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받는 서대쥐와 다람쥐
이민희 지음 | 생각의나무
재판을 받는 서대쥐와 다람쥐
이민희 지음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 100쪽 / 9,000원
구궁산의 터줏대감, 서대쥐 / 금용성의 곡식 창고를 턴 쥐들옛날, 중국 옹주 땅에 구궁산이라는 경치 좋고 높은 산 속에 곤충과 들짐승, 날짐승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도우며 오순도순 살았다. 구궁산 골짜기 안쪽에는 작은 토굴이 하나 있었다. 토굴의 주인은 구궁산의 터줏대감인 서대쥐라는 늙은 쥐였는데, 마음이 너그럽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지라 다른 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원래 서대쥐의 고향은 인간의 마을이었는데, 쥐들은 인간의 집 옆에 숨어서 인간이 저장해 놓은 곡식을 훔쳐 먹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들이 짐승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는데, 큰 짐승들은 물론이고 덩치가 작은 쥐들까지 잡아들여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쥐들이 마을을 떠났는데, 서대쥐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서대쥐는 높고 험해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궁산 계곡 안으로 아내와 함께 들어간 뒤 튼튼한 바위 밑에 굴을 팠다. 그 후, 서대쥐는 도토리나 알밤을 주워 먹으며 부지런히 자손을 낳았고, 몇 년 후에는 자손이 수천 마리로 불어났다. 서대쥐는 자연스럽게 구궁산 쥐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인간과 함께 살 때처럼 생활이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쥐들은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해 여름, 큰 시련이 구궁산 일대를 덮쳤다. 오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꽃과 나무는 말라죽었으며, 지난 해 모아 둔 나무 열매들은 오래전에 동난 상태였다. 나무뿌리를 갉아먹으며 목숨을 연장하던 쥐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한두 마리씩 쓰러져 죽었다. 며칠 뒤 서대쥐는 일족을 불러모아 "젊은 쥐들은 모두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창고를 열고 곡식을 가져와라!" 라고 명령했고, 젊은 쥐들은 마을로 내려갔으나 대부분 빈 몸으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어 인간들의 쌀독도 대부분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던 서대쥐는 자신의 하인 쥐를 불러"관가로 가서 고을 수령이 하는 말을 엿들어라. 비가 적당히 내려 곡식이 잘 여물고 과일이나 채소가 지천으로 널린 지역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곤 마을로 내려보냈다. 하인 쥐는 관가를 찾아가서 고을 수령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 병풍 뒤에 숨어 수령과 그의 아내가 하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엿들었다. "백성들에게 나눠줄 곡식을 보관하던 금용성에서 반란이 일어났소. 반란군은 창고에 백만 석의 곡식을 차지하고 황제의 군대와 대치하는 중이오." "이 가뭄에 곡식을 담보로 전쟁을 일으키다니, 참으로 못된 사람들이네요."
돌아온 하인 쥐에게 금용성 얘기를 듣자 서대쥐는 구궁산의 모든 쥐들을 불러모아 큰소리로 말했다. "금용성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곳에는 백만 석의 곡식이 가득 쌓여 있다. 가서 곡식을 가지고 오자." 서대쥐는 맨 앞에서 일족을 이끌고 계곡을 내려갔다. 금용성은 구궁산에서 사흘이나 걸리는 먼 거리였다. 가는 도중에 많은 쥐들이 허기와 갈증을 참지 못하고 죽었지만, 쥐들은 마침내 금용성 근처에 도착했다. 서대쥐는 쥐들을 돌 틈에 숨어서 쉬게 했다가 밤이 되자 앞장서서 성벽에 구멍을 뚫고 금용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의 병사들이 눈치 채지 못 하는 사이에, 쥐들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 마음껏 곡식을 먹은 다음 서대쥐의 지휘 하에 성 밖 숲에 수천 개가 넘는 굴을 파고 남은 곡식을 날라다가 숨겼다. 그러고 나서 서대쥐는 병사들이 깨기 전에 쥐들을 서둘러 성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숨겨 놓은 곡식을 다시 구궁산 계곡으로 퍼 날랐다. 결국 쥐들은 몇 년 동안 먹고도 남을 많은 곡식을 얻게 되었고, 굶주림에서 벗어난 쥐들은 만세를 부르며 서대쥐를 칭송했다.
쥐들도 배워야 산다 / 당나라 황제가 벼슬을 내리다
가을이 되어 오랜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리자 구궁산 일대는 떠났던 짐승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그런데 먹을거리 걱정은 해결했지만 서대쥐는 다시 깊은 고민에 잠겼다. 왜냐하면 인간의 무자비한 손길이나 자연재해로부터 일족이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서대쥐는'젊은 쥐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키자. 먼저 인간의 역사를 들려주고 그 다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준다면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고, 쥐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사랑하는 나의 후손들아, 세상의 수많은 짐승들 중에서 조물주로부터 땅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동물은 열두 마리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 쥐들은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열두 마리의 짐승 중에서 당당히 첫손에 꼽힐 만큼 뛰어나단다. 하지만 나는 지금 몹시 슬프다. 이 많은 나의 자손들 중에 지혜를 가진 쥐가 없구나. 오늘부터 매달 두 차례씩 인간과 자연에 대하여 가르칠 테니 모두 지혜를 배워 가거라." "예!"
그때 이웃 골짜기에서 건너온 쥐가 물었다. "왜 인간은 서로 죽이며 끝없이 전쟁을 하나요?" "인간들은 욕심이 많아서 그렇단다. 전쟁을 일으켜 남의 것을 빼앗고 서로 죽이고 불을 지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인간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지난번 가뭄 때도 우리가 미리 물과 먹을 음식을 모아 두었다면 수천 마리나 되는 일족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인간과 우리 쥐는 가까우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합쳐질 수 없는 사이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일족의 번영을 위해 인간을 이용해야 한다." 서대쥐의 신신당부에 쥐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며칠 후, 하인 쥐가 호들갑을 떨며 서대쥐의 토굴 밖에 나타났다. "아침나절, 제가 물을 마시러 시내로 내려갔다가 낯선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들이 말하기를, 지난여름 금용성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 쥐들이 반란군의 창고를 털지 않았다면 반드시 싸움에 패했을 것이라며, 그 쥐가 어느 쥐인지 수소문하던 중 구궁산의 쥐들이 공을 세웠음을 알고 황제가 내린 교지를 받들어 산중으로 들어온 길이라 하였습니다." "한데 어째서 그들을 데려오지 않았느냐?" "인간의 말을 모두 그대로 믿을 수가 없는지라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두 명의 벼슬아치는 종일 산속을 헤매다가 지친 나머지 황제의 교지를 소나무에 걸어놓고 산을 내려가며 말하기를'쥐들이 의심이 많아 몸을 숨기니 이곳에 교지를 놓고 가면 우두머리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였습니다"라며 하인 쥐는 교지를 내밀었다.
교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당나라 황제가 쥐들에게 교지를 내리도다. 지난 싸움에 구궁산의 쥐들이 적의 창고를 습격하여 공을 세웠으니 서대쥐를 옹주첨사에 봉하고 구궁산과 사방 사십 리 땅을 하사하노라.'서대쥐는 물론 구궁산의 모든 쥐들은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고, 축하 잔치를 열기로 하고 나뭇잎에 편지를 써 구궁산 근처의 모든 쥐들을 초대해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한편 구궁산 동쪽 산기슭에 다람쥐 부부가 살고 있었다. 다람쥐는 일하기를 싫어하여 낮에는 바위 밑에 숨어 늘어지게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다른 짐승들이 힘들게 모아 놓은 음식을 훔쳐 먹으며 겨우겨우 생활을 유지하곤 했는데, 구궁산 쥐들이 잔치를 열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가 서대쥐에게 말했다. "저는 일찍부터 영감을 뵙고 싶었는데, 마침 잔치가 열리는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먹고 가게." 음식을 보자 정신없이 먹어대는 다람쥐를 지켜보던 서대쥐가 딱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도토리를 주워 모으는 일로 치자면 천하에 다람쥐를 따를 짐승이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이리 사는 게 궁해 보이는가?" "저는 오래 전에 허리를 다쳐 나무 열매를 줍지 못하고 누워만 지내니 먹고사는 게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내마저 병이 들어 홀로 토굴에 누워 있습니다. 듣자하니 구궁산의 쥐들이 엄청난 곡식을 얻었다던데, 곡식을 약간만 나누어 주신다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서대쥐는 하인 쥐를 불러서 생밤 한 가마와 잣 다섯 되를 다람쥐가 사는 곳으로 가져다주라고 하고는 다람쥐에게 말했다. "몸이 낫거든 부지런히 일하게." "예, 어르신." 다람쥐가 곡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자 아내 다람쥐는 몹시 기뻐했다.
배고픈 다람쥐의 잔꾀 / 재판을 받는 서대쥐와 다람쥐
찬바람이 불며 날이 추워졌지만 다람쥐는 먹을 것을 구하지 않고 굴에 누워 잠만 잤다. 그리자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얻어 온 식량이 다 떨어져서 또다시 굶주리게 되었다. 아내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다람쥐는 집을 나설 채비를 했는데, 무슨 낯짝으로 또 구걸을 하느냐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또 서대쥐를 찾아가서 말했다. "어르신 덕분에 한동안 양식 걱정 없이 지냈으나 이제 주신 양식이 모두 떨어져 염치 불구하고 양식을 얻기 위해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왔습니다." "사정이 안 됐구나. 한데 너는 지난 가을에 어찌하여 겨울에 먹을 양식을 구하지 않았느냐?" "몸이 아파 걷지도 못하는데 어찌 열매를 주울 수 있겠습니까?" "걷지도 못한다면서 여기까진 어떻게 왔느냐? 다시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겨울 양식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여라." "음식을 나누어주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훈계까지 하니 과연 그 오만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두고 봅시다."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다람쥐가 아내에게 서대쥐가 곡식도 주지 않고 훈계만 했다고 불평을 하자 아내가 말했다. "그 어른이 작년에 양식을 나누어주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한동안 입에 풀칠을 했겠소. 고마운 줄을 알아야죠." "당장 산중 깊은 곳의 호랑이님을 찾아가 구궁산의 쥐들을 손봐 달라고 청해야겠소." "은혜를 갚기는커녕 원수로 갚을 작정이오? 내가 어쩌자고 저런 위인을 믿고 지금까지 살았을꼬." 아내는 옷가지와 살림살이 몇 가지를 챙긴 뒤 그대로 집을 나갔다. 다람쥐는 이 모든 것이 서대쥐 때문이라며 집을 나섰다.
다람쥐는 몇 날 며칠을 걸은 끝에 백호궁에 닿았고, 호랑이 앞에 나아간 다람쥐가 말했다. "저는 멀리 하도산에 사는 다람쥐로 급히 아뢸 것이 있어 달려왔습니다. 보름 전, 쥐들이 저의 집에 몰려와 가을 내내 겨울에 먹기 위해 부지런히 주워 모아둔 나무 열매들을 모두 훔쳐갔습니다. 그 길로 쥐들의 우두머리인 구궁산의 서대쥐를 찾아갔는데, 서대쥐는 오히려 화를 내며 저를 쫓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음, 서대쥐라면 몇 년 전 금용성 싸움에서 공을 세워 황제로부터 벼슬을 받은 자가 아니냐? 그때 얻은 곡식이 수십만 석도 넘는다고 들었거늘, 이는 필시 구궁산의 쥐들이 아니라 떠돌이 쥐들의 소행일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는데 구궁산은 물론 사방 수백 리에 사는 짐승들을 모두 쫓아내고 쥐들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양식을 빼앗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음, 네 말이 사실이라면 서대쥐에게 큰 벌을 내리겠지만,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줄 알아라." 호랑이는 자신의 믿을 만한 부하인 오소리와 너구리를 불러 서대쥐를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오소리와 너구리는 밤낮을 달린 끝에 구궁산에 도착하여, 서대쥐가 사는 굴 앞에 이르러 소리쳤다. "산중 짐승의 왕, 호랑이님의 명을 받들어 달려왔으니 서대쥐는 당장 밖으로 나와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서대쥐는 그들을 안으로 불러 들여서 물었다. "한데 호랑이님께서 무슨 일로 산골 영감을 다 찾으시오?" "다람쥐가 호랑이님을 찾아와 말하길, 쥐들이 나타나 가을에 힘들여 모아놓은 양식을 죄다 빼앗아 갔고, 구궁산의 쥐들이 인근의 짐승들을 모두 몰아내고 쥐들의 세상을 만들고자 모의한다고 영감을 고발하였소. 하여 호랑이님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영감을 부른 것이오." 서대쥐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너구리와 오소리를 따라 나섰다.
서대쥐가 백호궁에 도착하자 다람쥐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호랑이가 엄히 물었다. "너는 어찌하여 죄 없는 다람쥐의 식량을 강탈하고 땅까지 빼앗으려 했느냐?" 서대쥐가 대답했다. "우리 일족은 가뭄을 만나 먹을 것이 없을 때 금용성의 곡식 창고를 털어 수년 간 먹을 양식을 얻고 그 일로 황제로부터 땅과 벼슬을 하사받게 되었습니다. 한데 무엇이 부족하여 다람쥐의 곡식을 탐하겠습니까? 황제로부터 벼슬을 받고 잔치를 열던 날 다람쥐가 찾아와 음식을 구걸하길래 불쌍히 여겨 생밤 한 가마와 잣 몇 되를 주어 보냈는데, 이듬해 겨울에 다시금 찾아와 양식을 구걸하기에 그냥 돌려보낸 일밖에 없습니다." "그 많은 양식을 쌓아두고도 어찌하여 돕지 않았느냐?" "양식을 그냥 주기 시작하면 게으름이 늘어 다음부터는 얻어먹을 생각만 하기 때문입니다. 다람쥐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댔으나 사실은 건강하기에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겨울에 대비하여 먹이를 모아두라 일렀을 뿐이지요."
호랑이가 옆에 있던 다람쥐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그 말이 사실이냐?" 다람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실대로 대답했다. "창고에 곡식을 가득 쌓아두고도 나눠주지 않으니 괘씸하여 그리했습니다. 그 일로 아내와 다투게 되었고 아내가 집을 나갔으니 어찌 원한이 없겠습니까?" "네 이놈! 다른 짐승들이 열심히 일할 때 너는 무엇을 했기에 양식이 없어 구걸을 하러 다녔느냐? 여봐라, 당장 저놈을 옥에 가두어라." 호랑이가 서대쥐에게 말했다. "너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가상하도다. 내게 부탁할 것이 있으면 말을 해 보거라." "원래 다람쥐는 쥐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짐승인데, 타고난 게으름을 어찌하지 못해 구걸을 하게 되고, 먹을 것이 떨어지자 급기야 제게 원한을 품었나봅니다. 그러니 부디 다람쥐를 가엾이 여겨 그 죄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시길 간청합니다. 그리고 산중의 왕이신 호랑이님께서 짐승들을 더욱 아끼고 보살펴 숲 전체를 살기 좋은 땅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내 불찰이 참으로 크다. 앞으로는 숲의 짐승들을 가르쳐 게으른 자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며, 해마다 굶어 죽는 짐승이 나오지 않도록 돌볼 생각이다."
다람쥐를 용서하다
집으로 돌아온 서대쥐는 발이 빠른 쥐들을 풀어 구궁산 근처를 모두 뒤져 다람쥐의 아내를 찾아오게 했고, 아내 다람쥐에게 "타고난 성격이 게으르긴 하나 다람쥐는 성품이 착한 짐승이오. 그러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 여생을 남편과 함께 오순도순 살도록 하시오."라고 부탁하며 식량과 황금 열 냥을 건넸다. "우선 여기 있는 식량으로 겨울과 봄을 나시오. 그리고 땀 흘려 일한다면 다시는 굶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오. 황금은 감추어 놓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만 꺼내 쓰시오. 그 전까진 남편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마시오." 다람쥐의 아내는 고마워하며 돌아갔다. 그리고 서대쥐는 하도산 길목에서 다람쥐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오던 다람쥐는 서대쥐를 보자 나무 뒤로 숨었다. 서대쥐가 물었다. "그대는 아직도 내게 원한이 남았는가?" "부끄러워 피한 것이니 괜한 오해 마시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보게. 앞으로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게." 집으로 돌아온 다람쥐는 집 나간 아내가 보이자 한걸음에 달려가 얼싸안고 기뻐했다. 부부는 서대쥐가 나누어준 식량으로 겨울을 난 뒤 이듬해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식량을 모았다. 배불리 먹고 열심히 일하며 틈틈이 자식을 낳으니 오래지 않아 하도산 일대가 다람쥐들로 들끓게 되었고, 구궁산의 쥐들과 하도산의 다람쥐들은 싸우지 않고 서로 도우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