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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같은 해

기연택주 지음 | 큰나무



달 같은 해

기연택주 지음

큰나무 / 2015년 3월 / 320쪽 / 14,000원





하나. 벼리기



글쓰기는 생각을 체에 거르는 일

스승은 가까운 젊은이들에게 늘 글쓰기 중요성을 말씀하셨어. 날마다 일기를 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이나 스치는 생각은 바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지만, 글로 정리해 쓰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생각을 정리 정돈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글쓰기는 나를 찾아가는 기도와도 이어진다. 보다 넓은 사고를 키우기엔 시간이 짧다. 누리를 받드는 살림꾼이 되려면 세상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 공부하는 즐거움을 말씀하셨어. 나도 글을 쓰고 보니 글쓰기는 생각을 체에 거르는 일이라 느껴.

스승이 주신 장학금으로 공부한 문현철 초당대 교수는 이렇게 떠올려.



“스님은 당신이 대학 때 쓴 일기가 대학노트로 몇 권이 있다고 하시면서 일기를 왜 밤에만 쓰려고 하느냐. 쓰고 싶을 때 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일기를 아침에 씁니다. 스님에게 입은 은혜는 등록금보다도 삶이 정돈된 일이 더 큽니다. 모든 문제가 길고 짧은 시간 체에 걸러졌습니다. 스님이 제게 주신 가장 큰 유산은 긍정과 시작 그리고 희망입니다. 제가 대학 4년을 마치고 나니까 스님은 강원도로 들어가셨어요.”

청소 공덕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이나 먼지 끼지 않게 하라.

신수가 읊은 게송으로 우리 마음을 밝은 거울에 견줘, 구석구석 쓸고 닦아내면서 바깥에 쌓인 티끌과 먼지만 닦이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도 맑고 투명하게 닦이기 때문이다. 스승이 말씀하신 청소하는 힘이야. 쓸고 닦는 정갈하고 무심함이 공양을 올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는 스승은 언제 뵈어도 파랗게 날이 선 가사 장삼을 걸치고 계셨어.

내 곁님도 청소와 정리는 똑 부러져. 이따금 밥하기는 귀찮아해도 청소나 빨래는 끝내줘. 무슨 일이든지 미리 계획하고 움직여야 하고 집 안을 치우지 않으면 잠도 잘 못 자는 성격이야. 무엇이든지 쓰고 난 뒤 제자리를 찾아 두지 않으면 불호령이 튀어. 양말을 뒤집어 벗어던진다든지, 여기 한 짝, 저기 한 짝 널브러져 있는 꼴을 도통 못 보지. 내 그런 버릇은 결혼 초기에 완전히 고쳐졌어.

내 곁님은 성미도 퍽 급한 편이야. 무슨 일이든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해치우는 성격인지라, 집에서나 회사에서 “선반 위에 상자를 치울까 말까?” 궁리하며 말을 내뱉는 사이에 “선반 위에 상자를 치울……”까지만 듣고는 냉큼 상자를 치운 적이 다반사였어.

스승은 내 곁님보다 더 급하면 급하셨지 결코 모자라지 않으셔. 길상사가 창건되고 몇 해 지나지 않은 창건법회에서 절 살림에 많은 애를 쓴 불자들에게 공로패를 줄 때 일이야. 그때만 해도 길상사 살림살이가 아직 어설프고 짜임새가 갖춰 있지 못할 때여서 “절집에서 하는 일들이 그렇지 뭐.” 하는 지청구를 스승께 들을 때였어.

공로패를 드릴 때 보통 주는 분께서 패에 담긴 얼거리를 읽지 않고 사회자가 대신 읽어드리잖아. 그런데 그때 공로패 받을 분이 미처 앞으로 나오지 않아 내용을 읽지 않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승께서 답답하셨는지, “공로패, 아무개 거사 위 불자는…….” 하고 줄줄 읽어나가셨어. 지금이라면 스승 성격이 워낙 급하시니 그러시려니 하고는 좀 느긋했으련만, 그때만 하더라도 스승 성격을 미처 알기 전이라 송구스런 마음에 등줄기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렸어. 그 뒤로는 스승 법회 진행을 볼 때 한동안 말이 빨라졌지.

아무튼 내 느긋한 성미도 스승과 곁님 덕택에 빨라지고 미리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게 되었어. 더구나 늘 책상 위에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여 노트나 펜 하나, 무엇을 찾으려 해도 한참을 온 책상 위를 다 뒤집어 가며 찾던 버릇이 고쳐졌어. 이제는 나름 청소도 하고 정리를 해.

무엇이든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해야 하겠어. 구석구석 쓸고 닦아내면 바깥에 쌓인 티끌과 먼지만 닦이지 않고, 머릿속은 말할 것도 없이 마음도 맑게 닦이는 느낌이 드니까.

불편을 무릅쓰고 청소해야지, 조금조금 쌓여가는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면 겉으로는 참 멀쩡해. 아주 조용히 문제가 쌓여갈 뿐이니까. 그런데 드러내 풀려고 들면 조금은 소란스럽고 피곤해져. 온 집안 청소만 해도 식구들 모두 이런저런 불편을 견뎌야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그러나 이런 소동이야말로 문제풀이 비롯이라고 여기면 너끈히 견딜 만해. 삶이란 맑고 튼튼한 삶을 이어가려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청소를 하고, 내 소란스러움을 잠시 견디어 다 함께 편안하고 기꺼울 수 있는 길을 여는 거야.

청소 불공

스승은 한때 사람들에게 ‘청소 불공’을 하라고 말씀하셨어. 쓸고 닦는 일에서 정갈한 마음으로 불전에 공양 올리는 것과 같은 걸 느껴야 한다는 말씀이셨어.

이 말씀 끝에 부처님 제자 가운데 아주 머리가 둔해서 부처님 말씀을 한 마디도 외우지 못하는 이가 있었어. 주리판타카라고. 주리판타카는 형 마하판타카와 함께 출가를 했는데 형은 머리가 좋아 무슨 말씀이든 쉽게 헤아렸어. 그런데 주리판타카는 머리가 하도 둔해서 아무리 간단한 말씀도 기억하질 못했지. 그래서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어.

주리판타카는 여러 사람들에게 바보라고 놀림당하는 것이 서러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바보라는 것이 서러웠어.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으나 제가 부처님 가르침을 기억할 수 없다는 부끄러움에 더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부처님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부처님을 찾아뵈었어.

“부처님, 저는 아무래도 부처님 제자가 되기에는 너무 모자라요. 부처님께서 아무리 좋은 말씀을 해주셔도 저는 한 마디도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부처님 곁을 떠나려고 하니 허락해주세요.”

부처님은 “주리판타카야! 내 말을 기억하고 외우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부터 너는 도량을 말끔히 쓸고 다른 스님들이 탁발하고 돌아오면 그이들 발을 깨끗이 씻어줘라. 날마다.” 그러면서 주리판타카 손에 빗자루를 쥐어주며 “깨끗이 쓸자.”를 외우라고 하셨지.

주리판타카는 날마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면서 “깨끗이 쓸자.”를 외웠어. 그런데 “깨끗이”를 외우고 나서 “쓸자”를 하려면 생각이 나지 않았고 “쓸자”를 외우고 “깨끗이”를 외우려면 잊어버리곤 해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늘 물어야 했어. 그렇게 몇 해가 흘렀어. 그러던 어느 날, 주리판타카는 문득 빗자루를 던져 버렸어.

“아하, 알았다! 알았어. 나는 이제 부처님께서 내게 빗자루를 주시며 도량을 쓸게 한 까닭을 알았어. 나는 알았다고. 아아, 이 기쁨이여.”

이처럼 스승은 깨달음은 일상에서 오롯이 와 닿는 것이지, 따로 수행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어.



둘. 헤아리기



인연은 시간이란 체에 걸러진다

지금은 초당대 교수로 있는 문현철은 대학 1학년 때, 스승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광주에서 살다가 아버지 고향인 전남 화순으로 내려가게 된 내력, 어머니가 떠난 까닭, 유독 현철을 아꼈던 할머니 사랑, 고마움, 죄송함을 낱낱이 털어놓으면서 여쭸어.

“스님, 다른 사람들은 다 엄마, 아빠라는 말이 자연스러운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눈물이 나오는데, 친구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부모자식 관계도 여느 부모자식과 같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불일암 툇마루에서 말없이 조계산 자락을 바라보던 스승은 조용히 입을 여셔.



부모자식 인연도

부모자식이기에 앞서

사람과 사람 만남이다.

인연은 시간이란 체에 걸러진다.

시간이란 체 속에 사람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길고 짧음이 있다.

모든 부모가 자식 곁에 오래 남아

뒷바라지를 해줄 수는 없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것을 두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 마라.

부모가 있고 없고에 매달림은

생각에 얽매이는 노예가 되는 일.

네 얘기를 객관화시켜라.



맑고 향기롭게

한 떨기 연꽃 아래 ‘맑고 향기롭게’라는 글씨 여섯 개 오롯한 팻말이 말씀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진흙탕에 피어나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롯한 연잎과 연꽃처럼, 우리가 비록 어지러운 데 살지만 마음과 세상, 자연을 깨끗하게 맑히며 향기롭게 살자는 뜻이야.

1993년 가을날, 화전민이 살다 떠난 산속 오두막을 빌려 홀로 사시던 스승이 느닷없이 경복궁 앞에 있는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에 나타나셨어. 평소 법정 스님을 흠모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스님을 찾아뵈었대. 이 자리에서 스승은 뜻밖의 말씀을 꺼내놓으셨어.

“맑고 향기롭게” 그러고는 “중이 밥값은 하고 가야겠기에 이 일 한 가지만은 꼭 하고 싶어요.”

번거로운 일을 마다해 강연도 설법도 사양하고, 주지 한 번 맡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불일암을 떠나 산속으로 숨어버린 스승. 그런데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이 한 가지 일만은 하고 싶다니, 아무도 믿기지가 않았대.

‘맑고 향기롭게’는 구호가 아니라 ‘화두’였어. 마주한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그것을 뒷날 죽을 때까지 ‘맑고 향기롭게’ 본부장을 해야 한다고 스승께 엄명을 받은 윤청광 선생이 이 화두를 풀었어.

‘마음, 세상, 자연’ 누리 뜻 세 갈래를 세워. 꼭지마다 가지런히 담긴 보살다움, 붓다다움.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욕심을 줄이고 기꺼이 삽시다.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삽시다.

더불어 삽시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나누며 삽시다.

양보하며 삽시다.

칭찬하며 삽시다.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아끼고 사랑합시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가꾸며 삽시다.

덜 쓰고 덜 버립시다.



스승은 ‘맑고 향기롭게’를 펴면서 이렇게 다짐하셨어.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려면 먼저 저를 속속들이 지켜보고 스스로를 관리, 감시하여 행여 욕심내지 않고 삿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사랑하는 것입니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 가지려는 마음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야 합니다.” 보살이나 붓다다우려면 이 두 가지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씀이셨어.

‘맑고 향기롭게’ 상징이 연꽃이라 불교운동으로 오해하는 분도 더러 있어. 그러나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이어지는 스승 뜻에 따라 천주교를 따르는 분도, 개신교를 믿는 분도, 원불교를 하는 분도 종교를 넘어 기꺼이 함께했어.

1994년부터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하는 이들은 고만고만한 작은 일에 기꺼워하며, 집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양로원을 찾아 어르신들을 씻겨 드리고 밭을 일구며, 산에 올라 쓰레기를 줍지. 소년소녀 가장이나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반찬을 해다 드리고, 노숙자 급식을 도우며, 생태기행을 하고 꽃밭 만들기 운동이며, 김장해 나르기를 비롯해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맑고 향기롭게’를 화두 삼아 가만가만 살살 살아내고 있어.



셋. 누리기



달 같은 해

스승은 길상사 문화강좌에 왔던 맑고 향기롭게 회원 편지를 받아들고 흐뭇해하셨어. 한 주일에 두 번씩 석 달 동안 문화강좌에 오가면서 만난 사람들을 이름 모를 스승으로 받아들였다는 결고운 얘기야.

3월에 만난 스승은 시각장애를 가진 걸인이었어요.

복잡한 전철 안인데 멀리서 가냘픈 여인 노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웬 꾀꼬리 소리지? 카세트가 아닌 생음악 소리가 점점 커지며 다가온 그녀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성가를 틀고 다니는 다른 장애인들과는 달리 애절한 그녀 목소리에는 신선함이 담겨 있었어요. 천 원짜리 한 장을 바구니에 넣어주며 이렇게 속삭였어요.“아줌마! 내가 볼 수 있는 세상 봄기운보다 아줌마 목소리에 더 아름다운 봄기운이 담겨 있네요. 비록 볼 수는 없지만 개나리 진달래 만발한 동산에 지금 계신다고 생각하세요. 아줌마가 바로 봄처녀일 거예요.”

이 사연을 전해들은 스승은 봄기운에 쬐듯 따뜻해진다고 하셨어. 그러면서 우리는 눈을 가지고 뭘 보나? 우리 이웃이 나와는 상관없는 남이 아니라 또 다른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하나? 어째서 그때 그 자리에서 나와 마주치게 되었을까?

중생은 부처를 제도하고 부처는 다시 중생을 제도한다는 말이 있어. 모든 부처와 보살은 오로지 중생이 있기 때문에 불도를 이루니, 중생이 없다면 부처와 보살은 할 일이 없어 끝내 불도를 이룰 수 없어. 마주치는 이웃으로 내 마음이 활짝 열려야 한다, 그때 마주친 그 이웃은 나를 일깨우려는 스승이요, 선지식으로 여기라고 말씀하셨어.

그러면서 한세상 살아가면서 이웃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제 삶을 안으로 살피면서 보다 깊은 삶을 한 켜 한 켜 쌓아 올리는 데 그 뜻이 있다고 하셨어. 또한 스승은 아무 때나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 기울여 참되게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앞에 나타난다고 하셨어.

어느 해 진명 스님과 남도 나들이 길, 스승은 뿌옇고 말간 해를 보시고는 “달 같은 해”라고 하셨대. 나는 스승이 ‘달 같은 해’로 다가와. 밝은 빛이지만 은근하시기에 뜨겁지 않아 누구나 다가설 수 있기에. 오래도록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는 따뜻한 햇살이, 햇볕이 너무 그리워. 그러나 아무리 다사로운 햇살이라도 밤낮없이 비추기만 한다면 견디기 어려울 거야. 노르웨이 같은 북극에 가까운 북녘나라 가운데는 몇 달 동안 하얀 밤이 이어진다고 해. 백야, 이처럼 아무리 한낮이라 해도 때를 가리지 않고 해가 빛나기만 한다면 숨이 막힐 것 같아. 구름과 함께하는 해, 또는 안개와 어울려 노니는 해,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참 은근해. 내게 스승도 그러하셔. 은근하고 다사롭고 도타우셔서 누구나 다가설 수 있었을 거야.

그저 책 한 권이 아니라 새 삶을 빚어주다

길상사 초창기에 참으로 많은 이들이 너나들이 절을 일구는 데 한몫을 했어. 그 가운데 늘 한결같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이들 가운데 한 분이 덕운 거사야. 덕운 거사는 스승 가르침 가운데 가장 가슴 깊이 박힌 가르침이 ‘지금 이 자리! 여기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과 계를 받을 때 세 살배기 어린애도 다 아는 이야기지만 여든 먹은 늙은이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착하게 사는 일이라며 ‘착하게 살라’던 말씀이 늘 귓전을 때린다네.

“맑고 향기롭게는 ‘마음, 세상,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운동이잖아요. 제가 그때 초등학교 재경 총무였는데, 모임소식을 엽서로 보낼 때 제목을 ‘맑고 향기롭게’라고 했어요. 그리고 어른 스님 책에 나오는 향기로운 말씀 한마디를 먼저 적고 나서 모임소식을 알렸어요. 그 글을 아이들이 보고 좋아한다면서 좋은 글귀를 써줘서 참 좋다고,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른 스님 말씀에 젖어 살았습니다.”

덕운 거사가 남편을 잃고 미장원을 하면서 두 아들을 키우며 홀로 사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에게 스승 말씀 가운데서 뽑아내어 엮은 책 『산에는 꽃이 피네』를 선물했어.

2006년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뒤에 다시 만났대. 그런데 이 다시 만난 동창은 책을 달달 외우더래. 그러면서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큰 덕을 입었다며 그저 책 한 권을 내게 준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빚어준 것이라면서 크게 기뻐했대.

“책을 읽고 스님 말씀 따라 살고 있다면서 자랑을 했어요. 늘 깔끔하게 뒷정리를 하고 나들이를 나간다든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하나 더 생기면 얼른 다른 이에게 주어, 살뜰함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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