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의 민들레
강신재 지음 | -
임진강의 민들레
강신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우이화: 청순하고 지적인 의대 여학생.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 이상주의자 지운을 선택하였듯이, 자신의 삶도 강하고 의미 있기를 갈구하난 비극적으로 죽는다.
우옥엽: 이화의 동생. 강한 생활력과 뛰어난 현실 대처 능력을 소유한 여성. 전쟁의 혼란 속에서 온 가족을 보호한다.
윤지운: 이화의 애인. 야성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대학생. 정치학을 전공하는 이상주의자. 전쟁이 터지자, 전장에 나아가 부상을 당한다.
우동근: 이화의 남동생, 우유부단한 철부지 부잣집 아들. 전쟁 중에 인민군으로 강제로 입대하나 곧 탈출한다.
우동훈: 이화의 막내 남동생. 기계를 좋아하며 전쟁 내내 동굴에 숨어 지낸다.
박상규: 지운이 서울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을 때, 병원에 숨어 지내도록 도와준 의과대학생이다.
이성도: 옥엽을 사랑한 공산군 대위. 옥엽을 데리고 강제로 월북하려다가, 비행기 폭격으로 사망한다.
김명식: 이화의 동료. 이화와 함께 공산당의 의무반에서 탈출한다.
우태갑: 심씨 이화의 부모. 삶의 질곡을 이해하거나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둡다.
평화로운 이화네 가정에 6·25의 먹구름
봉사나 희생의 정신을 이화는 물론 아름다운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는 자기를 위해서 산다는 일이 훨씬 더-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중요하였다. 뭔지 모를 내부적인 명령이 이화에게 그것이 정당하다고 항상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화네는 1950년 6월 25일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을 맞이한다. 이화의 아버지인 우태갑씨는 비록 곰보이지만, 50줄의 신사다운 풍채를 보이는 인물이다. 남산에 자리잡은 운치 있는 우태갑씨의 정원과 한옥과는 상반되게 집 옆에 양옥이 붙어 있다. 운치 있는 한옥에 어울리지 않는 양옥은 큰아들 동근이 승마를 배우는 대신에 우태갑을 졸라 만든 것이다. 우태갑씨는 집의 외양이 아들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망가진 것에 대해서 담담한 태도이다. 동근은 승마를 배운다, 양옥을 짓는다. 피아노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의 짧은 호기심에 불과하다.
옥엽이에게 학교를 쉬게 한 것은 살림을 돌보라는 뜻은 아니었다. 부엌에는 일을 도와주는 계집애도 있었다. 하지만 옥엽이는 누구보다 부지런해 언제부턴가 가정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우태갑씨 가족들은 일하는 할멈이나 할아범 등이 있으나, 그들의 일상사를 옥엽에게 의지하는 편이다.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옥엽의 지시에 따라 일하기를 원했다. 우태갑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태갑씨의 부인 심씨는 게으른 데다가 집안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18살이지만 옥엽은 야무지게 집안 일을 단속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20세가 된 큰딸 이화는 그런 옥엽이 이상하기도 하면서도,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녀는 이타적인 옥엽과는 달리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의과대학을 선택한 것은 인류애적 발상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녀의 애인인 지운 역시 인류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겠다는 이상주의자다. 그는 외모뿐 아니라 두뇌도 뛰어난 정치학도이다. 이화가 정치적 신념에 중도적인 자세를 취하는데 반하여, 지운은 우익 학생단체인 학생연맹에 가입할 정도로 반공이념이 철두철미한 인간이다. 그래서 이화가 친구의 권유에 못 이겨 좌익 모임에 가봐야 할 것이라는 말에도 얼굴이 굳어질 정도로 과민하게 반응한다. 지운은 이화가 좌익학생들의 모임도 하나의 공부가 되리라는 말을 들으면서, 남로당 당원인 김오식이 머리 속에 떠오르면서 흥분한다. 정치적 이념 때문에 흥분하던 지운은 이화가 웃는 모습에 언제 흥분했냐 싶게 이화와 포옹한다. 이화는 그런 지운에게서 자신의 가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이화의 어머니 심씨는 게으르나 어린애처럼 선량하고 귀여운 티가 아직도 남아 있는 여자이다. 그런 어머니보다 언제나 늦게 일어나는 이화는 어머니의 어린애다운 면모를 닮았다. 동근 역시 무엇인가에 집착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싱거운 인물이다. 아버지 우씨 역시, 직물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조상의 유산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씨는 기울어 가는 회사의 일을 회복하려는 일보다는 형과의 재산 분배에 관한 문제로 소송을 준비하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낼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양반이다. 이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화는 강해지고 싶다고 느꼈다. 그런 희망이 의과대학을 선택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 선택을 지운이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이화는 기뻤다.
이화는 어제 있었던 지운과의 일을 좀더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어머니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서, 지운과 만나기로 한 서울운동장으로 나갔다. 우씨도 형과의 재산 소송건 때문에 변호사를 만나러 나갔다. 거리에 나오니, 38선에서 총격전이 일어날 때처럼 거리가 부산스러웠다. 늘 있는 일이라 사람들은 약간 불안한 기색을 보였으나, 심상한 얼굴로 거리를 활보했다. 이화 역시 별 생각 없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지운은 정각에 나타났으나 상기된 얼굴이었다. 휴전선이 심각한 상태라며, 이화에게는 집으로 되돌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학교에서 동무들과 함께 전선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버스나 택시가 기다려도 오지 않자, 이화는 걸어서 집까지 걸어왔다.
부산스런 거리의 소식을 어머니 심씨와 동생 옥엽에게 이야기해 주었으나, 무관심한 태도이다. 저녁 때 집으로 돌아온 우태갑씨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부자이면서 사업적 수완이 있는 형 우태영씨의 문제만이, 다시 말해 자신이 물려받은 유산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영락하고 있는 우태갑씨의 벽돌 공장을 인수하려고 하는 형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소송 건만이 그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부자인 형이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의 얼마 되지 않는 재산마저 넘보는 형에 대한 야속한 마음이 그의 관심사일 뿐이다.
월요일이 되었으나, 거리가 어수선하여 이화는 등교를 하지 않았고, 집안 식구들도 모두 외출하지 않았다. 다만 할멈만이 피난가는 주변의 소식을 말해 주었다. 동근이 자본주의 가족이라고 걱정하지만, 우씨는 자신이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낙관한다. 그런 낙관에는 군을 믿고 안심하라는 대통령의 담화문이 한 몫했다. 방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혼자 들은 동훈은 국군의 패전을 이화에게 전해주나, 이화 역시 지운의 소식을 모른 채 피난을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면 지운은 휴전선에 투입되었으나, 자신이 위문단처럼 아무 생각 없이 달려온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전쟁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운은 절망적인 마지막 전투에 투입되었다가 부상을 입는다. 부상을 입은 지운은 죽은 채 하고 시체 속에 있다가 의과대학생들이 시체를 매장하려고 할 때, 의과생 복장을 빌려 입고 그곳을 탈출했다.
한편 이화네는 피난 가지 않았으나, 하룻밤 새에 서울이 인민공화국 세상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피난 가지 못한 양복점을 하는 동네 반장이 인공기와 스탈린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져와서 걸라고 강요했다.
동근은 잔혹한 인민재판을 보면서, 거리는 질서가 온통 파괴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우태갑씨의 집에 공산군이 들어와서, 집안을 기웃거리고 가자, 옥엽은 집안 가구를 모두 광으로 옮기고, 하인들을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집안 식구들에게 화려한 옷을 벗고, 하인들이 입던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사지를 탈출한 지운은 아픈 팔을 하고, 이화네 집이 있는 필동까지 걸어갔다. 그는 이화네 집 골목에서 중학과 대학 동창인 김오식을 만났다. 김오식이 공산주의 사상에 물든 후, 지운은 그와 적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김오식이 이화네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자신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그를 본 순간, 지운은 더 강렬하게 국군의 대열에 들어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이화네로 가지 않고 끊어진 한강으로 간다.
전쟁이 가져다준 생활의 변화
기묘하다고 할밖에는 없는 생활을 이화네 가족은 하고 있었다. 남이 말할 때 이 일가는 열성분자였다. 맏아들은 솔선해 의용군에 나갔고(잡혀갔다고는 결코 하지 않았다) 인민군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협력하고 있었다. 그처럼 열렬히 협조하고 있는 까닭에 그 집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들볶이지 않고 살고 있다고 했다. 약삭빠르다.
우태갑은 공산군이 다녀간 다음날 새벽에 붙들려갔다. 잡혀가면서 당주동에 있는 형에게 피하라는 말을 하라고, 동근을 보냈지만 우씨의 형제는 비행기로 피난 간 후였다. 우태갑이 잡혀간 후 이화네는 반동분자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야 할 판이다. 그때 동근이 의용군에 자원함으로써 잡혀갔던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우태갑도 풀려나고, 이화네도 강제 철거를 당하지 않았다.
한편 한강에 간 지운은 부상으로 인해 도강을 포기하고 문산 친척집에 몸을 피했다. 친척집은 자신이 소유한 식량을 고급 물건과 바꾸는 통에 잠시나마 평화와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그 마을에도 유식한 사람들은 모두 공산군에 가담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도 남들보다 좀더 넉넉한 사람들은 반동분자로 숙청되는 일이 자행되었다. 지운은 국군의 소식을 몰라서 초조해 하면서도 이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쳤다. 이화를 보려고 필동 근처를 배회하다가, 이화 친구 숙자를 만나 이화네 집 옆문으로 들어가 이화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이화는 지운과 긴 포옹을 하고, 김오식이 지운을 찾으려 몇 번 왔다는 말을 그에게 알려 준다. 공산군 장교 이성도가 쌀가마를 가지고 갑자기 이화네 집에 들이닥쳤다. 그는 자신이 늘 보아오던 여성동무들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는 옥엽에게 식사를 해달라고 협박하는 것은 아니라며, 난처한 듯이 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부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이화네 가족은 본의 아니게 공산군에게 부역하는 열성분자가 됐다. 한편 이 집에 들락거리는 또 다른 공산군 장교인 강석우는 험악한 얼굴로 집안 분위기를 무섭게 압도하고 다녔다.
공산군의 밥을 해주기로 한 옥엽은 가족들이 전혀 현실적인 감각이 없기 때문에 걱정한다. 즉 옥엽의 아버지 우씨는 뒷방에 숨어서 서예나 하고, 어머니 심씨는 어린애처럼 굶을까봐 걱정만 하고, 이화는 공산군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적의를 표시하고, 보란 듯이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활보한다. 이화는 도리어 옥엽이 공산군에게 공포감이나 혐오의 감정도 없이 밥을 해대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생 동훈은 서울을 도망칠 궁리만을 하다가, 민청에 나와서 일을 하라는 말을 듣고 우씨처럼 칩거했다. 옥엽이 이런 가족 때문에 걱정하고 있을 때, 전에 집에서 일하던 할멈이 찾아와서 일을 도와줬다. 이틀 후 나타난 할아범은 예전 같은 공손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전쟁이 가져다준 변화였다.
지운은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서울과 문산을 오갔다. 주로 그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시장을 오가면서 전쟁의 진행 소식을 들었다. 평양방송이 군대의 진격을 보도하지만, 천안 대전 이남으로 진격소식을 알려주지 않는 데다가, 서울 상공에 비행기 폭격이 가해진다. 지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비행기 폭격을 국군의 반격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 희망은 폭격이 잠시 사라지자 절망으로 변하고, 의용군 모집으로 서울은 뒤숭숭해진다.
그때 시장통에서, 튀김장사를 하면서 국군의 반격만을 고대하는 후배를 만나, 지운은 인천 상륙 작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희망찬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 후배마저 의용군으로 끌려가자, 그는 암담한 마음으로 신당동에 있는 학교 친구 학수네 집으로 은신처를 옮긴다. 그러나 학수네도 자신까지 숙식을 해결하기에는 형편이 좋지 않은 형편이이서, 지운은 그 집을 나온다.
어느 날, 이화네는 밤중에 갑작스런 총성 때문에 잠을 설쳤다. 다음날 총성의 원인을 알고 보니, 옆집 영아 아버지가 쌀을 훔치려 왔다가 죽은 것이었다. 영아어머니는 남편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화네에 와서 일을 시작했다. 얌전하기만 했던 동네 반장인 양복점 주인은 의용군 징발에 상당한 성적을 올린다. 의용군 징발 소동이 거세어지자, 이화와 옥엽은 동훈을 집 뒤 동굴에 감춘다. 그 사실을 어머니 심씨에게마저 비밀에 부친다. 왜냐하면 심씨는 남에게 해도 좋은 말과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구별하는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언제 비밀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심약한 심씨의 성격은 할멈의 아들 운보가 왔을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심씨는 그를 전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나, 도리어 심씨에게 화를 낸다. 심씨는 그런 운보를 달랠 양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패물을 쥐어 보낸다.
지운의 도피와 이화의 의무반 자원. 동근의 어처구니없는 죽음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모든 사람이, 모든 소년들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 포탄이 날아왔다. 그것은 동근의 발부리에서 작렬하였다.동근의 생명은 거기서 단절되었다.
그의 머리와 그의 가슴과 그의 팔다리는, 하나씩 떨어져 마치 분해된 것처럼 따로따로가 되어 공중으로 사산(四散)했다.
지운은 자신이 부상당했을 때, 의료 복장을 빌려주었던 의과대학생 박상규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의과대학 2학년인 박상규는 지운을 반갑게 알아봤다. 박상규는 이미 지운이 극우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인물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를 통해 지운은 김오식이 극우단체에 가입한 청년들을 어떻게 숙청하였는지를 알게 됐다. 그리고 상규의 도움으로 병원 입원실에 환자로 입원하게 된다. 이화에게 의과대학생이 찾아와서 지운이의 소식을 알려주고, 그 소식을 들은 이화는 지운이 숨어 있는 병원으로 간다. 그후 이화는 지운에게 밥을 해 나른다.
지운이 숨어 있는 병원을 오가는 사이 이화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여자 중에 화장한 여인은 공산군의 여병사들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경직되는 소년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화는 전쟁이 비인간적 삶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습이 점차 심해질 뿐더러, 주기적이 되어갔다. 공습을 당하면서 공산군의 표정은 초조해져 가는 반면, 일반시민들의 희망은 커져갔다. 지운은 공습이 시민을 적게 희생시키려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행위라고 단정하고, 그런 지운의 의견에 이화도 공산주의가 인간적 삶과는 거리가 먼 사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공습이 심하여 좀 늦게 지운의 병실을 방문한 이화는 그의 방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박상규가 알려준 다른 통로로 지운의 방으로 갔다. 이화는 지운에게서 전날 밤에 공산군에게 발각될 뻔했다는 말을 듣는다. 공산군에게 발각될 뻔 하자, 지운은 초조감과 신경질이 극에 달한다. 공습이 계속되고, 유엔군의 인천 상륙 작전에 대한 풍설만이 난무한 채, 많은 사람들이 공산군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거나, 숨어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한편 공산당에 대한 호기심으로 의용군에 자원했던 동근은 공산군의 훈련에 점차 싫증이 나기 시작하면서, 탈주할 생각만 한다. 모범생 친구 철이가 공산주의 신봉자가 되어 가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동근과 마찬가지로 우연히 붙잡혀온 경우에 해당되므로, 서울과 멀어지면서 우울증에 빠진다.
갑작스런 공습으로 철이 죽고, 동근은 국군의 포로가 된다. 그러나 강제 입대라는 이유로 풀려난 동근은 자의로 국군 전투대에 바로 투입한다. 그는 적진 소탕전에 참가하였다가 귀대하는 길에, 우연히 부상한 중공군 소년병을 만난다. 동훈의 나이쯤 되었을 소년병을 보고 차마 내버리고 갈 수가 없었다. 동근은 그를 들쳐업고 후퇴하다가 폭격으로 죽는다. 동근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전쟁 중이라 가족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