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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작자미상 지음 | -
춘향전

작자 미상



오랜 세월 다듬어지고 살을 붙인 백성들의 이야기

『춘향전』은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이다. 판소리계 소설이란 처음부터 소설의 형태로 유통된 것이 아니라 설화의 형태로 먼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실제의 판소리로 연행된 후 완전한 한편의 소설 구성을 지닌 작품으로 정착된 소설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판소리계 소설에는『춘향전』『심청전』『흥부전』『토끼전』『배비장전』『옹고집전』『장끼전』등이 있다. 이들 판소리계 소설들은 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은이를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춘향전』을 형성하게 된 근원설화는 대개 암행어사설화, 열녀설화, 신원설화, 관탈민녀설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설화들 중 어느 하나가 『춘향전』을 형성하게 하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설화가 복합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먼저 『춘향전』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암행어사설화로는 이시발의 실제담과 암행어사 박문수설화, 성이성설화가 있다. 이 암행어사설화는 모두 암행어사 직책을 맡은 인물이 민정을 살피고 평민으로 행세하다가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징치한다는 내용이다. 곧 『춘향전』에서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와 변학도의 학정을 살펴본 후 변학도를 징치하는 내용이 암행어사설화의 수용양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열녀설화는 한 남자에 대해 정조를 지키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 설화이다. 대표적인 설화가 지리산녀설화와 도미설화가 있다. 지리산녀 설화의 경우는 구례의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어떤 여인이 구례의 지리산밑에 살고 있었는데, 용모가 아름답고 부덕이 뛰어났다. 이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은 이웃마을에 퍼지고 급기야는 백제의 왕에게까지 퍼졌다. 왕은 이 소문을 듣고 그녀를 왕궁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녀는 ‘지리산가’라는 노래를 부르고 죽음으로 따르지 않았다. 이런 열녀의 이야기는 춘향이 이도령에 대한 신의와 절개를 지키기 위해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는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열녀설화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관탈민녀(官奪民女)설화이다. 권력을 지닌 관리가 평민의 여자를 빼앗으려는 사건을 담은 설화이다. 그 이야기는 대부분 어느 고을에 절개가 굳은 미녀가 있는데, 임금이나 관리가 이 소문을 듣고 범하려한다. 미녀는 관리의 청을 거절한다. 왕이나 관리의 위협을 모면하고 탈출하여 남편과 행복하게 살게 된다. 도미설화, 도화녀설화, 산방덕설화가 대표적인 관탈민녀형 설화이다. 『춘향전』에서 민녀는 춘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민녀를 빼앗으려는 권력의 상징인 관은 곧 변학도이고, 이몽룡은 민녀의 남편이나 약혼자라고 할 수 있다.

신원(伸寃)설화는 억울하게 죽은 혼의 원한풀이를 내용으로 하는 설화이다. 남원추녀설화, 박색터설화, 아랑설화 등이 그것이다. 남원추녀설화나 박색터설화는 대개 추녀의 한을 담은 설화이다. 관기월매의 딸이자 천하박색인 춘향이 이도령을 사모하여 병이 든 것을 월매의 계교로 이도령이 술이 취해 하룻밤 인연을 맺었지만 이튿날 술이 깬 이도령은 춘향의 얼굴을 보고 놀라 상경해버리고 춘향은 자결하고 만다. 박색고개에 묻힌 춘향의 원혼으로 인해 신관마다 부임하는 길로 죽게되자 장원급제한 이도령이 내려와 춘향의 전기를 잇고 제사를 지낸뒤 광대로 하여금 ‘춘향가’를 불러 죽은 혼을 달랬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춘향이 기생딸이라는 설정과 이도령이 춘향이라는 월매의 딸과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이 『춘향전』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춘향전』은 오랜 세월 이야기를 향유하고 수용했던 향유층의 의도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오늘날의 『춘향전』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학을 우리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그 과정에서 덧붙여지는 형태를 지니는 적층문학(積層文學)이라고 부른다. 이런 적층문학의 경우는 독자가 곧 작자가 될 수 있고 작자가 곧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춘향전들의 이본(異本)만 해도 수십 종이 넘는다는 것도 바로 독자들이 『춘향전』의 작자가 되기 때문이다.


Short Summary

숙종대왕 즉위 초에 퇴기 월매는 자식이 없어 매일 기도를 하여 성참판과의 사이에서 딸 춘향을 낳는다. 춘향은 어릴 때부터 용모가 아름답고 시와 그림에 능하여 온 고을이 춘향을 칭송했다. 어느 봄날 사또 자제 이도령이 광한루에 봄구경 갔다가 그 곳에서 그네를 타는 춘향을 보고 춘향의 아름다움에 반해 방자를 시켜 춘향을 광한루로 불러온다. 이도령은 춘향을 만나보고는 그날 밤 춘향의 집으로 찾아간다. 첫날밤에 이도령은 신의를 맹세하고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 후 이몽룡은 날마다 춘향을 찾아와 사랑을 나눈다. 얼마 후 부친의 남원부사 임기가 끝나자 이도령과 춘향은 이별을 맞이한다. 이도령과 춘향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이도령은 서울로 떠난다. 이때 성격이 포악하고 미색을 밝히는 변학도가 남원의 신관사또로 내려와 춘향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수청을 요구하는데…….







춘향전

작자 미상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춘향: 성참판과 퇴기월매의 딸로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성취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의 소유자. 이도령에게는 순종하고 유순하지만 변학도에게는 저항한다.

이도령: 남원의 사또 아들로 호탕하고 풍류적이며 춘향과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물. 암행어사가 되고 나서는 백성을 염려하는 사려깊은 인물로 변한다.

월매: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에 밝으며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빈틈없이 행동하는 인물

변사또: 부패한 지방 수령의 전형적인 인물. 고을의 통치자로서 고을을 다스리는 것은 안중에도 없으며 백성을 착취하고 괴롭히며 자신의 향락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방자: 겉으로 보기에는 이도령에게 복종하는 충직한 하인으로 행동하지만 한편으로는 양반을 풍자하고 조롱한다.





춘향과 이도령이 만나 백년가약을 맺음

춘향과 도련님이 마주 앉아 놓았으니, 그 일이 어찌 되겠느냐. 사양(斜陽)을 받으면서 삼각산 제일봉에 봉학앉아 춤추는 듯, 두 활개를 구부려 들고 춘향의 섬섬옥수 바드듯이 검쳐 잡고 의복을 공교하게 벗기는데…,

숙종대왕 즉위 초에 전라도 남원부에 월매라는 기생이 있었는데 삼남(三南)의 명기로서 일찍 퇴기하여 성(成)가라 하는 양반을 데리고 세월을 보냈다. 월매는 나이 사십이 다 되도록 일점혈육이 없어 이것이 한이 되어 길게 탄식하고 걱정해 병이 되었다. 월매가 성참판과 의논하여 하늘에 빌어 자식을 보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월매는 상봉에 단을 쌓아 제물을 진설하고 단하에 엎드리어 천신만고 빌었더니 산신님의 덕이신지, 선녀가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 과연 그달부터 태기가 있어 열 달이 되니, 일일은 향기가 방에 가득하고 채색 구름이 영롱하더니 한 옥녀(玉女)를 낳았는데 그 사랑함은 형언할 수가 없었다. 이름을 춘향이라 부르면서 손안의 보옥(寶玉)같이 길러내니, 칠팔세가 되자 서책에 재미를 붙여 예의와 정절을 일삼으니 효행을 온 고을에서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때, 사또 자제 이도령은 나이는 십육이요, 풍채는 두목지이며, 도량은 창해같고 지혜 활달하고 문장은 이백이요, 필법은 왕희지였다. 이도령은 방자에게 절승의 경치 좋은 곳을 말하라 하니 광한루 오작교가 절승이라고 한다. 나귀를 치레하여 이도령이 광한루에 성큼 올라 사면을 살펴보니, 경치가 매우 좋았다. 가지고 온 술을 먹은 후에 취흥이 넘쳐서 담배를 피워 입에다 물고 이리저리 거닌다.

이때는 오월 단오일이었다. 월매 딸 춘향이도 그네를 타려고 향단이를 앞세우고 내려올 때, 난초같이 고운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땋아 금봉채를 가지런히 하고 비단 치마 두른 허리 미앙궁(장안현에 있는 한나라 궁궐)의 가는 버들이 힘이 없어 드리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거리며 그네를 탄다. 춘향이 그네에 올라 한번 굴러 힘을 주며 두 번 굴러 힘을 주니, 발 밑에 가는 티끌 바람 좇아 펄펄, 앞뒤 점점 멀어가니 머리 위의 나뭇잎은 몸을 따라 흐늘흐늘 오고간다.

이 모습을 멀리에서 지켜본 이도령은 정신이 중천에 날아올라 온몸이 고단했다. 진실로 넋빠진 사람 같았다. 방자를 불러 그네타는 여인을 물으니 이 고을 기생 월매의 딸 춘향이란다. 이도령은 춘향을 급히 광한루로 불러오라고 한다. 방자가 이도령의 명령을 전하나 춘향은 지금은 관(官)에 딸린 몸이 아니고 여염집 처자이므로 가지 않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방자가 또 춘향의 집으로 찾아오자 월매가 이도령을 만날 것을 허락한다.

춘향이가 그제서야 못 이기는 채로 겨우 일어나 광한루로 건너간다. 이도령이 춘향의 자태를 바라보니 별로 꾸민 일 없이 천연한 국색(國色)이었다. 옥안(玉顔)을 바라보니 구름사이 달빛 같고, 붉은 입술을 반쯤 여니 물 속에 핀 연꽃 같았다. 춘향도 은근한 정을 품고 고개를 잠깐 들어 이도령을 살펴보니 금세의 호걸이요, 진실로 세상에 빼어난 남자(奇男子)였다. 마음 속으로 흠모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이도령은 오늘밤에 춘향의 집을 방문할 것을 약속하고 이별했다.

이도령은 책방에 돌아와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며 서책을 엉터리로 읽고, 천자문도 건성으로 읽으며 ‘애고애고 보고지고’를 연발한다. 건넌방에서 이 소리를 들은 이도령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 통인을 보내어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아오게 한다. 그때 이도령은 옛 명인과 성인을 본받고 싶어 ‘보고지고’ 소리를 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 말을 전해들은 사또는 대단히 기뻐하며 책방의 목낭청을 불러들여 자기 아들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다고 자랑을 한바탕 늘어놓았다.

날이 저물자 이도령은 방자에게 등롱을 밝히게 하여 춘향의 집으로 향한다. 이도령은 월매와 춘향을 보고 오늘밤 춘향과 백년언약을 맺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월매는 춘향은 귀한 딸이므로 양반과 상사람의 지체가 다른데 부모 몰래 깊은 사랑을 맺었다가 소문이 어려워서 버리게 되면 딸 신세가 불쌍하게 될 것이라 하며 좋은 말로 거절한다. 이도령은 애간장이 닳아 춘향을 아내로 맞을 터이니 염려말라고 하며 거듭 간청하고 일구이언하지 않겠다고 하며 언약을 한다. 이에 월매는 지난밤의 꿈 생각을 하면서 이도령의 청을 받아들이고 향단이에게 술상을 차려오게 한다. 월매와 이도령, 춘향이 돌아가며 술잔을 돌리고 술자리의 분위기가 익어갔다. 월매가 서너 잔 술을 먹은 후에 향단을 불러 원앙금침 잣베개와 샛별 같은 요강 대야를 마련하고 잠자리를 마련하게 하고 이도령에게 인사하고 춘향의 방을 나갔다.

춘향과 이도령이 마주 앉아 이도령은 춘향의 옷을 하나하나 벗긴다. 춘향이가 처음 일일 뿐 아니라,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 몸을 틀 때, 이리 곰실 저리 곰실 녹수(綠水)에 붉은 연꽃이 미풍을 만나 흔들리듯, 이도령이 치마를 벗겨 제쳐놓고 바지 속옷 벗길 때에 무한히 승강이를 벌인다. 힐난하던 중 옷끈 끌려, 발가락에 딱 걸고서 끼어안고 진득하게 누르며 기지개 쓰니, 발길 아래 옷이 떨어진다. 옷이 활짝 벗겨지니 형산의 백옥덩이도 춘향의 살결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춘향이가 이불 속으로 달려들자 이도령도 왈칵 쫓아 드러누워 저고리를 벗겨내어, 이도령의 옷과 모두 한데다 둘둘 뭉쳐 한편 구석에 던져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웠으니 그대로 잘 리가 있겠는가. 골즙(骨汁)(남성 성기에서 나오는 즙. 남자의 사정액)낼 때 이불이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을 맞추어 청그렁 쟁쟁,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이 있게 잘 자고 일어난다. 춘향과 이도령은 이렇듯이 밤마다 온갖 장난과 놀이로 세월을 보낸다.춘향과 이도령이 이별하고 춘향이 옥에 갇힘

촛불을 돋워켜고 둘이 서로 마주앉아 갈 일을 생각하고 보낼 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 한숨질 눈물겨워 목이 메어 흐느껴 울며 얼굴도 대어보고, 수족도 만져보며 슬퍼한다.

이때 뜻밖에 방자가 와서 사또가 부른다고 소식을 전한다. 이도령이 집으로 들어가니 사또가 서울서 동부승지 교지가 내려왔으니 내일 서울로 떠날 채비를 하라고 말했다. 이도령은 눈물을 흘리고 겨우 대답하고 나와 어떻게 하든 춘향이를 데리고 갈 생각으로 어머니에게만 춘향의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양반의 자식이 부형따라 시골에 내려왔다가 기생의 딸을 몰래 아내로 맞았다는 말이 나가기만 하면 장가 못드는 것은 물론이요, 벼슬도 못한다고 호되게 꾸중을 한다. 이도령은 하는 수 없이 춘향의 집으로 향할 뿐이다.

춘향의 집으로 들어가 이도령이 계속해서 눈물만 흘리자 춘향은 깜짝 놀라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도령이 이별소식을 전하자 춘향은 갑자기 낯빛이 변하여 머리를 흔들고 눈을 씰룩대며 붉으락 푸르락 눈을 간잔조롬하게 뜨고, 눈썹이 꼿꼿하여지면서 코가 발심발심하며, 이를 뽀드득 뽀드득 갈며, 온몸을 수숫잎 틀 듯하며, 매 꿩채는 듯하고 앉더니, “허허! 이게 웬말이오!”하고 이도령에게 왈칵 뛰어 달려들며, 치맛자락도 와드득 좌르륵 찢어버리며, 머리도 와드득 쥐어뜯어 싹싹 비벼 이도령 앞에다 던지면서, 발악한다.

밖에서 이도령의 이별소식을 들은 월매는 두 칸 마루로 올라 영창문을 두드리며 우루룩 달려들어 주먹으로 겨누면서 이도령을 원망하며 춘향의 신세한탄을 한다. 이도령은 몹시 민망하여 내일 길을 떠날 때 신주(神主)는 모셔내어 제 장옷 소매에 모시고 춘향은 요여(腰輿, 영혼이나 혼백을 모시는 작은 가마)에다 태워가겠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춘향은 자신과 월매가 이도령에게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였음을 깨닫고 어머니를 진정시켜 돌려보낸 후 자신의 이별의 슬픈 심정을 이도령에게 한탄한다.

춘향과 이도령은 피차 기가 막혀 이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 이도령을 데리고 갈 후배사령이 달려와서 사또가 도령은 어데 갔는가하고 찾으며 빨리 길을 떠나자고 재촉했다. 춘향은 후배사령의 그 말을 듣고서는 이도령의 다리를 부여잡고 자신을 죽이고 떠나라고 하며 기절한다. 얼마 후에 깨어나 마지막으로 이도령에게 이별주를 건넨다. 이도령을 향하여 몸조심하고 부디 자기 모녀를 잊지 말라고 부탁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도령을 떠나보낸 후 춘향은 그리움에 애간장을 태우며 자탄가로 세월을 보낸다. 떠나는 숙소마다 자리를 펴고 누워도 잠못 이룬 이도령 역시 춘향을 잊지 못하고 ‘보고지고 나의 사랑’하면서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후 몇 달이 지나자 자하골 변학도라는 양반이 신관사또로 내려오게 되었다. 문필도 넉넉하고 인물과 풍채도 활달하고 풍류 속에 달통하여 오입 속이 넉넉하나 흠이 있다면 성정이 괴팍한 중에 가끔 실성한 짓을 겸하여 혹시 실덕(失德)도 하고, 잘못 결정하는 일이 간간이 많기에 세상 사람들이 다 고집불통이라고 말했다.

변사또는 남원에 사는 춘향이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사로 임명되자마자 부랴부랴 남원에 내려왔다. 신관사또 변학도는 남원에 틀고 앉은 지 삼일만에 기생점고부터 했다. 기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젊고 연연히 고운 기생들도 없지 않았으나 여느 여색에는 생각이 없고 우두머리 수노를 불러 춘향이는 왜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수노가 아뢰기를 춘향의 어머니는 기생이지만 춘향이 기생이 아니며 이미 구관사또의 아들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고 수절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변학도는 벌컥 화를 내며 어느 양반자식이 엄한 아버지 밑에서 기생을 첩으로 삼아 살겠는가 하며 그런 말을 하면 죄를 면치 못한다고 하며 빨리 춘향이를 불러오라고 한다. 춘향을 부르라는 소리가 나자 이방이 또 나서서 춘향은 기생이 아닐 뿐 아니라 구관사또 이몽룡과 맹약이 중하므로 사또의 체면에 손상이 될까 두렵다고 아뢰었다. 그 말에 대노한 변학도는 만일 시각을 지체하면 관가의 우두머리들을 파면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육방이 소동하고 각청의 두목이 넋을 잃고 관노와 사령들에게 어서 춘향을 찾아갈 것을 독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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