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감동한 사랑
신승철 지음 | 생각의나무
하늘도 감동한 사랑
신승철 지음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 90쪽 / 9,000원
꿈속에서 만난 천생연분 / 상사병을 딛고 옥련동으로세종대왕 시절, 경상도 땅에 성은 백이요 이름은 상군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백상군과 부인 정씨는 이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어 천지신명께 아들 하나만 갖게 해달라고 간곡히 빌어 드디어 아들 하나를 얻게 되었다. 백상군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선군으로 짓고 소중히 키웠는데, 선군은 잘생긴데다 성품이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글 솜씨가 뛰어났다. 백선군이 장가들 나이가 되자 부모는 여기저기 며느릿감을 알아보고 다녔지만, 마땅한 혼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었다.
어느 봄날, 글을 읽던 선군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여인이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대는 누구인가요?" "도련님과 저는 하늘이 내려준 천생연분입니다." "나는 인간 세상의 도령이고, 그대는 천상의 선녀인데 우리가 천생연분이라니요?" "도련님은 원래 신선이셨는데, 한 가지 실수를 하여 그 벌로 인간 세상에 귀양을 오신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여인은 홀연히 사라지고, 놀란 선군은 잠에서 깨었다. 그날 이후 선군은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했고, 그리움으로 인해 식사도 공부도 거른 채 멍하니 상념에 잠겨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의 여인이 다시 선군에게 찾아왔다. "도련님께서 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리도 크시니, 제 마음도 안타까우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 여기 제 초상화를 가져왔으니 늘 곁에 두시고 저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달래십시오." 선군이 잠에서 깨어 보니 놀랍게도 꿈속에서 여인이 건넸던 초상화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로부터 선군은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서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다가 결국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걱정이 된 부모는 온갖 귀한 약을 찾아 먹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하늘 세상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인 또한 안타까워하다가 백선군의 꿈속에 다시 나타났다. "하늘이 정해주신 우리가 만날 날은 아직 멀었는데, 도련님께서 저를 그리워하시며 이렇게 병들어 누워계시니 안타깝습니다. 저를 만나고 싶으시면 옥련동으로 찾아오십시오." 잠에서 깨어난 선군은 부모가 말리는데도 여행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선군은 멀고 먼 산길을 힘든 줄도 모르고 끝없이 가다보니 구름 위에 집 한 채가 두둥실 떠 있는데 '옥련동'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백선군이 너무도 기뻐서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니, 옥 같이 고운 얼굴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꿈에서 만났던 초상화 속의 인물, 바로 숙영낭자였다. 백선군의 가슴은 터질 듯 부풀어올랐다. "그대처럼 아름다운 선녀를 만나다니 오늘 밤 죽더라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낭군님, 하늘이 우리 둘을 부부로 짝 지어줄 날이 아직도 삼 년이나 남았으니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동안도 참을 수가 없어 병까지 얻었는데, 이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어서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될 것입니다." 그 간절한 마음에 숙영낭자도 결국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이제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하늘의 뜻을 어긴 죄로, 더 이상 이 곳 신선의 세상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으니, 낭군님을 따라 함께 집으로 가겠습니다."
큰 뜻을 품고 과거 길에 오르지만 / 깊은 오해한편 백선군의 부모는 길 떠난 아들 걱정에 초조하고 불안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기다리던 아들이 돌아왔다. 아들은 오히려 건강해진 모습이었고, 그 곁에는 눈부시게 아리따운 여인이 함께 있었다. 선군은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이야기하였다. 꿈에도 그리던 며느리가 절로 나타나다니 부모는 너무 기뻐하며 동별당에 아들 내외의 거처를 따로 만들어 주었다. 두 사람은 실과 바늘처럼 늘 함께 지냈는데, 백선군은 달콤한 사랑에 빠져 점점 학업을 멀리하게 되었다. 부모는 백선군의 이러한 모습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8년이 지났고, 백선군 부부는 슬하에 춘앵, 동춘 두 남매를 두었다. 어느 날 과거시험이 실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 백공은 아들 백선군에게 과거에 응시하라고 말했으나, 백선군은 사랑하는 식구들과 떨어져 있기 싫다며 과거 응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선군과 부친이 나눈 이야기를 전해들은 숙영낭자는 백선군을 타일렀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면 입신양명하여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입니다. 헌데 낭군께서는 어찌 가족에만 얽매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포기하려 하십니까. 이로써 저까지도 커다란 불효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알겠소. 당신의 말을 들으니 그래야 할 것 같구려."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올린 백선군은 마침내 집을 나서 먼 한양까지 과거 길에 올랐다. 눈물을 흘리며 배웅하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려니, 선군은 차마 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길을 떠난 백선군과 하인은 주막에 묵게 되었고, 선군은 책을 펼쳤으나 숙영낭자 생각에 글자 한 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그리운 마음만 깊어 가던 백선군은 하인이 잠들기를 기다려 방을 빠져나와 밤길을 마구 달려 날이 밝기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몰래 담을 넘어 동별당 안으로 들어간 백선군을 보고 숙영낭자는 크게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입니까?" "낭자가 그리워 이렇게 돌아온 것이오." "그렇다고 하루도 안 되어 다시 돌아오시다니……." 그때 하필이면 백선군의 아버지 백공이 우연히 동별당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동별당 방안에서 다정하게 주고받는 남녀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며느리 방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백공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일단 그곳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날이 밝기 전, 백선군은 다시 담을 넘어 달려 주막에 돌아오니 아직 하인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동이 트자 백선군과 하인은 다시 한양 가는 먼 길을 떠났다. 그러나 그날 밤에도 백선군은 다시금 그리움에 못 이겨 집을 향해 밤길을 달렸다. 다시 찾아온 그를 보고 숙영낭자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저 때문에 낭군의 굳은 결심이 자꾸 흔들린다면, 차라리 제가 멀리 떠나겠습니다." "잘못했소. 이제 부인의 뜻을 받아 과거시험에만 전념하겠소." "낭군님을 믿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떠나십시오." 이어 숙영낭자는 한 장의 그림을 건네었다. "제 얼굴이 담겨진 초상화입니다. 혹시 제 몸이 불편하면 이 초상화의 빛이 변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 한 저는 늘 건강한 몸이니 아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시간, 백선군의 아버지 백공은 동별당 구석진 곳에 몰래 숨어 있었다. 창밑에 서서 은밀히 귀를 기울인 백공은 또다시 며느리와 웬 사내의 음성이 들려오자, 사내의 정체가 아들 백선군임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며느리의 행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웬 집안 망신인가. 그렇게 효성 지극하고 부부 간에 금실 좋던 며느리였건만, 정말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일이로구나.'
매월이의 질투 / 돌계단에 박힌 옥비녀백공은 고민하다가 결국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두 부부는 어찌해야 할까 궁리 끝에 매월이라는 시종아이를 불러 며느리의 동정을 엿보다가 며느리의 방에 드나드는 자가 있거든 고하라고 지시했다. 심보 사나운 매월은 주인어른 내외가 숙영낭자의 행실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숙영낭자의 부정을 거짓으로 꾸며 그녀를 몰아세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사실 매월은 오래전부터 이 집에서 하인으로 있으면서 남몰래 백선군 도령을 짝사랑했는데, 숙영낭자에게 백도령을 빼앗기고는 질투와 시기의 감정이 증오로 커져 있던 터에 때마침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매월은 돈 몇 푼으로 이웃 마을의 건달을 꼬드겨서 그날 밤, 동별당 구석에 몰래 숨어 있게 했다. 때를 기다린 매월이 주인 부부에게 가서 숙영낭자의 방에 외간 남자가 들었다고 거짓으로 고하자,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백공은 칼을 빼들고 별당으로 달려갔다. 그때 숙영낭자의 방 쪽에서 뛰쳐나온 웬 남자의 그림자가 뒷문을 통해 도망가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숙영낭자의 방에서 나온 것처럼 달아나라고 건달에게 매월이 시킨 것이었다. 백공은 분노에 떨며 며느리를 잡아오라고 소리쳤고, 밤중에 불려나온 숙영낭자는 깜짝 놀라 시부모 앞에 나아갔다. "아버님, 이 밤중에 어인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냐고? 방금 전 네 방에서 나와 도망간 외간 남자가 누구냐? 뻔뻔스럽게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숙영낭자는 너무도 억울하여 소리쳤다. "아버님, 끔찍한 오해입니다. 천만번을 죽는다 하여도 어찌 있지도 않은 일을 여쭙겠습니까?" "안 되겠구나. 게 누구 없느냐! 잘못을 이실직고할 때까지 매우 쳐라!" 하인들의 매질이 시작되었고, 숙영낭자는 피투성이가 되어 혼절하고 말았다.
보다 못한 시어머니가 울면서 남편 백공에게 달려들었다. "너무 하십니다. 본인이 결단코 아니라고 저렇게 말하는데, 영감은 어떻게 매월이의 말만을 듣고 그리하십니까?"시어머니는 쓰러진 낭자를 붙들어 일으켰다. "아가, 너의 결백은 내가 잘 알겠다. 이 원통함을 어쩌면 좋으냐?" 겨우 정신을 차린 숙영낭자는 품속에서 옥비녀를 꺼내 들고는 하늘을 우러러 빌었다. "하늘이시여. 이제 이 옥비녀를 하늘 위로 던져 올릴 터이니, 제게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다면 날 끝이 제 가슴에 꽂히게 해주시고, 제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날 끝이 저 돌계단에 박히도록 하시옵소서." 숙영낭자는 있는 힘을 다하여 옥비녀를 던져 올렸는데, 공중에서 돌던 옥비녀는 이내 아래로 떨어져서 돌계단 한 가운데 깊숙이 박혔다. 이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 백공은 자신의 섣부른 오해였음을 깨닫고 어쩔 줄을 몰랐다. "이 늙은 것이 망령이 들어 착한 너를 의심하였구나. 내가 잘못했다."
오해는 풀렸으나 그날부터 숙영낭자는 억울한 누명을 쓴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워 자리에 몸져누워 홀로 눈물의 나날을 보내었다. 시아버지는 거듭 찾아와 자신이 너무나 경솔했음을 사죄했고, 시어머니도 아침저녁으로 숙영낭자의 상처 입은 심정을 위로했지만, 숙영낭자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컸기에 결국은 죽음으로 결백을 알리리라 결심을 하고 말았다. 숙영낭자는 품에서 은장도를 꺼내었다. "춘앵아 동춘아, 어미에 대한 그리움일랑 잊고,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여보, 그간 제게 과분한 사랑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부디 못난 저를 잊으시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시길…." 숙영낭자는 가슴에 힘차게 칼을 찔렀다. 다음날 아침 쓰러져 죽어 있는 숙영낭자를 보고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어린 손주들과 함께 목놓아 울던 시어머니는 그만 실신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숙영낭자의 가슴에 꽂힌 은장도를 하인이 빼내려고 했으나 뽑히지 않았고, 장정들 여럿이 달려들어도 빼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시신을 옮기려 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인 없는 편지 / 꿈에 나타난 숙영낭자의 하소연 / 다시 이루어진 사랑이러한 비극을 알 리 없는 백선군은 한양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고는 굳은 결심으로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침내 선군은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고, 선군은 이 기쁜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기 위해 편지를 두 통 써서 하인을 시켜 고향집으로 보냈다. 한 통은 부모님께 전하는 편지요, 또 한 통은 숙영낭자에게 전하는 편지였다. 편지를 뜯어본 백공은 아들이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벼슬을 제수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었음에도 아들이 돌아와 며느리의 일을 알게 될 것을 생각하고 한숨만 쉬었다. 숙영낭자에게 온 편지를 대신 전해 받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시신 곁으로 가서 편지를 읽어 주었다. '그동안 부모님 모시고 편안히 잘 있으며 아이들도 잘 있소? 나는 다행이 장원급제하여 입신양명하게 되었소. 그런데 낭자가 주었던 초상화가 요즘 날로 색이 변해 가는데 혹시 낭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오. 곧 만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오.' 읽기를 끝마친 시어머니와 옆에서 듣고 있던 딸 춘앵은 부여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벼슬에 오른 백선군은 마침내 특별 휴가를 얻어 고향땅 안동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백선군이 주막에서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숙영낭자가 온몸에 피를 흘리며 나타나 울면서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낭군께서 장원급제하시어 기쁘기 그지없지만, 저는 너무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천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어 편히 눈을 감도록 해주십시오." 놀라 잠에서 깬 백선군은 더욱 고향 길을 서둘렀다. 집에 돌아온 그는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아내의 방으로 달려갔는데, 뜻밖의 처참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선군이 슬피 울고 있는데 선군의 부친이 다가와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과거 길에 오르고는 며칠 동안 며늘아기의 기척이 없어서 이상히 여겨 동별당으로 가보니 이렇게 처참한 모습이더구나. 짐작건대, 네가 집에 없는 줄을 알고 어떤 못된 놈이 밤중에 침입하여 며늘아기를 겁탈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칼로 찔러 죽이고 도망친 듯하구나." 물론 거짓말이었다.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가슴에서 칼이 뽑히지를 않고 시체를 옮기려고 했지만 꼼짝도 않더구나."
숙영낭자를 바라보며 선군이 중얼거렸다. "낭자, 내가 돌아왔소. 낭자의 원한을 내가 달래줄 터이니 이제 걱정 마시오." 그가 손을 뻗어 가슴에 박힌 칼자루를 살짝 잡아당기니 놀랍게도 꼼짝 않던 그 칼이 쑥 빠졌고, 숙영낭자의 가슴팍에서 조그만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매월이다! 매월이다!" 하고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상히 여긴 백선군은 매월이를 불러다 문초하여 죄를 자백 받고 함께 일을 꾸몄던 이웃 마을 건달도 잡아들여 자백을 받았다. "여봐라. 이 짐승만도 못한 것들을 당장 관가로 끌고 가라!" 죄인들이 끌려가고, 백선군은 죽은 아내에게 중얼거렸다. "당신의 억울한 원한을 갚았으니 편안하게 눈을 감으시오. 우리 죽어 다시 만나서 못다 한 사랑을 이루어봅시다."
죽은 아내 곁에서 밤새 울던 백선군이 지쳐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다시 숙영낭자가 나타났다. 아내는 고운 비단옷을 입고 미소짓고 있었다. "제 원한을 풀어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모두 제 잘못 때문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날 적에, 하늘이 정한 때를 지키지 않은 까닭에 그 벌로 이러한 비극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옥황상제께서 안타까운 우리 사랑을 가엾게 여기시어, 특별히 제 죄를 용서해 주시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생명을 얻어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꿈에서 깬 선군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죽은 아내의 시신을 만져 보았더니 차갑던 피부가 보드랍고 따뜻하게 변해 있었다. 얼마 후, 숙영낭자가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니 온 집안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기뻐하였다. 선군의 부모도 엄마를 그리워하던 두 어린 남매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소문은 온 나라에 퍼졌고, 임금께서도 이야기를 듣고 크게 기뻐하시어 숙영낭자에게 정렬부인의 직첩을 내리셨다. 숙영낭자와 백선군 부부는 오래오래 행복한 나날을 보냈으며, 하늘도 감동시킨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훗날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두고두고 오르내리며 큰 감동을 전했다.