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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패밀리

백일성(나야나) 지음 | 바룸
땡큐, 패밀리

백일성(나야나) 지음

바룸 / 2013년 5월 / 312쪽 / 12,500원





뿌리 깊은 가족



아들 녀석이 많이 컸다고 생각될 때

거실에 앉아서 TV를 보다가 제가 아들 녀석에게 심부름을 시킵니다.

“형우야, 손톱깎이 좀 찾아 와라.”

아들 녀석은 옆에 앉아 있는 딸아이에게 미룹니다.

“송이야, 아빠 손톱깎이 좀 갖다 드려.”

딸아이는 또 안방에 있는 아내에게 소리칩니다.

“엄마! 아빠가 손톱깎이 좀 달래.”

안방에서 아내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립니다.

“손톱깎이 안방에 있으니까 가져가라 그래!”

전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아들 녀석을 째려보며 말합니다.“아들…… 니 많이 컸다?”

그러면 아들 녀석은 늘 하던 대로 말대꾸를 합니다.

“뭐, 덕분에…….”

아빠 심부름하고 칭찬받는 걸 낙으로 삼던 녀석이 언제부턴가 심부름을 하지 않습니다.



퇴근하고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아들 녀석이 먼저 화장실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아들 녀석이 나오는 걸 보고 제가 화장실로 들어서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아들! 큰일 봤냐?”

아이들 냄새가 아니라 이젠 완전히 어른 냄새가 납니다.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는 아들 녀석 몰골이 여전히 꼬질꼬질해 보이길래 금방 감은 머리의 냄새를 맡았더니 수컷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깨끗이 목욕시키고 베이비파우더를 발라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수컷이 다 됐습니다. 어릴 적 젖비린내는 온데간데없고, 이젠 아들 녀석 몸에서 소래 포구 한편에 2, 3일 방치한 생선 비린내가 납니다.

학원에서 늦게 돌아오는 아들 녀석을 마중 나갔습니다. 저 멀리 학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들 녀석을 보고 있자니, 더벅머리에 큰 가방을 둘러메고 건들건들 걸어오는 발걸음이 무지 불량해 보입니다. 게다가 질질 끌며 오는 신발에 주목하니…… 그 유명한 삼선 슬리퍼!“형우야, 학원 갈 때 슬리퍼 신고 다니냐?”

“여름이잖아.”

“그럼 이모가 사준 메이커 샌들 있잖냐? 그거 신고 다니지!”

“내가 어린인가, 메이커 샌들 신고 다니게……. 다들 이거 신고 다녀요.”

이럴 땐 아빠의 경제력을 생각해서 저렴한 삼선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아들 녀석을 칭찬해줘야 되는지 헷갈립니다.

일요일 오후, 아들 친구 예닐곱 명이 저희 집에 쳐들어옵니다. 밖에서 얼마나 뛰어놀았는지 다들 땀범벅이 된 채로 왁자지껄합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한 동네에서 옮긴 거라 아들 녀석 친구들도 유치원 때부터 봐오던 낯익은 얼굴들입니다.녀석들이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는데, 참 가관입니다.

“안녕들 하셨어요?”

“실례합니다.”

“염치없이 물 한 잔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저희 금방 가겠습니다. 편히 계십시오.”

아주 애늙은이 같은 인사를 하고는 식혜 한 통과 수박 반 통을 게눈 감추듯이 해치웁니다.

뒤늦게 삐죽 들어온 한 녀석의 첫마디는 더욱 가관입니다.

“아…… 여기가 27평이야? 잘 나왔네. 방 구경 좀 할게요.”

그러더니 이리저리 방을 기웃거리고 다닙니다. 그리고 아들 녀석과 같이 뒷짐을 지고 거실 창가에 서더니 말합니다.“거실이 평수치고 꽤 넓네.”

아들 녀석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선을 그으면서 대답합니다.

“여기서부터 확장이고…… 어쩌고저쩌고…….”

두 녀석이 다시 창밖을 내다보며 말합니다.

“경치도 좋고…….”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딱 부동산업자 둘이서 집을 둘러보는 것 같습니다.

이때, 열려 있던 현관문 밖에서 아랫집 할아버지가 저희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형! 빨리 내려와!”

73세 되신 아랫집 할아버지가 79세 되신 저희 아버지를 부르는 소립니다. ‘형님’도 아니고, 항상 ‘형’이라고 부르십니다.현관문을 나서며 신이 난 칠십대 노인 두 분과, 뒷짐을 지고 창 섀시를 바라보며 이중창인지 삼중창인지를 묻고 있는 열세 살 아이들……. 당최 누가 어른인지. 흐흐흐.

마흔이 되면 나, 이렇게 살 줄 알았다

요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문득 차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화장대 거울이나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과 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있는 제 모습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유리 창문 속에는 영락없는 불혹의 아저씨 한 명이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서 있습니다.퇴근 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며 저는 상념 속으로 빠져듭니다.



나, 마흔 살 되면 골프 치고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아직도 동네 사람들이랑 당구 치고 다닌다.

웃긴 건, 20년 전에 200을 쳤는데, 지금은 120 놓고도 물리고 다닌다.



나, 마흔 살 되면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 맡아서 팀원들 이끌고 밤샘 회의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아직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직원들 오기 전에 화장실 청소한다.

웃긴 건, 화장실이 막혀도 직원들이 날 찾는다는 거야. 부장은 부장인데…… 화장실 관리부장인가 봐.

나, 마흔 살 되면 항공사 마일리지가 엄청 쌓여 있을 줄 알았다.

사진첩에 몽마르트 언덕 노천카페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한 장쯤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태국에서 코끼리 엉덩이 만지며 어색한 미소 짓고 있는 사진 한 장이 다야.웃긴 건, 그것마저도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이라는 거야. 그때 태국이라도 안 갔으면 아직 외국 한 번 못 나가본 거였어.

나, 마흔 살 되면 드라마에 나오는 집처럼 집 안에 계단이 있는 복층 집에서 살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 난…… 좁은 집에서 부모님, 우리 부부, 남매, 이렇게 여섯 식구가 박 터지게 살고 있다.웃긴 건, 방은 세 갠데 남매들이 자꾸 커 간다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형제나 자매를 낳을 걸 그랬어.

나, 마흔 살 되면 부모님 엄청 호강시켜 드릴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여든 되신 아버지께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다니고, 밤에는 집 안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담당하신다.웃긴 건, 재활용품 버리러 나가셨다가 아깝다며 주워 오는 물건이 더 많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어머니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화투 패 뜨기를 하시는데, 똥광이 없어서 서비스 패를 똥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치셔.웃긴 건, 어느 날 똥광이 있는데도 여전히 서비스 패가 한 장 보여서 물었더니, 이번엔 홍싸리 한 장이 없어졌대.

나, 마흔 살 되면 우리 남매 남부럽지 않게 키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두 남매는 아는 동네 분이 주시는 옷 물려 입어. 물론 작아져서 못 입는 옷을 서로서로 바꿔 입으면 좋은 일인 건 알지만…….웃긴 건, 애들이 내가 사준 옷보다 그 옷을 더 좋아한다는 거야. 메이커의 레벨이 다르다나 뭐라나.

나, 마흔 살 되면 동갑내기 아내 호강시키며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아내는 몇 년째 맞벌이하면서 시부모 모시고 살고 있어.

슬픈 건, 아내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 호강시켜 주겠다고 했던 말을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알고 있다는 거야.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튕기듯이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그러고는 여전히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을 밟으며 집으로 들어왔습니다.현관문을 여니 아버지와 아내가 식탁에서 돼지고기 보쌈을 앞에 놓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습니다.“다녀오셨습니까!”

내복 남매가 인사를 합니다.

“애비야, 수고했다. 한잔해라.”

아버지의 얼큰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기야, 한잔하고 씻어.”

아내의 목소리는 더 얼큰합니다.

“홍싸리 찾았다!”

어머니의 해맑은 목소리도 들립니다.

저는 엉거주춤 식탁 앞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시원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막걸리 한 잔으로 불혹의 나이를 잊어봅니다.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



요상한 모녀

저희 집은 마흔 살 동갑내기 부부가 중1 아들 녀석과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중년으로 접어들려는 아내와 사춘기로 접어들려는 딸아이를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일요일 오전,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누워서 딸아이를 찾습니다.

“송이야! 고슴도치 똥 치우고 자리 갈아줘라.”

잠시 후 바깥에서 딸아이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늦은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아내는 딸아이를 찾습니다.

“송이야, 이것 좀 갖다 놔라. 그리고 식탁 닦았어?”

딸아이는 주방과 식탁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은 아내가 다시 딸아이를 찾습니다.

“송이야, 엄마 아세톤 좀 가지고 와. 그리고 손톱깎이도. 아, 그리고 솜뭉치도……. 그리고 엄마 머리핀 좀 찾아가지고 와.”딸아이는 안방과 거실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가만 옆에서 두 모녀를 지켜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디서 데려온 딸아이였으면…… 정말 속상할 뻔했습니다.

이번엔 딸아이가 반격을 하려는지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 내 청반바지 찾아줘.”

아내가 말합니다.

“가시나야, 니 바지를 왜 엄마한테 물어봐. 잘 찾아봐.”

딸아이는 베란다와 방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잠시 후 딸아이가 또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 라면 끓여줘.”

아내가 말합니다.

“가시나야, 니가 몇 살인데 엄마한테 라면을 끓여달래? 니가 끓여 먹어.”

딸아이는 주방에서 분주하게 라면을 끓입니다.

딸아이가 끓인 라면을 식탁 위에 놓고 뚜껑을 열면, 아내가 허리춤에 젓가락을 감추고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신데렐라는 어려서…… 계모와…… 얼마나 울었을까♬♪’

그런데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신데렐라와 계모 사이인 저 둘 사이에 아빠로서는 알 수 없는 어떤 미묘한 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면을 사이좋게 나눠 먹은 두 모녀는 일요일 낮에 방영되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면서 서로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줍니다. 그리고 뭐가 그리 재미나고 좋은지 깔깔거리며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서로 감탄을 했다가 때론 흉을 보며 재잘거립니다.오후 내내 붙어서 깔깔거리던 두 모녀가 마침내 하이라이트를 보여줍니다.

마흔 살 아내가 스물여덟 살 차이 나는 딸아이에게 말합니다.

“송이야, 나도 너처럼 똥머리 해줘.”

순간 저는 제 귀를 의심합니다.

‘뭔 머리?’

딸아이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엄마 머리는 똥머리 하기에 참 좋아. 숱이 많고 머리가 거칠어서 똥머리 하기에 딱이야.”

똥머리를 해주는 열두 살 딸아이의 해맑은 표정과, 머리를 맡긴 채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흔 살의 아내……. 둘은 참 닮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바라보는 눈이 참 맑습니다.

아내의 머리가 동글동글 똥 모양을 해갈 때쯤, 아침에 사라져서 연락도 없던 중1 아들 녀석이 집으로 들어옵니다.아내에게 맑은 눈을 교감할 수 있는 딸이 있다면, 저에게는 진한 수컷 냄새를 풍기며 제 앞을 스쳐 가는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형우야, 온종일 어딜 나갔다 오냐? 아빠가 보고 싶었잖아.”

아들 녀석이 뒤돌아보곤 말없이 미소를 짓습니다.

“밥 먹었어?”

아들 녀석이 다시 뒤돌아보며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씩 웃습니다. 곧장 화장실로 들어간 아들 녀석은 씻고 나오는가 싶더니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친구들과 채팅을 합니다. 그러다가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저를 향해 다시 한 번 말없이 씩 웃습니다.아들 녀석, 요즘 뭘 물어보거나 말을 걸면 그냥 말없이 씨익 웃기만 합니다.



거실이 잠잠해서 내다봤더니 똥머리 모녀가 베개 하나에 서로 마주 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저 똥머리를 하고 똑바로 눕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같은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똥머리 모녀에게 제가 모르는 뭔가가 분명히 있겠죠?

뒤에서 나지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어느새 아들 녀석이 슬금슬금 현관으로 나갑니다.“또 어디 가려고?”

아들 녀석이 말없이 씩 웃습니다.

답답해서 제가 물었습니다.

“아들! 너 요즘 왜 말없이 웃기만 하냐?”

아들 녀석이 또 씨익 웃으면서 드디어 한마디 합니다.

“떠들면서…… 우는 것보단 낫잖아요.”

이런!



노인들의 가을 동화

우리 동네는 관악산 줄기 아래 위치한 공기 좋은 동네라서 그런지 노인분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저희 집만 해도 여든 되신 아버지와 일흔둘인 어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희 집 바로 아래층에는 일흔넷 되신 할아버지와 일흔둘인 할머니, 두 분이 사십니다.

하루는 저희 어머니와 아랫집 할머니가 평상시처럼 집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신학교의 작은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시간에 저희 아버지는 집에 계시다가 일찍 출근한 저희 부부를 대신해 중학교 1학년 손자 녀석이 등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미처 챙기지 못한 체육복을 이리저리 찾아 헤매고 있었나 봅니다. 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급한 마음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운동장에 있던 어머니를 부르셨답니다.“할머엄! 형우 운동복 어데 있노? 운동보-옥.”

13층에서 울려 퍼지는 아버지의 굵직한 목소리에 운동장에 계시던 어머니와 아랫집 할머니가 동시에 아파트를 올려다보셨겠지요.뒤늦게 들은 얘기지만, 그때 어머니는 옆에 계신 아랫집 할머니에게 말씀하셨답니다.

“당신 영감이 운동복 어데 있냐꼬 찾는데?”

어머니는 아버지를, 평상시에도 자주 창문을 열고 할머니를 찾는 아랫집 할아버지로 착각하셨던 겁니다. 그러자 아랫집 할머니가 소리를 치셨답니다.“아, 이 영감탱이야! 금방 들어갈 건데 뭘 찾아아―. 그리고 당신 건 제발 당신이 좀 찾아아아―.”창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아랫집 할머니의 버럭에 어안이 벙벙하셨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어머니에게 소리치셨답니다.“퍼뜩 올라와서 형우 체육복 찾아주라아―.”

물론 돌아온 대답은 아랫집 할머니의 푸념이었지요.

“원, 영감탱이하고는! 올라가요, 올라가아―.”

그리고 두 할머니는 종종걸음으로 집 쪽을 향하셨다네요.

어찌 됐건, 일단 아버지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머니의 푸념을 들으셨다고 합니다.

“아이고, 밑엣집 영감은 체육복 안 보인다꼬 창문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아이고, 동네 챙피시러바서…….”

이후에 벌어진 상황은 안 봐도 뻔합니다. 평소 화를 잘 안 내시는 아버지의 진노가 대단하셨다고 합니다. 아랫집 할아버지는 아침 TV 뉴스를 보다가 뜬금없이 체육복을 내미는 할머니를 물끄러미 쳐다봐야 했고요.또 어느 휴일 오후에는 낮술에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굉장히 속상해하는 눈치였습니다.제가 조용히 연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긴 한숨을 한 번 더 내뱉고는 대답을 하셨습니다.“속상해서 그런다. 6대 독자 손자 하나 있는 게 어찌 저리 정이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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