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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라 구름 따라

김예리 지음 | 청옥


인생 따라 구름 따라

김예리 지음

청옥 / 2022년 3월 / 125쪽 / 15,000원





제1부 삼광사의 밤



야산의 들국화


계절 따라 치었다가

속절없이 지고 마는 들국화 꽃

기다림에 지쳐 담든 소녀의 꿈이런가



청량한 하늘 아래

청초한 자태 다소곳이

향기로운 너의 체취가 은근하구나



가슴 저리는 사연은

풀벌레의 애절한 울음소리에 실려

가을의 사색이 깊어지는구나



가녀린 웃음 흐드러지니

오가는 이들의 마음 사로잡는 해맑음

산자락이 훤하구나



삶의 뒤안길


해는 서산을 넘고

내 인생은 어느덧 저물녘인데

노을만 붉게 탄다



꽃 같던 청춘 어제 같은데

어느새 황혼의 자락

돌이킬 수 없는 무정한 세월이다



야속하다 탓한다고

가는 시간 붙잡을 수 없으니

노래 한 소절에 애환을 담아 본다



굴곡진 생의 여정 되돌아보니

꿈꾼 듯 아득하다



공원의 새벽


선잠 깨 일어나 간 공원엔

많은 사람이 모여 새벽을 연다



건강이 재산이라

운동 기구마다 장사진 북새통이다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사는 날까지 건강을 지키려 안간힘이다



우거진 숲에 자리한 공원

매일 만나 건네는 인사가 정겹다



새벽이슬에 함초롬 젖은 꽃잎

청순한 얼굴에 새초롬히 웃음 머금었다



九月의 노래


고운 빛깔로 시작된 가을



단풍 든 나뭇잎 모두 꽃처럼 예뻐



내 마음에 쓰는 가을 편지



당신의 이름 부르면 노래가 되었다가



갈바람에 음표처럼 날리니



저절로 떠오르는 시상詩想이다



九月이 도토리처럼 영그니



사색에 빠져 숲길 마냥 걷는다



대변항에서


비릿한 갯마을

갈매기 한가롭게 날고

손질한 물고기

해풍에 제 몸을 맡깁니다



바다에서 일구는 삶의 터전

바람 잘 날 없는

조마조마한 아낙의 마음에서

파도가 일렁거립니다



곧 멸치 떼 걸려들면

은빛 가득 채운 그물 털며

술렁거릴 대변항

봄 바다가 깨어날 겁니다





제2부 호수에 비친 마음



태종대의 추억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지난 추억을 읊조리네



환한 미소로 속삭이던 사랑

한없이 행복했던 기억 생생하네



손 잡고 거닐었던 그 길을

나 홀로 걷네



수많은 사연 가슴속에 묻고

수평선 아득히 바라보네



태종대의 시원한 바람

그 사람의 숨결처럼 느껴보네



솔숲


푸르름 빼곡한 소나무 숲에

솔향기 상큼한 바람

우듬지에 기분 좋게 스쳐

내 마음을 덩달아 흔들어 놓네



세월의 나이테

하나둘 늘어 덩치 커지면

더 푸르름 짙어지는 숲

내 마음을 위로하네



어지러운 세상사

마음 복잡할 때 찾아오면

변함없이 반겨주는 너른 품

나도 너를 닮고 싶구나



청춘


청춘은 아득히 멀어졌고

노을 깃든 황혼 녘에 이르렀네



돌아보면

그립기만 한 아스라한 추억

무정한 세월을 탓해보지만

잰걸음의 인생

휑하니 가버리네



마음 비우는 데 익숙해지는

노년의 삶

감사함을 쌓다보면

모두가 소중한 인연인걸 깨닫네



강물 같은 인생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어서 가자고 인생을 재촉하네



천 리 길 유유히 유랑하는 물길 따라

세월도 함께 가자고 하네



무얼 하고 살았는지

모든 일이 주마등 같이 스치네



추하지 않게 늙고 싶은 마음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네



낙엽


가을 깊어

수북이 쌓이는 낙엽

나무들은 일찌감치 겨울을 준비한다



바스락

낙엽 밟히는 소리에

마지막 단풍 파르르 떨고

한껏 치장했던 형형색색 곱던 잎새

누렇게 변해 낙엽으로 떨어지니

그 모습 처연하다



바람에 뒹구는 낙엽

쓸쓸함이 발에 밟혀 부서지고

마음은 외로움 깊어지니

인생도 눈 깜박할 사이 늦가을이다





제3부 겨울을 위한 서곡



겨울을 위한 서곡


이 밤 떠도는 쓸쓸한 바람

허공에 나부끼는 시든 잎새



별 하나를 지우는 밤하늘 아래

이제 잡은 손 놓으리



견뎌온 생의 덧없음

스친 세월이 주마등 같구나



허무함 부여안고

밤새 더 수척해진 가을 들녘



고단한 운명의 기억 품고

긴 겨울잠 자려 하오



꿈길 따라 천 리 길


예나 지금이나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

샛강 거슬러 올라가면

물방아 돌던 내 고향 보겠지



꿈길 더듬어 찾았던 고향 집은

그리운 부모님 보이지 않고

꽃밭에 잡초 무성하니

잠 깨면 베개엔 눈물 자국 얼룩진다



천리향


마당 가득 채운 향기

언니 옷깃에 묻어

바람 타고 흐르다가

벌 나비 취했던 꽃자리에서

꽃으로 다시 핀다



짙은 향기는

향기로운 속삭임으로

색동저고리에 스민다



꽃에서 풍기는 향기

천 리를 간다고 하여

이름 또한

천리향이라 하네



비의 정경


비 촉촉이 내려

잎새와 꽃망울에 맺힌

그리움

운무에 가려 보일 듯

잡힐 듯



산 중턱 호젓한 카페

창에 어리는

무채색의 풍경을 보며

막연한 그리움

차 한 모금에 담는다





어둠 내리면

뭇별 하나둘 별빛 밝히고

별자리의 신화가

상상의 신비를 펼쳐낸다



별 헤는 마음

이야기 꽃밭 만들고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별똥별 쫓는다



반짝이는 사연

날 궂은 날엔 어디에 두는지

너만의 비밀

넌지시 알려 주렴아





제4부 석양의 여운



임의 목소리


그리운 내 임의 목소리

마음에 여울지면

꽃구경 가자던 약속이

새삼스럽습니다



삶의 언저리마다 쌓인

사랑의 속삭임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던 약속

새록합니다



어디선가 들릴 것 같은

당신 목소리

마음의 창 열어 놓고

귀 기울입니다



은하수


수많은 뭇별들이

어둠 깔린 하늘을 수놓아요



허공을 떠돌던

그리움의 몸짓이었던가요



길쓸별 사연을 안고서

빛의 금을 긋네요



별자리 전설 들어 달라고

보란 듯 반짝거리네요



나는 은하수를 떠도는

꿈의 유랑자랍니다



허수아비


황금벌판 노니는 참새

여문 곡식 탐내고

허수아비 근엄한 표정은

아랑곳없다



갈바람 스치며

두 팔 휘저어 쫓아내 보지만

겨우 잠자리 몇 마리

졸음을 깨웠을 뿐이다



뙤약볕 속에 선 허수아비

농부의 마음으로

풍요로움 지키는 노력에

가을이 영근다



낙엽


달무리 진 밤

희뿌연 물안개 산허리 오르면

마지막 목마름 달래고

갈 길 서둘러야 했나 보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

가을 산은 더 야위어가고

다람쥐 낙엽 뒤져

도토리 찾느라 부지런 떤다



내 마음 속

그리움도 부스럭거린다



불두화


불두화 피어나는

절 마당 가장자리에서

연초록 차츰 하얗게

무유정법 설법하듯 하네



벌, 나비의 구애도 마다하는

구도자의 엄숙함

열매를 맺지 않으니

꽃말처럼 제행무상이로고



예불 소리에 들으며

불두화 떨어져 열반에 든 자리

한 송이 흰 구름

법당 향해 백팔 배 한다





제5부 인생의 태엽



나루터 연정


그리운 그대 모습 떠올리다가

나는 울었소

나루터에 버려진 빈 배처럼

기다림에 지쳤소

두견새 울고 간 언덕빼기에서

사랑의 갈증에 시달렸소

흰구름 흘러가는 강물 위에

그리움 흘려보냈소

잔물결에 발 담근 갈대처럼

가만가만 울었소



빈 들녘에서


바람 산득해지면

허허로운 벌판을 향해가는가

텅 빈 마음 안고

빈손의 겸손으로 떠나가는가

가난해지는 계절

정情 둘 곳 없어 헤매는가

사랑의 이삭 줍는

간절한 나의 기도가 들리는가



계절의 순리


분홍빛 꽃망울 터질 듯

설레는 잠시 꽃동산 이루더니



초록빛 짙어진 산야

꽃그늘 밑에 무더위 식히더니



화려한 단풍 고운 맵시

낙엽 되어 우수에 젖게 하더니



눈 덮인 나목 앙상한 가지 끝에

바람의 휘파람 걸어 두더니



오가는데 미련을 두지 않는 계절

자연에서 생의 이치를 배운다



노을의 들녘


노을 번지는 임 떠난 길가

무리 지어 핀 코스모스

목 길게 빼고

하늘거리는 기다림으로 섰다



추수를 끝낸 빈 벌판

어둑발 그리움 몰아오는 길

허수아비 어깨에

외로움 얹어두고 오는 길



임 떠난 그곳으로

기러기 떼 날아가는데

나 홀로 걷는 그곳에

일찍 뜬 달이 따라 걷는다



소백산 구인사


연꽃처럼 피어나는 소백산 기슭에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



수행하여 정진하는 고난의 길

부처님께 기도하며 불심의 마음 닦네



성불 참배 무릎 꿇고 관음경 염불 소리

참선의 도량 아름다운 구인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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