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도요새에 관한 명상

김원일 지음 | -
도요새에 관한 명상

김원일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병국: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한 수재지만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제적당한다. 낙향하여 환경오염과 새의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병식: 병국의 남동생이자 재수생. 친구의 제안으로 새를 밀렵하여 박제사에게 팔아 넘기는 일을 한다.

아버지: 병국와 병식의 아버지. 가족과 약혼녀를 북에 두고 혼자 월남하지만, 결혼한 뒤에도 계속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조국통일만을 염원한다.

어머니: 돈을 인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인물.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남편에게 공금횡령을 강요하다가 남편을 학교에서 쫓겨나게 한다.



세상과 타협하면서 타락하는 방법 배우기 - 병식의 경우

그러나 사실 손가락질은 저들이 받아야 마땅했다. 우리 세대의 타락은 그들로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동기계로 찍어내듯 새로운 타락의 방법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뒤늦게 그 방법을 답습할 뿐이다.

작년에 부산 K대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나’는 재수생활을 하지만, 독서실에 간다는 핑계로 고고홀에 가서 춤추고 노는 것을 더 즐겼다. 어느날 같은 재수생 친구인 ‘족제비’에게 동진강 하구의 나그네새나 철새들을 죽여서 박제사에게 가져가면 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일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 날 새벽에 ‘나’는 족제비와 함께 약을 묻혀 물에 불린 콩을 동진강 하구에 뿌려서 죽은 새의 시체를 박제사에게 팔아넘겼다. 친구 족제비는 갈매기 따위는 쓸모가 없으며 나그네새나 철새만 돈이 되며, 특히 도요새, 그 중에서도 중부리도요가 가장 값이 나가는 새라고 했다. 비록 ‘나’는 새를 죽여서 파는 행위에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긴 했지만, 어차피 ‘인간은 자연을 정복해왔으며’, ‘오늘날 세상에 준법정신 사랑했단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족제비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첫날 ‘나’는 새벽에 불린 콩을 족제비와 함께 삼각주에 뿌린 다음, 강 하구의 얕은 언덕에 앉아서 강 하구에서 날개짓하며 날아오르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새들을 보니 ‘나’도 주위의 시선들로부터 그렇게 해방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어른들의 타락을 그대로 답습한 방종한 세대가 아닌가. 새처럼 자유인이고 싶어하는 형을 생각했다. 서울 명문대에 입학했으면서도 바보같이(?) 학생운동으로 퇴학당해 낙향한 형은 미쳤다. 나는 그러한 형을 닮을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형처럼 수재도, 공부벌레도 못되는 ‘나’는 지방대학입시에 매달려 벌레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새벽에 집으로 온 ‘나’는 형과 함께 쓰는 아래채 방으로 들어갔다. 이 아래채는 세를 놓기 위해 지은 무허가 두 칸 방인데, 그 중 한 칸은 세를 주고 나머지 한 칸을 ‘나’와 형이 썼다. 자다가 게슴츠레 눈을 뜬 형의 얼굴은 양로원의 백 살쯤이나 먹은 노인처럼 보였다. 어린 시절 ‘나’는 형을 열렬히 존경했다. 하지만 이제 형은 날개가 오안전히 퇴화한 이카로스에 지나지 않는다. 옛 상태로 회복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형은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했으나 순전히 객기로 ‘불장난’(학생운동)에 말려들어 결국 인생을 망친 거나 다름없다. 열 시 반쯤 일어나 우연히 형의 책상 위에 놓인 노트를 보았다. 그 노트에는 공해문제와 새의 생태에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정부나 도나 시에서도 엄두를 못내는 이 도시의 근본적인 공해대책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형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형은 삶은 이제 상식의 상식의 궤도에서 벗어났다.

‘나’는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실직한 아버지가 신문의 구인광고란을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을 빈정거리며 바라보았다. 작년 초까지 시내 공립중학교의 서무과장이었던 아버지는 엄마가 아버지를 통해 아버지 학교의 공금을 빼내 쓴 것이 들통나서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 학교에서 송별회를 마치고 오던 날 나와 형을 앞에 두고 울면서도 끝내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아버지가 소심하고 옹졸하며, 겁이 많은 꽁생원처럼 보였다. 이제 서무과장 일도 그만둔 후 벌이라고는 매달 일만 천 원씩 나오는 3급 상이용사 연금이 전부인 아버지를 대신하여, 수완가인 엄마는 식구들을 예전처럼 먹여 살렸다. ‘나’는 돈이 돌아가는 이치를 쫙 꿰고 있는 엄마에게 아부하여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타낼까 하는 궁리만 한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엄마의 넋두리와 푸념에도 꿋꿋하게 돈 만 오천 원을 타낸 ‘나’는 가방을 챙겨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이때 절름거리며 쫓아오는 아버지가 ‘나’에게 오천원만 꿔 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독서실에 들러서 오후에는 족제비와 함께 박제품 수거나 해야겠다.



‘새’로의 변신, 현실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 병국의 경우

오히려 인간은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사악하고 간사하고 탐욕하고 음란하고 권력욕에 차 있어, 자연의 환경을 파괴하고 끝내 너희들 스스로까지 파멸시키기 위해 기계와 조직의 노예가 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여름 내내 도요새의 이런 재잘거림을 꿈을 통해, 또는 환청으로 들어 왔다.

‘나’는 2년 전 가을 학교에서 제적을 당한 뒤, 고향으로 내려와서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낙향한 후 마치 거지가 되어 돌아온 이도령을 맞이하듯 시종 넋두리를 늘어놓던 엄마는 닷새가 지난 어느 날, ‘나’에 대한 원망으로 내 방의 책을 마당으로 꺼내어 모조리 불살라 버리고 심지어 옷가지나 구두, 중 고등학교 때 받은 상장 등을 모조로 불살라버린다.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자식으로서의 애정보다도 더 컸던 엄마는 그 날부터 ‘나’에게 욕지거리와 잔소리를 퍼붓게 된다. 동생 병식이 또한 노골적으로 ‘나’에 대한 경멸을 보였다. 이 두 가족에 비해 아버지는 돌아온 첫날부터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 준다. 아버지는 더듬거리면서 ‘인생이 반드시 한 번은 넘어지지만 결코 그 한 번에다 인생 전부를 포기할 수는 없다’거나 혹은 ‘이 세상의 영화나 권력이나 재물과 닿지 않더라도 인생에는 본받을 만한 여러 길이 있다’는 등의 말로 ‘나’를 위로한다. 그러나 ‘나’는 이웃의 차가운 시선과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자책감 등으로 삶의 늪을 허우적거리면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이 도시의 생활환경이 자연을 파손시키는 문제와 동진강 하구의 새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새 중에서도 동진강 하구에서 자취를 감춘 도요새의 소리를 환청처럼 들으면서 대학 선배인 정배형과 함께 중부리도요를 찾기 위해 동남만 일대의 습지와 못과 개펄을 돌아다닌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새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새와 나를 바꾸고 싶었다. 선택권을 준다면 새 중에서도 시베리아나 저 툰드라가 고향인 도요새가 되어 날고 싶었다. ‘나’는 동진강 하류의 삼각주를 돌아다니면서 중부리도요는커녕 중부리도요보다 몸집이 좀 큰 마도요, 등이 불그스름한 민물도요 등도 볼 수 없으며, 이 지역이 공장지대에서 흘러내린 폐수로 엄청나게 오염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러한 오염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미터글라스가 꽂힌 시험관꽂이를 들고 다니면서 동진강과 그 지류인 석교천 등을 다니면서 뿌옇고 검은 강물을 떠내는 작업을 한다. 그러면서 크롬산이나 수은에 중독된 일본 노동자의 경우와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이러한 환경오염에 의한 피해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정배형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이 지역이 중화학공업단지로 조성되기 이전 맑은 시냇물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조갑지나 불가사리 등을 잡던 일과 냇가에 늘어앉아 빨래를 하던 아낙네와 처녀들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자기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동진강을 예전의 깨끗한 상태로 다시 만들고 말겠다는 결심을 한다. ‘나’는 석교마을의 경로회 부회장인 임영감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연의 파괴가 결국에는 인간 파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나’는 동진강 제방둑길을 내려가다가 동생인 병식이와 병식의 친구인 족제비를 만난다. 곧장 가면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동생의 말에 ‘나’는 새가 되어 비상할 것이라고 대꾸한다. ‘나’의 이러한 대답에 족제비가 새가 되더라도 개펄에 떨어진 콩은 주워 먹지 말라는 말을 하고 나서 둘이 신나게 웃어도, ‘나’는 그 말을 깊게 새겨듣지 않는다. ‘나’는 정말로 간절히 새가 되어 모든 구속과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면서 전에 아버지와 함께 가 봤던 ‘해주집’이라는 웅포리의 조그마한 술집으로 향한다.



추억의 매개체로서의 새 - 아버지의 경우

그해 가을이던가, 사변 전 고향땅에서 본 도요새 무리를 동진강 삼각주에서 발견했을 때, 나는 마치 헤어진 부모와 동기간과 약혼녀를 만난 듯 반가웠다. 너희들이 휴전선 위의 통천을 거쳐 여기로 날아왔으려니, 하고 대답 없는 물음을 던질 양이면 그만 울컥 사무쳐 오는 향수가 내 심사를 못 견디게 긁어놓곤 했다.

‘나’는 아침상에서 개펄에 가겠다는 말을 아내에게 하고 나서 돈벌이도 안 되는 새 구경을 한다는 핀잔을 듣는다. ‘나’는 개펄에 나가는 김에 웅포리 동해식당의 정마담에게 이잣돈 8만 원을 받아오라는 아내의 심부름까지 떠맡은 채, 아내가 밥상 위에 던져 놓은 백 원 짜리 동전 두 개를 집어들고 집을 나선다. ‘나’는 무엇 때문에 스물다섯 해나 아내와 살아왔는가를 후회하면서 아내를 만나게 된 지난날을 회상한다.

‘나’는 휴전이 되던 해 상이군경재활원에서 아내를 처음 만난다. 비록 왼쪽다리를 절룩거리게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왼쪽다리 절단 위기를 넘기게 된 ‘나’는 장교출신이라는 점과 입대 전 대학에 적을 두었다는 학력 덕택에 상이군경재활원에서 총무일을 보게 된다. 상이군경재활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상이용사들의 잔시중을 드는 심부름꾼과 취사를 맡은 여자들, 잡역부 등이 있었지만, 아내는 재활원에서 부엌일을 보던 열 한 명의 종업원 중 한 사람이었다. 남한 땅에 친척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이 외로운 생활을 하던 ‘나’에게 아내는 따뜻한 훈기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나’의 성격 때문에 아내와 달콤한 연애 관계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한다. 재활원에서 일년을 보낸 후에 ‘나’는 동진읍 어느 공립중학교 서무과에 일자리가 주어져서 학교 옆에 방을 얻어 자취생활을 시작한다. 한달 쯤 후에 아내는 홀연히 ‘나’를 만나러 왔다가 결국 두 사람은 부부가 된다. ‘나’는 지금도 아내가 ‘나’를 통해 재활원에서 빠져나올 궁리를 했다고 본다. 그러나 성격 차이에다가 부부간에 두터운 정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싸움이 잦았지만 병국이를 낳고 난 후에는 체념 반으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러나 ‘나’는 집에서는 아내의 기세에 눌려지내고, 밖에서는 가까운 동료를 얻지 못해 실향민으로서 적막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가 내가 처음 정을 붙인 곳은 바다였다.

‘나’는 언제부턴가 학교일이 끝나고 나면 항상 자전거를 타고 개펄로 가서 자신을 반기는 수백 마리 새떼들을 보러 간다. 특히 도요새 무리를 본 다음부터는 도요새에게 자신의 시름을 털어놓기도 하고, 고향의 소식을 묻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나’는 철새나 나그네새는 휴전선을 넘어 자유로이 고향땅을 왕래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더욱 깊은 고뇌에 잠긴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신문에 ‘육이오 전 강원도 통천군 두백리에 살던 분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고향사람을 찾는 광고인 줄 알고 서울로 가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 광고가 통천군 두백리에서 피난온 고향사람이 남파된 간첩과 접선을 해서 구속되자, 그 아내가 육이오 전 남편이 고향에서 반공투쟁을 했다는 증인을 찾기 위해 신문에 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정보과 형사에게 가능한 고향 사람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고 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고향 사람조차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을 허탈해 한다.

‘나’는 학교를 그만둔 후에는 기원에서 소일하거나 유일한 친구인 함경도 도민회 회장인 강회장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큰아들 병국이가 통금시간에 통제구역에 들어가서 근처 부대에 붙잡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병식이를 데려오기 위해 집에 온 장교 및 사병과 함께 부대로 간다. 나는 부대로 가서 병국이 간밤에 쓴 각서에 연대보증을 서 주고 병국이를 데리고 부대를 나온다. 병식이가 밀렵꾼과 한패가 되어 새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병국에게 ‘나’는 “밤새 고생은 안했냐?”라고 묻는다. 왜냐하면 내가 5년 전 고향사람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갔다가 돌아온 날, 샘통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비웃는 아내 옆에서 근심스러운 얼굴로 병국이가 “아버지 고생 안하셨어요?”하고 물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형제가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



도요새의 슬픈 비상

그런데 병국의 눈앞에 홀연히 한 마리의 도요새가 날아올랐다. 도요새의 유연한 비상은 날개를 아래위로 움직여 나는 날개치기의 비행이 아니었다. 날개를 펼친 채로 기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나는 돛 역할의 비행이었다.… 도요새야, 너는 동진강 하구를 떠나 어디에다 새로운 도래지를 개척했느냐? 병국이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도요새를 따라갔다. 그러자 도요새의 비행은 그의 눈앞에서 곧 사라지고 말았다.

병식이는 족제비와 함께 박제사 이씨의 집에 가서 이씨가 꼬마물떼새를 박제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병식이는 족제비와 이씨와의 대화를 통해 야생조류가 귀해지다보니 박제한 새의 값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식이는 지하실에 박제된 새들을 바라보면서 알지 못 할 두려움을 느낀다. 새를 죽인 대가로 이씨에게서 만칠천 원을 받은 족제비는 그 중 칠천원을 병식이에게 넘겨주자, 병식이는 그 돈을 받아들고 재수 학원으로 간다. 병식이는 자신을 기다리면서 학원 입구 돌계단에 앉아 있는 형 병국이를 발견한다. 병국이는 병식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술집으로 간다. 기실 병국이는 새들이 밀렵당하고 있으며, 며칠 전 족제비의 말(새가 되더라도 콩알을 먹지 말라는 말)에서 병식이와 족제비가 그러한 밀렵꾼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밀렵 행위에 대해 비난하는 병국이에게 병식은 30억이 넘는 새들 중 자신이 오십 마리쯤 죽여도 전혀 안타까울 게 없다는 논리로 병국에게 대든다. 그러면서 형제는 서로 몸싸움까지 벌이는데, 이 일로 병국의 안경알이 깨진다. 병국은 자신을 내던지고 술집을 나간 병식을 쫓아가려다가 병식이 집으로 돌아오면 잘 구슬러서 박제사의 거처를 알아내기로 마음먹는다.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 병국은 집으로 가기도 싫어서 개펄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병국은 버스 정류장에서 동네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이 동네에서 성범죄가 사흘에 평균 1회 일어나고, 시내 중심가에 술집이 번창하며, 공장의 횡포로 억울한 누명을 쓴 여공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으며 곧 주동자가 해고되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병국은 씁쓸한 마음으로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서 웅포리행 버스를 탄다. 병국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채 수백 마리의 도요새 무리가 하늘을 나는 환상을 본다. 한 마리의 도요새가 무리에서 낙오되는 모습, 매의 날카로운 발톱에 몸통이 찍힌 채 애처롭게 우는 도요새의 모습, 사냥꾼이 도요새를 수렵하고 중금속에 오염된 폐수와 그 폐수 속에 살고 있는 먹이가 도요새의 새로운 적으로 부상하는 모습 등을 환상 속에서 본다. 병국은 자신이 자유로운 삶의 터를 찾아 고통의 길고 긴 도정 중에 낙오되는 도요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종점까지 온 병국은 갑자기 밀려오는 허기로 다리를 후들거리며 웅포리 해주집을 향해 간다. 그러나 가게문 안으로 들어서려다가 병국은 안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병국은 아무래도 내 평생 통일은 힘들 것 같다는 강회장의 말에 언젠가 새벽같이 통일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술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그 때 병국은 홀연 눈 앞에서 날아오르는 도요새 한 마리를 본다. 병국은 도요새를 따라가지만, 도요새는 곧 사라지고 만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