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검
이해조 지음 | -
구마검
이해조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함진해: 서울에서는 나름대로 부자였지만 무당을 믿는 아내를 만나 자식 잃고 가산까지 탕진한다. 처음에는 무당을 믿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자신이 나서서 명당자리 찾는다고 재산을 몽땅 날린다.
최씨부인: 함진해의 아내. 어려서부터 보고 들은 것이 무당과 판수라 함진해의 집에 셋째부인으로 들어와서도 굿을 벌이느라 자식을 황천으로 보내고 집안까지 몰락하게 한다. 나중에는 중풍에 걸려 거동도 못하게 되나 양자 함종표의 감화를 받아 미신에 대한 믿음을 모두 버린다.
금방울: 무당으로 함진해의 집이 부유한 것을 알고 임지관과 계책을 써서 재산을 온통 긁어가는 모략꾼
아들 죽이는 귀신타령
닭을 잡아도 터주에 빌기 / 까마귀만 울어도 살풀이하기 / 족제비만 나와도 고사 지내기
대안동 네거리에서 남산을 바라보고 한참 내려가면 베전 병문 큰길이다. 이날 베전 병문 큰길에 회오리바람이 분다. 어떤 사람 하나가 길을 지나다 갓이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갓을 주워 머리에 급히 쓰는 그의 동작을 장옷 쓴 어떤 여자가 몰래 살펴보더니 행랑 뒷골목으로 사라진다.
중부 다방골은 장안 한복판에 있어 예부터 부자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 중에 함진해의 집이 있는데, 그도 상당한 부자다. 그러나 자손복이 없어 낳기는 잘 낳아도 하나도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 그러다 세번째 부인으로 최씨가 들어오는데 이 여자가 아들 하나를 낳아 놓고는 장한 일이라도 한 듯이 남편조차 무서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활갯짓이다.
최씨의 친정은 노돌이다. 그 동네 풍속은 존대하여 말하면 만신, 마구 말하면 무당을 섬기는 것인데, 한마디로 남의 집 망해 주고, 날불한당질 하는 놈들을 섬기는 것이다. 형님, 어머니, 누이님, 아주머니 대접하듯 봄가을이면 으레 찰떡에다 북어를 장만해서 큰 굿을 해야 세상일이 다 잘될 줄 아는 동네이니 최씨가 어려서부터 보고 들은 것이 이것뿐이다. 시집을 와서도 그 버릇 못 버려 어디가 조금만 아파도 굿이고 남편이 이틀만 안 들어와도 살풀이다.
어디 새로 난 무당이 있다든지, 신통한 점쟁이가 있다면 남편 모르게 가도보고, 청해도 보고, 기도를 하고, 굿을 하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무당과 점쟁이 입에서 한마디 떨어지기가 무섭게 즉시 거행을 하는데, 이는 사람의 죽고 사는 일 모두가 귀신의 농락에 달려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장사 나자 용마 난다고 함진해 집에 최씨가 들어온 이후 능청스럽게 거짓말 잘하고 염치없이 도둑질 잘하는 안잠자기 노파 하나가 부인의 비위를 맞춰 가며 잔심부름을 도맡아하고 있다. 최씨가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아 놓고는 아들을 위해 온갖 제사를 지내고 굿을 하는데, 이제 겨우 돌 지나 걸음마 하는 아이가 돈은 제 몸뚱이보다 몇 십 갑절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최씨 느끼기에 이 아이 만득이에게 잘 덤비는 귀신이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함진해의 첫째부인 이씨와 둘째부인 박씨귀신이다. 최씨는 노파와 무녀가 꾸며대는 말을 모두 사실로 믿으면서 그 아들이 감기만 들어도 이씨귀신, 설사 한 번만 나도 박씨귀신, 하면서 피륙과 전곡을 아까운 줄 모르고 무당, 점쟁이집에 물 퍼붓듯 갖다 바친다.
함진해는 이런 최씨를 보면서 충고를 한다. 그가 사실 무능한 위인이지만 이런 경우를 생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당, 판수라 하는 것은 다 쓸데없다, 귀신이 어디 있겠느냐?, 이러자 최씨는 기분이 상해서 이제는 누가 앓든지 죽든지 상관 안 할 테니 알아서 하라며 톡 쏘아댄다. 그러자 결국 함진해는 최씨 알아서 하게 하며 포기한다.
최씨는 함진해가 내일 모레 산소에 가니 그 동안 경 잘 읽는 장님 대여섯 불러오라고 노파에게 살며시 지시한다. 옥추경*을 지독하게 읽어 이씨, 박씨귀신을 꼼짝도 못하게 가두어 버리자는 것이다. 남편이 떠나자 소경이 경을 여러 날 읽는데, 이씨, 박씨귀신을 잡아가두는 모양이라도 본 듯이 최씨 마음이 상쾌해져 아들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을 한다. 두 귀신을 다 가두어버렸으니 앓지 말고 잘 자라라.
연때가 맞느라고, 하루도 빠짐 없이 잔병치레로 유명한 만득이가 경 읽은 이후로는 안질 한 번 앓지 않고 잘 자라니, 최씨 마음에 경 읽은 정장님이 천신인 듯 싶어, 만득의 먹고 입는 일체를 모두 그가 지휘하는 대로 한다. 그러면서 모든 일을 조심한다고, 부정타지 않게 한다고 여러 가지를 까탈스럽게 군다. 이리하여 정안수 그릇은 장독대에서 떠날 때가 없고, 공양미 쌀박은 어느 산에 아니 가는 곳이 없으며 심지어 친척들 사이에 상을 당하면 부정 탄다고 백 일씩 연락을 끊을 지경이다.
과거 제일 무서운 병이 천연두였는데, 서양 의학자가 발명한 우두법을 배워 온 후로 쳔연두를 예방할 수 있게 되어 최씨에게 만득에게도 우두를 넣어 주라고 하면 그녀는 손을 저으면서 난리다. 만약 만득에게 마마가 오면 손발 정히 씻고 정성을 지극하게 들여서 열사흘이 되면 장안의 만신을 청해 입담 좋은 마부나 불러 온갖 악기로 한 번 흐드러지게 불어 볼 것이라고.
함씨집이 결단나려고 그러는지 갑자기 만득의 전신이 불덩이 같고 정신을 잃었는데, 함진해가 한의사에게 맥도 짚어보게 하고 탕약도 끓이라 하지만, 하인들이 함진해 보는 앞에서만 예예 하고는 함진해가 사랑으로 건너가면 온갖 귀신타령이다. 하인들도 최씨를 따라 무당을 믿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만득이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무당에 놀아나는 부부
그것이 그 모양으로 덧없이 죽을 줄이야 어찌 알아, 인간은 몰라도 무슨 부정이 들었던 것이지, 허구헌 날 눈에 밟혀 어찌 사나, 한이나 없게 큰 굿을 해보았더면 좋을걸. 영감이 하도 고집을 하니까 마음에 있는 노릇을 해볼 수나 있어야지, 제가 좋은 곳으로나 가게 용산 나아가서 지노귀새남*이나 하여 주어야 최씨는 자기 때문에 자식이 죽었다고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영감탓이라면서 울자 노파가 덩달아 울면서 마마에 죽은 아이는 진배송을 해야 이 다음에 낳는 자손도 길하다고 꼬드긴다. 노파가 부인의 허락을 얻고는 대묘골 모퉁이의 조그만한 평대문집으로 들어간다. 얼굴에 아양이 가득한 여인이 나온다. 노파는 은근히 자기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돈 천이나 떼어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 여인은 자신이 벌써 그 댁에 사흘이 멀다하고 드나들었는데, 자기 굿을 믿겠느냐면서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해두겠다고 한다.
노파는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 새로이 국수당 만신이라는 무당을 교섭했다고 말한다. 국수당 만신의 별명은 금방울로, 그 무당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이 쇳소리가 나게 맞는다고 금방울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금방울의 소문이 어떻게 났던지 하루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쁘다. 원래 무당은 춤 잘 추고 소리 잘하면 되지만, 금방울은 먹고살라고 하느님이 점지해 놓았던지 남의 눈치 잘 채고, 남의 말 잘 넘겨짚고, 아양과 능청 온갖 재주를 구비하고 있어 무당계에서는 이름이 높다.
금방울도 함진해 마누라가 무당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어떻게 하면 한번 어울려 그 집 세간을 홀쭉하게 빨아먹을까 궁리하고 있던 차에 함진해 집에서 부른다는 소리를 듣고는 다른 볼일을 다 제쳐놓고 다방골로 내려온다.
금방울은 함진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살살 녹는 사설을 늘어놓는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최씨는 금방울의 말에 오줌을 질금질금 쌀 지경이다. 금방울은 여러 사설을 늘어놓으면서 이제는 죽은 두 부인의 혼이 들어온 척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넋두리를 한다. 이런 사설에 여러 계집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울어댄다.
함진해는 집안에서 뚱땅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 의관을 차려 입고 친구집에 바둑이나 두러 가려다 미친 무당 구경이나 하면서 요사스러우면 쫓아내리라 마음을 먹는다. 우리 죽은 마누라가 어디 왔냐고 물어보자, 금방울은 갑작스레 대성통곡을 하면서 함진해의 입이 딱 벌어지게 수작을 한다. "에그 영감 나를 몰라 보오, 오? 아무리 유명이 달라졌기고 어쩌면 그다지 무정하오, 오? 나 병들었을 때에 무엇이라고 하셨소, 오? 십 년 동거하던 정을 버리고 왜 죽으려 드느냐고 저기 저 창 밑에서 더운 눈물을 더벅더벅 떨어뜨리시던 양을 보고 죽는 나의 뼈가 아프며 눈을 못 감겠더니 밤 낮 열나흘 경을 읽어 움도 싹도 없이 잡아 가두려 했으니……"
이런 사설에 옆에 있던 다른 무당도 자신을 몰라보냐고 왜 경을 읽어 가두어두냐고 원통하다고 넋두리를 한다. 예전에 최씨부인이 옥추경을 읽어 자신을 가두려 했다는 사실을 원망하는 것이다. 이런 모양을 보자 함진해의 눈에 눈물이 핑 돌면서 무당도 헛것이 아니구나하고 생각한다. 무당이 예전에 베전 병문 큰길에서 회오리바람을 맞아 갓이 떨어져 주은 사실을 이야기하자 이떻게 이 일을 아는지 귀신이라는 것이 있긴 있구나 하면서 이제는 무당의 말을 믿어버린다.
그리고는 최씨부인을 나무란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옥추경을 읽어 가두려 들었냐는 것이다. 최씨는 남편의 말이 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듣기가 좋다. 자기 남편이 이제 무당말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맘대로 무당을 부를 수 있겠구나 하고 좋아라 하는 것이다.함진해라는 위인이 원래 이단을 물리치는 사람이라거나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처럼 쉽사리 변하는 것이다. 그가 무당과 판수를 반대했던 이유는 남이 흉볼까 하는 것이 우선이고, 다음은 돈을 쓰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금방울이 해달라는 대로 모조리 내어준다. 금방울은 죽은 이씨귀신이 노자를 달라 한다, 박씨귀신이 의복비를 달라 한다, 당집을 짓고 위해 달라, 달거리로 굿을 해달라 하면서 당장에 빼앗고 싶은 것도 빼앗고, 두고두고 우려먹을 것도 장만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심을 써야 아무 탈이 없겠다 싶어, 만득이 업어준 공으로 할멈에게는 무엇을 해주고, 젖 먹여 준 공으로 유모는 무엇을 주고, 파산선고당한 집과 다름없이 모조리 집어내려 한다.
인척관계도 끊는 미신에 대한 믿음
장안 만호 집집마다 날 곧 밝으면 개문하니 만복래로 떡떡 열어 젖혀, 가까운 친척이나 정다운 친구들이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건마는, 밤이나 낮이나 잠시 아니 열어놓고 안으로 빗장을 굳게 질러 적적히 닫아 두는 대문은 함진해의 집이라.
이후로 함진해의 집은 문을 꼭꼭 닫아두었다. 왜 이렇게 대문을 닫아두느냐 하면, 매삭 초하루 보름으로 고사도 지내고, 기도도 하느라고 부정한 사람이 내왕할까 염려하여 대문 주초 앞에 황토를 삼태로 퍼부어 두고 좌우 기둥에 청솔가지를 날마다 꽂아 두건마는, 사정 모르는 사람이 종종 들어와서 부정을 타게 하기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것이다.
하루는 황혼 무렵 대문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들린다. 노파가 나가보니 함진해의 사촌동생이 찾아온 것이었다. 최씨부인은 사촌부터야 남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모두 일본이나 러시아로 떠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소동을 듣고 함진해가 왜 소란스럽냐고 묻는다. 최씨부인은 사촌동생이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두 달 반이나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투덜댄다. 함진해는 마누라의 소리가 맞다면서 하인에게 작은댁 상제님을 그냥 돌아가라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작은댁 상제 함일청은 안하무인으로 들어와서는 함진해를 보자 형님 하면서 대성통곡을 한다. 그러나 함진해는 웬 주정이냐고 도리어 화를 낸다. 이 상제 함일청의 선친은 함진해의 작은삼촌 함지평이다. 그가 이번에 죽어, 급상에 대한 부고를 보냈는데도 함진해가 부정탄다고 부고를 받지를 않고 백일이 지나야 내려가겠다고 하니 화가 나서 이렇게 쫓아 올라온 것이다. 함일청이 이렇게 대성통곡하는 것은 함진해로 인해 수십 대 내려오던 대종가가 최씨부인 손에 망하는 꼴을 보겠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기도하고 굿 잘해 잘되는 집 못 봤다면서 함일청이 형에게 하소연을 하자, 최씨가 나서서 손아래 사람이 저러고 있는데도 꾸지람 한번 못한다고 남편을 타박한다. 동시에 함일청에게 우리는 자식이 없어서 이러는데 왜 악담을 하냐고 예의범절 물리치고 따지고 든다. 그러면서 마당에 퍼질러앉아 울어대는데, 자기 남편이 감동하도록 능청스럽게 사설을 해댄다.
팔자를 어떻게 못타고 나서 이 모양인가, 떡두꺼비 같은 자식을 잡아먹고 청승궂게 살아 있어서, 눈먼 자식이라도 하나 점지하실까 하고 정성을 들이는데, 무슨 대천지 원수로 그것조차 훼방을 놓느냐 하면서 땅을 치면서 통곡한다. 치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그 옆에 있던 노파는 더욱 가관이다. 마님이 잘못이 아니라 같은 집안에 저러는 사람이 잘못이라면서 함일청더러 빨리 사랑으로 나가라고 한다.
그러자 함일청은 아니꼬와 못보겠다고, 노파를 탓한다. 늙은 것이 안잠을 자러 돌아다니면 마음을 곱게 먹어 주인집이 잘되도록 해야지 남의 집을 결딴내려 하느냐 하면서 한 매에 죽이고도 죄가 남을 것 같다고 소리친다. 이렇게 하여 함일청은 집으로 돌아가버린다.
함씨의 집안 대청에 금방울 소리가 딸랑딸랑 한차례 난 이후로 함진해의 재산은 눈 녹듯 사라져간다. 그리고 사촌동생 함일청도 최씨의 공작으로 함진해가 그동안 주던 돈과 곡식을 끊어버려 가족 전체가 굶주리게 된다. 그리고 함진해를 젖먹여 길렀던 박유모의 신세도 처량해졌는데, 함일청이 형 집에서 쫓겨나자 늙은 마음에 불쌍하다고 장국 한 상 대접했다고 다시는 나무 한 가지 양식 한 움큼도 대어 주지 말라고 해서 거의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수난 사람들이 있다. 첫째는 금방울이다. 그리고 노파, 여러 무당, 하인들이다. 말 많은 집안 장맛이 쓰고, 무당 좋아하는 집안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고 함진해가 딱 그 꼴이 된 것이다.
술수에 놀아나는 조상의 뼈다귀
함진해 내외가 번차례로 앓아, 하루 빤한 날이 별로 없어 푸닥거리 성주받이를 아무리 펄쩍 하여도 아무 효험이 없으니, 최씨도 넋이 풀리고 금방울도 무안하여, 다시 무슨 일을 시킬 염치가 없으니, 그렇다고 그만두고 보면 함씨의 재물을 다시 구경도 못 해볼 터이라, 한 가지 새 의견을 내어 나머지까지 마저 훑어 내는 바람에 함씨의 조상 뼈다귀가 낱낱이 놀아나더라.
이제 함진해 집안을 완전히 거덜내는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이름은 전라도 낙안 사는 임지관이라 한다. 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남 속이는 재주 하나로 호의호식하고 있다. 의술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의관 행세하고, 풍수지리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면 지관 노릇도 하는 사람이다. 외양도 번번하고 무식도 면했고, 구변도 좋은, 그야말로 타고난 사기꾼이다.
그가 서울에 와 있는 동안 우연히 금방울 옆집에 거처를 정한 것이다. 둘은 당연히 쑥덕공론이 되었고, 금방울이 자신의 계책을 이야기한다. 함진해가 최씨의 병구완을 하느라 지쳐있는데, 노파가 찾아와서는 은근 슬쩍 이제는 조상의 산소가 잘못 들어서서 화가 생기는 것이니 고명한 지관을 찾아 하루 바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함진해는 쓸 데 없는 소리라고 호퉁을 치면서도 어디 한번 물어나 보자면서 금방울의 집으로 간다.
함진해의 이야기를 들은 금방울은 내일 정오 12시에 무학재 고개를 넘어가면 산자락 소나무 밑에서 어떠한 사람이 돌을 베고 잘 것이니 그 사람에게 정성을 잘 들여 보면 될 거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전해준다. 다음날 함진해는 탈 것 두 채를 마련해서는 무학재로 향한다.
금방울이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자 과연 갓 쓴 사람이 있는 것이다. 함진해는 꾸벅 절을 하고는 문안 다동 사는 함일덕이라고 소개한다. 그자는 바로 임지관이었다. 임지관은 함진해가 온 목적을 말하기도 전에 명당자리 잡으러 온 사람 아니냐면서 진귀한 사람인 척한다. 그리고는 내일 이맘때 동대문 밖 관왕묘 앞으로 아무도 데리고 나오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늦게 도착하게 된다. 그러자 임지관은 기분이 나쁘다면서 다음날 다시 삼각산 백운대 밑으로 오라고 한다. 함진해가 금방울에게 찾아가 어떡하면 좋으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그런 유명한 지관을 만나려면 예를 정성껏 표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