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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한호택 지음 | IGMbooks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한호택 지음

IGMbooks / 2013년 7월 / 408쪽 / 16,000원





다시, 경영의 원점에 서다



아버지는 죽어서도 쓸쓸했다. 큰아버지 회사 직원들이 나와 장례 절차를 거들었다. “회장님은 몸이 편찮으셔서 오지 못하십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급한 일이 있으셔서 내일 오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빈집 같은 상가가 딱해 보였는지 신 전무가 변명했다. 회장은 큰아버지를, 사장은 사촌형을 말한다. 겉으로야 번듯해 보이는 집안이지만, 재산싸움으로 형제간의 우애는 오래전에 산산조각이 났다. 싸움에서 진 아버지는 복수심으로 남은 재산을 모아 회사를 차렸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가한의 책임도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경영을 도와주기를 바랐지만, 가한은 거부했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었다. 사업에 혈안이 된 아버지는 아픈 어머니를 돌보지 않았다.

다음 날, 사촌형 이성한이 찾아왔다. “작은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셔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우리는 형제 아니니…….” 위로 끝에 이성한이 가한에게 제안을 했다.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한국화재에서 조그만 회사를 인수했는데, 그쪽 사장으로 부임하라는 이야기였다. 가한이 대답을 망설이자 차후 일은 신 전무와 의논하라며 자리를 떴다. 가한 옆에는 한 번도 할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한 아들 수빈이 잠들어 있다. 17년 전 가출했을 때 만난 여자와 낳은 아들이었다. 그 여자마저 떠나고 없는 지금 가한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들뿐이었다.

상을 치르고 사흘쯤 지났을 때, 신 전무가 가한을 찾아왔다. 가한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신 전무를 돌려보냈다. 집에 틀어박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소원을 생각했고, 커가는 아들 수빈과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실패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시 쓰기도, 결혼도, 커피숍도 망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인생에서 성공을 맛보고 싶었다. 가한은 신 전무를 커피숍으로 불렀고, 일 년 동안은 회사 운영에 전권을 달라고 제안했다. 신 전무가 가한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에 나가 이성한과 통화를 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하시랍니다. 대신 현재 상황을 솔직히 말씀드리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떤데요?” “적자 상태의 회사입니다. 일 년 후까지 적자가 지속되면 회사를 처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맡으시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맡겠습니다.”

회사는 말이 회사지 사실은 콜센터나 마찬가지였다. 사장실은 5층에 있고, 그 옆에 부사장실이 있었다. 부사장 권세진은 시도 때도 없이 사장실로 찾아와 가한에게 결재판을 들이밀었다. 그날도 결재판을 넘겨가며 사인을 하는데, ‘영업활성화를 위한 외부 DB 활용의 건’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외부인이 수집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사서, 거기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험판매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거 적법한 일입니까?” 권세진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딱히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합니다.”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장님은 회사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영리추구입니다.” “그래서요?” “돈 되는 일이면 다 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가한은 결재하려고 꺼내 든 만년필 뚜껑을 닫고 결재판을 덮었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법을 어겨가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외부 DB는 사용하지 마세요.” 그 뒤 이 지시를 어긴 박진만 과장과 권세진 부사장의 사표를 받았다가, 두 사람 모두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다른 사람, 다른 생각



그 뒤 관리자들을 영업사원 옆자리로 옮기게 하고 영업을 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가한은 일찍 퇴근했다. 집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들 수빈이 남긴 흔적이었다. 지난달 처음 수빈의 성적표를 보았다. 40명 중에 39등. 가한은 큰 충격을 받았다. 꾸지람을 듣던 수빈이 말했다. “아버지, 공부 안 하고 드럼 치면 안 돼요? 드럼 쳐서도 대학 갈 수 있어요.” 가한은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고 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수빈은 가난해도 하기 싫은 짓하며 사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게 더 낫지 않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들었다.

다음 날 아침, 가한은 수빈의 담임선생에게 전화를 걸었고, 선생님은 수빈이 나쁜 아이들이랑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한이 변장을 하고 수빈을 미행해봤더니, 수빈은 열창하는 ‘검정 티’ 옆에서 드럼을 치고 있었다. 수빈에게 당장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그런 가한의 팔을 ‘검정 티’가 낚아채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검정 티’가 내미는 명함에는 ‘Y대 철학교수 줄리 김(Julie Kim)’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빈이 아빠죠? 아버지라고 해서 공연을 방해해도 돼요?” “내가 전부터 말했어요. 드럼 치지 말라고.” “아버지라고 해서 아들이 좋아하는 거 못하게 해도 돼요?” “수빈이가 저러다가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 “무엇을 책임질까요?” “수빈이 인생이요.” “그게 가능해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거 말예요. 그건 부모라도 불가능해요.”

그 뒤 대학로에 있는 ‘전초전’이라는 술집에서 줄리를 다시 만났다. “왜 만나자고 했습니까?” “수빈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주세요.” “지금은 안 됩니다.” “왜죠?” “대학에 가야 하니까요. 대학생이 되면 허락하겠습니다.” “가한 씨는 사람이 동물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동물은 태어나면서 어떻게 살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인간은 달라요. 설계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리고 부모라도 그 설계도를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어요.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그 설계도는 자신이 만들어야 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드럼을 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공부해야 할 때니까요.”

“회사 사장이라고 했죠? 가한 씨는 왜 회사를 운영하세요?” “그야, 영리추구를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으니까요.” “내 질문은 그게 아니에요. 가한씨 자신에게 회사를 운영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가한 씨가 어떤 가치를 위해 회사를 운영하고 돈을 버느냐는 것입니다. 돈 자체에는 가치가 없습니다. 학생도 공부가 우선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먼저입니다. 다행히 수빈이는 그것을 찾았고요.” “이런 이야기하려고 오늘 만나자고 한 겁니까?” “사실은 수빈이 부탁을 받고 왔어요. 수빈이를 내게 맡겨주세요.” “무슨 뜻입니까?” “수빈이가 우리 집에서 나와 함께 살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줄리의 말을 듣자마자, 가한은 붙잡는 줄리를 뿌리치고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집으로 돌아 온 가한은 수빈에게 물었다. “너, 그게 사실이야?” “네, 사실이에요. 줄리 선생님과 살고 싶어요.” “안 돼.” “왜 안 돼요?” “가족은 무조건 떨어져 살면 안 돼.” “그래요. 아버지에게 가족이라고는 저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래서 저도 고민했어요. 하지만 아버지, 가족이라고 늘 함께 살 수는 없어요. 그러니 그 시간이 조금 일찍 왔다고 생각하고 허락해주세요.”



사람을 움직이는 힘 1



“이번 달 매출이 걱정입니다. 영업실적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해주세요.” 가한이 솔직하게 고민을 말하자, 관리자들은 아이디어를 꺼내놓았다. 해법은 인센티브로 모아졌다. 결국 해법은 돈이었다. 돈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고? 줄리가 한 말이 생각나 웃으며 고개를 젓던 가한은 수빈을 불러내 옷을 사주고 물었다. “더 필요한 건 없니?” “아빠, 저 돈 좀 주세요.” 가한이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내주었다. 눈을 반짝이며 돈을 받는 수빈의 모습을 보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달 성적이 오르면 더 주마. 지난달보다 1등 오를 때마다 10만 원씩 주마.” “정말이에요. 꼭 주시는 거예요.” 공부에 열의를 보이는 수빈을 보자 가한은 한껏 고무됐다. 역시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돈 만한 게 없다. 인센티브가 수빈도, 회사도 살릴 것이다.

인센티브를 시행하자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열기는 이어졌고,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세 배나 껑충 뛰어오른 그래프를 보며, 가한은 인센티브의 위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다. 망연자실 앉아 있는 직원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목표 달성이 어려운 직원들이었다. 반면 목표 달성을 코앞에 둔 직원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였다.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는 컸다. 8월 매출이 7월보다 1.3배 정도 높았다. 가한은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9월은 삐걱거렸다. 시상금을 보고 여전히 의욕을 불태우며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가뭄에 말라버린 벼이삭처럼 시들거렸다. 가한은 관리자들에게 원인을 파악해 오도록 했다. 목표 수준이 높아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내용이 많았다. 가한은 영업2팀과 도시락 미팅을 가졌다. 영업사원들의 이야기에서 돌파구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관리자들과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도 나왔다. 곽미순이라는 영업사원은 돈 벌려고 회사에 나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 어느 날 신 전무가 찾아와 한 묶음의 리스트를 가한에게 내밀었다. “불법으로 계약 체결된 리스트입니다.” “불법이라뇨?” “다른 회사 설계사가 모집한 계약을 웃돈을 주고 사온 것입니다.” 일을 저지른 사람은 지난달 1등으로 가장 많은 상금을 탄 직원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불법을 저지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약 건을 돌려줘야 합니다. 방법은 제가 실무자들에게 지시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시키십시오.” 신 전무가 관리자들을 불러 대책을 지시했다. 다음 날 불법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공표됐고, 상금을 회수당한 영업사원은 반발하며 퇴사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관리자들과 대책을 논의하는데 수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20등 올랐어요. 19등 했어요.” “정말?” 서둘러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가한은 수빈이 내민 성적표를 보고 또 보았다. 성적표에는 선명하게 ‘19’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성적표를 확인한 가한이 수빈에게 200만 원을 내밀었다. “나쁜 데 쓰면 안 된다.” “네. 그렇게 할게요, 아빠.” 그런데 다음 날 수빈의 담임선생에게서 수빈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가한이 수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어젯밤에 준 200만 원에 생각이 미친 가한이 다시 담임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달 수빈이 성적은 어떻습니까?” “이번 달에도 39등이었습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듯 했다.

가한은 전화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줄리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줄리는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수빈이 친구 박영철이 수빈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찾으러 갔더니, 수빈은 한적한 산에서 아는 형들과 연주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가한은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음악 소리가 그치자 줄리가 공터로 나갔고, 가한이 그 뒤를 따랐다. 수빈이 가한을 보자마자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수빈, 도망가지 마.” 줄리가 명령하자 수빈은 풀숲 사이에서 발을 멈췄고, 돌아서 울면서 외쳤다. “아빠가 아무리 막아도 저는 드럼 칠 거예요.” 숲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수빈을 줄리가 달랬다. “돌아가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아빠를 설득해서 계속 드럼 치게 해주세요.” 줄리가 가한을 돌아보았다. 길게 한숨을 내쉰 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허락하셨다.” 수빈이 눈물을 닦으며 숲에서 나왔다. “죄송해요, 아빠. 거짓말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가한은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수빈이 드럼 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회사일이 바빴지만 가한은 다음 날 시간을 내서 줄리를 만나 수빈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밤새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2



천 과장이 ‘10월 인센티브 기획안’을 가지고 들어왔다. 기획안은 지난달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한은 생각에 잠겼다. 배를 움직이는 연료가 돈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직원들에게는 돈 대신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말해야 더 즐겁고 열심히 일할까?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던 가한의 눈에 책 한 권이 들어왔다. 제목이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였다. 서문에 적혀 있는 글을 읽으며 가한은 무심코 매슬로우 욕구 5단계에 자신을 대입해보았다. 1, 2단계는 기본적인 생존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지금 의식주에는 어려움이 없으니 이 단계는 넘었다고 생각했다.

3단계는 아리송했다. 3단계는 사람들과 관계가 있었다. 가장 기초적인 단위는 가정이지만, 그 외에도 인간은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소속감과 애정 욕구를 충족시킨다. 곽미순이 회사에 나오는 것은 이 3단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명예를 누리고 싶어 하는 4단계 욕구와 자아실현의 5단계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인센티브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다. ‘나는 어떤 단계일까?’ 하고 자문해보니 3단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직원들도 돈 벌어서 나나 잘 먹고 잘 살자는 1, 2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어떻게 해야 1, 2단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가한은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커피숍(북카페)이 눈에 띄었다. 그 곳에서 가한은 여주인과 오말순(76세로, 현재 유명 보험회사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 중) 할머니를 만나 많은 지혜를 얻었다.

회사로 돌아온 가한이 천 과장에게 말했다. “팀 인센티브를 제외한 개인 인센티브는 대폭 축소합니다. 대신 개인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들의 명예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면 ‘명예의 전당’ 같은 장소를 만들어 수상자들의 사진을 걸어놓는 방법 같은 게 있을 거예요.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겁니다. 독거노인 등 봉사 대상을 물색하세요. 그리고 지난달 돈을 많이 타지 못한 영업사원들 중에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 명단을 알려주세요. 그 사람들에게 줄 금일봉도 준비해주시고요. 그리고 직원들 모두 ‘나의 사명선언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하세요. 우수작은 이번 월례조회 때 발표하고 시상하겠습니다. 고민해봤는데, 무작정 돈을 좇는다고 돈을 버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먼저 가치 있는 행동을 해야 해요. 가치가 있어야 고객이 상품을 사고 가치가 있어야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일합니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돈이 아니라 가치를 좇을 생각입니다.”



회사도 사람이다



그 뒤에도 가한은 오 수석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는 회사에 들여왔다. 또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영업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사에 기대하는 바를 듣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대가 없이 금일봉을 주었다. 비밀로 하라고 당부했지만 ‘사장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회사 분위기는 오히려 좋아졌다. 실적지상주의, 한도 끝도 없는 판매경쟁에 지쳐 있던 영업사원들은 이런 가한의 시도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마침내 직원 모두가 작성한 ‘나의 사명선언서’가 가한의 책상에 도착했다. 가한은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꼼꼼히 읽었다. 사명선언서를 다 읽은 가한의 심정은 착잡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오늘은 줄리를 만나는 날이다. “수빈이는 잘 지내요. 드럼 쳐서 행복해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목표도 분명해졌어요. 예술대학 실용음악과에 가겠대요.” “수빈이가 좋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오늘은 회사 일로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가한은 ‘나의 사명선언서’를 꺼내 줄리에게 보여주고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선언서를 검토하며 줄리는 철학자가 되었다. “돈이 아니라 좋은 가치로 회사를 이끌고 싶다는 말인가요?” “네.” “그런데 어떤 가치를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죠? 그걸 직원들이 쓴 사명선언서에서 찾으려는 거고요?” “네.” “여기 쓴 내용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 그리고 이 두 가지 때문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요.” “개인이 살아가는 데 미션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미션과 비전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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