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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허허당 지음 | 북클라우드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허허당 지음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 240쪽 / 13,800원





1장 인생은 노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



하루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정도

고요히 자신을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자신이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요 속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세상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대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만 못하다





바른 말



무슨 말이나

입안에 뱅뱅 돌거나

혀 끝에 어물쩍대는 것은

진실하지 않다



바른 말은

바로 나온다





마음 길



마음 길이 통하는 사람은

만나도 안 만나도 똑같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나를

가장 깊이 깨우쳐 준 사람들은

아직 단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나와 함께 있다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1



아무리 세상이 아름다워도

그대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면 모두 헛것이다

살며시 눈을 뜨고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을 보라

모두 사랑하고 싶지 않은가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2



천천히 눈을 떠라

세상을 처음 보는 기분으로

너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 눈으로 세상을 보라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얼마나 아름다운가?



화살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언젠가 떨어진다

과녁은 없다 나는 동안 행복하라





울림



우리네 삶은

매 순간 울림의 연속이다

태어남도 울림이요 죽음 또한 울림이다

우리네 인생은

매 순간 울림을 통해

성장하고 깨닫고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울림!

오늘 하루 그대는

어떤 울림을 가졌는가?



사람은 모름지기 깊은 내면의 울림과

자연, 생명, 깨달음에 대한

가슴 뜨거운 울림이 있어야 한다





2장 끝에서 끝을 보라





오직 그뿐



가면 가는 것이

내 인생의 목적이요

오면 오는 것이

내 인생의 목적이다



삶을 수단으로 살지 않고

목적 그 자체로 산다면

행불행도 없다





끝에서 끝을 보라



끝에서 끝을 보라

외로움의 끝 고독의 끝 슬픔의 끝에서

끝에서 끝을 보면 또 다른 시작이 보인다

또 다른 시작은 전과 같지 않으리



왼발은 뜨고 오른발은 닿네

내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아무런 할 일 없이 오고 갔었네



지금 길을 멈추고 생각해 보니

온 일도 없고 간 일도 없네



몸을 굽혀 앞을 보니

왼발은 뜨고 오른발은 닿네





쪽방



쪽방은 아무렇게나 누워도

시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편안한 세계는

방향이 없다



쪽방이 편안한 것은

온전한 고립이 가능한 까닭

사람은 가끔

온전한 고립이 필요하다

온전한 고립은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존재의 유희



자신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은

온전한 존재감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의 존재를 갖고 논다





인연 따라 가는 길



중생이면 어떻고 부처면 어떠랴!

몽중에 이 한 목숨 인연 따라 사는 것을

중생도 나의 중생 부처도 나의 부처

인연 따라 가는 길 뉘 감히 시비하랴





존재의 커밍아웃



고요하고 고요하다

편안하고 편안하다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지금 나는

이 고요함과 편안함 속에서

인생은 궁극적으로

슬픈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음도 고요함도 편안함도



존재의 커밍아웃

모든 존재의 궁극 실상은

슬픈 것이다





3장 쉬어가라 세상 그리 바쁘지 않다





홀로 있는 기쁨1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 해도

텅 빈 마음으로

고요히 홀로 있는 것만 못하다

홀로 있는 기쁨을 아는 자는

만물이 스스로 벗이 된다





홀로 있는 기쁨2



깊은 밤 홀로 명상에 들면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도 정답고

창문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정답다

모든 것이 정답게 느껴지는 밤

홀로 있는 기쁨은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한다





마음을 비우면1



세상에 당신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세상과 벗하며 살아갈 뿐



마음을 비우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신비롭다



마음을 비우면

나는 나 그것만이 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모든 것이 이미 나다



마음을 비우면 거짓된 나는 사라지고

하나의 큰 생명이 존재한다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온전하다





마음을 비우면2



끝에서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사랑의 끝 이별의 끝에서도

마음을 비우면

세상 모두가 내 품에 안긴다





살펴보니



살펴보니 세상에 자랑할 만한 것 아무것도 없더라

내 것이란 것도 남의 것이란 것도

살펴보니 인생에 한 번쯤 해 볼 만한 일이 있다면

비워 사는 일 뿐이더라

살펴보니 큰 살림꾼은 아무리 가져도

가졌다는 생각을 아니하고

인연 따라 맺고 풀어 만 중생을 이익 되게 하더라

살펴보니 무엇이든 내 것을 고집하고

자랑 안 하면 못 사는 사람들은

가져도 아주 조금밖에 가질 수가 없더라

살펴보니 참으로 비우고 참으로 가진 자는

걸림 없이 갖고 걸림 없이 버리고

내 것이란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더라

살펴보니 한세상 비우면 한세상 덜컹 일어나더라

비우라 비워 사는 것이 비워 얻는 것이 변함없는 진리이더라

내 살펴보니





무심이 아니면



무심이 아니면 아무것도 주지 마라

주면 주는 만큼 줌이 널 괴롭힌다



무심이 아니면 아무것도 받지 마라

받으면 받은 만큼 괴로움이 따른다

줘도 줌이 없어야 준 것이고

받아도 받음이 없어야 받은 것이다



진실로 주고받은 것은

아무런 흔적이 없다



둘은 너무 많다

하나면 충분하다

둘은 너무 많다

무엇이든

제대로 된 것 하나





4장 아름다운 것들이 더욱더 아름답다





어린이날



푸르고 푸르다, 이 산 저 산

마치 어린아이의 얼굴에 핀 마른버짐같이

희끗희끗하던 산 벚꽃들도 자취를 감추고

온 산이 녹색 물결로 출렁인다

고요한 오후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린다



계곡에 나가 동동 떠다니는 맑고 싱그러운

아이들의 미소를 줍는다





별 따기



누워서 별을 보고 있으면

귀뚜라미 소리가 별에서 나는 것 같다

이불을 젖히고 왼발을 든다

가장 빛나는 별과 발끝을 맞춘다

별 따기 쉽다





사랑



파릇한 풀잎 하나

파릇한 생각 하나



온 세상이 파릇타





죽음의 계절



별빛 쏟아지는 곳을 따라 눈길을 주다

벚나무에 이마를 박고 길을 잃었다

후두둑~

봄엔 하루에 몇 천 번을 죽는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죽고

막 피어나는 꽃 소리에 죽고

보다 죽고 듣다 죽고 눈을 감다 죽고

뜨다 죽는다

봄은 황홀한 죽음의 계절 또 죽는다

저 반짝이는 별빛 아래





휴유의 밤



방 안에 큰 잠자리 한 마리 들어왔다

가을도 아닌데 이렇게 큰 잠자리는 처음 본다

아주 화려한 망사 옷을 입고 천장에 붙어 나를 쳐다본다

문지방에 걸터앉은 베짱이는 뒷다리를 들고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산기슭에 걸려 있는 새벽달이 뭔가 할 말을 하지 못해

꾹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계곡의 물은 바닥을 드러내어 달그림자를 갖지 못하고

실없이 서 있는 나그네의 그림자를

밀었다 당겼다 한다





산중일기1



아침 일찍 매미들이 울어댄다

깊어 가는 여름날에 가을을 예감하는

잠자리들이 공중을 난다

무엇이든 깊어지면 새로워진다





산중일기2



계곡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고함 소리가

온 산을 뒤흔든다

새들도 자취를 감추고 꽃들도 몸을 움츠린다

사람이 있는 곳엔 고요가 없다





산중일기3



밤바람이 고요하다

비 그치고

처마 끝 낙수가 텅 빈 계곡을 흔든다

밖에 나가 자두 하나 따 먹고

발 뒤꿈치를 들고 마당 한 바퀴 돈다

별은 보이지 않고 들고양이

어슬렁대며 내 뒤를 따른다





어슴푸레



숲에서 잠을 자다 어슴푸레 눈을 뜨면

하얀 별들이 하늘에 총총하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빛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어슴푸레 눈을 뜨면

아름다운 것들이 더욱더 아름답다



파란 하늘에 글을 남기면

한여름 한낮 이런 말이 참 좋다

덥지만 맑은 하늘에 떠 있는 실구름을 본다든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거나 꽃잎을 본다든지

그럴 때 나도 모르게 글을 쓰게 된다



둥둥 떠다니는 구름 위에 한들거리는 나뭇잎에

나풀거리는 꽃잎에 너를 사랑한다고

파란 하늘에 글을 남기면 가슴이 먼저 파래진다





소리 내고 싶은 밤



숲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꿈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련하다

가뭄에 물소리마저 끊기니 더더욱



오늘 밤은 내가 풀벌레 되어

세상 사람 모두의 귓전에 꿈결 같은

아련한 소리를 내고 싶다



하얗게

어제 내린 비는

밤새 뼛속 깊이 까만 철조망을 치더니

오늘 아침 일어나 이팝나무를 보니

수만 개의 천국이 문을 열고 있었다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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