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오세영 지음 | 시아퍼블리셔스
북벌
오세영 지음
시아퍼블리셔스 / 2011년 6월 / 372쪽 / 12,500원윤헌은 훈련도감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이완 대장으로부터 급히 들라는 영을 받은 것이다. 청의 요청으로 나선(러시아) 정벌을 마치고 회령으로 돌아온 게 작년 섣달 12일. 해가 바뀌어 효종 10년(1659) 정월에 한양으로 돌아왔고 그 후로 윤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북벌에 대비해서 훈련도감과 군기시를 오가며 총병들을 조련시키고 신형 홍이포 제작을 독려해야 했다. 그런데 왜 이완 대장이 갑자기 본영에 들리라고 한 것일까. 아무래도 뭔가 급한 일이 생긴 듯했다. 윤헌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서 훈련대장 방으로 들어섰다. “앉게.”
최정예 훈련도감을 7년째 이끌고 있는 이완 대장이 근엄한 표정으로 윤헌을 맞았다. 강인한 눈빛에서 병자호란 때 정방산성에서 청병을 상대로 용맹을 떨쳤던 기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데 누굴까. 선객이 있는데 관복을 입지 않은 것으로 봐서 아직 출사를 하지 않은 사람인 듯했다. 윤헌은 살피듯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선객에게 목례를 올리고 자리를 잡았다.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얼핏 예닐곱 정도 연상으로 보였다. “자포의 구경이 모포와 일치하지 않는 걸 보완하기 위해서 고정 빗장을 새로 달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았는데 그래 별 탈 없이 마무리를 지었는가?”이완 대장의 물음에 윤헌은 흠칫 놀랐다. 군기시에서 신형 홍이포를 제조하고 있는 건 기밀사항이다. 윤헌은 동석하고 있는 초면의 선비가 마음에 걸렸다. “괜찮네. 반계(磻溪)는 우리와 뜻을 함께할 사람이네. 앞으로 큰 도움을 줄 걸세. 그렇지 않아도 종사관에게 소개를 하려던 참이었네.”“유형원(柳馨遠)이라 하오. 별로 재주도 없는 몸인데도 대감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진작부터 종사관을 만나보고 싶었소.”“훈련도감 종사관 윤헌입니다. 고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윤헌이 절도 있게 군례를 올렸다. 유형원은 선비면서도 병서도 여러 권 저술했을 정도로 병법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한편이 되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래 직접 살펴본 바 청병들의 실상은 어떻소?”
이완 대장은 입을 다물고 있었고 유형원이 질문을 계속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합지졸들이었습니다. 사기도 형편없고 군기도 엉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청병 모두가 오합지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네. 정예 팔기병과 녹영(綠營)은 따로 있으니까. 그런데 그들은 지금 손발이 묶여 있다네.”이완 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팔기병은 만주족의 정예 군영이고 녹영은 멸망한 명의 군사들로 구성된 군영이다. 그런데 그들의 손발이 묶였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윤헌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완 대장을 쳐다봤다. “남명(南明)의 군사들이 양자강 일대를 장악했다고 하네. 선봉은 벌써 남경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하더군.”놀라운 소식이었다. 명의 부흥을 꾀하는 무리들이 남명을 자처하며 저 멀리 운남과 복건 일대에서 청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은 윤헌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쫓겨 다니기에 급급한 보잘것없는 무리들로 알고 있었는데 남경을 도모하려 한다니. 윤헌은 이완 대장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정성공(鄭成攻)의 군사들이 지난 달 스무이렛날에 남경 일대의 3부 4주 24현을 장악했다고 하네. 지금 기세라면 남경 함락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야.”이완 대장의 표정이 심각했다. 정성공은 멸청복명(滅淸復明)을 부르짖으며 청에 대항하고 있는 복건의 토호다. 남경 함락이라니…… 윤헌은 흥분을 감출 길이 없었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단 말인가. 남경은 명 태조 주원장이 왕조를 창업한 곳이다. 그런 각별한 의미를 지닌 남경을 남명군이 장악하면 명나라 유민들이 일제히 봉기할 것이고 만주족을 다시 장성 밖으로 내모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벌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재일 것이다.
정예 팔기병과 녹영 모두 남쪽으로 급파되면 요동에는 오합지졸들만 남게 된다. 상대가 그들이라면 일격에 격파할 자신이 있었다. “어쩌면 예상보다 일찍 병자년의 치욕을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네.”
이완 대장의 눈에서도 빛이 일었다.
- 북벌.
마침내 때가 온 것일까. 기회는 불쑥 찾아와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한 올의 꼬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윤헌의 마음은 어느새 요동벌을 달리고 있었다. “하면 언제쯤…….”
윤헌은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기세였다.
“오월 초순경에 정성공의 군대가 총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하네. 우리도 그때쯤 군사를 움직이는 것이 좋겠지.”오월이라면 삼월, 윤삼월, 그리고 사월…….
“겨우 석 달 남짓 남았군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포를 제조하고 총병들을 조련시키겠습니다.”시일이 너무 촉박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윤헌은 흥분을 억누르며 스스로에게 침착할 것을 일렀다. “곧 청에서 칙사가 한양에 당도할 것이오.”
이완 대장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화제를 바꾸었다. 칙사가 왜 갑자기? 윤헌은 이완 대장의 표정이 어둡지 않은 데서 일단 나쁜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나선이 다시 남하를 시작했다고 하네.”
“하면 다시 출병 요청을 하려는 겁니까?”
윤헌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물음이 나왔다.
“정예 녹영과 팔기군이 모두 남정(南征)에 나서게 되었으니 우리에게 손을 빌릴 수밖에 없겠지.”이완 대장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두 사람을 차례로 쳐다봤다.
“참으로 절호의 기회로군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두만강 대신에 압록강을 넘어야 합니다.”
유형원의 눈에서 빛이 일었다. 나선정벌을 구실로 출병한 조선군병이 영고탑 대신에 산해관으로 진격하면 북벌의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성명욱은 탁상 위에 놓여 있는 천구의(天球儀)로 눈길을 돌렸다. 소현세자를 모시던 시절, 서학자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인데 소현세자가 생각날 때면 저절로 그리로 눈길이 갔다. 성명욱은 심양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는 만상으로 소현세자의 인품과 식견에 감읍을 해 그의 오른팔이 되었던 인물이다. 그리고 10년 전, 소현세자가 갑자기 죽으면서 성명욱은 그를 대신해서 조선의 친청세력을 이끌고 있었다. 성명욱은 청 조정에 아는 고관들이 많이 있다. 소현세자를 따라다니며 알게 된 자들인데 성명욱은 주기적으로 그들에게 조선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독살로 의심되는 소현세자의 사인을 정확히 밝혀내고 동생에게 넘어간 보위를 소현세자의 아들에게 되돌리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 굳게 믿고 있는 성명욱에게 청의 고관들은 더 없는 원군이었다. ‘아무래도 먹구름이 밀려올 것 같은데.’
성명욱은 요즘 조선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북벌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다. 섣불리 청과 전쟁을 벌였다가는 조선은 멸국의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성명욱은 믿고 있었다. 조선의 군신들은 걸핏하면 숭명멸청을 부르짖는데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얘기란 말인가. 도대체 명이 조선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리도 사대를 못해 안달이란 말인가. 성명욱은 어이가 없었다.
조선은 명과 전쟁해서 진 적이 없다. 그런데도 낡아빠진 주자학을 신봉하는 조선 사대부들은 제풀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것이다. 사대부들은 청을 오랑캐라고 무시하고 있지만 썩어빠진 명보다 모든 면에서 본받을 게 많았다. 병자년의 화를 자초한 것은 조선이다. 청은 애초에 조선을 적대시하지 않았다. 광해군이 보위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조선은 두 차례의 호란을 겪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소현세자를 수행하며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문물을 익혔던 성명욱은 고루하고 비현실적인 주자학을 경멸하게 되었다. 원한으로 따지면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만큼 뼈에 사무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현세자는 현실을 직시했다. 무엇이 진실로 병자년의 치욕을 갚는 길인 지를 깨달은 것이다. 진정한 설욕은 입으로 병자년의 설욕을 떠들어 대는 것도, 경솔하게 군사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다시는 감히 조선을 넘보지 못하게 부국강병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설욕이다. 그렇게 생각한 소현세자는 포로로 끌려온 조선인들을 모아 불모의 땅을 개간했고, 무려 4,700여 섬을 수확하면서 만주의 조선인들은 더 이상 배를 곯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소현세자가 심양에 세운 시강원(侍講院)에는 인재들이 모여들어 넓은 세상을 익히고 부국강병의 기틀을 논의하며 새로운 시대를 대비했다. 청은 떠오르는 태양이고 명은 지는 달이다. 소현세자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명 유민들도 자금성의 새 주인이 된 청에게 별 저항 없이 복속하고 있다. 썩을 대로 썩은 명보다는 차라리 순진한 오랑캐가 나았기 때문이다. 공자 맹자가 언제 밥을 먹여주었더냐. 백성들이 잘 먹고 걱정 없이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내 나라로 돌아가면 낡은 주자학을 배격하고 실용의 학문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헛된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챙길 것이다. 조선과 청은 얼마든지 실리와 명분을 나눠가지며 공존할 수 있다. 소현세자는 태도를 분명히 했고 그런 소현세자를 청 조정은 조선의 소왕(小王)으로 대접하며 호의를 보였다. 마침내 세월이 흘러 귀국의 날이 왔다. 소현세자는 꿈에 부풀어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무도 기막힌 현실이었다. - 잠도역위(潛圖易位).
인조는 아들 소현세자를 의심했다. 청과 결탁해서 자기를 밀어내고 임금이 되려한다고 오해한 것이다. 미운 털이 박히니 하는 짓이 모두 밉게만 보였다. 조선인 포로들을 데리고 황무지를 개간한 것, 교역으로 부를 축적한 것을 모두 화리(貨利)만을 좇는 모리배의 짓이라 질타했다. 소현세자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었다. 인조는 광해군이 쫓겨 가는 바람에 얼떨결에 보위에 오른 사람이다. 그러니 자기도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불안했다. 권력은 아비와 아들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인조의 의혹은 깊어갔고 곤궁에 빠졌던 소현세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독살이 의심되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세자빈 강빈(姜嬪)에게도 사약이 내려졌다. 인조는 세손에게도 왕위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연산군 이래로 조선은 어미가 죄인인 왕자는 보위를 잇지 못한다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었다. 강빈이 사사되고 소현세자의 세 아들이 제주도로 유배되면서 왕위는 소현세자의 동생인 봉림대군(효종)에게 돌아갔다. 친청을 이유로 내몰린 소현세자를 대신해서 왕위에 오른 효종이 강력한 반청책을 펼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서인의 집권 기반인 주자학의 화이관(華夷觀)과 일치한다. 이후로 북벌은 거부할 수 없는 천명이 되었다. 하지만 서인들의 북벌은 청과 일전을 벌일 각오도 배짱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집권을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따라서 청도 모른 체하고 넘어갔고 별 마찰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고 있었다. 주상이 정말로 군사를 일으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조정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성명욱은 충분히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화를 자초하려 하는군. 소현세자께서 보위를 이으셨다면 이런 어리석은 짓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
이조판서 송시열(宋時烈)은 심사가 편치 못했다. 주상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선의 국정은 서인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북인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남인은 간신히 숨을 붙이고 있었다. 임금도 양대에 걸쳐 서인에 의해 추대되었으니 그야말로 서인의 세상이었다. 송시열은 봉림대군의 스승이며 봉림대군이 보위에 오르는 데 큰 공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벼슬은 이조판서에 불과하지만 일인지하요 만인지상 영의정도 송시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었다. 그런 송시열이 고심에 잠겨 있었다. 자고로 꽃은 열흘을 붉을 수 없고 권력은 십 년을 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상은 서인의 독주에 염증을 느낀 것일까. 근자 들어 주상이 조금씩 거리를 두고 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북벌 논의가 다시 이는 것도 분명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송시열은 경계심이 일었다. ‘북벌은 명분만으로 족하다.’
그것이 송시열의 일관된 생각이다. 유자(儒者)는 주자학의 화이관(華夷觀)을 본받아 중화를 흠모하고 오랑캐를 배격해야 한다. 그렇다면 북벌은 오랑캐를 무시하고 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송시열은 일찍이 두 차례의 봉사(奉事)에서 화이론에 근거한 북벌을 주장했고 효종도 그에 동조한 바 있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주상이 생각을 달리하는 것 같았다. 훈련대장 이완과 어영대장 유혁연 등 남인과 가까운 오군영(五軍營)의 대장들이 자주 내전을 드나들면서부터였다. 하면 주상은 정말로 요동으로 출병할 생각이란 말인가. 그건 아니고 남명의 무리들이 양자강 일대에서 선전한다는 소식에 고무된 것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멸청복명의 무리들은 결국 토벌될 것이고 북벌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 테니까. 그런데 그게 다일까. 송시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상은 북벌을 기화로 왕권을 강화할 속셈이다.’
누구보다도 효종을 잘 아는 송시열이다. 어렵지 않게 효종의 속마음을 읽었다.
‘하긴, 주상도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송시열은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후회가 일었다. 보령이 이미 불혹에 이르렀고 보위에 오른 지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더 이상 시강원 시절의 세손이 아니다. 당연히 홀로 서고 싶을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주상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것인가.’
왕권의 강화는 곧 신권과의 정면충돌을 뜻한다. 송시열은 긴장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
취화문을 나선 임금의 행차는 망춘정에 이르러 멈추었다. 효종은 성큼 정자 위로 올라섰다. 산수유가 부용지(芙蓉池)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며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돌아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바람이 찹니다. 그만 행차를 돌리심이 좋을 듯합니다.”
어가를 수행하고 있는 이완 대장이 궁으로 돌아갈 것을 아뢰었다. 창덕궁 금원(禁苑)은 봄볕이 가득했지만 이완 대장의 말대로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올해는 윤삼월이 있기 때문일까. 봄이 더디 오는 것 같았다. “서두를 게 뭐 있소. 이리 날이 화창하고 바람이 청량하거늘. 그러고 보니 이렇게 경과 후원을 거닐어본 지도 꽤 된 것 같소.”예전에는 이완 대장과 송시열이 나란히 효종을 수행하며 북벌의 의지를 다졌지만 지금은 이완 대장 혼자다. “칙사가 한양에 당도할 텐데 대사는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소?”
효종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청량한 하늘이었다.
“요동부정군병초송절목(遼東赴征軍兵抄送節目)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요동부정군병초송절목은 북벌에 따른 상세한 출병안이다. 그 안에 군병 동원과 군량 보급, 화약 조달 등에 관해서 상세한 계획이 전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주상은 북벌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완 대장은 당장이라도 군병을 인솔하고 요동으로 진격하고 싶었다. “요동은 본시 우리의 땅으로 세종대왕께서는 그곳에 사군(四君)과 육진(六鎭)을 설치하고 야인들을 다스리셨소.”“그렇사옵니다. 병자년의 치욕을 갚는 동시에 잃어버린 옛 땅을 수복하는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군신은 의기가 투합했다. 그럼에도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신료들이 비변사 소집을 주청할 것입니다.”
비변사는 최고의 군국기무를 다루는 부서로 북벌 같은 대사는 당연히 비변사를 거쳐야 한다.
“알고 있소.”
효종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조정은 서인의 세상이다. 그리고 그들의 영수인 송시열은 정말로 군사를 일으키는 북벌에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과인의 헤아릴 수 있는 신료에게 중책을 맡길 생각이오.”
효종이 이완 대장에게 고개를 돌리며 조정 인사를 단행할 뜻을 비쳤다. 누가 뭐래도 조선은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다. 비록 서인들이 조정을 장악하고 있지만 신료를 제수하고 파직하는 것은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