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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족입니다

설기문 지음 | 소울메이트
그래도 가족입니다

설기문 지음

소울메이트 / 2013년 8월 / 312쪽 / 15,000원





오늘 가족이 있어 행복합니다



가족은 무조건 내 편입니다

내 편이 있다는 것, 이것만큼 든든하고 힘이 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누군가의 편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잘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한 일이 맞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아무 조건 없이 그의 입장이 되어줌을 의미합니다. 내 편이 있다는 것은,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일입니다.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실을 찾는 무수한 분들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박수를 쳐주고 격려해줄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마저도 자신의 편이 아니며 삶은 절대적으로 고독하다고 말합니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도 역시 아무도 자기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순간 학교는 지옥이 되고 세상은 외로운 들판이 됩니다.

우리는 내가 지치고 외로워 내민 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잡아줄 누군가를 그리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기로 합니다. 무조건 그의 편이 되어주기로 해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일단 그의 편이 된 후에 천천히 하리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에게, 내 아내와 남편에게, 내 친구와 이웃에게 무조건 편이 되어주기로 작정해봅니다. 내가 그의 편이 되어줌으로써 그 사람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내어줌으로써 그의 마음을 내가 가지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 아이가 나 때문에 아프다면 어떻게 하나요?

부모 자식 간의 거리를 봅니다.

부모와 자식의 거리가 한 뼘일 수도 있고 혹은 천리만리일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어제 오후에 심리검사를 받으러 온 가족을 만났습니다. 부모님과 아들과 딸. 심리검사를 실시하기 전 아버님은 딸이 유학을 갔다 온 이후로 이상해서 혹시나 하고 오셨답니다. 아들은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적극적인 성향이지만 영특한 딸은 내성적이고 자기표현이 약하답니다. 어릴 적부터 공부 잘하는 딸을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며 딸을 위해 헌신적인 아빠로 살았다고 합니다.

심리검사를 마친 후 딸은 시무룩한 얼굴이고 아들은 방글방글 잘 웃습니다. 그런데… 참 슬픈 일이 생겨났지요.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딸은 문항이 300여 개가 넘는 검사지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과 이해력이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유학생활 내내 부모 없이 홀로 생활해야 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견뎌내기 힘들었답니다. 그리고 환히 웃는 아들의 결과는 기가 막혔습니다. 우울을 느끼는 수치가 극에 달하고 경계선장애나 정신분열을 의미하는 수치도 너무 높았으며 자살충동 욕구도 지나칠 정도로 높았습니다.

성격 좋은 아들이라고 자랑하시는 부모님 앞에 결과를 보여드리며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난감했습니다. 조심스레 완곡한 표현으로 결과를 조금씩 이야기하자 아들의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부모님은 몹시 당황한 표정입니다. 심리검사 결과를 못 미더워하시는데 그 아들이 결국은 조용히 통곡하며 말합니다.

자기가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드는지, 자기가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운지, 자기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이며 자신의 존재는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늘 아버지가 무서웠고, 엄마가 두려웠다고. 아무리 아파도 참을 수밖에 없었고 누나만 바라보며 늘 부푼 기대와 꿈을 꾸는 부모를 보며 공부 못하고 무능한 자신은 비위라도 맞추며 예쁜 짓이라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곧 군에 입대해야 한다는 아들은 차라리 군에 가서 대충 지내다가 언젠가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제가 그 친구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울음이 터졌나 봅니다.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 단순히 심리검사를 받아보는 자리에서 만난 가족, 아버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이 아내와 아이들의 숨소리를 낮추게 했나 봅니다.

심리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던 아버지는 아들을 품에 안고 눈물을 삼켰습니다. 몰랐다고, 여태까지 너는 참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사랑하고 미안하다고…. 마음이 안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아이의 마음을 가장 잘 모르는 부모가 되기란 생각보다 쉬운 것 같습니다. 너무 믿어도 상처 받으며 너무 챙겨도 자생력이 떨어지지요.



내 아이와의 거리는 얼마나 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내게도 가족이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딸에게 배운 진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입니다.”

헤어진다는 것, 차마 헤어지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한다는 것, 보고 싶은 마음이 하늘에 닿고 순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도록 눈물이 흐르는 것이 헤어짐이라는 것.

이제 헤어져야 할 아름다운 그녀를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제 결혼을 해 가정이 생겼습니다. 나는 그녀를 그녀의 집으로 보내야 합니다. 올 한 해는 그녀와 함께 행복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뒷자리에 앉아 재잘거리며 재롱을 떨고 퇴근길이면 가끔씩 아이스크림과 냉커피를 사기 위해 차를 세우고 그녀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제 딸입니다.

머지않은 날에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갑니다. 고맙게도 긴 세월을 그녀와 함께했습니다. 아빠라는 존재가 그리 벅찰 수 없도록 행복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가 듣던 오케스트라의 화음과 천상의 소리 같던 아리아도 듣기가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녀를 보내려는 이 마음이 어찌 이리 시리고 저린지…. 딸아이를 보내는 아버지의 이별연가가 얼마나 먹먹한 것인지 그녀는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출근길의 행복도 이젠 접어야 하고 그동안 그녀가 우리 부부에게 안겨준 행복했던 시간들만 남겨질 테지만 함께했기에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진실로 행복한 것임을 깊이 깨달아갑니다.

아버지, 참으로 사랑합니다

“아버지, 뭐 드시고 싶으세요? 맛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뭐든 생각나는 것 말씀하시고 저하고 같이 드세요.”

아내는 어제 짧은 시한부 삶을 남겨놓은 아버지, 호랑이 같은 분이라서 생각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고 늘 말하던 그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온몸으로 전이된 암세포를 가득 안고 요양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산다는 게 그저 그런 것이더라. 출세도 그저 그렇고 성공도 그저 그렇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제 와 생각하니 거품이구나 싶고 산해진미도 먹는 순간일 뿐이고 날개 같은 옷을 입어도 잠시 즐거울 뿐 내 마음 편하게 다스리는 것이 제일로 중요한 일이거늘 무얼 먹고 무얼 입는 일이 대수겠느냐.”

병색이 깊어 야윈 손길로 딸의 손을 잡은 아버지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고통을 기다리며 하고 싶었던 말씀을 그렇게 풀어놓으셨습니다.

“죽음이 코앞에 오면 모든 것이 무상해진다. 죽음이 코앞에 와 있음을 보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집착도 쉬이 내려놓게 되고 아쉬움도 별것 아닌 듯 사라지고 그냥 오늘 내가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이며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 중에 빠뜨린 게 뭔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너희에게 때맞추어 밥을 챙겨 먹고, 수시로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고, 아픈 것 참는 미련함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으니 자주 병원에 들러 몸을 챙기라고 한 것이다. 남편이든, 자식이든, 그 무엇이든 너무 마음 뺏기지 말고 고요하게 내 마음의 평안을 지키는 일에 힘쓰고 오늘 나는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생각하며 어제 저지른 어리석음을 내일 또다시 반복하지 마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깊은 밤 잠자리에서도 아내는 별말이 없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차갑게 방치했던 아버지를 향한 마음자리를 따뜻이 데우고 서운함과 원망스러움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조용히 닦아내고 있는 듯합니다.

혹시 아시나요? 내 아이의 꿈이 뭔지?

오랜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부를 나누다가 긴 한숨 소리를 듣게 되어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딸아이가 5년째 놀고 있다고 합니다. 다 큰 딸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맴돌고 있으니 바라보는 아빠 마음이 애처롭고 화가 난다는 것이지요. 딸아이 유학시키느라 고생을 엄청 했다는데 유학 가서 공부도 잘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일류대학을 나와서 저러고 있으니 애가 타고 분하기도 하답니다.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 하늘만 쳐다본다 합니다.

통화를 하면서 제 마음도 아릿해졌습니다. 죽마고우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제 딸같이 사랑스럽던 아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친구에게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내가 한번 만나보겠다고, 그녀도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녀가 지나온 5년 동안의 세월을 생각해봅니다. 참 긴 어둠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저를 찾는 분들 중에는 의외로 제 친구의 딸과 같은 과거가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뭔가를 하고 싶지만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쩌다 시작할 때를 놓치고 보니 불안이 점점 커진다.”

“아무 일이나 시작하기엔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깊은 어둠에 갇힌 듯 답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어둡고 긴 세월은 나중의 삶에 커다란 힘이 됩니다. 그 시기를 잘 헤쳐 나가는 것은 훗날에 아주 좋은 자양분이 되겠지요. 세상만사가 늘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상처받고 아파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나온 그 어두운 시절을 떠올려 ‘이것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털어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나지요. 너무도 힘들던 고통의 시간들은 세월이 지나고 보면 내게 또 다른 힘을 실어주는 고마운 치료제가 됩니다.

지금의 아프고,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어둠은 영원한 시간이 아님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이 오고 또 아침이 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듯 내 인생의 길도 자연의 법칙처럼 새벽이 훤하게 동터올 것입니다. 그 소중한 아침을 위해 오늘 하루도 일어날 준비를 조금씩 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또 하루의 삶을 발견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가족에게 못다 한 한마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누가 뭐라 하든 내 맘대로 살아보세요

누가 뭐라 하든 내 맘대로 살고 싶다.

누가 뭐라 하든 내 뜻대로 살고 싶다.

누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싶다.



우리는 서로 바라는 조건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봅니다. 내 마음에 얼마나 드는 사람인지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합니다. 내가 조건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듯 상대도 조건을 가지고 나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방이 바라는 조건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기대하는 조건을 민감하게 알아차립니다. 연인들은 서로가 바라는 조건을 자동으로 알아차리며 사랑을 합니다. 때때로 우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기도 합니다.

조건 없는 사랑과 조건이 붙는 사랑. 그 무겁고 버거운 희망 사항이라는 조건은 사람을 지치게도 하고 비겁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존감이 무너지게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내 맘대로 살아보세요. 까짓것, 내 심사가 편해야 세상이 편한 것이라 여기며 누가 뭐라 하든 내 뜻대로, 남이야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모두 까놓고 내 맘대로….

얽히고설키며 살아가는 삶의 순간들 속에서 가끔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내 맘과 몸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가득히 충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내 뜻대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사랑도 때로는 짐이 되고 헌신도 때로는 상처가 됩니다

자식 사랑이 지극한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부모님은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자녀의 미래까지 세밀한 그림으로 그려두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든 희망과 꿈을 걸고 있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완벽한 아빠로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역시 남편의 뜻을 이해해 어릴 적부터 항상 넘치는 칭찬과 격려, 응원과 지지로 아이를 키웠다고 합니다.

그런 아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부터 심각한 무기력 증상을 보이더니 우울감에 빠져 방문을 닫아걸고 바깥출입도 하지 않는다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뭐든 다 해줄 요량으로 아들에게 다가갔지만 다가갈수록 아들은 더 멀어져가는 것만 같다 합니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들과 힘든 대화를 시작했지요. 겨우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청춘의 아들은 눈물부터 떨굽니다. 울먹이며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애처로운 사랑에 무한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늘 칭찬받는 아들이 되어야 하고 늘 성실한 아들이 되어야 하고 늘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과, 과잉 기대를 하는 부모님께 보이기 위해 힘겨운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무력과 무능에 좌절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웃는 얼굴이 불편하고 부모님의 다정한 목소리 앞에서 아들은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졌다 합니다. 어떤 것도 거역할 수 없고 거역해서도 안 되는 그 지독한 사랑으로부터 날마다 달아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자존감이 없는 못난 아들이며 장래가 불투명한 무능한 대학생이어서 스스로가 두렵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아들을 사랑했고 아들은 최선을 다해 좋은 아들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남은 것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그림자뿐이었습니다. 사랑도 때로는 짐이 되고 헌신도 때로는 상처가 되나 봅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뒤돌아 나의 사랑을 들여다봅니다.

추억과 함께하면 나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음….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제 발을 씻겨주셨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다람쥐통을 좋아했었는데 정말 신나게 탔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중학교 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기억, 고등학교 때 시험 성적이 예상 외로 잘 나왔던 기억, 첫사랑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던 밤들. 결혼 전 청혼을 받았을 때 생각도 나고, 연인에게서 받은 장미꽃 다발도 떠오르네요. 첫아이를 낳았을 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취직이 되어 첫 출근 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월세 방을 정리하고 전세를 얻던 날도 기억납니다.

아이가 꼬물꼬물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준 카네이션과 몸살로 누워 있던 어느 날, 남편이 어설프게 끓여준 흰죽을 먹으며 참 행복했어요. 통장에 든 돈이 내가 원하는 것만큼 늘어났던 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던 날, 아이가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던 날, 건강 때문에 불안해하다가 아무 이상 없다는 검진 통보를 받던 날,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던 날. 무수히 많은 기억이 있지요.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내게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고,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 오늘 나를 행복하게 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심리적 면역력을 높여주고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며 나를 기쁨과 행복의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즐거운 시도이며 나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떠오른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노라면 나는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내 앞에 놓인 걸림돌도 어느 순간 디딤돌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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