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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殉愛譜)

박계주 지음 | -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최문선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크리스챤이자 그림·음악·문학 등의 방면에 재주를 가졌다. 윤명희 와 고결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거듭된 불의의 사고로 장님이 되고 인순의 강간 살인범으로까 지 몰리게 된다. 그러나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윤명희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윤명희 평양고등여학교의 영어교사이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최문선과 원산 송도원 해수욕장에 서 우연히 재회한 후 그와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문선과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많은 남성에게 구애를 받지만 끝까지 문선과의 사랑을 지켜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된다. 장혜순 윤명희의 친구. 동경 음악학교 재학 중에 이철진과 결혼하지만 철진이 자신의 친구인 옥련 과 불륜의 관계를 맺은 것을 알고 이혼한다. 이후 대사관 부인인 펠폰 여사의 도움으로 다 시 음악공부를 시작하여 성악가로 명성을 얻고 급기야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게됨.이철진 장혜순의 남편. 독일 백림대학을 졸업한 후 T신문사 기자로 취직. 혜순의 친구인 옥련과 불 륜의 관계를 맺은 후, 아내 혜순을 내쫓지만 교통 사고로 생명이 위급한 자신에게 혜순이 수혈해 준 것을 안 후 옥련과의 관계를 정리함. 속죄하는 마음으로 수해지구로 들어가 봉사 활동을 하는 중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신옥련 혜순의 친구. 혜순의 남편인 철진을 유혹하여 혜순과 이혼하게 한다. 그러나 철진이 취재여 행 중 집을 비운 사이 다시 그의 친구와 불륜의 관계를 맺는 등 대단히 세속적이고 육욕이 강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철진의 죽음 이후 자신의 지난 날을 반성하다가 결국에는 수도원으로 들어간다.인순 유치원의 보모. 여름 휴가 중 원산 송도원 해수욕장에서 보트를 타다가 최문선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 후 문선에게 연정을 느껴 자기의 정조를 바칠 결심까지 하다가 강도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우연한 만남과 어긋나는 사랑



명희는 문선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면서 문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오늘까지 두고 두고 얼마나 그리워하던 사람의 이름이냐? 그리고 보니 자기 앞에 선 남자에게서 희미하 나마 어렸을 때의 최문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문선의 부친인 최백산은 국내에서 동지들과 비밀결사를 맺고 지하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잡힌 후 더 이상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족은 남겨 둔 채 당시 수많은 망명객과 지사들이 몰려들던 간도로 탈출하여 거기서 독립군 양성을 비롯하여 이민동포의 자제들을 교육하는 학교를 설립하는 등 조직적인 운동을 전개한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4년 동안 서울에서 살던 문선은 국내로 잠복한 밀사 편에 간도로 이사오라는 아버지의 통지를 받고 어머니와 함께 간도로 이사를 가면서 이웃집에 살던 윤명희와 헤어지게 된다. 힘겹게 간도로 들어가서 아버지와 산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결국 아버지 최백산은 간도 용정 주재 일본제국 영사관의 비밀 무장테러리스트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어머니의 힘겨운 노력으로 용정에 있는 5학년제의 영신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문선은 어머니를 위해 취직을 하려고 하지만 문선의 건강을 염려하고 예술에 대한 그의 천재적 재능을 안타까워 하던 어머니의 만류로 당분간 휴양을 하기로 한다. 그 해 여름 문선은 용정에 있는 미션 스쿨 M여자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문선의 집에서 하숙을 하던 김영호가 학교를 그만 두고 내려가 있던 원산 집에 휴양차 머물게 된다. 문선은 원산에서 2개월간 지내다가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계시다는 편지를 받고 간도로 돌아가지만 어머니는 그만 세상을 뜨고 만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간도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던 문선은 영호의 설득으로 다시 원주로 내려와 그의 집에서 독학을 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문선은 혼자 보트를 타다가 서울 K유치원에서 보모일을 하다가 원산 송도원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오게 된 인순이 탄 보트와 충돌하여 인순이 물에 빠지자 인순을 구해 준다. 문선은 인순을 송도병원에 입원시키지만 자신이 인순을 구해 준 사람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뒤늦게 간호사를 통해 자신을 구해 준 은인이 문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인순은 그의 아름다운 용모와 자기의 선행과 이름을 감추는 그의 갸륵한 태도에 감복하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한 인순은 문선이 해변 한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 낸다. 그 다음부터 인순은 문선과 해수욕장에서 만나 같이 보트를 타거나 해변을 거니는 등 함께 지내면서 그의 단아하고 맑은 성격, 예술적 재능에 반하여 사랑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순과 보트를 타던 문선은 자기 옆에서 보트를 타고 지나가던 두 명의 젊은 여자 중 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여자는 십 년 전 문선이 간도로 이사가기 전 같은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윤명희이다. 윤명희의 부친인 윤목사는 문선의 부친인 최백산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같이 투옥되기도 하는 등 몹시 친한 사이였다. 아버지들 사이의 우정으로 자연스럽게 문선과 명희는 어렸을 적에는 서로 왕래 하면서 소꿉장난도 하는 친한 사이가 된다. 그러다가 문선이 간도로 이사를 가면서 명희와 헤어졌지만 못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항상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명희를 만나게 되지만 그 당시에는 말도 붙여보지 못하다가, 인순을 위해 해변가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명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차를 마시면서 문선은 자신의 과거를 대략 명희에게 들려 주고, 명희가 미션 스쿨인 평양고등여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명희의 오빠 명근이 동경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 삼각산 밑에 있는 과수원을 사서 그곳에 감화원을 설립하고 부랑아 구호 사업에 열중한다는 말과 「빛」이라는 월간 잡지를 발간한다는 말도 듣게 된다.

한편 인순은 휴가기간이 끝나 어머니가 계신 삼방 약수포로 떠나기 전에 문선에게 값비싼 선물과 편지를 주면서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문선은 극히 간단한 인순의 편지에서 '경애'라든가 '잊지 못하노라'는 구절이 어떤 깊은 의미가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진실한 사랑의 확인



마주치던 두 사람의 시선은 땅으로 향한다. 이윽고 명희는 자기 앞에 다가선 문선의 가슴 에 그만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말을 잃은 두 사람은 무언중에 굳게 껴안는다. 유백색 운 무는 포옹한 두 사람의 몸을 찬찬 감아 준다. 그것은 그들을 축복해 주며 감겨지는 테이 프이기도 했다. 그리고 깊은 산간을 울리고 흘러내리는 냇물소리는 마치 그들의 사랑에의 웨딩마치인 양 한결 무르익어 간다.

인순이 떠난 후 문선은 명희, 혜순과 함께 어울리게 된다. 그러다가 휴가차 원산으로 내려오게 된 명희의 오빠인 명근, 그리고 명근과 함께 감화원에서 일하는 인수 등과 만나게 된다. 명근은 뜻밖에 원산에서 문선과 영호를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면서 모두 함께 운림폭포로 하이킹을 가기로 약속한다. 그러던 중 문선은 평소에 앓던 위궤양이 다시 도져서 혼수상태에 빠지고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명희는 문선의 병간호를 정성을 다해 하고 문선의 병 또한 금방 완쾌될 것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 그러나 금방 완쾌될 듯하던 문선의 병은 다시 악화되어 위중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명희는 문선의 병간호를 핑계로 문선의 곁을 지키고 나머지 사람들만 하이킹을 떠나게 된다. 역에서 일행을 전송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명희는 문선에게 수혈을 하면 회복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자신의 피를 뽑아서 문선에게 수혈하기로 결심한다. 검사 결과 천만다행으로 문선과 명희 모두 A형이어서 명희는 2백그램 가까운 피를 뽑아서 문선에게 수혈을 하게 된다. 명희는 자기 생명의 일부분이 그의 심장 속에서 뛰놀 것이라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다.

한편 여러 사람들과 하이킹을 떠난 인수는 평소에 명희를 남몰래 흠모해 오다가 이번 기회에 그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인수는 연희전문학교 시절부터 명희와 같은 예배당에서 찬양대원으로 활동했는데, 그 때부터 그녀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었다. 하이킹을 떠나기 전에도 항상 양복 주머니에 편지를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명희에게 줄 기회를 엿보지만 끝내 주지 못하고 결국 하이킹을 가는 도중에 그 편지를 명희에게 부친다. 자기에 대한 인수의 마음을 알게 된 명희는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한 남자에게 마음의 정조를 바쳐왔다고 고백하고 자기에 대한 인수의 사랑을 감화원 고아들에게 베풀어 줄 것을 간절히 요구한다. 그러다가 인수는 감화원 일 때문에 먼저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명희의 오빠 명근은 영호와 의논한 끝에 문선에게 월간 잡지 「빛」을 맡기기로 하고 서울로 가는 길에 휴양차 문선, 명희, 혜순과 함께 금강산을 여행하기로 한다. 금강산 일대를 여행하는 도중 문선과 명희는 세 번의 우연한 포옹 끝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굳은 언약의 표시로 서로를 힘차게 껴안는다.

서울에 올라 와서 「빛」이라는 잡지를 편집하고 야학교와 감화원 등에서 아이들과 부랑아들을 가르치던 문선은 우연히 화신백화점 앞에서 인순을 만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문선을 보고 싶어하던 인순은 문선과의 재회를 기뻐하며 그에 대한 사랑의 도를 높여간다. 그러나 문선은 이러한 인순의 호의를 부담스러워한다.

한편 일본의 조선어 폐지 명령으로 아이들에게 조선어를 가르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문선은 성심을 다하여 아이들에게 조선어의 이점과 조선어를 좀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법 등에 관해 강의를 하다가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지 않고 장난을 치던 아이의 뺨을 때린다. 한 번도 아이를 때려본 일이 없는 문선은 이 일을 계기로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나라는 것이 내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생활강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문선은 감화원 '태양의 마을'에 수용되어 있던 아이가 도둑질을 하다가 주인에게 들킨 것을 보고 그 아이를 대신하여 주인에게 매를 맞는다. 그러나 문선은 이러한 자신의 행동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깊이 깨닫고 자기를 완전히 버린 진정한 이타적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가을이 되어 이철진과 장혜순은 평양 대동강변에 있는 백선행 기념관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문선은 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틀을 평양에 머물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나흘이 지난 어느 날 문선은 야학교의 조선어 작문시간에 예문으로 아이들에게 의병대장 김응서와 그의 애인 계월향이 공모하여 평양을 침범한 왜군 지휘관을 연광정에서 죽이던 임진왜란의 한 토막을 소설화한 자신의 『혈연(血戀』이라는 소설을 아이들에게 들려 주게 된다.

억울한 누명과 이별의 아픔



어쨌든 무엇보다 문선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다는 것과 문선의 말과 어긋나는 쓰러진 장 소, 그리고 인순의 낙서 등이 어쩔 수 없는 불리한 증거가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강간미 수, 살인범이란 애매한 누명을 쓰고 준열한 고문을 받게 되었다. 문선이는 인순이를 짝사 랑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명희와의 관계를 말하려 하였으나 불구자가 된 자기는 금후 명희 와 결혼할 수 없을 것이므로 명희를 위해서 자기들의 연애관계를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 았으며, 더욱이 이러한 일로 경찰에 불려다니게 하거나 신문에 발표되게 하고 싶지는 않 았다.

학생들에게 읽어 준 『혈연』이라는 소설이 반일감정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문선은 종로경찰서로 연행되어 취조를 받게 된다. 게다가 취조과정에서 문선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선은 독립운동의 죄목으로 결국 10개월의 형을 언도받게 된다. 문선이 형무소에서 복역하고 있을 때, 평양에 있는 직장으로 매번 돌아가야만 하는 명희와 달리 서울에 있는 인순은 정기적으로 문선을 면회할 뿐 아니라 새 내의 및 맛난 별식 등을 차입해 준다. 문선은 인순의 이러한 호의를 부담스러워하지만 인순은 문선과 명희의 관계를 보고 위급함을 느껴 더욱더 문선에게 극진한 애정을 쏟게 된다.

문선이 출옥하자 인순은 자신의 정조를 바쳐서라도 문선을 빼앗을 마음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해줄 것을 제안한다. 인순의 저녁 초대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문선은 야학을 핑계로 밤늦게 잠깐 들렀다가 금방 돌아나올 심산으로 야학이 끝난 후 밤 9시까지 다방에서 음악을 들은 후 인순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문선은 인순의 집에 도착해서 살려달라는 인순의 신음소리를 듣자마자 누군가에게 흉기로 얼굴을 얻어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게 된다.

병원에서 깨어난 문선은 간호사로부터 자신이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것과 신문지상에서 자신을 인순의 강간살인범으로 떠들어대고 있다는 기사 내용을 듣게 된다. 인순의 죽음과 자신의 실명, 치욕스러운 누명 등으로 병원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낯선 남자가 문선의 병실을 찾아온다. 문선은 이 낯선 남자가 던진 "성경에 '너에게 죄지은 사람을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 주라'는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기독교의 희생정신과 용서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특히 문선은 낯선 남자에게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유배지로 끌려갔지만 그곳에서 봉사와 희생정신을 통해 죄인들의 영혼을 보살피던 피엘 신부에게 다른 죄로 그 유배지에 끌려온 진범이 결국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자살한 실제 이야기를 해 준다. 그 낯선 남자는 문선에게 진범이 나타나 죄를 자백하면 문선도 피엘 신부처럼 그 죄인을 용서해 줄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자신이 이치한이라는 사람이며 살인사건의 진범임을 자백하는데 그때 경관이 병실로 들어와 문선에게 이 낯선 남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문선은 경관에게 그가 진범임을 말하여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자신의 친구라고 경관에게 소개한다. 문선의 고결한 인격에 깊은 감화를 받은 이치한은 지금 당장은 처자 때문에 자수할 수가 없지만 문선이 퇴원 후에 취조를 받게 되면 자수할 것을 약속한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끝난 후 문선은 정치범인 자신을 죄인으로 만들려는 형사들의 온갖 취조와 고문으로 괴로워하다가 자기 한몸을 희생하여 이치한과 그의 가족을 살리자는 생각과 명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로 자신이 진범이라는 허위 자백을 하게 된다. 명희는 교편을 잡고 있던 평양고등여학교를 그만 두고 변호사를 통해 문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문선은 부친이 독립운동자라는 사실이 판사의 비위를 건드려서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그러나 문선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나는 이 사건에 있어서 태양처럼 결백할 뿐이며, 잃은 것은 두 눈이요, 얻은 것은 추악한 누명이었으나 그것을 나의 십자가로 여겨 기뻐하노라."는 최후 진술을 한다.

법정에서 사형이라는 극형을 받은 문선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다. 문선은 형무소에서 남을 위한 희생으로 장차 당할 자기의 죽음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요, 은혜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찬송을 부르면서 보낸다. 그러는 한편으로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최후로 부르짖던 하소연을 마음속으로 읊조리거나 크리스마스 날 밤에는 명희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꿈을 꾸는 등 인간적인 욕망과 고뇌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앞 못 보는 문선은 간수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끌려가는데 그곳은 문선의 예상과는 달리 사형집행소가 아닌 형무소 소장실이다. 그곳에서 문선은 이치한의 자백으로 문선의 무죄가 입증되었음을 알리는 검찰관의 말을 듣게 된다. 문선은 장님이 된 자신이 명희에게 짐이 될 것을 염려하여 명희에게 자신의 석방을 알리지 않고 재판장이 주선해 준 조선호텔로 간다. 그러나 자신의 무죄 석방이 신문에 보도될 것을 염려하여 문선은 기자들과의 인터뷰도 피한 채 지배인에게 돈을 빌려 원산에서 신세를 졌던 영호가 새로 이사간 함흥으로 떠난다. 문선이 함흥행 기차를 타기 위해 정거장으로 가는 도중에 혜순이를 배웅하러 나온 명희와 우연히 부딪히지만 문선의 외면으로 명희는 문선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명희는 조간신문에 대서특필된 문선의 무죄석방 기사를 읽고 문선을 찾아 형무소와 함흥, 심지어 문선이 살던 북간도까지 찾아가 보지만 끝내 문선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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