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된 가짜
이경화 지음 | 을파소
진짜가 된 가짜
이경화 지음
을파소 / 2008년 9월 / 141쪽 / 9,000원
일기 상은 정직하게 쓴 사람이 받는다 / 밀린 일기 쓰는 건 거짓말이야 / 그림자가 힘이 없다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니, 생겨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선생님이 말했다. "자, 모두 박수를 쳐주세요. 나미는 4학년 전체 대표로 다음 주 월요일 조회 시간에 교무실에서 상을 받을 거예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성실하게 일기를 쓴 사람에게 상을 주기로 하셨는데, 나미는 매일 매일, 꼬박꼬박 쓰기도 했지만, 여름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썼어요. 자, 그런 점은 여러분들도 본받아야겠죠?" "네!" 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나미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나미에게 몰려왔다. "대단하다." "엄마가 되게 좋아하겠다." 친구들이 수선을 떨어도 나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미는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걸어갔다. 평소에 나미는 늘 상장 받는 아이들이 부러웠지만, 상장을 받으려고 일기를 쓴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얼마 전 여름 방학 마지막 날 아침, 나미는 한 줄도 쓰지 못한 일기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밀린 일기를 다 쓰기로 결심했다. 아빠는 아침밥을 먹자마자 책상 앞에 앉은 나미를 보며 흐뭇해했다. "우리 나미가 자기 할 일을 저렇게 스스로 알아서 하니 다 컸네." 하지만 엄마는 모든 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밀린 방학 숙제하는 게 뭐 그렇게 대견하다고요. 나미야, 밀린 일기 쓰는 건 거짓말이야." 나미는 그래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이 일기는 열여섯 편만 쓰면 된다고 했는데, 나는 서른 편 채우려는 거란 말이야. 열여섯 편 빼고는 독서나 음악 감상 써도 된 댔어." 밤 열두 시까지 일기 쓰기는 계속되었고, 나미는 겨우겨우 서른 편을 채웠다. 아빠와 엄마는 기특하다며 칭찬해 주었다.
나미가 집에 오니 엄마는 싱글벙글이다. "은영이 엄마가 전화했어. 너 학년 대표로 일기 상 받는다며? 너 좋아하는 특별 떡볶이 해줄까?" "아니." "왜?" "난…… 매일매일 쓴 게 아니니깐." "선생님이 열여섯 편만 매일 쓰면 된다고 했다며." "선생님은 내가 서른 편 모두 매일매일 쓴 줄 안단 말이야."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그러네. 학원이나 갔다 와." 나미는 미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나미는 천천히 걸었는데, 그림자가 힐끔 나미의 얼굴을 건너다보는 것 같다. '엄마한테도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 선생님한테 사실대로 말할 걸 그랬어.' 학원에 도착하니 미술 선생님이 나미를 보고 말했다. "네가 학년 대표로 일기 상 탄다며? 하늘이가 그러더라. 축하해." 나미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는 미술 선생님도 내가 매일매일 일기 쓴 줄 알 거야.'
기막힌 방법 / 정직해지는 길 / 그림자의 키가 커지다"우리 나미가 드디어 실력을 드러내는구나." 저녁이 되어 퇴근한 아빠는 활짝 웃으면서 나미를 두 팔로 번쩍 들어올렸다. 엄마도 신이 나서 말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예쁘게 입고 가야겠다. 교실에도 텔레비전으로 다 방송되잖아." "아무렇게나 입어도 돼." 나미는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왔다. 2층 침대로 올라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방문을 열고 다섯 살인 동생 민영이가 들어왔다. "누나는 좋겠다." "잠이나 자." 나미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은 자기가 속은 걸 알고,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나미는 선생님이 자기를 미워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슬퍼할 게 분명한 아빠, 상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더욱 실망할 엄마……. 친구들은? 거짓말쟁이라고 놀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미는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 내고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왔다. 가방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돌려받은 일기장을 꺼내어 자세히 읽어 나갔다. 잠을 잘 때도 가슴에 꼭 품고 잤다.
기막힌 방법은 일기를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기장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나미는 일어나자마자 현관으로 달려가서 아빠의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다 닦은 후에 구두 냄새를 맡으며 "아빠가 회사 다니느라 얼마나 힘드셨으면 이런 냄새가 날까?" 하고 말했다. 이제 아빠가 출근하기 위해 나오면서 "우리 나미가 구두를 예쁘게 닦아 놨구나. 정말 고맙다"라고 말하면 7월 23일 월요일 일기 완성이다. 그런데 아빠가 나오더니 신발장을 열어 운동화를 신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부리나케 나가신다. 나미는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아빠 왜 구두 안 신어?" "오늘 회사 야유회잖아. 북한산 가신단다." 나미는 고개를 떨궜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일요일까지 나흘 남았다. 나미가 경험한 것을 - 물론 상상으로 - 쓴 것은 열여섯 개다. 하루 동안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일기는 네 개. '구두는 닦았으니까 7월 23일 일기는 통과된 걸로 하자.' 열다섯 개 남았다.
그날 나미는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늘 집에 같이 가는 예람이에게 급한 일이 있다고 하고는 먼저 뛰어 나갔다. 마음이 급했다. 나미는 길가에 떨어진 것이 없나 살피다가 과자 봉지가 있어서 얼른 주워서 휴지통에 버렸다. '쓰레기를 버리면 길이 더러워진다. 나는 쓰레기를 꼭 휴지통에 버리겠다.'나미는 가방에서 일기장을 찾아 뒤적인 후 그것이 7월 26일 목요일 일기라는 것을 알았다. 길 잃은 강아지도 만나야 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도 만나야 한다. 나미는 7월 31일 화요일 일기와 8월 3일 금요일 일기를 떠올렸다. 그런데 오늘따라 할머니는커녕 강아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 짓. 말. 쟁. 이 / 그림자는 길바닥에 누워 있다 / 하느님, 기적이 일어나게 해 주세요나미는 학원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자꾸 등 뒤가 꺼림칙해서 슬그머니 뒤를 돌아다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시 몸을 돌리는 순간 깨달았다. 자기 발목을 잡아끄는 그것이 자신의 그림자라는 것을. '그림자는 모든 걸 다 알고 있겠지. 늘 나랑 딱 붙어 다니니까.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것도 아는 거야.' 나미는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걷고 있는데, 꼭 나미 신세처럼 처량해 보이는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다리를 절고 있었고 지저분한 꼴로 보아 길 잃은 강아지가 분명했다. 나미는 정신이 번쩍 났다. 길 잃은 강아지를 만나는 건 7월 31일 화요일 일기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야위었니?" 나미는 외운 대사를 하고는 강아지를 안고 근처 애견 센터로 갔다. 일기대로라면, 강아지를 애견 센터 언니에게 넘기고 나서 칭찬을 받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애견센터 언니는 똥개를 왜 데리고 왔냐며 나미를 내쫓았다. 나미는 강아지를 길 위에 내려놓았다. 강아지는 낑낑대더니 절뚝절뚝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미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날 밤 나미는 잠이 오지 않았다. 7월 31일 화요일 일기도 영원히 거짓말로 남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거짓말쟁이가 되느니 자기한테만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마음은 더 불편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을 말하기가 어려워져서 거짓말쟁이는 점점 더 큰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다. 나미는 기적이 일어나서 일기에 썼던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게 해 주세요." 백 번이나 기도하고 잠이 들었다.
우연일 거야 / 기적이 또 일어날까? / 가짜가 진짜가 되다 / 일기 상을 받기 위해서라면!간밤에 잠을 설쳤는데도 눈은 일찍 뜨였다. 엄마가 소리친다. "나미야, 민영이 밥 먹는 것 좀 도와. 엄마 독서 모임 가는 날이라 바빠서 그래." 엄마는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면서 빠르게 말했다. 나미는 밥을 먹으면서 민영이가 손가락으로 반찬을 집어먹을 때마다 포크로 먹으라고 핀잔을 주었다. 민영이가 오늘따라 말을 듣지 않는다. "누나, 오줌 마려." "싸." "정말?" 민영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팬티를 내리고는 밥상 위에 놓인 시금치 된장국에 졸졸졸 오줌을 누었다. 아빠가 먹다 남긴 국은 양이 많아져 다시 처음처럼 되었다. 그때 외출준비를 끝낸 엄마가 방에서 나오더니 급하게 밥상 앞에 앉아 국에 밥을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민영이가 오줌을 눈 그 국이다! 순간 나미와 민영이는 얼어붙고 말았다. 엄마는 국에 만 밥을 숟가락으로 푹 떠서 입에 넣었다.
눈치를 보던 민영이는 잽싸게 방으로 사라졌다. "맛…… 안 이상해?" 나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맛만 좋은데 왜?" 순간 나미의 머릿속으로 일기장이 펼쳐졌다. '8월 9일 목요일, 민영이는 엄마가 독서 모임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오전 내내 혼자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영이는 엄마가 모임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며칠 동안 궁리를 하다가 엄마를 배탈나게 하려고 엄마의 국에 몰래 오줌을 쌌다.' 나미는 얼른 가방을 메고 나와서 엄마에게 학교 간다고 말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우연이었을 거야. 설마 하느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었을라고.' 그토록 바랐던 일인데, 나미는 신나지가 않고, 왠지 겁도 난다. 가짜 일기장에는 좋은 일, 잘한 일도 있지만, 더러는 나쁜 일, 무서운 일들도 있다. 하지만 나미는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일이 또 생겼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미는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골목으로 막 접어들었을 때였다. 누군가 앞을 딱 가로막았다. 동네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분명했다. 언니는 나미의 팔을 꽉 잡아 자기 앞에 세웠다. "돈 있으면 내놔." "없어요." "뒤져서 나오면 십 원에 한 대씩." 언니가 기분 나쁘게 킬킬거리면서 말했다. "진짜 없어요." "돈이 하나도 없으면 백 대야." 나미는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때리세요. 대신 몇 대만 깎아주세요." 나미는 손을 내민 채로 눈을 꼭 감았다. 8월 13일 월요일 일기가 보였다. '골목에서 불량배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돈을 내놓으라며, 머리를 때리고 주먹으로 배도 때렸다. 나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다.' 나미는 이를 꽉 물었다. 그런데 "다음에 걸려서 돈 없으면 그때는 진짜 백 대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조용해졌다. 잠시 후 한쪽 눈을 살짝 떠보니 언니가 갔다. 가슴이 막 뛰었다. 나미는 이제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미는 상만 받고 나면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혼자 맹세했다.
나미, 겁이 나다 / 하느님, 정직해지게 해 주세요
집으로 들어가니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던 엄마가 나미에게 말했다. "너희 반 애들도 저러니?" "뭘?" "글쎄, 초등학생들이 수기 대회에 나가서는 거짓말로 지어서 쓴대. 수기는 자기가 정말로 겪은 일만 써야 하는데, 수기 모집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거짓말인 게 탄로 나서 상이 취소됐대." 나미는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슬그머니 일어나 방으로 가려는데 엄마가 물었다. "선생님이 아직도 일기장 안 돌려주셨어?" "응? 응……. 아직, 왜?" "어떤 일기가 학년 대표인지 궁금하잖아." 나미는 방으로 급히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엄마가 일기장을 보면 자기 딸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때 아래층 침대에 누워있던 민영이가 나미를 불렀다. "누나, 어떻게 해?" "왜, 오줌이라도 쌌냐?" 순간 나미의 머릿속으로 또 일기장이 펼쳐졌다. '8월 15일 수요일, 동생이 오줌을 쌌다. 나는 동생을 오줌싸개라고 놀려주었다. 동생이 크게 울어서 엄마가 왔다.' "응, 그것도 많이. 엄마한테 혼나겠지?" "화장실 가서 샤워부터 해. 누나가 잘 말해 줄게." "정말?" 민영이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미는 정신이 멍했다. 가짜가 자꾸 진짜가 되니까 이제는 슬슬 겁이 났다.
그날 밤에 나미는 밖에서 나는 큰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한밤중이었다. "웬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너무 속상해서." "무슨 일 있었어?" "어떻게 내가 승진에서 밀릴 수가 있냐고!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엄마가 소리쳤다. "관둬! 그런 회사 관둬 버려!" 나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8월 25일 토요일 일기를 떠올렸다. '아빠가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 새벽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 이제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나하나 현실이 되고 있다. 나미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가방 뒤쪽에 넣어 둔 일기장을 꺼냈다. 무서운 일기 한 편이 생각나서 떨리는 손으로 공책을 넘겼다. 그것은 8월 26일 일요일 일기였다.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간다고 했다. 가슴에 뭔가 만져지는 것 같다면서 유방암일지도 모른댔다.' 나미는 무서웠다. 그까짓 일기 상 따위 안 받아도 된다. 나미는 무릎을 꿇고 정성껏 기도했다. "하느님, 잘못했어요. 정직해지게 해 주세요.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렇게 백 번을 기도하고 자리에 누웠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 나미, 용기를 내다
나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서 빨리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정직하게 말씀드려야 한다. 가짜를 가짜라고 밝히는 것만이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나미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은 아이들 등교시간인 8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헐레벌떡 나타났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나미가 선생님을 부르자 선생님은 늦었다며 교실에서 보자고 했다. 나미는 할 수 없이 교실로 갔다.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출석을 부르고는 "이나미, 이리 나와 볼래?" 하고 말했다. 나미는 주춤거리며 선생님 앞으로 갔다. "아까 무슨 말하려고 했니?" "그게요……." 나미는 어제 드린 기도를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저는 일기 상을 받을 수 없어요." "왜? 아니, 잠깐만." 선생님은 교탁 위에 있던 공책을 펴서 나미 앞에 내밀었다. "여기다가 써 봐." 나미는 떨리는 손으로 썼다. '솔직하게 쓴 게 아니라 지어서 쓴 거라서요.' 선생님은 웃으며 이렇게 썼다. '괜찮아. 그건 비밀로 하자. 앞으로는 정직하게 쓰도록 하고, 알았지?'
나미는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나미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준 걸로 충분해.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 "하지만……." "괜찮다니까. 애도 참." '그냥 넘어갈까?' 나미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결심을 굳히고 다시 말했다. 참고 있던 눈물이 마구 흘렀다. "그건 거짓말이었다고요. 나는 하루 만에 한 달 치 일기를 다 지어서 쓴 거예요." 갑자기 가슴이 시원해졌다. 침묵 속에 있던 교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말했다. "나미, 용기가 대단하구나. 자, 여러분도 나미가 한 말을 다 들었죠? 나미도 정직하게 고백을 했으니까, 선생님도 고백을 하자면……. 이미 결정이 된 일이라서 사실 그냥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학년 대표 상보다야 정직한 게 훨씬 낫죠. 선생님은 나미가 참 자랑스러워요." 그 말은 나미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고, 그제야 눈물이 쏙 들어갔다. 결국 아이들 앞에서 울고 말았지만, 많이 창피하지는 않다. 나미는 실망한 엄마, 아빠 얼굴을 떠올렸다. 친구들도 이제는 거짓말쟁이라고 놀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가짜는 끝났다.
공부를 마치고, 나미는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장으로 나왔다. 예람이는 아깝다는 듯이, "나미 정말 대단해. 나라면 그냥 상 받았을 거야" 하고 말했다. 은영이도 말했다. "너희 부모님도 네 용기에 감탄하실 거야." 나미는 자기가 일기에 쓴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으로 좋았다. 엄마한테 혼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