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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옆집에서 살기

박은진, 박진형 지음 | 인물과사상사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

박은진, 박진형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5년 1월 / 264쪽 / 12,000원





1 도서관 옆 우리 집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이 말을 듣는 엄마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클래식 음악은 잘 듣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좋은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라며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CD를 사서 매일 들려주었다. 그리고 남편의 철없는 행동에도 화를 내지 않았고,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고 온몸으로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내 모든 행동의 기준점은 뱃속에 있는 아이였다. 아이에게 좋은 일이라면 했고 나쁜 일이라면 엄격하게 금했다. 나 혼자만 이렇게 유난을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최고의 유모차를 구입하고 200만 원이 넘는 아이의 성장앨범을 준비하기도 한다.

엄마들의 그런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의 사랑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부족함 없이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저 아이를 평생 지켜줄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고의 사랑 아닐까?’ 하고 되묻는 습관도 생겼다. 우리는 아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다. 그 선물은 평생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도서관 옆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물건으로 증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아웃렛 매장에 가서 제일 저렴한 것 위주로 옷을 골라 입히고, 사달라고 하는 장난감도 다 사주지는 않았다. 어린이날이나 생일에 장난감을 사줄 때에도 아이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장난감들을 선물한다.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시댁이나 친정에서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남편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매일 왕복 110킬로미터를 운전하는 고3 담임이기 때문에 육아는 나의 몫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도록 두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유혹을 물리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엄마, 아빠의 깊은 사랑을, 세상의 거친 물살을 잘 이겨내는 지혜의 힘을 키워주려는 뜻을 우리 아이들은 아직은 모른다. 물론 다 자란 뒤에도 모를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 『용비어천가』의 한 부분이다. 부모들은 몸에 좋은 것들을 아이들의 입에 넣어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나 신체는 건강할지 몰라도 아이들의 정신은 약해지고 있다. 어쩌면 마음속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소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단순히 성적이라는 열매를 잘 맺게 하는 게 아니라, 뿌리가 깊고 단단하게 컸으면 좋겠다.

미국의 아홉 살 소년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여자아이들에게 말 거는 법』이라는 책이다. 분량은 48페이지. 호크초등학교에서 여자아이들을 쫓아다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으로 소년은 부자가 되었다. 소년이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홉 살 소년이 책을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다 보면 주제 정하기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히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낸다. 자신의 글을 봐도 아쉬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체 그 아이는 어떻게 책 쓸 생각을 했던 것일까?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으면 그런 소년으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자

도서관 옆으로 이사를 왔을 때 이사 비용과 대출금이 아까워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곧장 실행에 옮긴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늦은 밤에 도서관을 가기도 하고, 여러 권의 책을 빌려와서 집에서 읽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을 제외한 가족들은 처음에 도서관 옆집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장 큰 방해물은 바로 텔레비전. 저녁을 먹고 잠깐 텔레비전을 켜는데, 남편의 잔소리가 들렸다. “도서관 가서 책 좀 빌려와서 읽지 그래?”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들기까지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가급적 텔레비전 시청은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미루어두었던 한음이의 도서관 나들이를 계획했다.

퇴근하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한음이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엄마, 집 아니야?” 한음이가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한음아, 오늘은 엄마랑 도서관 가자.” 한음이는 소풍을 간다고 생각하는지 신이 난 것 같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참담한 실패였다. 도서관에 처음 온 한음이는 신이 나서 신발을 내팽개치고 뛰어다녔다.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를 향해서 나는 크게 소리쳤다. “한음아, 이리 와. 엄마가 책 읽어줄게.”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한음이는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질주했다. 한음이의 소리를 듣고 책 읽기를 중단한 다른 엄마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한음아, 그만 뛰라니깐. 집에 가자. 집에 가. 다시는 못 오겠다.”

당연하게도 어린아이는 도서관이 어떤 공간인지 알지 못한다. 아이에게 유아 도서관은 알록달록한 책장 가득 책이 꽂혀 있고, 푹신한 소파가 곳곳에 즐비한 새로운 놀이공간일 뿐이다. 어린아이와 처음 시도하는 도서관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면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여기는 책 읽는 공간이야. 조용히 해야 해.” 이렇게 아이한테 말하며 손을 입 앞에 갖다 댄다. 아이는 엄마를 따라 고사리 같은 손을 입 앞에 대면서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이해한다.

“한음아, 여기는 색깔이 예쁘지? 노란색, 빨간색, 한음이 옷이랑 같은 파랑색도 있네. 그리고 책이 많네.” 이렇게 아이와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닌다. 아이가 호기심을 풀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책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한음이는 드디어 책 한 권을 빼서 읽어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자리에 앉아 낮은 소리로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싫증이 났는지 다시 도서관을 방황하고 다닌다. 아이가 다른 사람을 방해하도록 유의하면서 도서관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또, 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도서관에 가지고 와서 읽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어린아이에게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게만 해도 충분하다.

주말이나 방학에 도서관을 찾으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를 종종 볼 수 있다. 아이의 도서관 적응에 최종 승리하는 사람은 느긋한 엄마들이다. 이 엄마들은 아이의 특성을 잘 알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어린아이의 도서관 적응도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현명한 엄마들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와 엄마의 따뜻한 교감을 위한 과정이지,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밑거름이 아니다. 아이가 도서관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엄마의 따뜻한 품 안에서 고요히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면 충분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겠다는 생각은 곱게 접어서 집에 두고 도서관 나들이는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도서관에서 노는 방법

책은 분명 좋다. 그러나 부모가 책을 좋아한다고 혹은 책이 중요하다고 아이에게 책을 억지로 읽게 한다면 그때부터 아이의 불행은 시작된다. 흥미도, 관심도 없는 책 읽기를 강요당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생겨 책을 더 멀리하게 된다. 도서관 옆집에 살면서 가장 우선해야 할 건 도서관이란 공간에 대해 익숙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도서관에 있는 것이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편안해야 한다. 내가 처음 지음이에게 도서관 가자고 했을 때 아이가 물었다. “갔다가 언제 올 건데?” 아빠가 가자고 하니깐 가긴 하는데, 그래도 빨리 집에 와서 편하게 쉬고 싶다는 의미였다. 도서관 옆으로 이사 온 초창기라 아직까진 도서관이란 공간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때였다.

“아, 몰라. 그냥 따라와.” 처음에는 이렇게 대꾸했다. 정말이지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당연히 아이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시간이 지나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말이 바뀌었다. “지음아. 도서관 잠깐 놀러갔다 오자.” 여기서 중요한 건 ‘잠깐’과 ‘놀러가다’다. 아이에겐 ‘잠깐’이란 단어 하나가 주는 심적 효과가 크다. 도서관 가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가서 피곤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금방 집으로 돌아올 여지도 준다. 무엇보다 이 ‘잠깐’이란 게 도서관 옆집에 가는 가장 큰 혜택 아니겠는가. 10분, 20분만 있다가 집에 와서 잠시 쉬고, 또다시 가도 된다. 틈날 때마다 잠깐 가서 놀고, 책을 읽고, 음료수도 마시면서 그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다.

‘놀러가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공부할 거 챙겨 가라”, “학교 숙제 있으면 그것도 넣어야지”, “수학 문제집은 가져가니?”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아이가 ‘도서관=공부하는 곳’이라고 느껴선 안 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험 기간만 되면 도서관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꽉 미어터지지만, 시험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서가에 책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필요한 때만 잠시 들렀다가 곧바로 발길을 끊어버리는 곳. 그런 장소인 도서관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시험공부용 도서관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도서관에서 놀아야 한다.

아이가 놀 것은 많다. 지음이는 도서관에서 조립도 하고, 퍼즐도 하고, 그림 그리기도 하고, 스도쿠도 했다. 미로 찾기도 하고 아이패드도 했다. 아이패드로는 주로 숫자 영어놀이, 앵그리버드, 스왐피 등의 게임을 하는데, 대신 하루에 15분,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다. 이 규칙은 정확히 지켰다. 어차피 아이는 커가면서 다양한 매체를 접할 것이다. 벌써 학교에 스마트폰을 가져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들었으니까. 그 상황에서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필요했다. 처음엔 하루 15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즐겁게 활용할지 고심하는 아이를 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음이는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지음이가 이제는 도서관에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거부하는 마음은 없는 듯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솔직한 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전에는 지음이가 도서관 가는 거 싫어했잖아. 왜 그랬어?” “음. 책이 재미없어서.” 역시. 내가 읽도록 권한 책은 아이의 수준과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에게 책은 지식을 습득하는 수단보다는 재미와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단 한 권이라도 재미를 느끼는 책이 있다면 아이는 그와 유사한 것들을 찾아 읽게 되고, 이는 습관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읽힐 첫 책의 우선순위는 재미에 두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분야의 책을 찾는 아이도 있지만, 처음에는 부모가 몇몇 종류의 책을 골라서 같이 읽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게 좋다.

아이가 좀 더 컸을 때는 재미와 더불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 좋다. 내가 권한 책은 《과학동아》와 《어린이 과학동아》였다. 일단 신기한 사진이 많고 중간중간 만화도 나온다. 곤충, 우주, 식물, 공룡 등 다양한 과학 지식들도 실려 있다. 더구나 매월 발간되는 잡지라 집에서 구독하기는 부담스러운데 도서관에는 과월호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부모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다. “으엑. 아빠, 이것 좀 봐봐.” 갑자기 아이가 소리를 지르더니 내 팔을 흔든다. “뭔데?” 바퀴벌레에 대한 내용이다. 바퀴벌레 종류부터 시작해 몸의 구조와 생활 습성 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실린 사진이 엽기적이다. 바퀴벌레를 이용한 요리인데 껍데기를 반쯤 벗기고 뭔가로 먹음직스럽게(?) 채워놓았다. “악!” 놀라는 아빠의 표정을 보고 아이가 깔깔거린다.

이제 아이는 책을 읽다가 신기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보이면 꼭 가져온다. “아빠. 오징어가 하늘을 난대.” 책을 보니까 분명히 수면 위를 나는 오징어 떼 사진이 실려 있다. 오징어는 한 번에 20미터 넘게 날 수 있단다. 덕분에 여러 가지를 배운다. 이제는 나도 틈틈이 《과학동아》를 보면서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게 있으면 보라고 권한다.



2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란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고 싶어 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솔직하다. 어떻게 했을 때 칭찬받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그런 기억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긴다. 단순히 칭찬 그 자체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욕구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칭찬을 갈구하는 욕구와 칭찬받은 후 느끼는 기쁨에 대한 욕구 같은 것 말이다. 원래 사람은 욕구에 의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아이와 도서관에 갈 때 꼭 하는 행동이 있다. 아주 짧은 거리지만 아이와 손잡고 걷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내 걸음이 너무 빠르다고 아내가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으니 아이가 느꼈을 서운함이 떠올랐다.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적지로 묵묵히 가는 아빠의 뒷모습만 실컷 보았을 테니까 말이다. 어느 날 도서관 가는 길에 지음이의 손을 잡았다. 덥석 잡았더니 아이가 깜짝 놀라는 눈치다. “같이 가자.” “응.” 아이의 작은 손은 따뜻했다. “학교에서 요즘도 딱지 치니? 언제 해? 쉬는 시간?” “쉬는 시간 아니면 방과 후에 해.” “아, 그래? 좀 따긴 따?” “음……. 아니. 딱지 잃을까 봐 장난으로 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벌써 도서관 앞이다. 아빠가 먼저 걸어갈 땐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손을 잡고 가니 왠지 소통이 되는 느낌이다.

“그거 알아? 이제 사서 선생님들도 지음이 이름을 알더라. 지음이가 자주 오니까 아주 기특해하는 것 같던데…….” “아……. 몰라.” 부끄러워하면서도 눈가에는 미소가 보인다.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걸 누군가 알아준다는 건 좋은 일이다. 좀 더 컸을 때는 독서가 얼마나 좋은 습관인지 스스로 알게 되겠지만, 처음에는 그것이 의미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칭찬과 인정을 통해서 말이다. “지음이는 잘하고 있어. 아빠도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도서관이 있었거든. 거기는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어서 뒹굴면서 책 보았다. 아빠는 추리소설을 좋아했거든?” “추리소설? 홈스?” “오. 잘 아네. 지음이가 책을 많이 읽으니 셜록 홈스도 아는구나. 제법인데?” 기쁨을 감추지 못한 아이의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는 칭찬을 흠뻑 먹고 자란다. 그러나 주의할 것도 있다. 칭찬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아이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면 칭찬은 다른 부분으로 옮겨가는 게 좋다. 생각해보면 밥 먹기와도 비슷한 것 같다. 편식하는 아이가 처음으로 밥을 남김없이 다 먹었을 땐 칭찬을 듬뿍 해주어야 하지만, 이제 음식 맛을 알아 이것저것 잘 먹는 아이에게 밥 잘 먹었다고 굳이 칭찬하는 건 불필요하다. 언젠가 아이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주어 고맙다고 말할 때를 떠올려 본다. 그런 말을 듣는다면 나와 아내도 기분 좋을 것 같다.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3 우리는 북밀리다



가족 독서 모임을 시작하다

어느 날 밥을 먹으며 지음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요즘에 무슨 책 읽어?” “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무슨 내용이야?” “음. 내용이 좀 긴데 백 살 먹은 노인이 양로원에서 탈출했거든. 사람들이 그 노인을 찾으려고 쫓아다니고 있고.” “양로원이 뭐야?” 아이는 자기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동안 음식이 ‘맛있다’거나 ‘짜다’라는 말 외에는 별 이야기가 없었는데, 도서관 옆집으로 이사 온 뒤로 이제는 식탁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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