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
나도향 지음 | -
물레방아
나도향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방원: 신치규의 집에서 막실살이를 하는 인물이다. 아내를 몹시 사랑한다. 아내와 신치규의 불륜을 알고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주인 신치규를 때려 형을 산다. 출옥 후에는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방원의 아내: 이 년 전에도 남편을 물리치고 방원과 도망을 했던 인물이다. 신치규의 돈에 이끌려 방원을 배반하고 그의 첩실로 들어간다.
신치규: 방원의 주인이다. 오 십이 넘은 나이의 노인이다. 아들을 낳아 달라는 핑계로 방원의 아내를 첩실로 맞아들이려 한다.
신치규와 방원 아내의 야합
계집은 아무 말이 없이 서서 짐짓 부끄러운 태를 지으며 매혹적인 웃음을 생긋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웃음이 얼마나 짐승 같은 신치규의 만족을 사게 되었으며, 또는 마음을 충동시켰는지 희끗희끗한 수염이 거의 계집의 뺨에 닿도록 더 가까이 와서,
육중한 물레방아가 도는 마을. 이방원은 마을에서 가장 부자요, 가장 세력이 있는 신치규의 집에서 행랑살이를 하며 아내와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가을 밤, 고용한 달빛이 비치는 밤에 물레방앗간 옆에 어떤 여자와 어떤 남자 하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었다. 여자는 스물 두 살, 한창 젊은 나이의 방원의 아내고, 남자는 오십이 반이 넘어 살아올 길을 거의 다 살아온 노인인 신치규다. 신치규의 말소리는 마치 방원의 아내를 달래는 것 같다.
“얘, 내 말이 조금도 그를 것이 없지? 쇤네 할멈에게서도 자세한 말을 들었을 테지만 너 생각해 보아라. 네가 허락만 하면 무엇이든지 네가 허고 싶다는 것을 내가 전부 해줄 테란 말야. 그까짓 방원이 녀석하고 네가 몇백 년 살아야 언제든지 막실 구석을 면하지 못할 테니…허허, 사람이란 젊어서 호강해 보지 못하면 평생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 아니냐. 내가 말하는 것이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느니라! 대강 네 말을 쇤네 할멈에게서 듣기는 들었느나 그래도 네게 한 번 바로 대고 듣는 것만 못해서 이리로 만나자고 한 것이다. 네 마음은 어떠냐? 어디, 허허, 내 앞이라고 조금도 어떻게 알지 말고 이야기해 봐 응?”
늙은이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이지적인 동시에 창부형인 방원의 계집을 들여다보며 한 손으로는 등을 두드리며 이야기했다. 계집은 몸을 돌리려고 하지도 않고 영감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며 눈으로 땅만 내려다보고 섰다가 가까스로 입을 뗐다. “제 말야 모두 쇤네 할멈이 여쭈었지요. 저에게는 너무 분수에 과한 말씀이니까요.” 그러면서 두 사람은 방원을 어찌할 것인가를 의논했다. 방원을 내쫓겠다는 신치규의 말에 계집은 “어떻게 내쫓을 수가 있에요?” 하고 반문하지만 굳이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윽고 신치규는 간이 달아 집으로 가자고 계집의 손을 잡고 끌었다. 계집은 손을 빼려고 하며, “점잖으신 어른이 이게 무슨 짓이예요.” 하면서도 그 몸짓에는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 보였다. 영감은 계집의 몸을 끌어안더니 방앗간 뒤로 돌아 들어섰다.
계집은 영감 가슴에 안겨 정욕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면서, “영감이 거짓말은 안 하시지요?” 하는 다짐을 두더니, 영감의 팔을 한 손으로 잡고 또 한 손으로는 방앗간 속을 가리켰다. 영감과 계집은 방앗간에서 이삼십 분 후에 다시 나왔다.
방원과 방원 아내의 싸움
좀 하여 얼마간이라도 더 있게 해달라고 하여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방원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아내더러 안주인 마님께 사정을.
사흘이 지난 뒤 신치규는 방원을 자기집 사랑마루로 불렀다. “우리 집에 사정이 있어 그러니, 내 집에 있지 말고 다른 곳에 좋은 곳을 찾아가 보아라.”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주인이 나가라 하니 방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그러나 방원은 막막하기만 했다. 자기 혼잣몸 같으면 어떻게 빌어먹더라도 살 수가 있겠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구해 갈 길이 막연했다. 하는 수 없이 방원은 아내에게 이야기하며 주인 마님께 사정을 좀 하여 보라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도리어 따지고 들어온다.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이요. 이제부터는 나를 어떻게 먹여 살릴 테요? 임자가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온 때에 무엇이라고 하였소. 어떻게 해서든지 너 하나야 먹여 살리지 못하겠느냐고 하셨지요?” “그래.” “그래 얼마나 나를 잘 먹여 살리고 나를 호강시켰소? 이때까지 이태나 되도록 끌고 돌아다닌다는 것이 남의 집 행랑이었지요.” “얘, 그것은 네가 모르고 하는 말이냐? 내가 허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야? 차차 살아가는 동안에 무슨 일이든지 생기겠지. 설마 요대로 늙어 죽기야 하겠니?”“듣기 싫소! 뿔 떨어지면 구워 먹지 어느 천 년에.”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커졌다.
“은가락지 은비녀 한 벌 사주어 보았나요?” “이년아, 더러운 년아” “너는 얼마나 정한 놈이냐!” 급기야는 방원의 발길이 계집의 엉덩이를 내지르면서 두 사람의 싸움은 몸싸움으로까지 번져갔다. 실상 방원이 계집을 치는 것은 주먹을 가지고 하는 일종의 농담이었다. 홧김에 계집을 치는 것이 실상은 자기의 마음을 자기의 이빨로 물어뜯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리는 그에게는 몹시 애처로움이 있고 불쌍함이 있었다. 그러나 자기의 화풀이를 받아 주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계집밖에 없어 그는 계집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싸움을 하다가도 하루가 못 되어 두 사람이 베개를 나란히 하고 서로 꼭 끼고 잘 때에 그것은 방원에게 더 없는 위안이었다. 계집의 뜨거운 포옹으로 위로를 받을 때 방원은 큰 힘을 얻었던 것이다.
불륜의 현장을 목격한 방원
그는 방앗간을 막 뒤로 돌아서자 신치규와 자기 아내가 방앗간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 그는 너무 뜻밖의 일이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한참이나 멀거니 서서 보기만 하였다.
싸움을 한 날 저녁에 방원은 술이 얼근히 취해 돌아왔다. 계집의 품이 몹시 그리워져서 계집에게 사과할 마음까지 생기었다. 무식하게 자라난 까닭에 무지한 짓을 하기는 하나, 그는 본시 사람이 좋고 마음이 약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신치규를 생각하며 “빌어먹을 놈! 나가라면 나가지 무서운가?”, “돈이 사람을 죽이는구나! 돈! 돈!” 하면서도, 아내를 생각하고는 더 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고 배라먹을 년이 왜 고렇게 포달을 부려서 장부의 마음을 긁어 놓아!” 집으로 돌아온 방원은 문고리를 붙잡고 흔들어 보지만 아내가 없었다.
“아까 머리 단장을 하더니 저 방아께로 갑디다.” 옆집 내외가 아내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아내를 찾아 방아로 향한 방원은 차마 못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방앗간을 막 뒤로 돌아서면서 신치규와 아내가 방앗간에서 나오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눈에서 쌍심지가 거꾸로 섰다. 열이 올라와서 마치 주홍을 칠한 듯이 그의 눈은 붉어지고 번개 같은 광채가 번뜩거리었다. 그는 한참이나 사지를 떨었다. 두 이가 서로 맞춰서 달그락달그락 하여졌다. 그의 주먹은 부서질 것 같이 단단히 쥐어졌다. 계집과 신치규는 방원이 와 선 것을 보고서 처음에는 조금 간담이 서늘하여졌으나 다시 태연하게 내려앉았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매 할 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방원은 계집의 팔목을 잡고 계집을 다그친다. 그러나 계집의 태도는 뻔뻔스럽다. “더러운 녀석 같으니! 계집이 싫다고 그러면 국으로 물러갈 일이지, 이게 무슨 사내답지 못한 일야! 놔요!” 계집이 방원의 팔을 힘껏 뿌리쳤다. 분노가 가득 찬 방원에게서 계집의 손은 쉽게 놓여나지지 않았다. 그러나 계집은 재차 방원의 팔을 뿌리치고는 암상맞게 돌아섰다.
주인 신치규를 향한 방원의 분노
방원은 주먹으로 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들이 팬다. 나중에는 주먹이 부족하여 옆에 있는 모루돌멩이를 집어서 죽어라고 내리친다. 그의 팔, 그의 온몸에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극도에 달하자 사람의 가슴속에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잔인성이 조금도 남지 않고 그대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하는 꼴을 멀찍이서 보고 있던 신치규가 두어 발자국 다가서며 방원을 향해 주인도 몰라보는 놈이라며 호통을 친다. “괘씸한 놈!”
생각대로 하면 한 주먹에 때려눕힐 것이지마는 방원의 머리 속에는 아직까지 상전이라는 관념이 남아 있었다. 번갯불같이 그 관념이 방원의 입과 팔을 얽어 놓았다. 그러다 문득 방원은 오늘부터 신치규가 자기의 상전이 아니요, 자기가 신치규의 종도 아니라는, 오히려 치규는 자신의 원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방원은 한 걸음 다가서며 소리쳤다. “네 입에서 이놈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이 사지를 찢어발겨도 오히려 시원치 못할 놈아! 네가 내 계집을 뻬앗으려고 오늘 날더러 나가라고 그랬지?”
형세가 위험하니까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려는 신치규의 멱살을 한 팔로 바싹 치켜 든 방원은 다시 신치규를 땅바닥에 태질을 한 뒤에 그대로 타고 앉아서 목줄띠를 눌렀다. "이놈, 너 죽고 나 죽으면 고만 아니냐?" 방원은 사정없이 닥치는 대로 들이 팬다. 나중에는 주먹이 부족하여 옆에 있는 모루돌멩이를 집어서 죽어라고 내리친다. 이 꼴을 보는 계집은 무서웠다. "아! 사람 살류! 사람 살류!" 계집은 처참하게 소리쳤다. 동네편 쪽에서 수군수군하더니 구둣소리가 나며 칼 소리가 덜거럭거리었다. 방원은 정신을 차려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순검." 그는 순검의 구둣소리를 듣고 비로소 자기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깨달았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일어나 계집에게로 가서는 도망가자고 다그친다. 그러나 계집은 자기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까 겁내어 방원에게서 도망하려 했다. 방원은 또 다시 계집에게 도망가자는 애원섞인 제안을 했지만 계집은 여전히 그를 거부했다.
그때 누구인지 그의 두 팔을 마치 형틀에 매다는 것 같이 꽉 뒤로 끼어안는 사람이 있었다. 순검이었다. 그는 온몸에 맥이 풀리어 그대로 자빠지려 할 때 어느덧 널판 같은 주먹이 그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숙여지고 말소리가 공손하여졌다.
땅바닥에서는 신치규가 꿈지럭거리며 이리저리 뒹군다. 청승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방원은 포승 지인 채, 계집은 그대로 주재소로 끌려가고, 신치규는 머슴들이 업어들였다.
출옥 후의 방원의 살인과 자살
칼 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여 힘껏 밀었다. 계집은 이를 악물고, “사람 죽인다!” 소리 한 번에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칼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루루 떨리더니 피가 새어 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리었다.
석 달이 지났다. 상해죄로 감옥에서 복역하던 방원은 출옥을 하였다. 감옥에서 그는 나가기만 하면 연놈을 죽여 버리고 제가 죽든지 요절을 내리라 생각하였다. 집에서 내쫓기고 계집까지 빼앗기고 한 것을 생각하면 분한 생각이 났다. 신치규는 아무 일 없이 자기 집에서 치료하고 방원의 계집을 데려다 산다. 신치규는 혼자 “어떻게 그놈을 떼어 버릴까 하고 걱정을 하던 차에 잘 되었지. 그놈 한 십 년 감옥에서 콩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감옥에서 나와 계집이 사는 촌으로 왔다. 아무도 그를 아는 체하는 사람이 없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그를 보고 피했다. 산 속에 숨어 있던 그는 밤이 되어서 마을로 내려왔다. 분한 생각과 흥분된 마음으로 옆구리에 단도를 지르고 신치규의 집 울을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계집이 머무는 방의 창문을 흔들었다. 계집의 머리가 쑥 나오며 문이 열리었다.
방원의 마음은 이상하게 동요가 되었다. 예쁜 계집의 목소리가 오래간만에 귀에 들릴 때 마치 자기가 감옥에서 꿈을 꿀 적 모양으로 요염하고도 황홀하게 그의 마음을 꾀는 것 같았다. 그는 꿈 속에서 다시 만난 것 같고 오래간만에 만난 그를 보매 모든 결심이 얼음같이 녹는 듯하였다. 그는 감히 칼을 들어 죽이려는 용기가 단번에 나지 않아서 주저했다.
“그렇다, 한 번만 다시 물어 보고 죽이든 살리든 하자!” 방원은 계집의 입을 틀어막고 칼을 가슴에 들이대고 협박을 해서는 그녀를 들쳐업고 물레방아 앞으로 온다. 그리고는 계집의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계집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다시 시퍼런 칼을 들이대고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을 종용한다. “임자의 말을 들을 것 같으면 벌써 들었지요, 이때까지 있겠소?” 계집은 태연하게 반문하며 찌르려거든 찌르라고 한다.
그는 눈물어린 눈으로 타일러 보기도 하고 간청도 하여 보았다. “자아, 어서 옛날과 같이 나하고 멀리멀리 도망을 가자! 나는 참으로 내 칼로 너를 죽일 수는 없다!” 그러나 계집은 독오른 눈을 빛내며, “싫어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가기는 싫어요. 이제 나는 고만 그렇게 구차하고 천한 생활을 다시 하기는 싫어요. 고만 물렸어요.” 하며 자신을 어서 죽이라고 한다. 계집은 굳은 결심의 뜻을 나타내었다. 방원은 칼 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여 힘껏 밀었다. 계집은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방원은 칼을 빼어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리었다.
▣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하여
회한의 세계, 물레방아
이 작품의 제목이 물레방아라는 사실에서 우리의 주의는 그것이 가지는 상징성에 모아진다. 제목을 왜 물레방아라 했을까, 그것은 어떠한 상징성은 갖는 것일까. 물레방앗간. 거기에는 애틋한 사랑이 자리할 듯싶다. 혹은 농염한 사랑이 자리할 듯도 싶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을 나눈 곳이 물레방앗간이 아니던가. 그런 까닭으로 물레방앗간은 토속적인 낭만이 물씬 풍기는 세계일 듯싶다. 그런데 나도향의『물레방아』를 읽다보면 그 낭만적 서정은 어느덧 회한의 설움으로 대체되고 만다.
『물레방아』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덜컹덜컹 홈통이 들었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하고 확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겻가루가 켜켜이 앉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나온다.
육중한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속에 노동에 절은 머슴들의 콧소리가 청승스럽게 들려나오는 곳이 물레방앗간이다. 거기에는 낭만적 서정이 자리할 여지가 없다. 대신에 신분적 굴레를 쓴 이들의 한스러움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후의 작품 전개에서 이러한 물레방아의 상징성이 구체화되어 드러난다.
그곳은 먼저 신치규와 방원의 처가 야합을 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언뜻 농염한 사랑이 연상되는 곳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은 그들의 관계가 야합이기 때문이다. 신치규는 자신이 가진 부와 세력을 이용해서 부리는 머슴의 처를 취하는 것이고 방원의 처는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적 욕망으로 부정한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부정한 야합이 이루어지는 곳에 낭만적 정서를 들이밀 수는 없다.
이후 방원은 두 사람의 불륜을 목격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치 못해 신치규에게 상해를 가함으로써 순검에게 잡혀 결국에는 감옥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된다. 또 출옥 후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맞이한다. 그 모두가 물레방앗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므로 방원의 입장에서 볼 때 그곳은 자신의 신분적․경제적 한계로 인해 아내마저 빼앗긴 채 결국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방원의 한과 설움이 응어리진 세계이다. 작품 처음에서 제시된, 물레방앗간에서 들려오던 머슴들의 청승맞은 콧소리는 방원의 그와 같은 삶이 체념적으로 걸려진 회한의 소리였던 것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물레방아는 풀어낼 수 없는 회한이 응집된 세계를 상징한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의 형상은 마치 풀어낼 길 없는 회한의 영원한 순환을 시사하는 듯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