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를 오른 얼큰이
이하늘 외 지음 | 샘터
에베레스트를 오른 얼큰이
이하늘 외 글ㆍ그림
샘터 / 2009년 4월 / 204쪽 / 10,000원
에베레스트를 오른 얼큰이 - 이하늘"드디어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 '얼큰이'가 올랐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입니다. 얼큰이의 큰 얼굴이 화면 가득 웃고 있었습니다. "야호! 드디어 내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
그 순간 얼큰이는 꿈에서 깼습니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난 얼큰이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래, 진짜로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는 거야." 얼큰이가 사는 '푸른마을'은 아름다운 지리산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사람들이 오순도순 농사를 지으며 잘 살았는데, 지구가 더워지면서 농사를 망치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습니다. 이러다간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서 곧 아무도 살지 않게 될 것 같았습니다.
'내가 에베레스트 산에 올라가면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그 돈으로 우리 마을을 다시 살리는 거야.' 얼큰이는 새로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얼큰이는 단짝 친구인 '발큰이'와 '귀작은이'를 불렀습니다. "자네들, 나와 함께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지 않겠나?" "그게 무슨 소린가?" "자세히 말해 보게."
얼큰이의 계획을 다 들은 발큰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자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자네가 어떻게 에베레스트 산을 오른단 말인가?" 하지만 귀작은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몸이 약하다고 에베레스트를 못 올라가는 것은 아닐세. 몸은 약하지만 얼큰이는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잖나. 지난번 우리가 금강산을 등산했을 때 얼큰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서 가장 먼저 정상에 올라갔었네." 두 친구는 서로 자기가 옳다고 싸웠습니다.
"여보게들. 자네들이 아무리 싸우고 말려도 나는 에베레스트에 갈 거라네." 얼큰이의 말에 두 친구는 다투는 걸 중단했습니다.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어 보게." "열심히 하게. 우리가 도와줄 것은 없나?" 얼큰이는 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에베레스트에 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네. 모금 운동을 해서 나에게 필요한 장비를 좀 사주게." "뭐가 필요한가?"
"왕복 비행기 표, 스노보드, 등산 장비, 야영 텐트 같은 것들이네. 나는 특이한 방법으로 산을 오를 거라네. 스노보드를 타고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간 사람, 얼큰이! 이렇게 되면 기네스북에도 오르고 더 유명해지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유명해지면 TV와 라디오에 출연하고 광고도 찍어서 돈을 많이 벌 거라네. 그 돈으로 우리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서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 거네. 그렇게 된다면 우리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게 아닌가." 얼큰이의 말에 감동 받은 두 친구는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모금 운동을 벌였습니다.
일 년 뒤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데 필요한 돈이 모이고 장비도 다 준비되었습니다. 물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과 연습을 해서 얼큰이의 온몸은 근육으로 단단해졌습니다. 얼큰이는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비행기를 타고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네팔까지 갔습니다. 마침내 에베레스트 산기슭에 도착한 얼큰이는 스노보드를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오후, 얼큰이는 너무 지쳤습니다. 정말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건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까? 아니야. 내가 포기하면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얼큰이는 다시 기운을 내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올랐지만, 아직 산꼭대기는 멀었고 온몸의 기운은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얼큰이는 자신이 포기하면 실망할 친구들과 마을 주민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그때, 히말라야의 그 유명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휘이이이!" "어어!" 거센 바람은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얼큰이를 허공으로 붕 띄웠습니다. "사람 살려! 아아악!"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얼큰이는 너무 어지러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습니다. 정신을 잃었던 얼큰이는 눈을 떴습니다. 고개를 둘러보니 사방엔 온통 하늘만 보였습니다. "어, 여기는 에베레스트 산꼭대기잖아!" 그랬습니다. 바람이 얼큰이를 에베레스트 산꼭대기까지 날려보낸 거였습니다. 타고 있던 스노보드가 돛의 역할을 했습니다. "야호! 드디어 해냈다!" 감격한 얼큰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사히 산을 내려온 얼큰이가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수백 명의 환영객과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발큰이와 귀작은이는 얼큰이를 끌어안았습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네. 여기 새로 나온 기네스북이네." 발큰이가 건네 준 책을 펼쳐 보니 얼큰이가 에베레스트 산꼭대기에서 만세 부르는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 뒤로 얼큰이는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고, 광고에도 얼굴을 내밀어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물론 약속대로 얼큰이는 그 돈을 모두 푸른마을에 내놓았습니다. 그 돈으로 마을에 꽃과 나무를 심어 아름답게 가꾸자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고 마을 사람들도 돌아왔습니다. 얼큰이는 푸른마을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동물학교 특수반 - 고재현나이 많은 너구리 선생님이 새로운 친구를 소개했어요. 특수반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사자 '아놀드'에게 쏠렸어요. 아놀드는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자 머리를 긁적이며 세 개뿐인 다리를 배배 꼬았어요. "얘, 얘들아……. 아, 안녕. 나, 나, 나는 아놀드라고 해. 자, 잘 부탁해." 애꾸눈 고양이 '잭'이 빈정거리며 말했어요. "쳇, 저렇게 부끄럼 많고 괴상망측한 모습의 사자는 처음 보네." 이빨 빠진 독사 '빌'도 깔깔거렸어요. 친구들의 놀림에 아놀드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잭과 빌은 계속 아놀드를 놀리면서 책상을 두드리며 웃어댔어요.
그때, 앞을 보지 못하는 강아지 '보보'가 웃으면서 사자 아놀드에게 말했어요. "아놀드야, 반가워. 난 보보야. 잭과 빌은 신경 쓰지 마. 쟤들은 장난꾸러기지만 알고 보면 좋은 애들이야. 아, 그리고 난 눈이 보이지 않아. 우리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내보자." 친절한 강아지 보보의 말에 아놀드는 금세 기분이 풀렸어요. 그날부터 아놀드는 특수반 친구들과 지내게 되었어요.
어느 날, 너구리 선생님이 교실에서만 지내서 답답해하는 특수반 친구들을 위해 숲속으로 소풍을 가자고 했어요. 다들 좋아했지만 이빨 빠진 독사 빌과 애꾸눈 고양이 잭은 투덜거리며 반대했어요. "우리가 소풍을? 가봤자 놀림감밖에 더 되겠어?" "맞아, 빌. 나는 나가면 몸 불편한 너희를 도와주는 게 귀찮아." 솔직히 다리가 하나 없는 아놀드도 소풍이 썩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빌의 말대로 지나가던 다른 동물들에게 놀림거리만 될 텐데 뭐 하러 소풍을 가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소풍을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아서 숲속으로 소풍을 갔어요.
상쾌한 바람을 쐬니 다들 기분이 좋아졌어요. 날지 못하는 앵무새 '돌리'는 아놀드의 머리 위에서 탭댄스를 추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어요. 앞을 보지 못하는 강아지 보보는 돌리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했어요. 너구리 선생님도 즐거워하는 특수반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뿌듯했지요. 너무 신나게 놀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이런! 벌써 어두워졌네. 애들아 그만 돌아가자." 너구리 선생님의 말에 모두 아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한 참 걷다가 갑자기 보보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거렸어요. "이리 울음소리 같은데……. 이리 떼 냄새도 나는 것 같아." 모두가 와락 겁이 났어요. 아놀드는 너무나 겁이 나서 세 다리가 덜덜 떨렸어요. 너구리 선생님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이런! 어떡하지?" 모두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그때, 코를 계속 벌름거리던 보보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냄새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 여기 근처까지 온 거 같은데." 보보의 말에 모두가 뒤를 돌아보니 세상에! 우두머리 이리가 공격 자세로 특수반 친구들을 노려보고 있었어요. 우두머리 이리의 뒤엔 많은 이리들이 딱 버티고 서 있었고요. "하하하하하하하! 내 평생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건 처음 본다! 특히 사자 쟤가 제일 웃긴데? 그래도 다들 맛있어 보여." "그러게 말입니다 대장님! 저런 사자면 제가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요. 오랜만에 포식 좀 하겠는데요?" 아놀드는 이리들의 말에 분했지만 힘이 약한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우두머리 이리가 웃음을 멈추고 입맛을 다셨어요. "자, 이제 식사를 시작해 볼까나?" 이리들이 눈을 빛내며 다가왔어요. 특수반 친구들은 모두가 겁에 질려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요. 돌리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 울먹였어요. "이리님, 제발 살려 주세요!" 그러나 우두머리 이리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야비하게 웃으면서 누굴 먼저 잡아먹을까 궁리했어요. "아, 그러기에 소풍 오지 말자니깐." 빌이 짜증을 냈어요. 잭도 질세라 나머지 친구들을 째려보았지요. 이제 이리 떼는 특수반 친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어요!
보보는 얼른 근처에 있는 밤나무를 흔들었어요. 그러자 하늘에서 무언가 후두두 떨어졌어요. "아야! 따가워! 살려 줘!" "으악~! 가시가 박혔나 봐!" 뾰족뾰족한 밤송이가 머리와 몸에 깊숙이 꽂힌 몇몇 이리들이 껑충껑충 뛰었어요. 그러고는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갔어요. 나머지 이리들은 당황했지만 계속 특수반 친구들을 공격해 왔어요. 이번에는 잭이 나무 널빤지를 커다란 돌 위에 올려놓고 시소를 만든 후, 그 위에 빌을 올려놓았어요. 그다음에 잭은 빌을 힘껏 날려보냈어요. "으아아아아악~!" 어떤 이리가 날아오는 뱀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질러댔어요. 빌은 그 이리에게 뚝 떨어져서 목을 칭칭 감았어요. 뱀을 무서워하는 몇몇 이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어요.
그래도 남은 이리들이 계속 달려왔어요. 이번엔 날지 못하는 앵무새 돌리가 나설 차례예요. 돌리는 잭의 도움을 받아 나무에 올라가서 기다렸다가 이리들이 다가오자 밑으로 돌진했어요. 돌리의 부리가 우두머리 이리의 눈을 정확히 콕 찔렀어요. "아야! 아야야야야! 아야! 내 눈!" 우두머리 이리가 눈을 감싸 쥐고 나뒹굴었어요. 돌리는 기분이 좋아져서 탭댄스를 추었지요. "만세! 내가 우두머리 이리를 쓰러뜨렸다!" 그때, 한쪽 눈이 새빨개진 우두머리 이리가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돌리에게 달려들어 발로 꾹 눌렀어요. 우두머리 이리의 발 밑에 깔린 돌리가 비명을 질러댔어요. "으아아아악! 도와줘!"
아놀드는 우두머리 이리의 발밑에 깔려 있는 돌리를 보고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어요. 예전에 다리를 잃기 전, 자신이 왕이었을 때를 떠올렸어요. '맞아, 그땐 내가 소리만 질러도 다들 무서워했었지.' 아놀드는 용기를 내서, 돌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우두머리 이리를 향해 젖 먹던 힘까지 내어 소리를 쳤어요. "어흥! 이노옴! 돌리를 놔줘라!" 아놀드의 청천벽력 같은 목소리에 깜짝 놀란 우두머리 이리는 발을 번쩍 들었고 그 틈에 돌리가 빠져나갔어요.
우두머리 이리는 아놀드를 노려보며 다가왔어요. "어쭈, 한쪽 다리가 없는 주제에 날 어떻게 해보시겠다?" 우두머리 이리와 마주보고 선 아놀드는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그때, 우두머리 이리가 아놀드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아놀드가 힘 센 앞발로 이리의 얼굴을 할퀴자 우두머리 이리가 중심을 잃고 나뒹굴었어요. 그 틈을 노려 아놀드가 이리의 목덜미를 덥석 물자, 우두머리 이리는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다 겨우 아놀드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부하 이리들과 줄행랑을 치고 말았어요.
다음 날, 특수반 친구들의 영웅담은 삽시간에 동물마을로 퍼져나갔고, 그 뒤로 특수반 친구들을 얕보던 친구들이 특수반 친구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지요. 그리고 동물학교 조회 시간에 두루미 교장 선생님이 전교생 앞에서 특수반 친구들에게 협동상을 주고 목에 화환을 걸어 주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