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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백과사전

이현 지음 | 푸른숲주니어
귀신 백과사전

이현 지음

푸른숲주니어 / 2010년 8월 / 124쪽 / 9,800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 우리 조상들이 들려주는 인생살이의 지혜



귀신들아, 어서 모이지 못할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든 귀신이 저승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시키는 대로 안하고 딴 짓을 하는 존재들이 있게 마련인데, 귀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우리나라 에만 무려 1만 8천여 귀신이 있다고 한다. 산 사람이 귀신을 다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수는 별보다 많다고 장담할 수 있다. 옛말에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는데, 아마 그런 생각 때문에 귀신들이 이승을 쉬이 떠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승에 귀신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걱정하기도 한다. 밤길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화장실에 혼자 못 가서 오줌보를 움켜쥐고 버티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실수를 해서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덮어놓고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 귀신들이라고 해서 멋대로 설치고 다닐 수만은 없다. 귀신감독관이 이승의 귀신들을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신 감독관

뜻 - 이승의 귀신을 관리 감독하는 자 / 비슷한말 - 귀신관리사

반대말 - 귀신들린 자 / 예문 - 귀신감독관과 친구가 되었더니 처녀귀신과 소풍을 가게 되는구나!

귀신감독관은 대체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또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지만 가까운 이에게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천예록》에 따르면, 귀신감독관이 가장 최근에 정체를 드러낸 건 조선시대였다. 조선시대에 한준겸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호남 땅에 살고 있는 친척이 있었다. 그 친척은 형편이 좋지 않아 때때로 한준겸의 집에 와서 신세를 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준겸은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바로 귀신감독관이라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귀신 감독 비법』이라는 책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그 책을 물려받은 사람이 곧 귀신감독관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귀신감독관은 염라대왕으로부터 강력한 권한을 받아 이승의 귀신들을 호령하게 된다고 했다.

한준겸의 친척 역시 어느 노스님에게서 『귀신 감독 비법』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절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모두가 업신여기는 스님을 잘 보살펴 드렸는데 그 스님이 바로 귀신감독관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준겸에게 귀신 점검하는 광경을 직접 보여 주었다. 그의 명령에 수만 귀신이 한달음에 한준겸의 집으로 몰려들어 머리를 조아렸다.

귀신감독관이 귀신을 점검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때 : 섣달 그믐 밤 9시부터 정월 초하루 새벽 5시.

곳 : 귀신을 다스리는 자가 머무는 곳. (넓고 정갈한 대청마루가 가장 좋다.)

방법 : 1. 귀신의 이름을 낱낱이 종이에 적어 불사른다.(어린이와 노약자는 절대 따라 하지 말 것.) 2. 위엄 있는 자세로 남쪽을 향해 앉아서 귀신들을 기다린다.

3. 몰려든 귀신들의 출석을 부른다.

4. 지각한 귀신들이나 행동이 수상쩍은 귀신들이 있으면, 그들의 행적을 조사하여 잘못된 점을 꾸짖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한다.

한준겸의 친척 이후로는 정체를 밝힌 귀신감독관이 없다. 하지만 한준겸의 이야기로 미루어, 귀신감독관의 특징을 몇 가지 짐작해 볼 수 있다.1. 섣달 그믐날, 즉 설 전날을 늘 혼자 보낸다.

2. 섣달 그믐날 밤, 텅 빈 마당을 향해 혼자 무어라고 호통친다.

3. 오래된 옛날 책을 깊숙한 곳에 숨겨 두고 절대 보여 주지 않는다.

4. 귀신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귀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다면, 혹시 그가 귀신감독관이 아닌지 의심해 볼만하다. 확인하고 싶다면 섣달 그믐날 그의 뒤를 밟아 보면 될 것이다. 단, 얼떨결에 수만의 귀신에게 둘러싸일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 광경만으로 기절초풍할 테지만, 귀신감독관들은 그런 귀신들에게 조금도 기죽지 않는다. 위엄 있게 다스리는 한편, 귀신들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 주기도 한다. 그래서 수많은 귀신이 귀신감독관의 명을 따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귀신감독관만 마냥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귀신은 많고 귀신감독관은 적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갖가지 귀신 퇴치법을 전해 주고 있다.

못다 한 이야기



귀신 퇴치법

우선 뇌조목, 즉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구해서 '엄가달유이야바아'라는 주문을 써 둔다. 그리고 비단 주머니를 하나 만들어 뇌조목과 함께 들고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찾아가서 "엄가달유이야바아!" 하고 주문을 크게 외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홀연히 귀신이 나타나는데, 바로 그때 이렇게 호통을 친다. "왜 이제 오느냐! 어서 빨리 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거라!" 그러면서 뇌조목을 들이대고 비단 주머니를 열면 귀신이 스스로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제 바라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귀신에게 말해 이루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가는 것부터가 문제인데다가 귀신이 나올 때까지 밤을 꼴딱 지새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진짜로 나타난 귀신에게 호통을 치고 귀신을 집에까지 데리고 가서 절친처럼 붙어 지내야 한다니! 그럴 배짱이 없는 사람들은 조상의 슬기에 따라 귀신을 피해보자.

· 장승 - 마을 어귀에 세워 두는 것으로 잡귀나 역신을 막아 준다. 겁도 없이 장승에 낙서를 하는 일은 홀로 귀신과 맞짱 뜨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서낭당 - 마을의 수호신으로 서낭신을 모신 곳. 큰 돌무더기와 서낭나무가 함께 있다. 서낭당 앞을 지날 때 돌을 던지고 침을 세 번 뱉은 다음 왼발로 땅을 세 번 구르고 지나가면 잡귀를 막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간단한 귀신 퇴치법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그 비법을 소개하겠다.

1. 달콤한 팥죽과 함께 편안한 밤을!: 초복에서 말복 사이에 팥죽을 먹으면 귀신과 더위를 한 방에 퇴치할 수 있다.

2. 바가지를 깨뜨리니 귀신도 화들짝!: 혼례를 치른 뒤 신부가 신랑 집에 처음 들어가기 전에 바가지를 깨뜨리면 귀신이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3. 검은색은 멀리하고 붉은색은 가까이!: 붉은색은 귀신을 쫓고 검은색은 귀신을 끌어들인다. 초콜릿보다는 붉은 고추나 김치를 가까이 하는 게 좋다. 분홍빛 복숭아도 효험이 있다.

4. 일단 엄포를 놓고 보는 게 상책!: 왼발로 세 번 세게 땅을 구르며 큰 소리로 기침하고 침을 뱉으면 귀신이 도망간다. 단, 집 안에서 침을 뱉었다가는 귀신보다 무서운 엄마에게 야단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 사랑귀



사랑귀


뜻 - 죽어서도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 귀신 / 비슷한말 - 연모귀

반대말 - 원귀 / 예문 - 이렇게 너를 사랑하다가는 사랑귀가 되고 말겠어!



사랑은 나이도, 국경도 초월한다고 한다. 물론 죽음도 초월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홀로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돌아올 기약도 없이 떠나는 머나먼 저승길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선 세조 때, 김시습이 지은 소설 《금오신화》가운데 <이생규장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이생의 아내는 전쟁 통에 목숨을 잃었지만, 귀신이 되어서도 이생의 곁에 머물렀다. 이생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아내를 대했다. 이생과 아내는 몇 해 동안 예전처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 귀신이 다시 저승으로 떠나 버렸다. 그 뒤 이생은 아내와 다시 이별하게 된 슬픔에 몸져누웠고 곧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 저승으로 떠나게 되었다.

김시습이 사랑귀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생규장정>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이야기와는 달리 사랑귀를 두려워한 사람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조선 시대에 안생이라는 성균관 유행이 이웃집 종의 딸과 사랑에 빠져 몰래 혼인을 했다. 신분을 엄격하게 나누었던 조선 시대에 양반가 도령과 종의 결혼이라니,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안생의 아내는 주인에게 끌려가 억지로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억지 결혼을 앞두고, 안생의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날 밤 안생이 목놓아 통곡하며 아내의 시신을 지미고 있을 때, 아내 귀신이 스르르 방으로 들어왔다. 안생을 사랑하는 마음에 차마 이승을 떠나지 못한 것이었다. 아내 귀신은 안생과 더불어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녘에 사라졌다.

사흘 뒤, 안생이 달빛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슬픔에 잠겨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내 귀신이 어여쁜 차림을 하고 자신과 나란히 걷고 있는 게 아닌가. 안생은 이번에는 아내 귀신을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고 그만 겁에 질려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 후 아내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고, 안생은 시름시름 앓다가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용재총화》

못다 한 이야기



여왕 마마는 내 사랑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 때 일이다. 영묘사의 탑지기인 지귀가 그만 여왕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감히 여왕을 사랑하다니. 도무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데도 지귀의 사랑은 점점 깊어졌다. 급기야 이런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다녔다.

여왕 마마는 내 사랑

침소에 들어가 입 한 번 맞추고,

입 한 번 맞추고,

아이고 죽겠네.



여왕을 두고 이토록 낯뜨거운 노래를 지어 퍼뜨리다니! 벼슬아치들은 지귀를 붙잡아다 매질을 하고 크게 꾸짖었다. 하지만 지귀 이야기는 결국 선덕여왕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선덕여왕은 신하를 앞세워 지귀를 찾아갔다. 마침 지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선덕 여왕은 더러운 몰골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지귀의 모습을 보고는 가여운 마음이 들어, 차고 있는 팔찌를 풀어 지귀의 배 위에 올려놓고 돌아갔다. 잠에서 깬 지귀는 깜짝 놀랐다. 그토록 사모하는 여왕 마마가 몸에 지니고 있던 팔찌를 주다니! 지귀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지귀의 몸이 불처럼 타올랐다. 처음에 가슴을 태우던 불이 머리와 팔, 다리로 옮겨져 활활 타올랐다. 여왕에 대한 사랑이 불꽃이 되어 지귀를 태워 버린 것이었다. 지귀는 그대로 불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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