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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병 오디세이

이규형 지음 | 서울도쿄
부상을 입은 윤 상병을 부축하고 걸어나오는 사이 안개가 걷혔다. "이제 살았다!"라고 외치자마자 등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들 앞에 떨어진 것은 막대기 모양의 북한군 수류탄이었다.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윤상병은 수류탄을 집어들고 그것이 날아온 곳으로 다시 집어던졌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수류탄은 앞에 있던 나무에 맞고 윤 상병에게로 되돌아왔다. 지훈은 그 자리에서 윤 상병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끔찍했다. 지훈은 이성을 잃은 채 수류탄이 날아온 곳을 향해 미친 듯이 총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살의를 가지고 총을 쏘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북쪽으로 향하는 지훈을 발견한 것은 바로 이민기 병장이었다. 극한 상황에서의 만남에 대한 기쁨을 표현할 새도 없이 그들은 북한 민경대원들에게 포위 당하고 말았다. 포로 신세가 된 자신들을 쏘라고 강요하는 북한 상사의 지시에 북한군들은 당황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부하들의 나약함에 화가 났는지 북한 상사는 직접 지훈과 민기에게 카리시나코프 총구를 들이댔다. 지훈은 자신에게 엄습한 죽음의 두려움으로 울기 시작했지만 이민기 병장은 그 순간 기지를 발휘했다.또 다시 짧은 총격전이 벌어졌다. 고요해진 그곳에는 이민기 병장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그는 죽어가면서 지훈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훈아, 내 애기... 우리 애기..." 그제야 지훈은 이민기 병장이 곧 아빠가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말에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죽음은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아프고 우울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픔의 그 시간은 이젠 이민기 생각을 하면서도 신기하게 눈물이 맺히지 않게 해주었다. 이민기는 세상을 떠나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는 사람이었다.권해룡 상병은 히죽히죽 웃으며 의외의 선물을 받았다는 듯 기뻐했다. 그러나 지훈은 그 포로가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강 병장에게 그의 말을 들어보자고 제의했다. 지훈의 배려 덕분에 북한군 상위는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말문을 열었다."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리상호 상위다. (...) 동무들 나는 자폭을 못하고 생포 되면 반동이요. 내가 죽으면 우리 딸애는 영웅의 딸로 살고, 내가 살면 딸 인생이 죽는 게요. 날 쏘아주시오."이민기의 장례는 공비소탕이 마무리 된 후에 합동 장례식으로 치러졌다. 공비들은 포위된 채 전부 사살 당했다. 탈출자는 단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도 부상당한 채 절벽으로 뛰어내렸다고 하니 위험요소는 제거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또 다시 지루하고 단조로운 벙커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훈은 헤드폰을 쓰고 작은 소리를 걸러내기 위해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는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잡음이 아닌 분명한 신호음이 들려왔다. 그냥 흘려보낼 소리가 아님을 인식한 호텔 코코넛 대원들은 신속하게 소음이 발생하는 지점으로 출동했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포위망을 빠져나갔던 비무장 상태의 북한군 상위였다. 그들은 일단 북한군을 결박하고 벙커로 데리고 왔다."동무 큰 은혜를 입었소. 만약 언젠가 때가 온다면... 그럴 수 있다면 ... 내 딸에게 전 해주시오. 동무!"6장 귀향심각한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의 대립 끝에 권 상병도 지훈과 강 장군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지훈의 재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게 되는 또 다른 슬픔과 비극의 순간이었다. 호텔 코코넛 대원들은 리상호 상위를 처음 발견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는 그의 요구대로 그의 숨을 끊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남과 북, 이념과 체제를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리상호 상위 자신과 그의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았다. 리상호는 마지막 유서를 남겨 지훈에게 건네주었다.그리고 그는 강대남 병장이 쏜 권총을 맞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지훈은 애기가 보고 싶다는 이민기 병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강대남의 총에 맞아 죽는 인간이나, 애기를 남겨놓고 죽은 이민기나 처참하긴 매일반이었다. 참을 수 없는 오열이 터졌다. 권 상병도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민기 병장, 장윤희 애기, 이상호 애기를 생각하며 엉엉 울고 말았다.모두 20년 전의 일이다. 이제 <호텔 코코넛>은 꿈속에서나 가볼 수 있는 곳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민기도 생생하게 지훈의 꿈속에서 살아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대 후에 꾸는 이민기의 꿈은 모두 밝다는 점이다.



민기 형의 아이는 얼마 전에 대학생이 되었기에 양복을 하나 선물했다. 대남이 형은 솜씨를 살려 레스토랑을 하고 있고 권해룡은 인연이 별로 없는지 얼마 전 사업이 잘 안 된다며 돈을 빌려간 이후로는 볼 수 없었다. 나, 김지훈과 결혼한 여자는 아직도 나에게 코코라고 불리고 있다. 아참. 지훈이 그 20년 전 기억 속에서 늘 숙제처럼 갖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리상호 상위가 지훈에게 남긴 짧은 편지다. 지훈은 요즘도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그 편지를 꺼내본다. 색 바랜 시험지에 연필로 쓰여진 그 편지를...아름다운 아기에게



수현이가 이 편지를 볼 땐 아버지는 네 곁에 없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어. 아버진 조국을 사랑했고 떳떳이 싸웠고 죽는 순간까지 널 사랑했다. 사랑하는 아가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용기다. 전쟁터에 나가는 것만이 용기는 아니란다. 고통 속에서 살면서 도 끈기 있게 일하는 공화국 많은 인민들. 극한 상황에서도 자기의 적까지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영웅이다.



수현아, 힘들 때는 언제라도 하늘을 향해 아버지를 세 번 불러라. 하늘에서 늘 커다란 사 랑을 보낸다.황혼의 하늘은 아름다웠다. 그림자를 드리운 채 흔들리는 야자수를 보면서 이파리의 배경 이 모두 진짜 같은 기분을 느꼈다. (...) 지훈은 지난 군대 생활 기간 중 〈호텔 코코 넛〉이 최고 히트작이라고 생각했다.2장 이등병 항해일지상병들의 구타는 그 세기와 정도가 갈수록 악랄해져서 이 시키들과 최소한 1년을 같이 살 아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입 꽉 다물어!" 지훈이 입을 다물자 사정없이 오른 주먹, 왼 주먹으로 아구창이 날아왔다.""지금 소대의 병사들이 침을 겔겔겔 흘리며 흥분하고 있는 건 순전히 지훈의 솜씨다. ... 전투 소대원들은 지훈을 끔찍하게 좋아한다. 왜 지훈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가. 그 인기비 결이라야 간단하다. 군대 영화에다가 5분에 한 번씩 다른 한국 영화의 야한 장면을 삽입 (?)하면 되는 거다."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들이 모여 사는 곳, 이성보다는 감성과 본능에 예민해 질 것을 강요하는 곳, 이러한 군대 조직에서 성(性)에 대한 탈출구는 입심 좋은 후임병의 성적 경험담을 듣거나, 포르노 테이프를 돌려보는 것이 고작이다. 지훈은 탁월한 편집 실력 덕분에 자신의 전투 소대뿐 아니라 인접한 보안대, 수색대에서도 인기가 높았으며, 이를 계기로 이민기 병장과 인연을 맺게 된다.



보안대 소속 배 병장의 계급은 실제로는 지훈보다 낮다. 그러나 보안대의 성격상 외부에서는 병장 계급장을 거짓으로 달고 있는 것이다. 지훈의 소대에서 한창 포르노 영화가 상영 중일 때, 보안대 배 병장은 자신의 부대로 출장(?)을 나오지 않은 지훈에게 화풀이를 하기 위해 그를 찾아왔다. 군대의 생리상 화풀이는 곧바로 구타로 이어지게 된다.끝발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배 마이가리로부터 수모를 당하고 있는 지훈을 구해준 것은 바로 빛나는 공수부대 레인저 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타난 이민기 병장이었다. 짙은 눈썹에 눈빛이 번쩍이고 콧날이 날카로운 미남형의 그 남자는 등장부터 지훈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병장의 자연스러운 허풍은 보안대 배 병장의 도도함을 압도하기에 충분했고, 위기에 처한 지훈을 구해주었다. 지훈은 시내에 나가서 차 한 잔 하자는 이민기 병장을 무엇엔가 홀린 듯 따라나서게 되었고, 앞으로 이 만남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최대의 운명의 모험이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지훈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내는 정말 알 수 없는 면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전방지역을 통과할 때 거쳐 온 헌병초소와 위병초소에서 다른 사병들이 그에게 경례를 깍듯이 부치는 광경도 그렇거니와 계급장마저 붙어있지 않은 사제 가죽 잠바 차림새까지 너무도 자신만만한 그의 말과 행동은 사뭇 낯설면서도 호감이 가게 만드는 그런 사내였던 것이다.



그가 지훈을 데리고 들어간 곳은 예스터데이라는 레코드점이었다. 주인인 듯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빼어난 미모의 윤희가 민기와 지훈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듣는 음질 좋은 음악소리와 커피 향기가 어우러진 그곳은 대학가의 카페를 연상시켰다. 지훈은 그들과 감명 깊게 본 영화, 어릴 적 펜팔로 사귄 군인 아저씨, 월남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했고, 연인 사이인 이민기와 장윤희 사이에서 자기가 군대에 입대할 때 가지고 있던 원대한 꿈과 이상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았다."자의건 타의건 오디세이는 집을 떠나 20년간이나 상상도 할 수 없는 모험과 낭만의 대항 해를 하지 않습니까? 전 한국군대야 말로 오디세이 같은 모험을 맛볼 수 있는 청춘의 장 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가 아니면 체험하지 못하는 웃음과 눈물, 아픔과 사건들... 그런 이야기들을 잘 어렌지해서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겁니다."땅굴 찾는 수색대 소속인 이민기 병장은 지훈에게 자신의 부대로 전출 올 것을 요구했다. 이민기는 은근히 지훈을 환영하는 눈치였고, 지훈 역시 호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달콤한 연대 정훈병을 포기하고 첩첩산중에 텐트를 티고 벌벌 떨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지훈도 나름대로 지난 6개월 동안 불안에 떨었었다. 피에 젖은 늑대 떼들에게 내팽개쳐진 지난 6개월이었다.지훈은 애초부터 따스한 후방에서 편한 보직으로 허송 세월을 보내는 군대생활을 원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훈련소 생활은 거의 수학여행 온 기분이었다. 글을 써보겠다고 작정한 지훈에게 있어 군대란 곳은 전쟁문학과 군대문학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조교들에게 얻어맞는 것도 사실 중학교 때 야구부에서 빠따 맞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라고 마음먹으니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



지훈은 훈련소 시절부터 하루하루의 경험과 기억, 감정 등을 쪽지에 꼼꼼히 적어 수통에 보관했다. 그 쪽지들은 제대 후 자신의 시나리오를 완성시켜 줄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병들과 사뭇 다른 지훈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던 신병교육대 소대장은(그의 별명은 슈퍼맨이다.) 지훈이 자신과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연찮게 지훈의 수통 속에 보관된 메모쪽지를 읽게 된다. 이를 계기로 둘은 상관과 부하 이상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신교대에 남지 않겠느냐는 소대장의 배려를 정중히 거절한 지훈은 수퍼맨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그토록 바라던 야전 대대로 배치를 받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육군 조직 중 최하 조직인 소총 소대에 배치된 지훈의 자대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피범벅' 소대라는 명칭에 걸맞게 매일 밤 얼차려와 구타가 자행되는 군대다운 곳(?)이었다."전출이다. 전출. 중대장실에서 들었는데 연대본부 발령이야. 아까 연대 정훈관이 직접 연락 해왔어. 너 짜아식 풀리는구나." 풀리긴. 기껏 소대 생활에 익숙해져 맛이 들어가는 판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쯤에서 소댈 떠나는 게 뭐 그리 싫지도 않았다. 또 새로 운 경험, 새로운 항해라 생각한다면...이민기 병장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지훈을 자신의 부대로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소령 계급의 과장과 마주친 이민기는 넉살좋은 너스레로 지훈을 데려가겠다고 통보했다. 지훈은 이민기 병장을 따라 전방 초소를 지나 숲이 이어지고 한쪽에 철조망이 쳐진 산 속으로 들어갔다. 해골마크에 '지뢰'라고 쓰여 있는 삼각형 모양의 지뢰 표지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이민기 병장은 자신이 이 지역 지역사령관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도록 했고, 지훈 역시 이제부터 자신의 항해일지에 이 병장을 아빠라고 기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사람이 산길을 꽤나 올라갔을 때 갑자기 언덕이 평평해졌다. 그리고는 저 멀리 들판 뗏장을 떠다가 잔디로 덮은 커다란 벙커가 나타났다. 그 벙커가 이제부터 지훈이 새롭게 적응해야 할 집이다. 그 벙커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는데 한 사람은 수색대 마크와 공수 견장이 어울리지 않게 얍삽하게 생긴 상병이었다. 건들건들거리는 폼, 말투가 한눈에 봐도 닳고 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차갑고 무뚝뚝한 근육질의 호텔 주방장 차림을 한 투 스타 계급의 사내였다. 지훈은 도대체 뭐가 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역 사령관에다 투 스타 주방장에 양아치 상병까지. 신기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연대 장교 식당에서도 보기 어려운 품격 있는 접시들과 숟가락, 포크, 나이프, 그리고 커다란 새우튀김에 칠리 양념 소스를 얹은 요리에서 술까지, 지훈은 짧은 시간에 새로운 것을 너무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만찬이 끝나고 포만감에 취해있을 때 아빠는 지훈을 벙커 지하로 데리고 갔다. 지훈이 본 내무실의 풍경은 보통 군인들 내무반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은 군대 관물대와 총 놓는 곳이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한쪽에 보이는 나뭇장에다 한꺼번에 때려 박은 것 같았다. 아마 곤조 있는 사관이 점호를 취한다면 이곳은 개박살이 날 것이 확실했다.아빠가 헤드폰을 벗으며 지훈에게 써보라고 했다. "써 봐." 지훈이 쓴 헤드폰에서는 특별 한 소리가 안 나고 쏴아 하는 밋밋한 소리만 났다. "평양애들 땅굴 파는 소리 안 들려?" 권 상병 하는 말을 듣고 나니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감이 잡혔다. 요 몇 년 전 우리 사 회를 발칵 뒤집었던 땅굴을 잡는 부대다.권 상병은 지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의기 양양하게 땅굴이 하나 뚫리면 남한에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지훈의 교육관임을 자칭하면서 아빠(이민기 병장)와 강 장군(강대남 병장)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민기 병장은 서울대학교 출신으로서 사단은 물론, 군단 음어 측정대회와 암호 측정대회에서 언제나 1등을 차지하는 명석한 두뇌는 물론 사람을 후려 잡는 마력까지 지닌 최고의 군인이라고 했다. 또한 강대남 병장은 웃거나 우는 보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표정의 터프가이라고 했다. 무표정이라 강 장군에게 어울리는 단어이다. 지훈이 그날 정상에 서서 본 광경은 장관이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휴전선 철책도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위에는 철책과 선전문구가, 아래에는 땅굴이 지나가는 그 곳에 지훈은 서 있었다.



다음 날 지훈은 아빠가 설계한 듯한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 여기저기 메모와 낙서가 곁들여진 교회 건물과 학교 건물의 수채화 조경도 같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지훈을 보고 아빠는 웃으며 다가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 소감을 물었다.아빠는 야자수라는 말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빠는 정말 못 말리는 군인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야자수 나무를 만들어 심을 계획을 세웠다. 지훈의 말로 시작한 야자수 나무 사건을 강 장군과 권 통빡에게 전달하자 그들 역시 하나도 놀라지 않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땅부터 파기 시작했다. 아빠는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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