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 환한 물
정채봉 지음 | 샘터
꽃그늘 환한 물
정채봉 지음
샘터 / 2008년 11월 / 124쪽 / 8,500원
작가의 말나의 친구 가운데 '과학자'가 있는데, 그는 늘 별난 연구에 몰두해 있어서 이웃들로부터 '미친 사람'이라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그가 나를 찾아와서는 말했습니다. "요즈음 하늘은 너무 지저분하네. 별 해괴한 소리들과 별 해괴한 사진들이 날아다니지 않는가. 그것들은 대개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안테나에 걸려서 우리한테로 들어오지.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만든 그런 지저분한 것이 걸리는 안테나가 아닌 살맛나는 동심의 이야기를 들어 볼 안테나를 만들었네. 흰구름 안테나인데, 이걸 세워 텔레비전에 연결하면 화면에 흰구름이 나타나서 이야기를 할걸세." "그거 재미있겠는데." "자네는 작가니까 이 흰구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잘 듣고 받아 적을 수 있을 거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안테나는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일세." 이렇게 해서 나는 친구인 과학자로부터 '흰구름 안테나'를 얻게 되었고, 그 안테나를 TV에 연결하자 정말 화면에 흰구름이 나타나서 자신이 본 아름다운 이 세상의 모습들을 이야기해 주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그 이야기들을 그대로 받아 적었으니, 어린이 여러분 잘 읽어 주세요.
꽃그늘 환한 물골 깊은 산 속에 작은 암자가 하나 있었지. 이 암자에는 눈이 큰 스님이 한 분 살고 계셨는데, 나는 때때로 이 조용한 암자가 좋아서 지붕 위를 맴돌며 한참씩 쉬어 가곤 하였어. 스님은 일찍 일어나셔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 다름, 혼자서 나무하고 밭 매고 밥 짓는 틈틈이 책을 보시지. 때로 스님은 빨랫감을 가지고 개울가로 나와서 빨래를 하다말고, 물끄러미 흘러가는 개울물에 눈을 준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냥 앉아 있기도 해. 그러다 일어나실 때 보면 스님의 눈빛은 물빛보다도 더욱 맑아 있곤 했는데, 아마도 스님께선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깨닫지 않았나, 나는 그렇게 짐작하지.
그런데 정작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지금부터야. 지난 늦가을이었지. 장에 갔다가 오시던 스님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문득 발을 멈추시더니, 개울의 한쪽 귀퉁이에서 파란 융단 같은 이끼를 쓰고 엎드려 있는 작은 돌 하나를 집어 드시는 것이었어. 그러곤 마치 사람들에게 하듯 조용조용히 말씀하셨지. "올해는 동장군이 제법 기승을 부릴 것 같은데, 이 이끼가 얼어죽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묵고 있는 거처로 데려가려고 하니 서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게나." 그러자 개울가의 마른 풀잎들이 서걱이었고, 작은 물고기가 한 마리 물 위로 뛰어 올랐어. 마치 돌아서 가시는 스님을 배웅하는 것처럼. 나는 스님 덕분에 이끼가 무사히 겨울을 나게 되어 마음이 아늑했어.
어느덧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되었어. 나는 무심히 이 골 깊은 산골짜기 위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 눈 큰 스님이 가까이 다가왔어. 스님이 두 손으로 소중히 싸안고 온 것은, 바로 그 이끼가 덮인 돌덩어리였지. 스님은 돌덩어리가 박혀 있던 곳에 예전 모습 그대로 돌을 놓으면서 말씀하셨어. "자, 약속대로 자네들의 친구를 다시 데려왔으니 또 사이좋게들 지내게나. 그리고 자넨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네. 자기의 삶을 남에게 평생 의지해 살면 뿌리가 썩어 버리는 법이야. 그럼 잘 있게." 스님은 되돌아갔지. 나는 이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높은 산 위로 올라갔어.
하늘나라 우체부내가 아는 집배원 아저씨가 한 사람 있었는데, 이 집배원은 우체국을 나설 때 편지로 가득했던 가방이 저녁 무렵이 되어 비면 서편에 있는 강가로 나가곤 했어. 그러고는 가방에 강변 금모래를 가득 담아 메고는 아이들 놀이터를 순례하는 것이야. 그리하여 그 집배원 아저씨가 지나가는 동네의 놀이터마다는 고운 금모래로 반짝이었어. 그날도 집배원 아저씨는 밤실 마을의 어린이 놀이터에 나타나서 가방 속의 모래를 쏟아 놓고 있는데, 여자 아이 하나가 다가왔지. 나는 그 아이를 알아. 이미경이란 이름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였어. 미경이는 집배원 아저씨에게 물었어. "아저씨, 하늘나라에도 편지가 가요?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에 계시거든요." "그으래?" 집배원 아저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말씀하셨어. "하늘나라에 계시는 너희 아빠한테 보내 줄 테니 그 편지를 내게 다오." "정말이야, 아저씨?" 미경이는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어. "그런데 아저씨, 우리 아빠의 답장을 받으려면 며칠이나 걸려?" "글쎄 그건……. 일주일쯤 지나면 받을 수 있을 거다. 다음 토요일 오후에 여기서 만나자. 내가 너희 아빠의 답장을 가지고 올게." "야, 신난다!"
일주일은 금방 지나갔어. 나는 토요일 낮부터 밤실 마을의 어린이 놀이터 위에 나와 있었지. 미경이는 그네 위에 앉아서 내내 동구 밖을 내다보고 있었어. 마침내 빨간 편지 가방을 어깨에 멘 아저씨가 놀이터에 들어섰어. 그런데 그 아저씨는 전혀 못 보던 얼굴의 집배원이었어. "네가 이 미경이니?" "예." "자, 하늘나라에서 너희 아빠가 보낸 편지가 왔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전번 내 편지를 부쳐 준 아저씨는 왜 안 왔지?" "아, 그 사람은 발령이 나서 다른 데로 옮겨갔단다. 그래서 내가 너희 아버지의 답장을 대신 가지고 온 거야."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어.
바람의 삽화속을 알다가도 모를 게 바람일 거야, 아마. 아이들 노랫말처럼 솔솔 불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땀을 들여 주는가 하면, 느닷없이 폭풍으로 몰아 와 선박 몇 십 채씩을 한꺼번에 뒤엎어 놓기도 하지. 이날도 바람이 불었어. 한가롭게 불던 바람이 갑자기 거세어지더니 마침 이 거리를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휙 하고 스쳤는데 이게 웬일이야. 오토바이를 탄 사람의 점퍼 안주머니에서 돈이 바람에 딸려 나와 전단지처럼 뿌려지지 뭐야. 길거리에 때 아닌 돈이 날리자 길을 가던 사람들은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어. 어떤 사람들은 지폐 한 장에 매달려서 서로 다투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날아가는 돈을 쫓아서 하수도로 뛰어들기도 했어. 돈을 날린 사람은 '내 돈! 내 돈!' 하면서 허우적거리고 다녔고……. 얼마 후, 바람도, 사람들도, 돈도 다 걷힌 다음에 경찰관이 나타났지. 돈을 날린 사람이 경찰관을 붙들고 하소연했어. "저는 개소주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몰고 개 값을 치르러 가는 길이었어요. 점퍼 주머니가 열려진 줄을 모르고 달렸는데 돌풍이 불어와 돈을 흩뿌려서, 4백만 원 가운데 2백 70만 원밖에 찾지 못했어요."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어.
그런데 그 이튿날이야. 우연히 또 이 동네 하늘에서 머물고 있는데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파출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 보이겠지. 나는 귀를 기울이었어. "아저씨, 어제 길을 가다가요. 가로수 가지 위에 얹혀 있는 이만 원을 주웠어요." "오, 착하구나."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돈을 잃으신 분은 개장사를 하신다고 했지요?" "그렇단다. 개소주집을 한다더구나." "아저씨, 저는 개를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우리 집 개를 잃어버렸어요. 개소주집에 팔려갔을까 봐 걱정이 돼요. 그분께 이 돈 받고 대신 개 죽이는 일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려 주세요, 네?" 나는 파출소 문을 나서는 아이의 머리를 바람이 가만가만히 쓰다듬는 것을 보았지.
소년과 홈런나는 천진스러운 한 야구 선수를 알고 있지. 특히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을 때는 행동이 아주 남다르지. 하늘을 우러르고 나서 나한테 윙크를 보내는 거야. 그러고 나선 제 방망이로 제 헬멧을 툭툭 때리면서 들어가지. 대부분의 다른 선수들은 아웃을 당하면 심판을 탓하거나, 화를 내며 방망이를 내던져 버리기도 하거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는 정선수가 아니고 간혹 나오는 후보라는 것이지. 그러나 이 선수가 속해 있는 팀은 인기가 좋아서 가는 곳마다 팬들이 몰려들곤 했는데, 이날도 게임을 마치고 운동장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이 '우' 몰려들었어. 많은 아이들이 경비원들에게 밀려서 쫓겨났는데,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한사코 선수들을 향해 팔을 휘젓고 있는 아이가 있었어. 그 선수가 발을 멈추었고, 그 아이를 불러서 종이에 사인을 하려고 하자 아이가 말했어. "아저씨, '홍민수에게'라고 써 주세요." "네 이름이 홍민수인 게로구나." "아니에요. 내 친구가 홍민수예요. 민수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이 사인을 가져다주면 민순 힘낼 거예요." "그 병원 이름이 무엇이지?" "대학 병원이에요. 10층 55호실에 있어요."
이튿날이었어. 나는 뜻밖에도 그 선수를 대학 병원의 현관 앞에서 보았지. 나는 55호의 창을 내려다보았는데, 이내 10층의 창 너머로 파리한 얼굴의 소년을 만나고 있는 그를 보았지. "나는 홈런을 좋아해요. 아저씨도 홈런을 치지요?" "그래……. 어쩌다가 치기도 하지." "나는 지금도 아저씨네 팀의 게임은 라디오로 꼭 중계를 들어요. 아저씨, 내일 시합에서 홈런을 한번 멋지게 쳐주세요, 네?" "만일 내가 시합에 나간다면 널 위해 홈런을 칠게. 그 홈런을 저 하늘의 내가 좋아하는 흰구름에 가 닿게 칠 테니 넌 꼭 일어나거라. 알았지?" 나는 아이의 눈에 눈물이 도는 것을 보았어. 다음 날은 일찍 나와 운동장 위에서 맴을 돌고 있었어. 오후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아쉽게도 그 선수는 대기석에 남아 있더군. 두 팀의 대결은 1대 1로 팽팽히 진행되다가 9회가 되어 상대팀에서 투수를 교체하자 이쪽 팀에서 타자를 바꾸었지. 바로 그 선수였어. 나는 중계 방송석의 해설자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지. "저 선수한테는 한 방이 있어요. 그런데 프로 근성이 부족하고 순진한 게 흠이라면 흠이죠. 앗, 쳤습니다. 홈런입니다!" 나는 날아오르는 하얀 공을 향해 내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내밀었지.
꽃바람자국내가 아는 분이 있는데, 이분은 한 평도 채 안 되는 구멍가게 속에서 도장 파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어. 어렸을 적에 앓은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저는 이분은 어쩌다 일손을 놓고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우러러보다 말고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턱을 괴고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어. 그 포근한 모습에서 나는 참으로 넉넉함을 느끼곤 하지. 그런데 언젠가 봄이 오는 길목께였어. 그 아저씨 가게 앞에 아저씨가 서 있었고, 소년 하나가 고개를 숙이고서 서 있는 것이 보였지. 이분이 큰 소리로 나무라고 있었어. "이 녀석아, 너희한테 도장을 돈 받지 않고 파 줘 버리면 나는 무엇을 먹고사느냔 말이야. 이 세상에선 무엇이거나 거저 가지려면 안 되는 거야. 알았어?" 소년이 꾸벅 절을 하고 돌아섰지. 그런데 녀석이 한길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팔소매로 눈 밑을 훔치는 것이 보였어. 그 도장방 아저씨도 그것을 본 모양이야. 불편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쫓아 나오고 있었지. 그분이 혼자 하는 소리를 나를 들었어. "빌어먹을, 이건 본래의 내 마음이 아닌데. 가난한 아이들한테 도장 하나 거저 파 준다고 내가 당장 밥을 굶기라도 하나." 그러나 이미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지. 그분은 길 건너편에 있는 학교로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고 있었어. 마침 밖에 나와서 화단을 돌보고 있는 선생님한테로 그분이 다가갔어. "선생님, 저는 저 앞 건물에서 도장을 파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어……, 요즈음이 아이들한테 도장이 필요한 때인 모양이지요?" "졸업반 아이들의 진학 원서에 자기들 이름의 도장을 찍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아이들한테 어느 도장방에 가서 도장을 새기라고 권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아닙니다. 그런 부탁을 드리고자 온 게 아닙니다. 저어……, 아이들한테 보잘것없는 제 솜씨나마 도장을 새겨서 선물하고 싶어서요. 그래, 졸업생 명부를 한 부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선생님의 얼굴도, 도장방 아저씨의 얼굴도 잔잔한 미소로 환히 빛나고 있었어.
그리고 또 하얗게 잊혀 가는 세월이 흘렀어.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어른들이 다시 그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지. 어느 날, 나는 한 동사무소 위에 머물고 있다가 무심결에 창 너머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지. "선생님께선 왜 이 볼품없는 목도장을 꼭 인감으로 쓰십니까. 이젠 이가 빠져서 성함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나의 이 작은 나무 도장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사연이 있어요. 그때도 저기 흰구름이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나를 쳐다보는 그 사람의 눈을 나도 알아보았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포근한 눈빛이었어.
흑장미나는 산악 지대의 한 탄광촌을 알고 있지. 이 마을에는 작은 성당과 작은 학교가 하나씩 있어. 그리고 산 밑으로는 개울도 하나 있는데, 거기에 흐르는 물은 온통 검정 물이야. 개울물만 검은 것이 아니야. 아이들 얼굴도 까맣고 성모 마리아 상도 까맣지. 그런데 이 검은 것을 유난히도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지. '분이'라는 아인데, 분이가 성당의 성모상 앞에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것을 나는 들었어. "나도 도시 아이들처럼 하얀 얼굴이고 싶어요. 우리 아빠가 내 이름을 분이라고 지은 것은 아기였을 때 내 얼굴이 분처럼 하얗기 때문이었대요. 성모님, 우리를 탄광이 없는 도시로 이사 가게 해 주세요." 성모 마리아 상 주변에는 장미꽃이 한창 아름답게 피어나 있었는데, 그 장미꽃한테도 석탄가루가 거뭇거뭇 앉아 있었어. 그런데 분이가 손수건으로 훌훌 장미꽃 송이들을 터는 것이야. 그러나 땅바닥에는 석탄가루보다도 빨간 장미꽃잎만 숭숭숭 떨어지고 있었지.
마침 신부님이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와 물었어. "지금 무엇 하고 있니?" "석탄가루를 털어 내고 있어요." "너는 석탄을 미워하는 거로구나." "네, 신부님. 저는 석탄이 미워요. 나도, 성모님도, 꽃도 다 검게 하니까요." "그럼 탄광에 다니시는 아빠도 미워하겠네? 너는 탄광 속이 어떤 곳인 줄 아니?" "지하 철도요." "그래. 그리고 끝없이 파고 들어가는 어둠 속이기도 하지. 무덤이기도 하고." "무덤이요?" "지난여름에는 갱이 무너져 사람들이 죽기도 했지 않느냐. 그런데도 너희 아빠는 지금도 그 속에서 일을 하시지. 누구 때문이겠니?" 분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대꾸도 안 했어. 신부님이 분이의 손목을 가만히 잡았지. "나는 어제 갱 속에 들어가서 일하시는 분들의 고해 성사를 들었단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분이 딸아이가 탄광촌에 살기 싫어해서 혼을 낸 것이 가슴 아프다며 용서를 빌었지." 분이가 신부님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 것을 보고 나는 그곳을 떠났지. 그런데 오늘 낮의 일이야. 이 탄광촌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서 웅성거리고들 있었지. "탄광 문을 닫는다는데 어디 갈 만한 데라도 찾아 보셨나요?" "우리는 서울로 가려고 해요." "분이네는 어디 갈 만한 데를 생각해 두었는가요." "우리는 다른 탄광을 찾으려고 해요. 이제껏 해 왔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또 그 일밖에 없거든요." 나는 분이가 어떨지 궁금해서 학교로 가 보았지. 마침 분이네 교실에서는 분이가 지은 작문을 읽고 있었어. "나는 탄광을 찾아 나서는 우리 아빠가 누구보다도 자랑스럽습니다. 아빠, 아빠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