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 지음 | 미래타임즈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나태주, 용혜원, 이정하 지음
미래타임즈 / 2017년 11월 / 188쪽 / 13,000원
마음 하나. 느낌
보여줄 수 없는 사랑_ 이정하
그대 섣불리 짐작치 마라.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의 크기가 작았을 뿐.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그대가 본 것이 작았을 뿐.
하늘을 보았다고 그 끝을 본 건 아닐 것이다.
바다를 보았다고 그 속을 본 건 아닐 것이다.
속단치 마라. 그대가 보고 느끼는 것보다
내 사랑은 훨씬 더 크고 깊나니.
보여줄래야 보여줄 수 없는
내 깊은 속마음까지 다 보지 못하고
그대 나를 안다고 함부로 판단치 마라.
내 사랑 작다고 툴툴대지 마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
마음이 작다고 어디 사랑까지 작겠느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사랑은, 내가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네가 느껴야 하는 것이다. 왜 보여주지 않느냐고, 정말 사랑하긴 하느냐고 매번 툴툴대고 투정부리는 사람은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떠볼 일이다. 차마 다 보여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보이는가.
사랑은 말이다. 눈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다. 눈을 뜨고 보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 눈을 감았을 때,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닐 것이다. 그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쓴 다른 욕망일 뿐이다.
휴식 같은 사랑_ 이정하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그늘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무성한 줄기와 잎을 드리운 나무
그 아래 잠시 쉴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
그것은 의자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삶이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쉬었다 갈 수 있게 하는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진심 어린 배려가 담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물러앉더라도 그를 위해
자리 하나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나무 그늘 같은 사랑
작은 불빛 같은 사랑
팍팍한 삶의 길
따스한 위안이 되어주는
우리 모두 그런 사랑이 되자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휴식 같은 사랑
자기 헌신과 희생이 동반되어야 사랑은 아름답다. 자신이 지면서도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처럼.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는, 자신은 물러나 앉더라도 그를 위해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그런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마음 둘. 동행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_ 용혜원
그대에게
기억하고 싶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있습니까
그 그리움 때문에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기는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삶은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삶에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삶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많아야 살맛이 난다. “혼자 만들면 기억이 되고 둘이 만들면 추억”이 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시인은 언어의 색깔을 가지고 삶의 풍경을 스케치하듯 그려놓는다.
“삶이란 손님처럼 왔다가 주인처럼 살다가 나그네처럼 떠나간다.” 삶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기에 멋지게 살기를 원한다. 나는 늘 삶을 아름답게 살고 싶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시를 쓰고 싶어 한다. 어느 해 늦은 가을에 양평에서 강의를 끝내고 시간이 남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혼자 강변을 거닐고 있는데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마음을 몽땅 흔들어 놓았다.
동행_ 이정하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
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서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산다는 건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비틀거리고 더듬거리더라도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들어선 이상 멈출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그 외길…….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아아, 그것처럼 내 삶에 절실한 것은 없다.
혼자 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즈음이다. 정작 필요할 때 그는 내 옆에 없었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 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 돌아서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네 삶은 외로움과 동행인 듯싶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간절히 소망하는지도 모른다. 함께 걸어 줄 누군가를.
행복_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나라고 어찌 행복이란 것의 진상을 일찍이 알았겠는가. 뜬구름잡이 같은 인생에 뜬구름 잡는 행복론자였다. 그래서 늘 불행했고 마음이 갈급했고 따분한 날들이었다. 60 나이에 가까운 날들. 나는 아내와 자주 마을길 산책에 나섰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그렇게 마을길을 돌고 산길을 돌면 몸이 피곤한데 마음은 편안해졌다. 그것을 알기에 아내도 즐겨 동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후유, 이제 지치고 힘들고 해도 기울고 저녁 시간이 되었으니 여보, 우리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말했을 때 가슴에 인생의 회한 같은 것이, 슬픔 같은 것이 강물처럼 밀려들어왔다. 새들도 하늘 길 열어 집으로 돌아가고 사람의 그림자도 길게 늘어져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가.
이런 때 우리가 돌아갈 한 칸 집이 없었다면 어찌했을까? 그즈음에서 나온 시가 바로 이 시 <행복>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고 기뻐하는 마음이 행복이란 것을 아슴하게 깨달은 것도 그즈음의 일이다.
우리 사랑하고 있다면_ 용혜원
우리 사랑하고 있다면
다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사랑을 잊지 않는다면
목이 쉬도록 부르고픈 이름
그대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을 가슴에 담아놓고
온몸의 핏줄을 묶어놓으려 해도
핏줄 속까지 흐르는 그리움의 소리를 막을 수 없다
못 견디어 몸살 나도록 풀리지 않는
아픔으로만 남고 싶지 않다
떠나가려면 아주 떠나가라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느닷없이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이냐
마음이 허전함 때문이라면
그 그리움은 잘못이다
잊으려면 아주 잊어버려라
우리가 사랑하고만 있다면
다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
사랑을 잊지만 않는다면
“아내가 예뻐 보일 때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부부 사이는 살면 살수록 더 닮아가기에 깊은 정이 생겨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랑에 빠져들었다. 사랑은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 꽃은 피어야 하고 비는 내려야 하고 바람은 불어야 한다. 부부 사이의 대화 속에서 사랑은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대화 속에서 사랑은 더 깊어 갈 수 있다. 사랑의 대화는 서로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든다.
요즘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와 눈이 마주치면 개구쟁이처럼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밤새 보고 싶었지?”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마구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아내의 얼굴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아내가 웃는 모습에서 나의 행복을 읽을 수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은 서로가 닮아가고 서로가 양보하고 서로가 감싸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다. 부부는 평생을 삶이란 여행 속에 동반하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혼이 깃든 순수한 사랑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것은 서로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꾸미고 변명하고 거짓을 숨겨 놓으면 결코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다. 부족하면 채워주고 넘치면 나누어야 한다. 아침에 따뜻하게 아내에게 보낸 따뜻한 말 한 마디는 맛있는 한 잔의 커피로 나에게 다가온다. 아내가 타 주는 한 잔의 커피로 시작되는 아침은 참 기분이 좋다.
마음 셋. 소원
아침 이슬_ 용혜원
풀잎들도 밤새도록
한 맺히게 슬펐나 보다
이른 아침에 풀잎마다 눈물 맺혀 있다.
관심은 그 사람 마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 주는 것이다. 간섭은 내 마음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 주는 것이다. 간섭이란 일종의 감금이다.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에 가둬두는 것이다. 관심은 사랑을 만들고 그리움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움은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을 말한다.
영화 철도원에 “그리움을 놓치지 않으면 꿈이 이루어진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삶 속에서 관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 시인도 삶에 관심이 있고 자연에 관심이 있고 세상살이에 관심이 있어야 시를 쓴다.
아끼지 마세요_ 나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 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이 시는 아내에게 전하는 말을 시의 형식으로 바꾼 작품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집사람은 너무나 살림을 잘하는 사람으로 무엇이든지 아끼고 무엇이든지 소중히 여긴다. 몸에 밴 절약이고 검약이다.
실은 이러한 살가움에 기대어 내가 이때껏 그런 대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가 도무지 없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열심히 일하고 치열하게 아끼며 살았으면 한 번쯤은 쓰기도 하고 자신의 수고로움에 보상을 하기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러한 생각이 이 시를 쓰게 했다.
그러한 마음과 그러한 충고는 어찌 우리 집사람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랴. 나 또한 스스로를 살피고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하면서 살아야 할 인생이 아니던가!
마음 넷. 약속
길을 걷는다는 것은_ 용혜원
길을 걷는다는 것은
갇혔던 곳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나가는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
늘 분주했던 마음에는 여유가 생긴다
걸으면
생각이 새로워지고
만남이 새로워지고
느낌이 달라진다
바쁘게 뛰어다닌다고
꼭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
삶은 체험 속에서 변화된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기라는 울타리 안에
자기라는 생각의 틀에
꼭 갇혀 있는 사람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
사색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평온하도록 고요함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명상이 망상이나 몽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색은 홀로일 때 진정한 사색을 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곳에서는 사색이 될 수 없다. 홀로 있을 때 진정한 자아,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고 찾을 수 있다.
꽉 닫힌 마음의 뚜껑을 열어야 사색을 할 수 있다. 모든 부정적이나 잘못된 것과 병은 닫힌 마음에서 시작된다. 생각을 잘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사색이다. 사색을 통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얼굴이 밝아지고 어깨가 펴지고 눈이 반짝인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나도 남도 행복할 수 있고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들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_ 용혜원
들꽃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옭아매던 것들에게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숲 향기를 온몸에 받으며
들꽃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맑아졌다는 것이다
늘 벗어나려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얽매이게 되는 것들을
훌훌 털어내는 것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순간
생각하는 것들이 바뀌는 순간
우리들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들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들꽃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어떤 이유도 말하지 않고
어떤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온몸을 다하여 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틀 안에 숨어 살며 괴로움에 빠지기보다
들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이 진실해진다.
오늘의 시대는 모든 것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감각의 시대이다. 오늘의 다변화된 사회에서 무책임, 무의식, 무감각, 무감동으로 불감증을 앓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 중의 큰 불행이니만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항 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금붕어도 비관해서 어항으로 튀어나왔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으니 참으로 급변하는 시대임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도 감동과 감격을 하면서 살아가는 재미와 맛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