른다. 모두 열세 명인데 세 팀이다. 울산 중장년 언니들 여덟 명, 경주 부부와 아들 세 명과 우리 둘. 적절하다. 대만은 섬으로 면적이 우리나라 절반보다 조금 작은 나라다. 인구 밀도는 우리나라보다 높다. 수도 타이페이를 중심으로 주로 대만 산맥의 왼쪽에 사람들이 밀집해 산다. 우리가 가는 까오슝도 타이난도 다 왼쪽 아래에 있는 항구 도시다.
대만의 옛 수도인 타이난으로 이동한다. 아마 한 시간 반가량 간 것 같다. 현지 시간으로는 거의 두 시 반이 다 되어 다들 배고픈 시간이라 현지식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대만 음식은 대체로 우리 입맛에 맞아 맛있다. 시장통을 지나간다. 활기가 넘친다. 대만인들의 70퍼센트 이상이 장사한단다. 온갖 먹을거리와 재료들과 갖가지 생필품들이 좌판에 널려 있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마다 즐거운 표정이다.
고정불변의 인간은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므로, 서로는 서로에게 필연적인 생의 에너지가 될 수밖에 없다. 우울하거나 외로운 이들이여! 활발발(活潑潑)한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라. 어깨를 부딪쳐 가며 걸어 보라. 구경하면서 걷는 발걸음은 들뜨고 절로 호주머니 속 잔돈들은 짤랑이기 시작한다. 시장통을 누비는 동안, 나이 든 나는 사라지고 호기심 가득한 어린 소녀만 있다. 음식 만드는 소리와 다양한 향채와 기름 냄새와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행복은 현재 진행형이고 우리는 늘 찰나에 존재할 뿐이다.
시장 중심에 거대한 도교 사원이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마다 도교 사원이 자리한다. 현판에 ‘성모안란(聖母安瀾)’이라 적혀 있다. 간자체로 써 놓아 마지막 한자는 잘 모르겠다. 도대체 왜 도교 사원에 ‘성모’가 나오며, ‘안란’은 또 무슨 뜻이지? 돌아와서 혼자 궁리하다 마지막 글자는 딸에게 물어 확인했다. ‘물결 란’이란다. 그렇구나! 대만은 섬나라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성모’는 ‘바다를 관장하는 여신’을 뜻한다. ‘성모안란’은 곧 ‘바다의 여신에게 고요한 물결처럼 평온한 삶을 바라는 보통 사람들의 염원’을 나타낸 것이다. 대만에서 성모, 마조는 도교의 최고신인 옥황상제급으로 추앙된다 한다.
사원의 지붕 한번 요란하다. 온갖 상상 속 동물들과 실재하는 동물들, 여러 신과 역사 속 인물 형상들이 지붕 마루에 현란하게 설치되어 있다. 좀 야단스럽다. 입구에 《서유기》 속 삼장법사의 제일 제자인 손오공 분장을 한 문지기가 서 있다. 근두운은 없지만 머리에 금빛 긴고테를 두르고 여의봉은 들고 서 있다. 친구 저팔계나 사오정은 안 보인다. 손오공 뒤쪽에 서서 까불거리며 살짝 한 컷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신이 검은 조각상으로 자리를 잡고 붉고 누런 옷들을 걸치고 앉아 있다. 대만 사람들은 소원을 비는 신들을 선택해서 기도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도교 사원은 종합 선물 세트처럼 자신만의 신을 골라 기도할 수 있는 곳이다. 경내는 경건하기보다는 약간 번잡스러워 보인다. 물론 현지인들은 신심을 다해 향을 사르고 기도를 하고 있다. 신이 어떤 형상을 하고 있든 지구별 수십억 인구는 다들 자신만의 신 앞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러면 된 거지!
근처에 덕기 외국 상사와 안평 트리 하우스를 보러 간다. 덕기 외국 상사는 청나라 시절 영국 상인이 설립한 건물이다. 차 수출과 보험 및 은행 업무를 보던 건물로 아치형의 유럽풍 건축물이다. 바깥에서 외관만 쓱 봤다. 겉만 봐도 대만의 슬픈 근대 식민지 역사가 보인다. 스페인에서 시작해 네덜란드, 청, 영국, 일본 등 참으로 많은 외세의 식민 지배를 받은 나라다. 저항하기보다 순응하는 쪽을 택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온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대만을 50년간 수차례 지배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대만 거리에서는 일본 느낌이 꽤 난다. 지배국 중 일본과 코드가 맞았나 보다. 일제 36년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저항했던 우리 민족의 성향과는 꽤 달라 보인다. 섬, 반도라는 지형 탓인가 아니면 민족마다 가진 저마다의 성향 탓인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안평 트리 하우스를 들른다. 본래 이곳은 덕기 상사의 창고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일본이 통치하면서도 계속 창고로 사용되었단다. 광복 후 소금 창고로 쓰다가 폐허가 되어 버렸단다. 식민지 비애가 가득한 이 폐허 창고 건물, 지금은 자생하던 벵골보리수(또는 스펑나무)가 완전히 잠식하고 있다. 놀랍고 무시무시한 풍경이다. 인위가 거대한 자연 앞에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인가. 지배자임을 뽐내던 인간들은 간 데가 없고 식민지 역사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던 벵골보리수들만 울울창창할 뿐이다. 벽이든 기둥이든 지붕이든 계단이든 문이든 닥치는 대로 건물을 갉아 먹는다. 땅에 뿌리를 박고 사방팔방으로 겁나게 뻗어 나가 있다. 식물인 나무가 포식자인 동물보다 더 무섭다, 여기선. 이러한 살풍경이 폐허를 유명한 관광 명소로 만들어 놓는다. 자연의 힘은 이렇듯 위대하고도 위대하다.
늘 궁금했던 이 나무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이번 여행이 주는 큰 기쁨 중 하나다. 오래전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을 때 이 벵골보리수 줄기와 뿌리가 사원 전체를 감아 버린 것을 처음 봤다. 그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곳 안평 창고 건물에서도 벵골보리수 줄기와 뿌리가 창고 벽뿐만 아니라 창고 건물 지붕도 다 뚫어 버렸다. SF 영화 속 에어리언처럼 수만 갈래의 나무줄기와 무수히 흩날리는 공기뿌리들은 기괴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놀란 가슴,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며 벵골보리수로 뒤덮인 창고 건물 여기저기를 사진으로 남긴다. 아이스크림으로도 충격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안평 트리 하우스의 벵골보리수는 한마디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안평 트리 하우스 뒤로 옌수이강이 길게 흐르고 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과 흐르는 강물이 평행선을 그리며 펼쳐진 평온한 풍경이다. 하늘다리 보도를 지나 전망대에서 들판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물을 그윽히 내려다본다. 바람이 서늘하다. 남편 손을 꼭 잡고 시장통에 배어 있는 음식 냄새와 왁자지껄한 시장 사람들 소리와 작별하고 차에 오른다.
숙소로 가기 전, 저녁을 먹고 관쯔링 온천욕을 하러 간다. 우리 가이드, 문제 밭이다. 이 자는 따이베이 전문 가이드로 까오슝에 일손이 달려 급파된 자다. 까오슝에 대해서 처음인 우리만큼 모르고 있다.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못 하고 헛웃음만 흘려 가며 선택 옵션 설명에만 열을 올린다. 한나절 겪어 보니, 마음 비우고 편하게 이번 여행을 알아서 즐겨야겠다는 판단이 선다. 상황을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면 집착을 빨리 내려놓으면 된다. 언제든 어디서든 프로는 아름다운 법. 여행은 늘 새로운 깨달음을 선물한다.
관쯔링 온천은 머드욕으로 유명한 곳이다. 온천에 입욕하기 전에 머드를 온몸에 마사지하는 체험을 먼저 해야 한다. 가이드가 머드 마사지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있어 중요한 체험 하나를 놓쳤다. 본인이 온천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제대로 안내할 수 없다. 몰라서 많은 이들이 실내에 있는 온천탕에서만 온천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